GT Bulletin



GT Bulletin 제16호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불확실성과 한국의 대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불확실성과 한국의 대비

사업가 도날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세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을 예상하고 대비하느라 바빠졌다. 세계화에 역행하는 미국제일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역설해 온 그는 백인 중·하층 지지에 크게 힘입어 지난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조각을 위한 인선,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수많은 공약 이행, 동맹국들과 적대세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노선 및 정책 마련 등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는 1월 20일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선서를 하게 될 그의 외교행태에 대해, 벌써부터 다양한 예측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가 유세기간 밝힌 정책들 중에는 현실적으로 재조정 할 필요성을 지닌 것들이 적지 않다. 그는 이해득실 계산과 비즈니스 협상에 밝지만, 정치적 결정은 복잡하고 다양한 국내외 변수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들과 결정은 현실주의·실용주의적 성격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념과 명분 및 도덕성에 덜 억매일 수 있으며, 미국이익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는 유세기간 보호주의 무역과 이민규제 강화 및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증액 등 미국 우선주의를 거듭 강조했었다. 그는 “나토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은 낮은 수준이며, 안보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경고 발언으로 유럽동맹국들을 긴장시켰다. 한편 트럼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와 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기를 고대한다.”는 호의적 입장을 보였다. 한·일 양국에 대해, 전쟁이 나면 스스로 알아서 방어해야 할지 모른다는 고립주의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정치지도자처럼 트럼프 당선자도 참모들 및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안보‧외교·국방·경제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유세 기간의 정제되지 않은 정책들은 이행과정에서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다. 즉 기존 정책들의 틀을 존중하고, 동맹국들의 우려와 기대를 고려해 덜 급진적인 방향으로 선회 할 수 있다. 11월 10일 트럼프 당선자와 대화를 나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자가 나토와의 방위 공약을 지키겠다는 뜻을 자기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12월 5일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아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비난했던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후, “매우 생산적 만남으로, 공통 관심사를 진지하게 탐색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가 유연성과 실용주의적 마인드를 지니고 있음은 다행이나, 일관성 유지와 언행일치 여부는 앞으로 더 두고 보아야 한다.

트럼프는 파격적 결정이나 제안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도마 위에 올라, 멕시코와 캐나다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하나의 중국정책을 무시한 채 타이완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의 통화로 중국 심기를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비판에 대해, 미국 무기를 구매하는 타이완 지도자의 축하전화를 받은 것이 어째서 문제가 되냐고 반문한다. 미국기업을 어렵게 하는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제품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과 및 남중국해 한가운데에 군사시설을 만들 때 미국에게 물어봤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미·중관계의 중요성과 복잡성을 생각할 때, 이러한 트럼프의 거침없는 언행과 스타일은 심각한 갈등을 초래 할 수도 있다. 내정간섭이라고 항의하는 중국을 향해,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 ‘하나의 중국’ 원칙 재확인으로 서둘러 진화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우선순위에 경제난과 난민문제로 고민하는 유럽, 시리아와 이라크 등 화약고 중동, 중국의 패권도전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이 포함된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트럼프 외교의 불확실성과 세계화 역행 및 추가부담 등을 우려하고 있다. 강한 군사력을 강조하는 트럼프 당선자, 플린 안보보좌관 내정자, 스티브 베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폼페오 중앙정보국장 내정자 등의 강성과 경력 등을 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심히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곧 한국에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해 올 것이다. 트럼프는 유세기간 중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필요성을 반복 언급했고, 한국방어를 위한 미국부담에 대해 큰 불만을 표출했었다. 그렇지만 당선 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한국방어를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하며, 동요 없이 한·미 양국의 안보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라는 고무적 발언도 했다. 어느 쪽을 더 믿어야 옳을지 혼란스럽지만, 미국의 강한 압력에 직면하게 될 한국은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은 일본과 타이완의 꾸준한 대미 로비활동 및 괄목할만한 성과를 배워야 한다. 일본의 아베 수상은 첫 번째로 뉴욕에서 당선자를 만나 상호관심사를 논의하는 기록을 세웠고, 중국은 키신저 박사를 초청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설명을 들었다. 타이완 차이잉원 총통은 트럼프 당선자와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관계의 악화여부는 한국의 초미 관심사다, 미·중 관계 악화는 중·북한 결속을 강화사키며, 북핵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도움을 받아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면, 미·중 관계가 호전되어야 한다. 필요상 미·중이 점차 갈등완화와 협력증진 방향으로 움직이겠으나, 아직 탐색단계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 과정에서 두 강대국 틈에 낀 한국의 선택은 좁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 탄핵정국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와 안보환경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미·중관계 중재나 6자회담 선도에  나설 여력이 부족하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직업훈련’을 필요로 하며, 집권 후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워싱턴 경험이 없던 카터 전 대통령도 주한미군철수 공약 취소 등 외교안보 정책 분야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었다. 한국은 트럼프 당선자와 참모진의 동맹유지라는 수사적 발언에 안주하지 말고,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습에 대비해야 한다. 곧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 정책결정자들의 성향과 경험 파악은 물론, 미국의 압력과 요구에 맞설 대책과 조치들을 서둘러 마련해 나가야 한다.

 

전 인 영 박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