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력 헌법화와 북-러 밀착에 따른 한미동맹의 역할
박 휘 락 필리핀대학(UP) 초빙교수
북한의 최근 몇가지 행보가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의 핵무력 증강이다. 북한은 2013년 최초 원자탄을 개발한 데 이어서 2017년 수소탄을 개발했고, 비핵화 협상으로 기만하여 간섭없이 핵무기를 증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였다. 2021년 4월 미국의 랜드와 한국의 아산 연구소가 발표한 추정치 (2020년 기준 핵무기 67~116개, 연간 12~18개 핵무기 생산 가능)를 적용하면 북한은 2022년 말 기준으로 91~15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또한 북한은 2023년 2월 8일 열병식에서 12대의 화성-17형 발사대를 과시하였듯이 화성-15, 16, 17, 18호 등 다수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하고 있고, 북극성-3, 4, 5호와 같은 잠수함발사탄도탄(SLBM)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탑재할 수 있는 3000톤급 잠수함도 최근 진수하였다. 남한 공격을 위하여 KN-23, 24, 25 등 다수의 신형 단거리탄도탄(SRBM)도 개발한 상태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을 제외하고 북한이 가장 균형적인 공격적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상당한 핵 능력을 확보하자 북한은 남한에 대해 노골적인 핵 공격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 김정은은 핵무기를 활용한 한반도 통일을 의미하는 '제2임무'에 대비할 것을 군대에게 강조하였다. 그러자 북한군은 핵무기 사용을 위주로 모든 작전계획을 수정했고, 9월에는 ‘영토 완정(完整)' 즉 남한의 수복이 핵무기의 사명임을 명시하면서 김정은에게 비핵공격이 임박하다고 판단될 경우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12월에 북한은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공식 선언하면서 남한 공격용 대규모 전술핵무기의 생산을 공언했고, 2023년 3월과 4월에는 공중에서 모의 핵탄두를 작동하거나 수중에서 핵드론을 폭파시키는 훈련을 공개하기도 했다. 8월에는 김정은이 남한 지도를 지향하면서 핵 공격을 지시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고, 9월에는 발사대 10개를 갖춘 전술잠수함을 진수시켰다. 그리고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9월 27일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을 헌법을 포함시켰고, 김정은은 “핵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핵타격수단을 다양화”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였다. 한국은 이제 북핵 위협이라는 존망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셋째,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김정은과 푸틴은 9월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고, 서로 간의 안보협력 정신을 재확인하였다. 내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필요로 하는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핵관련 첨단 군사기술(예를 들면, ICBM 고도화나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에 관한 기술 등)을 제공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러시아가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지원할 경우 북한에 대한 유엔 경제제재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가의 경제는 물론이고, 전쟁 잠재력도 강화시킬 수 있다.
대리전쟁의 가능성
이러한 세가지 요소가 결합되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대리전쟁(proxy war), 특히 ‘대리 핵전쟁(proxy nuclear war)’의 가능성이다. 6.25전쟁에서와 같이 러시아가 허용 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활용한 남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6.25전쟁의 경우 북한이 남한을 공격해도 미국이 참전하지 않을 것으로 스탈린이 판단하여 허락하였다고 한다. 완전하지는 않을 수 있으나 북한이 ICBM을 보유하고 있고, 디젤엔진이지만 SLBM을 장착하여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미 해안에 도착하여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상당한 예산을 사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스라엘에도 분쟁이 발생하여 관심이 분산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리전쟁은 “강대국 간 직접적인 대결의 대체물로 간주될 수 있는 지역 국가들 간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을 활용하여 미국의 힘을 소모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사실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포함하여 냉전시대와 그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대부분의 약소국 간 전쟁은 어느 정도의 대리전 성격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의 직접적인 핵전쟁을 부담스럽게 생각할수록 북한을 통한 대리전쟁에 대한 유혹은 클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진 상태이고, 중국의 경제나 전략적 방향이 미국의 봉쇄전략에 의하여 차단된 상태라고 볼 때, 북한을 내세운 핵대리전쟁은 전략적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결과로 북한이 남한을 병합하는 데 성공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유리점은 훨씬 커질 것이다.
