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정보 시스템의 위기와 대책
유 동 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한국국가정보학회 수석부회장
Ⅰ. 문제의 제기
최근 한국 국가정보기관의 두 축인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의 정보관리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하나는 국군정보사령부 요원의 인간정보망 누설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연방검찰 뉴욕남부지검에 의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수미 테리(Sue Mi Terry) 사건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사건이 과거에도 몇차례 발생했다는 점이다. 2015년 7월 기무사(현 방첩사) B소령이 중국 정보요원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한 사건이 있었고, 정보사의 경우 2018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취약점을 보완했다는데도 막지 못했다. 결국 내부자에 의한 기밀누설 방지시스템이 부실했고 그것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수미 테리 사건의 경우 미 연방검찰의 기소장을 보면 국정원의 해외정보 공작이 매우 허술하고 협조망에 대한 관리 및 보호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사건은 우리나라 정보관리 역량의 수준과 한계를 보여주었고 결국 국가정보 시스템의 위기를 자초했다.
Ⅱ. 정보사 요원의 군사기밀 누설
지난 8월 27일 국군방첩사령부와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49세, 5급 군무원)를 군 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구속·기소하였다.
이 요원은 2017년 4월경 기 구축된 정보원을 접선하기 위해 중국 연길 지역에 출장갔다가 현지 공항에서 체포되어 중국 정보요원(추정)에게 협박을 당한 후 포섭되었다고 한다. 귀국 즉시 이 사실을 부대에 신고하고 지침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숨겼고 정보사 내부 보안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하여 2002년 6월부터 무려 30여 건의 군사기밀(문서 12건, 음성 18건)을 빼돌려 제공하였다. 그 대가로 A는 2019년 5월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받았는데 확인된 액수가 1억 6천만원 규모이다.
군 수사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포섭된게 2017년 4월경이라는데 돈은 2019년 5월부터 받고, 기밀자료 제공은 3년 후인 2022년 6월부터 였다는 내용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포섭되었다는 시점부터 검거 당시까지 무려 7년이며 그동안 중국에 드나든 것만 20여 차례인데 2022년 6월까지 중국 정보당국은 놀고 있었다는 것인가? 발표된 기밀자료 누설 건수와 제공받은 돈은 방첩사가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필자가 판단컨대 실제로는 더 많은 군사기밀과 돈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완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치밀하게 누설된 정보사 핵심 기밀
A가 빼돌린 군사기밀은 2급, 3급 문건으로 정보사 현황(임무·조직체계·편성 등), 정보사의 흑색요원 명단(일부), 정보부대의 작전계획, 정세판단서 등이다. 정보사의 핵심 기밀이 다 뚫린 것이다. 이 이외에도 다른 기밀 등이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나 군 수사당국은 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추정이 가능한 것은 A가 신문과정에서 어떠한 정보를 빼돌려 제공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제공 기밀의 분량이 얼마나 크고 다양한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A는 중국 정보요원의 지시를 받고, 기밀을 출력해 촬영하거나 화면을 캡쳐하여 메모하는 등의 수법을 통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했다. 해당 기밀을 영외 개인숙소로 무단 반출하여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누설했다. 특히 당국의 추적 회피를 위해 자료를 분할하고 쪼개서 업로드했고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파일별로 비밀번호를 설정했으며 이후 SNS계정의 대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군사기밀을 중국 정보요원(추정)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로 억대의 금전을 차명계좌 등을 통해 수수하였음이 기소장에 담겼다. 또한 A가 공작비 등 업무상 횡령한 금액이 확인된 것만 1,600만원이 넘는데 추가 수사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정찰활동의 개가
이번 사건이 포착된 것은 관계 정보당국이 상시적인 온라인 정찰 활동을 통해 관련 자료파일을 발견한 올 6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포착 상황은 온라인상 정보수집 역량의 노출 때문에 보안상 밝힐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관계 정보당국이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정보사의 기밀이 줄줄이 새고 있었을 것이며 해외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정보활동 하고 있는 정보사 흑색요원(블랙망)들은 체포되거나 살해 당하는 일들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온라인 정찰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인간정보망 누설의 폐해
통상 인간정보망(Humint)이란 공작 주관자인 정보관(IO)과 첩보원(agent), 협조자(freelance agent, walk-in)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보관(IO)은 국정원이나 정보사 등 정보기관 정규요원으로 첩보수집 활동을 직접 주관한다. 기능상 ‘Handler’라고도 한다. 정보관은 신분공개 여부에 따라 백색정보관(white officer)과 흑색정보관(black officer)으로 분류한다. 첩보원(agent)은 정보관에게 계약관계로 고용되어 첩보수집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협조자는 정보관과 계약관계 없이 자발적으로 첩보수집 활동을 도와주는 사람인데, 대가를 받거나(freelance agent) 대가를 받지 않고(walk-in)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흑색 정보관이 운영하는 첩보망과 협조망까지 누설되었는지는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번 정보사 사건의 경우 흑색 정보망 일부만 누설되었다고 당국은 밝히고 있다. 과연 그럴까? 관련 대책을 수립할 때 인간정보망 전체가 누설되었다는 최악의 가정을 전제해야 한다.
