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현 욱 세종연구소 소장
유럽외교협회(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팀을 세 부류로 나누고 있다. 즉, 우위론자(primacists), 중국우선론자(prioritizers) 그리고 자제론자(restrainers)이다. 우위론자들은 여전히 미국의 외교정책이 글로벌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우선론자들은 외교정책을 중국견제 및 억제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제론자들은 미국이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우위론자들에는 니키헤일리, 마이크폼페오, 마이크펜스 등이 해당된다. 중국우선론자에는 부통령 내정자인 J.D 밴스, 엘브리지 콜비, 마르코 루비오, 마이클 월츠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자제론자들에는 스티브 배넌 전 트럼프 1기정부 수석전략가, 리차드 그리넬 전 국가정보국장 대행 등이 해당된다. 현재까지 트럼프 2기의 인선을 보면 주로 중국우선론자들이나 자제론자들이 중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2기의 대외정책을 살펴보자. 미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2기는 더 이상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인사는 기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책적 방향성을 4년임기 동안 신속하게 추진하려 할 것이다. 친트럼프 인사들과 함께 상하원, 사법부까지 장악한 트럼프 2기 대외정책의 추진속도와 정도는 1기보다 더욱 강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1) 통상정책
통상정책에는 크게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관세중심의 정책이다. 보편적관세 10~20%를 통해 국가들의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고, 이를 통해 미국기업과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한국 총수출 감소액이 약 44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GDP감소율이 0.29~0.67%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내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 한국기업들의 선택이 예상된다.
둘째는 보조금 및 세액공제혜택 축소이다. 트럼프는 IRA 및 칩스법안에 따른 미국내 외국기업체들에 대한 혜택을 없애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 양 법안이 미 상하원에서 수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트럼프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기업체들의 공장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 공화당 주지사를 두고 있어, 이들의 국내적 반발로 인해 방어막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셋째로, 에너지정책의 변화이다. 트럼프는 화석연료사용 및 원전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가격을 낮춰 인플레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타격이 될 것이다. 물론, 원유 및 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에너지 설계, 조달, 시공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며, 한국의 원전수출에도 희소식이 될 것이다. 미국은 알라스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지원하여 아시아로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역 적자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한국(선박 건조 기술), 일본(LNG 다운스트림공정)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분야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FTA재협상이다. 이미 트럼프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인 USMCA의 재협상을 공언했으며, 한미 FTA역시 재협상 대상이 될 것이다. 재협상 우선순위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미국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미국산 농수산물의 수입확대를 압박할 것이다.
2) 대중국 정책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 60~100%를 통해 중국과의 브로드 디커플링을 추진할 것이다. 즉, Big Yard, High Fence이다. 1기 때의 미중 무역협상 시도보다 더욱 강경한 일방적 관세추진 정책이 예상된다. 1기 당시 트럼프이 대중국정책은 이익갈등과 체제경쟁이 혼합된 형태였다. 중국의 보복관세를 불러일으켜 미중 간 관세전쟁이 예상되지만, 체제경쟁 역시 트럼프의 대중국정책 일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트럼프는 정상 차원의 다자 협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다자협의체를 활용한 인태전략의 지속성은 예상된다. 실제 트럼프 1기에 아시아태평양이라는 명칭 대신 인도태평양 전략을 언급하고 쿼드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미일 협력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바이든 정부 캠프데이비드 협력과 같은 고조된 협력모델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관료 수준에서의 한미일 협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WTO가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환경, 노동, 원산지 규칙 등을 포함한 무역 기준을 통해 미국에 유리한 경쟁 환경 조성하고자 할 것이다.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와 유사한 구조로 세계무역 질서를 재구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한국, 일본, 유럽 등을 재차 압박하여 새로운 무역 기준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미중 PNTR(영구 정상 무역 관계) 철회 가능성이 있으며, PNTR 철회로 중국의 최혜국 대우(Most Favored Nation, MFN) 지위를 연간 검토 대상으로 삼고 있다. AI,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를 제한할 것이며,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정책을 강화하여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국 안보정책은 다소 애매하다. 대만위기 사태에 대해 대중국 관세 200% 언급을 했으며. 해외 무역분쟁에 대한 개입을 꺼린다.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연합에 기반하여, 대중국 압박정책의 일환으로 대만사태 시 군사적 개입을 공언한 바이든과는 달리, 트럼프는 대중국 압박과 대만정책을 별도의 정책이슈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 할 경우, 트럼프는 중국을 경제적 수단으로 압박하겠지만, 대만에 대해서는 군사적 지원을 지양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시진핑은 자신의 국내적 정치기반이 불안정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지휘부 인사들이 언급한 것과 같이, 2027년은 중국의 대만침공을 위해 시진핑에게 매우 적절한 시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상대로 시장을 확대하고 경쟁적 ‘세 결집’ (coalition building)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중관계는 정치와 경제, 이념과 체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당분간 적대적 경쟁관계가 지속될 전망이다.