대리전은 북한이 유발할 수도 있다. 6.25전쟁에서와 같이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협의해서 전쟁을 발발하면 전형적인 대리전쟁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전쟁으로 발발한 것을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편을 들게 될 경우 결국은 대리전쟁의 양상을 띠게 된다. 2010년에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을 때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전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이 일단 저지르고 나면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결국 지원하게될 가능성은 낮지 않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러한 상황까지도 계산하여 전쟁을 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북한은 국제정치적인 상황이나 남한의 국내 정치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기습전, 배합전, 속전속결’의 전략 하에서 서울에 대한 기습공격이나 심지어 6.25전쟁과 같은 전면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 포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의 판단대로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더라도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지원 할 경우 한반도에서 강대국 간의 대리전쟁이 진행되면 북한으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을 1주일 이내에 석권한다는 ‘7일 전쟁’ 계획을 만들어 계속 발전시켜오고 있다.
북한의 전쟁발발 각본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만을 고려하면서 북한이 전쟁을 발발할 능력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만약 전쟁을 발발하면 자신이 멸망할 뿐이며, 이것을 북한 지도자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핵무기를 가진 상태라서 북한에게는 상당한 대안이 있다.
첫째,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자제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대응의지를 시험할 뿐만 아니라 군사행동 확대를 위한 명분과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국지도발을 검토할 수 있다. 2010년의 경우와 같이 한국의 군함을 공격하거나 한국의 영토에 포격 등을 가할 수도 있고, 백령도를 비롯한 서북 5개 도서의 일부 또는 전부를 기습적으로 공격하여 점령하는 각본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백령도로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고암포에 대규모 상륙정들을 보유하고 있고, 연평도 포격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서북도서가 공격을 받을 경우 한국이 이에 지원세력을 즉각 투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더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던 2010년에도 백주 대낮에 연평도에 포격이 가해졌지만, 남한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규모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현 상황에서 북한이 공격할 경우 한국의 대응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한의 대응 여부에 따라 공격 정도를 조정하면서 군사 활동의 확대와 중단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둘째, 현재 상태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고 심각한 각본은 북한이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으로 위협하면서 수도 서울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서울은 휴전선으로부터 40km밖에 이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자동차 전용도로가 남북으로 발달되어 있어서 북한이 마음을 먹을 경우 밤사이에 점령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인 서울만 점령할 경우 남한을 통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남북한 군사합의서로 인하여 한국군은 휴전선 근처에 대한 적극적인 정찰은 물론이고, 훈련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철원지역에는 6.25전쟁으로 인한 유해발굴을 위하여 지뢰를 제거한 후 12미터 폭의 도로를 개설해둔 상태이고, 김포지역의 경우에도 하상에 대한 정보를 북한에게 건네준 상태이다. 파주-문산 지역의 전방지역 한국군에게는 비지속성 화학작용제를 사용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 북한은 사이버전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여 한국의 기간산업 및 행정망을 마비시킬 것이다. 한미연합군이 대응하겠지만, 서울 북방은 수많은 아파트 건축으로 도시화되어 방어작전이 쉽지 않고, 북한군이 남한주민들과 혼합되어버릴 경우 표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서울을 점령하는 데 성공할 경우 북한은 모든 군사적 활동을 중지시키면서 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서울에 민주적 통치체제를 확립한 다음 바로 철수하겠다는 의도를 발표하고, 철수를 위한 조건을 협의하고자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군이나 한미연합군이 반격할 경우 핵무기로 한국의 주요 도시를 타격할 수도있다는 점을 언급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한의 국민들과 미국은 협상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고, 일단 협상을 시작하면 북한은 시간을 끌게 될 것이다. 그 사이에 북한은 서울 주민들에게 체제와 사상을 강요하게 될 것이고, 어느 시간이 지난 이후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서울 주민들이 북한의 일부가 되기를 결정했다면서 합병을 발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수차례 시범을 보인 방법으로서 북한이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러시아의 사례처럼 국제사회가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셋째, 북한이 6.25전쟁에서와 같이 전국적인 범위에서 남한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서울을 확보한 후 상황에 따라 전국 점령으로 확대한다는 단계적 접근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택을 비롯한 모든 미군부대 지역은 우회함으로써 미국 대통령에 의한 즉각적인 전쟁선포와 증원군 투입을 회피할 것이고, 대전을 거쳐서 대구와 부산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점령함으로써 6.25전쟁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자 노력할 것이다. 미군은 더욱 남쪽으로 이동하여 축차적 방어진지를 점령할 수도 있지만, 자군의 안전을 최우선시하여 선박을 통하여 일본으로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북한은 사전에 다수의 핵무기를 한국의 주요도시에 투하하여 한국을 극도로 혼란하게 만든 다음에 본격적인 지상군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차피 전쟁을 발발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일이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데 대하여 괘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면공격을 통하여 일주일 이내에 남한을 석권하겠다고 생각할수록 핵무기의 초기사용 가능성은 높아진다.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하여 한국의 발전소나 변전소, 전산망의 허브, 식수공급체계, 물류 및 교통센터, 중요 군수시설 등 핵심시설을 타격할 수도 있고, 인구밀집지역을 타격하여 한국 국민들의 전쟁수행 의지와 태세를 전면적으로 무력화하고자 시도할 수도 있다.