이 사건은 20년 넘게 정보사에서 부사관과 군무원 생활을 해오며 정보업무를 다뤄온 A요원의 국가관과 직업윤리관이 실종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보사 내 보안시스템에 중대한 구멍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외 흑색요원 자료의 누설이 자신의 동료와 후배들의 생사를 위협하고 국가정보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A가 이러한 일을 7년 넘게 자행한 것은 반역(叛逆) 행위의 극치이다. 특히 A가 누설한 정보가 중국 정보요원뿐만 아니라 북한 정보요원에게도 흘러갔는지 여부를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6월 정보사 C팀장(소령 출신 군무원)과 전직 정보사 요원(소령 전역)이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되어 160여 건의 군사기밀을 팔아넘기다 체포된 바 있다. 이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에게도 군사기밀을 팔아넘기기도 했는데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겨우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제 미비로 간첩활동을 하고도 간첩죄 적용은 받지 않았다.
관련 정보의 누설은 막대한 폐해를 초래한다. 첫째, 국가정보 역량 특히 대북정보 수집 역량의 훼손과 무력화이다. 2018년 정보사 요원의 기밀누설 사건으로 내부자 보안이 강화되었는데도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정보사의 정보관리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이 재노출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정보사는 중국 등에 파견한 흑색요원들을 전원 철수시켰고 당분간 이 지역에서의 정보활동은 마비될 수 밖에 없다. 기존 흑색요원의 신원이 노출되어 타 지역으로의 재배치도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신규요원을 양성해서 배치해야 하는데, 관련 교육훈련과 현지 적응훈련에 최소한 4~6년이 소요되고, 작전에 투입되어 안정적으로 망을 구축하여 성과를 내는데 3~5년 등을 감안하면 최소 7~11년이 소요된다. 엄청난 시간과 경비,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정보망이 복구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정보요원의 활동반경 위축과 사기 저하이다. 어렵게 신규 인력을 양성해 배치했다고 해도 상대국은 기 확보한 정보사 흑색요원의 망구축 패턴과 방법을 다 파악하여 대응하기 때문에 향후 투입되는 신규요원들의 작전반경과 효율성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요원들의 신변 위협과 사기 저하 등 심리적으로 정보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셋째, 미국 등 동맹국과의 정보협력 난항이다. 동맹국들은 군사기밀이 줄줄 새는 한국과의 정보 공유를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북한 정보 수집·분석 역량에 있어 우리가 동맹국보다 경쟁력을 갖는 영역이 인간정보 역량이었는데 이마저 훼손된 상태에서 정보영역에서의 동맹국과의 신뢰 회복과 협력은 더딜 수 밖에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첨예한 정보전선에서 정보사의 흑색요원 명단 등 인간정보망이 누설된 것은 국가정보 수집·분석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Ⅲ. 수미 테리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사건
2024년 7월 15일 미 연방검찰청 소속의 뉴욕 남부지방 검찰은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인 수미 테리(Sue Mi Terry, 52세)가 10년 이상 외국요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위해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체포하여 기소했다.
7월 16일 검찰이 공개한 31쪽 분량의 기소장을 보면 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미 테리가 2013년 6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0여년간 한국 국정원 요원과 40여회 접촉(박근혜 정부 9회, 문재인 정부 11회, 윤석열 정부 20회)하며, 2014년 6월 《포린어페어》에 한국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한 글을 실어 한국 정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를 국정원 정보관에게 제공했으며 2016년 12월 미국 정부 관리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그녀는 국정원으로부터 2019년 2,845달러(약 394만원)의 돌체앤가바나 핸드백과 2,950달러(약 408만원)의 보테가베네타 핸드백, 2020년 3,450달러(약 478만원)의 루이비통 핸드백 등을 건네 받았다(선물 공세를 펼친 것은 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또한, 값비싼 저녁 식사와 그녀가 주관하는 한국문제 관련 정책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금 26,035달러 등 총 37,000달러 이상의 자금을 제공받았다고 적시하고 있다.
결국 수미 테리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등록하지 않았고, 해당 법을 위반하려 모의했다는 두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외국대리인등록법이란 미국에서 외국 정부나 회사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대리인(개인, 단체)는 미 법무부에 등록하고 해당 활동내역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한 법률이다. 이 법에 의하면 수미 테리는 최장 징역 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수미 테리는 변호사를 통해 즉각 해당 혐의를 부인했는데, 50만 달러(약 6억 8,8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수미 테리는 누구인가? 1972년 한국에서 태어나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가 1993년 미 뉴욕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2001년 미 터프츠대 외교전문대학원(플레처스쿨)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미 중앙정보국(CIA) 수석 분석가(2001~2008),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 한국·일본담당 국장(2008~2009), 국가정보위(NIC) 동아시아담당 국장(2009~2010) 등 연방정부에서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
미 검찰의 수미 테리 기소장 공개로 국정원의 해외공작이 얼마나 허술했는지가 낱낱이 밝혀져 국가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지난 10년간 수미 테리가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한 동선, 통화·이메일 뿐 아니라 대화 내용 등까지 다 추적해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는 2008년 국정원 요원을 만난 것이 문제가 돼 CIA에서 퇴직했다. 이후 2014년 국정원과 접촉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받았고 10년 후 2023년 6월 재차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이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데도 수미 테리 대상 공작을 지속했다는 것은 무슨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정보공작의 ABC를 아예 무시하는 행위이다. 특히 국정원 요원들의 협조망에 대한 보호 등 관리가 매우 부실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정보실패로 국정원의 해외공작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한때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시절에는 1967년 동백림 간첩사건 관련자 한국 이송작전(일명 GK공작), 1978년 일본 체류 김대중의 납치사건, 1979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파리 실종사건 등에서 세계정보기관의 찬사를 들을 정도로 탁월한 공작을 전개했다. 물론 주재국과의 외교적 마찰과 불법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정보공작 관점에서 당시 한국 중앙정보부의 해외공작 역량은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금번 수미 테리 사건은 우리 정보기관의 허술한 아마추어적 정보공작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정보공작의 실패 사례이다. 3차례나 FBI의 조사를 받은 자를 계속 협조망으로 관리하며 공개적 접촉을 이어가는 것은 미국의 정보수사 당국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CIA의 이른바 ‘모스크바 철칙(The Moscow Rules)’에 따르면 ‘상대국 정보기관을 자극해선 안된다(Don’t harass the opposition)‘는 대목이 있다. 우리 국정원이 미국 FBI 등을 우습게 알다 당한 사례이다.
이번 사건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우방국은 있어도 우호적인 정보기관은 없다”는 경고를 도외시한 결과이다. 1996년 발생한 미 해군정보국(ONI)의 분석관 로버트 김 사건(9년간 복역)이 좋은 사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해외공작을 전면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하며 기본에 충실한 정보공작을 전개해야 한다.
Ⅳ. 우리의 대응
첫째, 두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대책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실이 직접 나서서 냉철하게 두 부서의 정보공작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둘째, 정보요원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기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정보요원들에 대한 국가관, 안보관, 역사관, 직업윤리관, 공작관 등의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국정원, 정보사, 방첩사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를 다루는 핵심 부서인 대통령실(국가안보실), 국방부, 경찰청(정보국, 안보수사국) 등에 대한 대대적인 충성조사 등의 인적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정권교체 때 정치적으로 임용되는 신규 충원 정보인력과 정무직 이상의 정보책임자에 대한 상시적인 충성조사와 집중적인 추적이 요망된다.