삼위일체(Trinity)만이 살길
북한이 ‘제2의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가의 생존이 위협 받을 수 있는 중차대한 위협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한국에게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없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의 비핵화 즉 핵무기 폐기를 설득할 수 있다면서 상당한 시간을 낭비하였고, 따라서 보강해야할 부분이 더욱 많다. 한국의 헌법에서도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가 대통령의 책무라고 명시하고 있듯이 국가가 책임져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외침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 윤석열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거나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함으로써 무력을 통한 적화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하에서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집중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전제로 서북 5개 도서에 대한 공격 및 상륙작전, 서울에 대한 기습공격, 한국에 대한 전면적 기습공격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각 상황별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어야할 가장 중요하면서도 절박한 과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일이다.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한미동맹을 통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3년 4월에 ‘워싱턴 선언’을 통하하여 ‘핵협의체(NCG: Nuclear Consultation Group)’를 구성한 것이나, 미 핵무장 잠수함의 한반도 기항을 공식화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조치이다. 또한 8월에 한국, 미국, 일본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도발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협의할 것을 약속한 것도 진일보한 조치이다. 다만, 한미동맹이나 미국의 핵우산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독특한 미국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금방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시 핵우산 이행을 위한 세부적인 조치들을 한미 양국 실무자들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한가지 한가지씩 제도화해 나감으로써 정치적 변화에 의하여 불안해지는 사태를 예방해 나가야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은 일본과의 협력을 사활적 중요성으로 인식 및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것처럼 미국이 어떤 연유로든 동맹공약 이행을 주저할 경우 한국은 도와줄 수 있는 국가는 일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일본 차례이기 때문에 한국이 진심으로 요구할 경우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역사적 앙금으로 인하여 일본의 지원을 거부함으로써 공산화를 허용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일본은 상당한 공군력 및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지원할 수 있는 상당한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 간에 확고한 안보협력 관계를 확립할 경우 북한에 대한 억제효과도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강대국과의 핵전쟁을 회피하는 가운데 융통성있는 다양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일본과의 안보협력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분야에서 일본과의 안보 및 군사적 협력을 실천해 나가고, 이로써 북핵에 대한 긴밀한 한일 간 연합대응을 보장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긴요한 조치는 국민들의 의기의식이다. 지금처럼 약화된 안보의식으로는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명한 전쟁사 연구가였던 하워드(Machael Howard)는 전쟁의 승패를 가장 근본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 즉 전쟁의 ‘사회적 차원(social dimension)’이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한국에는 북핵 위협이나 국가안보를 경솔하게 생각하는 진보 성향의 정치인, 지식인, 일반 국민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북한이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실제 북한이 핵공격을 가했을 경우 그들이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다. 어느 국가지도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그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인가? 국가안보는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하는 것이고, 이러한 차원에서 범 국민적인 총력 안보의식의 고양이 무엇보다 강조되어야할 것이다.