넷째, 정보기관 내부자에 의한 정보누설을 원천 방지하기 위한 내부자 감시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미국은 장기간 소련 간첩으로 활동한 CIA 방첩관 앨드리치 에임스 사건(1997년)과 FBI 특수요원 로버트 핸슨 사건(2001년) 등을 겪으면서 국가방첩실(The Office of National Counterintelligence Executive)을 확대·개편했고, 안보특별 재판부인 해외정보감시법원(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Court)에 특별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각국 정보기관의 내부자에 의한 정보누설 방지시스템을 연구하여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문재인 정부 시절 대공기능과 방첩기능을 무력화시켰는데 이를 복구시켜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이 시급하다. 기무사의 게엄대비 문건을 쿠테타 문건이라 조작하여 기무사를 해체하면서 방첩기능을 무력화시켰는데 이를 복원시켜야 한다. 당시 각 부대에 대한 기무사의 보안감사도 중지한 결과, 이번에 문제된 정보사도 7년 동안 보안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방첩사 예하부대 중 사단급 이상 방첩부대에 방첩과를 신설하고, 상시적으로 내·외부자에 의한 정보누설을 추적해야 한다.
여섯째, 무력화된 해외정보망을 신속히 복구해야 한다. 백색망과 흑색망이 다 누설되었다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고 새판을 짜야 한다.
끝으로 간첩 법제의 정비가 시급하다, 정보사 요원의 군사기밀 누설 사건과 같이 다방면에서 정교하게 전개되는 반역 활동을 차단할 법제 보완과 정비가 요구된다. 형법 제98조의 간첩죄, 군형법상 간첩죄 등의 개정이 시급하다. 이들 법제는 최대 70년, 최소 32년이 경과한 조항들이다. 간첩죄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실정법 체계는 간첩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정교한 간첩 활동을 보장해주는 역기능을 분명 가지고 있다. 형법 제98조와 군형법 제13조의 간첩죄는 적국(敵國)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을 때 처벌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적국 뿐 아니라 외국(우방국 포함)과 외국인 단체,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s) 간첩 활동도 처벌할 수 있게 개정돼야 한다.
한국 국가정보 시스템의 위기와 대책
유 동 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한국국가정보학회 수석부회장
Ⅰ. 문제의 제기
최근 한국 국가정보기관의 두 축인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의 정보관리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하나는 국군정보사령부 요원의 인간정보망 누설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연방검찰 뉴욕남부지검에 의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수미 테리(Sue Mi Terry) 사건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사건이 과거에도 몇차례 발생했다는 점이다. 2015년 7월 기무사(현 방첩사) B소령이 중국 정보요원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한 사건이 있었고, 정보사의 경우 2018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취약점을 보완했다는데도 막지 못했다. 결국 내부자에 의한 기밀누설 방지시스템이 부실했고 그것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수미 테리 사건의 경우 미 연방검찰의 기소장을 보면 국정원의 해외정보 공작이 매우 허술하고 협조망에 대한 관리 및 보호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사건은 우리나라 정보관리 역량의 수준과 한계를 보여주었고 결국 국가정보 시스템의 위기를 자초했다.
Ⅱ. 정보사 요원의 군사기밀 누설
지난 8월 27일 국군방첩사령부와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49세, 5급 군무원)를 군 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구속·기소하였다.
이 요원은 2017년 4월경 기 구축된 정보원을 접선하기 위해 중국 연길 지역에 출장갔다가 현지 공항에서 체포되어 중국 정보요원(추정)에게 협박을 당한 후 포섭되었다고 한다. 귀국 즉시 이 사실을 부대에 신고하고 지침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숨겼고 정보사 내부 보안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하여 2002년 6월부터 무려 30여 건의 군사기밀(문서 12건, 음성 18건)을 빼돌려 제공하였다. 그 대가로 A는 2019년 5월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받았는데 확인된 액수가 1억 6천만원 규모이다.
군 수사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포섭된게 2017년 4월경이라는데 돈은 2019년 5월부터 받고, 기밀자료 제공은 3년 후인 2022년 6월부터 였다는 내용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포섭되었다는 시점부터 검거 당시까지 무려 7년이며 그동안 중국에 드나든 것만 20여 차례인데 2022년 6월까지 중국 정보당국은 놀고 있었다는 것인가? 발표된 기밀자료 누설 건수와 제공받은 돈은 방첩사가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필자가 판단컨대 실제로는 더 많은 군사기밀과 돈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완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치밀하게 누설된 정보사 핵심 기밀
A가 빼돌린 군사기밀은 2급, 3급 문건으로 정보사 현황(임무·조직체계·편성 등), 정보사의 흑색요원 명단(일부), 정보부대의 작전계획, 정세판단서 등이다. 정보사의 핵심 기밀이 다 뚫린 것이다. 이 이외에도 다른 기밀 등이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나 군 수사당국은 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추정이 가능한 것은 A가 신문과정에서 어떠한 정보를 빼돌려 제공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제공 기밀의 분량이 얼마나 크고 다양한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A는 중국 정보요원의 지시를 받고, 기밀을 출력해 촬영하거나 화면을 캡쳐하여 메모하는 등의 수법을 통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했다. 해당 기밀을 영외 개인숙소로 무단 반출하여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누설했다. 특히 당국의 추적 회피를 위해 자료를 분할하고 쪼개서 업로드했고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파일별로 비밀번호를 설정했으며 이후 SNS계정의 대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군사기밀을 중국 정보요원(추정)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로 억대의 금전을 차명계좌 등을 통해 수수하였음이 기소장에 담겼다. 또한 A가 공작비 등 업무상 횡령한 금액이 확인된 것만 1,600만원이 넘는데 추가 수사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정찰활동의 개가
이번 사건이 포착된 것은 관계 정보당국이 상시적인 온라인 정찰 활동을 통해 관련 자료파일을 발견한 올 6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포착 상황은 온라인상 정보수집 역량의 노출 때문에 보안상 밝힐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관계 정보당국이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정보사의 기밀이 줄줄이 새고 있었을 것이며 해외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정보활동 하고 있는 정보사 흑색요원(블랙망)들은 체포되거나 살해 당하는 일들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온라인 정찰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인간정보망 누설의 폐해
통상 인간정보망(Humint)이란 공작 주관자인 정보관(IO)과 첩보원(agent), 협조자(freelance agent, walk-in)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보관(IO)은 국정원이나 정보사 등 정보기관 정규요원으로 첩보수집 활동을 직접 주관한다. 기능상 ‘Handler’라고도 한다. 정보관은 신분공개 여부에 따라 백색정보관(white officer)과 흑색정보관(black officer)으로 분류한다. 첩보원(agent)은 정보관에게 계약관계로 고용되어 첩보수집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협조자는 정보관과 계약관계 없이 자발적으로 첩보수집 활동을 도와주는 사람인데, 대가를 받거나(freelance agent) 대가를 받지 않고(walk-in)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흑색 정보관이 운영하는 첩보망과 협조망까지 누설되었는지는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번 정보사 사건의 경우 흑색 정보망 일부만 누설되었다고 당국은 밝히고 있다. 과연 그럴까? 관련 대책을 수립할 때 인간정보망 전체가 누설되었다는 최악의 가정을 전제해야 한다.
이 사건은 20년 넘게 정보사에서 부사관과 군무원 생활을 해오며 정보업무를 다뤄온 A요원의 국가관과 직업윤리관이 실종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보사 내 보안시스템에 중대한 구멍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외 흑색요원 자료의 누설이 자신의 동료와 후배들의 생사를 위협하고 국가정보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A가 이러한 일을 7년 넘게 자행한 것은 반역(叛逆) 행위의 극치이다. 특히 A가 누설한 정보가 중국 정보요원뿐만 아니라 북한 정보요원에게도 흘러갔는지 여부를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6월 정보사 C팀장(소령 출신 군무원)과 전직 정보사 요원(소령 전역)이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되어 160여 건의 군사기밀을 팔아넘기다 체포된 바 있다. 이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에게도 군사기밀을 팔아넘기기도 했는데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겨우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제 미비로 간첩활동을 하고도 간첩죄 적용은 받지 않았다.