북 핵무력 헌법화와 북-러 밀착에 따른 한미동맹의 역할
박 휘 락 필리핀대학(UP) 초빙교수
북한의 최근 몇가지 행보가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의 핵무력 증강이다. 북한은 2013년 최초 원자탄을 개발한 데 이어서 2017년 수소탄을 개발했고, 비핵화 협상으로 기만하여 간섭없이 핵무기를 증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였다. 2021년 4월 미국의 랜드와 한국의 아산 연구소가 발표한 추정치 (2020년 기준 핵무기 67~116개, 연간 12~18개 핵무기 생산 가능)를 적용하면 북한은 2022년 말 기준으로 91~15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또한 북한은 2023년 2월 8일 열병식에서 12대의 화성-17형 발사대를 과시하였듯이 화성-15, 16, 17, 18호 등 다수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하고 있고, 북극성-3, 4, 5호와 같은 잠수함발사탄도탄(SLBM)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탑재할 수 있는 3000톤급 잠수함도 최근 진수하였다. 남한 공격을 위하여 KN-23, 24, 25 등 다수의 신형 단거리탄도탄(SRBM)도 개발한 상태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을 제외하고 북한이 가장 균형적인 공격적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상당한 핵 능력을 확보하자 북한은 남한에 대해 노골적인 핵 공격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 김정은은 핵무기를 활용한 한반도 통일을 의미하는 '제2임무'에 대비할 것을 군대에게 강조하였다. 그러자 북한군은 핵무기 사용을 위주로 모든 작전계획을 수정했고, 9월에는 ‘영토 완정(完整)' 즉 남한의 수복이 핵무기의 사명임을 명시하면서 김정은에게 비핵공격이 임박하다고 판단될 경우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12월에 북한은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공식 선언하면서 남한 공격용 대규모 전술핵무기의 생산을 공언했고, 2023년 3월과 4월에는 공중에서 모의 핵탄두를 작동하거나 수중에서 핵드론을 폭파시키는 훈련을 공개하기도 했다. 8월에는 김정은이 남한 지도를 지향하면서 핵 공격을 지시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고, 9월에는 발사대 10개를 갖춘 전술잠수함을 진수시켰다. 그리고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9월 27일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을 헌법을 포함시켰고, 김정은은 “핵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핵타격수단을 다양화”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였다. 한국은 이제 북핵 위협이라는 존망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셋째,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김정은과 푸틴은 9월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고, 서로 간의 안보협력 정신을 재확인하였다. 내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필요로 하는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핵관련 첨단 군사기술(예를 들면, ICBM 고도화나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에 관한 기술 등)을 제공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러시아가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지원할 경우 북한에 대한 유엔 경제제재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가의 경제는 물론이고, 전쟁 잠재력도 강화시킬 수 있다.
대리전쟁의 가능성
이러한 세가지 요소가 결합되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대리전쟁(proxy war), 특히 ‘대리 핵전쟁(proxy nuclear war)’의 가능성이다. 6.25전쟁에서와 같이 러시아가 허용 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활용한 남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6.25전쟁의 경우 북한이 남한을 공격해도 미국이 참전하지 않을 것으로 스탈린이 판단하여 허락하였다고 한다. 완전하지는 않을 수 있으나 북한이 ICBM을 보유하고 있고, 디젤엔진이지만 SLBM을 장착하여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미 해안에 도착하여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상당한 예산을 사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스라엘에도 분쟁이 발생하여 관심이 분산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리전쟁은 “강대국 간 직접적인 대결의 대체물로 간주될 수 있는 지역 국가들 간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을 활용하여 미국의 힘을 소모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사실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포함하여 냉전시대와 그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대부분의 약소국 간 전쟁은 어느 정도의 대리전 성격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의 직접적인 핵전쟁을 부담스럽게 생각할수록 북한을 통한 대리전쟁에 대한 유혹은 클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진 상태이고, 중국의 경제나 전략적 방향이 미국의 봉쇄전략에 의하여 차단된 상태라고 볼 때, 북한을 내세운 핵대리전쟁은 전략적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결과로 북한이 남한을 병합하는 데 성공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유리점은 훨씬 커질 것이다.
대리전은 북한이 유발할 수도 있다. 6.25전쟁에서와 같이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협의해서 전쟁을 발발하면 전형적인 대리전쟁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전쟁으로 발발한 것을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편을 들게 될 경우 결국은 대리전쟁의 양상을 띠게 된다. 2010년에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을 때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전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이 일단 저지르고 나면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결국 지원하게될 가능성은 낮지 않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러한 상황까지도 계산하여 전쟁을 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북한은 국제정치적인 상황이나 남한의 국내 정치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기습전, 배합전, 속전속결’의 전략 하에서 서울에 대한 기습공격이나 심지어 6.25전쟁과 같은 전면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 포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의 판단대로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더라도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지원 할 경우 한반도에서 강대국 간의 대리전쟁이 진행되면 북한으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을 1주일 이내에 석권한다는 ‘7일 전쟁’ 계획을 만들어 계속 발전시켜오고 있다.
북한의 전쟁발발 각본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만을 고려하면서 북한이 전쟁을 발발할 능력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만약 전쟁을 발발하면 자신이 멸망할 뿐이며, 이것을 북한 지도자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핵무기를 가진 상태라서 북한에게는 상당한 대안이 있다.
첫째,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자제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대응의지를 시험할 뿐만 아니라 군사행동 확대를 위한 명분과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국지도발을 검토할 수 있다. 2010년의 경우와 같이 한국의 군함을 공격하거나 한국의 영토에 포격 등을 가할 수도 있고, 백령도를 비롯한 서북 5개 도서의 일부 또는 전부를 기습적으로 공격하여 점령하는 각본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백령도로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고암포에 대규모 상륙정들을 보유하고 있고, 연평도 포격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서북도서가 공격을 받을 경우 한국이 이에 지원세력을 즉각 투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더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던 2010년에도 백주 대낮에 연평도에 포격이 가해졌지만, 남한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규모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현 상황에서 북한이 공격할 경우 한국의 대응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한의 대응 여부에 따라 공격 정도를 조정하면서 군사 활동의 확대와 중단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둘째, 현재 상태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고 심각한 각본은 북한이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으로 위협하면서 수도 서울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서울은 휴전선으로부터 40km밖에 이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자동차 전용도로가 남북으로 발달되어 있어서 북한이 마음을 먹을 경우 밤사이에 점령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인 서울만 점령할 경우 남한을 통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남북한 군사합의서로 인하여 한국군은 휴전선 근처에 대한 적극적인 정찰은 물론이고, 훈련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철원지역에는 6.25전쟁으로 인한 유해발굴을 위하여 지뢰를 제거한 후 12미터 폭의 도로를 개설해둔 상태이고, 김포지역의 경우에도 하상에 대한 정보를 북한에게 건네준 상태이다. 파주-문산 지역의 전방지역 한국군에게는 비지속성 화학작용제를 사용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 북한은 사이버전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여 한국의 기간산업 및 행정망을 마비시킬 것이다. 한미연합군이 대응하겠지만, 서울 북방은 수많은 아파트 건축으로 도시화되어 방어작전이 쉽지 않고, 북한군이 남한주민들과 혼합되어버릴 경우 표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서울을 점령하는 데 성공할 경우 북한은 모든 군사적 활동을 중지시키면서 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서울에 민주적 통치체제를 확립한 다음 바로 철수하겠다는 의도를 발표하고, 철수를 위한 조건을 협의하고자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군이나 한미연합군이 반격할 경우 핵무기로 한국의 주요 도시를 타격할 수도있다는 점을 언급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한의 국민들과 미국은 협상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고, 일단 협상을 시작하면 북한은 시간을 끌게 될 것이다. 그 사이에 북한은 서울 주민들에게 체제와 사상을 강요하게 될 것이고, 어느 시간이 지난 이후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서울 주민들이 북한의 일부가 되기를 결정했다면서 합병을 발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수차례 시범을 보인 방법으로서 북한이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러시아의 사례처럼 국제사회가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셋째, 북한이 6.25전쟁에서와 같이 전국적인 범위에서 남한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서울을 확보한 후 상황에 따라 전국 점령으로 확대한다는 단계적 접근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택을 비롯한 모든 미군부대 지역은 우회함으로써 미국 대통령에 의한 즉각적인 전쟁선포와 증원군 투입을 회피할 것이고, 대전을 거쳐서 대구와 부산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점령함으로써 6.25전쟁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자 노력할 것이다. 