관련 정보의 누설은 막대한 폐해를 초래한다. 첫째, 국가정보 역량 특히 대북정보 수집 역량의 훼손과 무력화이다. 2018년 정보사 요원의 기밀누설 사건으로 내부자 보안이 강화되었는데도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정보사의 정보관리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이 재노출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정보사는 중국 등에 파견한 흑색요원들을 전원 철수시켰고 당분간 이 지역에서의 정보활동은 마비될 수 밖에 없다. 기존 흑색요원의 신원이 노출되어 타 지역으로의 재배치도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신규요원을 양성해서 배치해야 하는데, 관련 교육훈련과 현지 적응훈련에 최소한 4~6년이 소요되고, 작전에 투입되어 안정적으로 망을 구축하여 성과를 내는데 3~5년 등을 감안하면 최소 7~11년이 소요된다. 엄청난 시간과 경비,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정보망이 복구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정보요원의 활동반경 위축과 사기 저하이다. 어렵게 신규 인력을 양성해 배치했다고 해도 상대국은 기 확보한 정보사 흑색요원의 망구축 패턴과 방법을 다 파악하여 대응하기 때문에 향후 투입되는 신규요원들의 작전반경과 효율성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요원들의 신변 위협과 사기 저하 등 심리적으로 정보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셋째, 미국 등 동맹국과의 정보협력 난항이다. 동맹국들은 군사기밀이 줄줄 새는 한국과의 정보 공유를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북한 정보 수집·분석 역량에 있어 우리가 동맹국보다 경쟁력을 갖는 영역이 인간정보 역량이었는데 이마저 훼손된 상태에서 정보영역에서의 동맹국과의 신뢰 회복과 협력은 더딜 수 밖에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첨예한 정보전선에서 정보사의 흑색요원 명단 등 인간정보망이 누설된 것은 국가정보 수집·분석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Ⅲ. 수미 테리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사건
2024년 7월 15일 미 연방검찰청 소속의 뉴욕 남부지방 검찰은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인 수미 테리(Sue Mi Terry, 52세)가 10년 이상 외국요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위해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체포하여 기소했다.
7월 16일 검찰이 공개한 31쪽 분량의 기소장을 보면 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미 테리가 2013년 6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0여년간 한국 국정원 요원과 40여회 접촉(박근혜 정부 9회, 문재인 정부 11회, 윤석열 정부 20회)하며, 2014년 6월 《포린어페어》에 한국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한 글을 실어 한국 정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를 국정원 정보관에게 제공했으며 2016년 12월 미국 정부 관리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그녀는 국정원으로부터 2019년 2,845달러(약 394만원)의 돌체앤가바나 핸드백과 2,950달러(약 408만원)의 보테가베네타 핸드백, 2020년 3,450달러(약 478만원)의 루이비통 핸드백 등을 건네 받았다(선물 공세를 펼친 것은 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또한, 값비싼 저녁 식사와 그녀가 주관하는 한국문제 관련 정책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금 26,035달러 등 총 37,000달러 이상의 자금을 제공받았다고 적시하고 있다.
결국 수미 테리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등록하지 않았고, 해당 법을 위반하려 모의했다는 두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외국대리인등록법이란 미국에서 외국 정부나 회사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대리인(개인, 단체)는 미 법무부에 등록하고 해당 활동내역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한 법률이다. 이 법에 의하면 수미 테리는 최장 징역 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수미 테리는 변호사를 통해 즉각 해당 혐의를 부인했는데, 50만 달러(약 6억 8,8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수미 테리는 누구인가? 1972년 한국에서 태어나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가 1993년 미 뉴욕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2001년 미 터프츠대 외교전문대학원(플레처스쿨)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미 중앙정보국(CIA) 수석 분석가(2001~2008),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 한국·일본담당 국장(2008~2009), 국가정보위(NIC) 동아시아담당 국장(2009~2010) 등 연방정부에서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
미 검찰의 수미 테리 기소장 공개로 국정원의 해외공작이 얼마나 허술했는지가 낱낱이 밝혀져 국가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지난 10년간 수미 테리가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한 동선, 통화·이메일 뿐 아니라 대화 내용 등까지 다 추적해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는 2008년 국정원 요원을 만난 것이 문제가 돼 CIA에서 퇴직했다. 이후 2014년 국정원과 접촉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받았고 10년 후 2023년 6월 재차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이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데도 수미 테리 대상 공작을 지속했다는 것은 무슨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정보공작의 ABC를 아예 무시하는 행위이다. 특히 국정원 요원들의 협조망에 대한 보호 등 관리가 매우 부실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정보실패로 국정원의 해외공작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한때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시절에는 1967년 동백림 간첩사건 관련자 한국 이송작전(일명 GK공작), 1978년 일본 체류 김대중의 납치사건, 1979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파리 실종사건 등에서 세계정보기관의 찬사를 들을 정도로 탁월한 공작을 전개했다. 물론 주재국과의 외교적 마찰과 불법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정보공작 관점에서 당시 한국 중앙정보부의 해외공작 역량은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금번 수미 테리 사건은 우리 정보기관의 허술한 아마추어적 정보공작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정보공작의 실패 사례이다. 3차례나 FBI의 조사를 받은 자를 계속 협조망으로 관리하며 공개적 접촉을 이어가는 것은 미국의 정보수사 당국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CIA의 이른바 ‘모스크바 철칙(The Moscow Rules)’에 따르면 ‘상대국 정보기관을 자극해선 안된다(Don’t harass the opposition)‘는 대목이 있다. 우리 국정원이 미국 FBI 등을 우습게 알다 당한 사례이다.