미군은 더욱 남쪽으로 이동하여 축차적 방어진지를 점령할 수도 있지만, 자군의 안전을 최우선시하여 선박을 통하여 일본으로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북한은 사전에 다수의 핵무기를 한국의 주요도시에 투하하여 한국을 극도로 혼란하게 만든 다음에 본격적인 지상군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차피 전쟁을 발발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일이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데 대하여 괘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면공격을 통하여 일주일 이내에 남한을 석권하겠다고 생각할수록 핵무기의 초기사용 가능성은 높아진다.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하여 한국의 발전소나 변전소, 전산망의 허브, 식수공급체계, 물류 및 교통센터, 중요 군수시설 등 핵심시설을 타격할 수도 있고, 인구밀집지역을 타격하여 한국 국민들의 전쟁수행 의지와 태세를 전면적으로 무력화하고자 시도할 수도 있다.
삼위일체(Trinity)만이 살길
북한이 ‘제2의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가의 생존이 위협 받을 수 있는 중차대한 위협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한국에게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없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의 비핵화 즉 핵무기 폐기를 설득할 수 있다면서 상당한 시간을 낭비하였고, 따라서 보강해야할 부분이 더욱 많다. 한국의 헌법에서도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가 대통령의 책무라고 명시하고 있듯이 국가가 책임져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외침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 윤석열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거나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함으로써 무력을 통한 적화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하에서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집중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전제로 서북 5개 도서에 대한 공격 및 상륙작전, 서울에 대한 기습공격, 한국에 대한 전면적 기습공격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각 상황별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어야할 가장 중요하면서도 절박한 과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일이다.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한미동맹을 통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3년 4월에 ‘워싱턴 선언’을 통하하여 ‘핵협의체(NCG: Nuclear Consultation Group)’를 구성한 것이나, 미 핵무장 잠수함의 한반도 기항을 공식화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조치이다. 또한 8월에 한국, 미국, 일본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도발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협의할 것을 약속한 것도 진일보한 조치이다. 다만, 한미동맹이나 미국의 핵우산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독특한 미국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금방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시 핵우산 이행을 위한 세부적인 조치들을 한미 양국 실무자들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한가지 한가지씩 제도화해 나감으로써 정치적 변화에 의하여 불안해지는 사태를 예방해 나가야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은 일본과의 협력을 사활적 중요성으로 인식 및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것처럼 미국이 어떤 연유로든 동맹공약 이행을 주저할 경우 한국은 도와줄 수 있는 국가는 일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일본 차례이기 때문에 한국이 진심으로 요구할 경우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역사적 앙금으로 인하여 일본의 지원을 거부함으로써 공산화를 허용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일본은 상당한 공군력 및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지원할 수 있는 상당한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 간에 확고한 안보협력 관계를 확립할 경우 북한에 대한 억제효과도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강대국과의 핵전쟁을 회피하는 가운데 융통성있는 다양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일본과의 안보협력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분야에서 일본과의 안보 및 군사적 협력을 실천해 나가고, 이로써 북핵에 대한 긴밀한 한일 간 연합대응을 보장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긴요한 조치는 국민들의 의기의식이다. 지금처럼 약화된 안보의식으로는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명한 전쟁사 연구가였던 하워드(Machael Howard)는 전쟁의 승패를 가장 근본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 즉 전쟁의 ‘사회적 차원(social dimension)’이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한국에는 북핵 위협이나 국가안보를 경솔하게 생각하는 진보 성향의 정치인, 지식인, 일반 국민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북한이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실제 북한이 핵공격을 가했을 경우 그들이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다. 어느 국가지도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그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인가? 국가안보는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하는 것이고, 이러한 차원에서 범 국민적인 총력 안보의식의 고양이 무엇보다 강조되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