이번 사건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우방국은 있어도 우호적인 정보기관은 없다”는 경고를 도외시한 결과이다. 1996년 발생한 미 해군정보국(ONI)의 분석관 로버트 김 사건(9년간 복역)이 좋은 사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해외공작을 전면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하며 기본에 충실한 정보공작을 전개해야 한다.
Ⅳ. 우리의 대응
첫째, 두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대책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실이 직접 나서서 냉철하게 두 부서의 정보공작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둘째, 정보요원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기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정보요원들에 대한 국가관, 안보관, 역사관, 직업윤리관, 공작관 등의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국정원, 정보사, 방첩사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를 다루는 핵심 부서인 대통령실(국가안보실), 국방부, 경찰청(정보국, 안보수사국) 등에 대한 대대적인 충성조사 등의 인적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정권교체 때 정치적으로 임용되는 신규 충원 정보인력과 정무직 이상의 정보책임자에 대한 상시적인 충성조사와 집중적인 추적이 요망된다.
넷째, 정보기관 내부자에 의한 정보누설을 원천 방지하기 위한 내부자 감시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미국은 장기간 소련 간첩으로 활동한 CIA 방첩관 앨드리치 에임스 사건(1997년)과 FBI 특수요원 로버트 핸슨 사건(2001년) 등을 겪으면서 국가방첩실(The Office of National Counterintelligence Executive)을 확대·개편했고, 안보특별 재판부인 해외정보감시법원(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Court)에 특별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각국 정보기관의 내부자에 의한 정보누설 방지시스템을 연구하여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문재인 정부 시절 대공기능과 방첩기능을 무력화시켰는데 이를 복구시켜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이 시급하다. 기무사의 게엄대비 문건을 쿠테타 문건이라 조작하여 기무사를 해체하면서 방첩기능을 무력화시켰는데 이를 복원시켜야 한다. 당시 각 부대에 대한 기무사의 보안감사도 중지한 결과, 이번에 문제된 정보사도 7년 동안 보안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방첩사 예하부대 중 사단급 이상 방첩부대에 방첩과를 신설하고, 상시적으로 내·외부자에 의한 정보누설을 추적해야 한다.
여섯째, 무력화된 해외정보망을 신속히 복구해야 한다. 백색망과 흑색망이 다 누설되었다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고 새판을 짜야 한다.
끝으로 간첩 법제의 정비가 시급하다, 정보사 요원의 군사기밀 누설 사건과 같이 다방면에서 정교하게 전개되는 반역 활동을 차단할 법제 보완과 정비가 요구된다. 형법 제98조의 간첩죄, 군형법상 간첩죄 등의 개정이 시급하다. 이들 법제는 최대 70년, 최소 32년이 경과한 조항들이다. 간첩죄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실정법 체계는 간첩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정교한 간첩 활동을 보장해주는 역기능을 분명 가지고 있다. 형법 제98조와 군형법 제13조의 간첩죄는 적국(敵國)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을 때 처벌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적국 뿐 아니라 외국(우방국 포함)과 외국인 단체,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s) 간첩 활동도 처벌할 수 있게 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