3) 우크라이나 정책
트럼프는 재선된 이후 24시간 내에 러시아와 타협해서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를 임명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마련했으며, 정책우선순위에 올리고 있다. 트럼프 후보 진영의 종전안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양보하고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에 참여해야 무기지원 및 원조를 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협상을 거부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지원이 증강되고 대러시아 재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장기간 우크라이나가 나토회원국이 안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안전보장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즉, 우크라이나가 25년간 나토가입 못하는 대신 EU가입경로를 확보하는 조건이 포함될 수 있으며, 나토가입 대신 유럽과 글로벌 동맹국들로 구성된 비미군(non-US) 안보부대가 유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800마일 길이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영토회복 없는 종전에 반대할 것이며, 또한, 나토가입이 아닌 실질적이지 않은 안전보장 제공에 반대입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휴전안은 러시아가 적대행위를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없이 휴전만을 위해 영토를 인정하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문제가 아닌, 유럽 안보 및 세계질서의 미래와 연관된 문제가 존재한다. 향후 나토와의 갈등을 더욱더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북러관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는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북러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며, 이는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이 북러관계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트럼프진영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북러동맹이 쉽게 사그러질 가능성은 미미해보인다. 따라서, 종전과 함께 북러관계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트럼프측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4) 대북정책 및 핵옵션
트럼프는 임기초반 김정은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위협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트럼프는 국제적 분쟁 및 위협을 잠재우고 중국견제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협상이 성공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김정은의 최근 연설 내용은 이러한 사고가 계속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2022년 9월 김정은은 "핵 정책 변경은 불가하며, 세계와 지역의 정치·군사 환경이 변해야 가능하다"고 발언하였다. 북한은 과거 미국의 적대 정책 철회를 비핵화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최근 이 조건을 철회하였다. 또한, 김정은은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의로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정책이었다"고 발언하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미 간의 허술한 협상이 우려된다. 즉, 1) 김정은이 요구하듯, 트럼프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인가? 최근 트럼프는 ‘핵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과 잘지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암시하였다. 2) 공식적으로 비핵화 정책은 유지하되, 동결단계에서 제재를 완화해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용인할 것인가? 3) 동결단계에서도 과거 CVID정책과는 달리, 신고, 사찰, 검증 단계를 생략할 것인가? 결국 북한 비핵화 정책이 사라질 경우 한미 간 불협화음이 예상되며, 한국 내에서는 핵보유 여론이 재차 비등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핵보유 옵션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을 갖는 옵션이다. 트럼프측 인사들 몇몇이 한국핵보유 가능성이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NPT에서 탈퇴해야 하며 국제사회의 제재가 예상된다. 미국이 지원해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견제용이라는 논리로 자체 핵보유를 트럼프에게 제안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옵션은 미국 전술핵 재배치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인태지역 차원의 미국 핵우산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일본 정책엘리트층은 대만사태시 중국 핵사용 가능성에 우려하며,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원하고 있다. 반핵여론으로 인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토마호크 핵순항미사일 전개를 추진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는 비전략핵무기 체계로 B-61중력폭탄, Trident-II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토마호트 핵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토마호크 미사일 개발을 취소결정했으나, 미 의회는 이를 되살려냈다. 재 한반도 연안을 항해하는 Trident-II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에 더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잠수함의 전개는 실현가능성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일본정부와 함께 대응해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5) 한미동맹
한미동맹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방위비분담금 문제이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지출은 GDP대비 2.8%이며, 현 트럼프의 나토동맹국들에 대한 요구기준인 3%보다 낮은 수치이다. 2024년도 한미 SMA합의는 2025년도부터 8.3%오른 11억달러 지급인데, 트럼프는 한국에게 10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보다 9배에 달하는 액수이다. 트럼프는 1기때와 마찬가지로 전략자산전개비용과 한반도 외부 이동 및 훈련비용(전략적 유연성, 역외이동 및 훈련 비용 등)을 추가로 항목화하여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대한국 무역적자를 문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한국과 미국 간의 무역 적자는 500억 달러를 초과하는데, 이는 한국이 미국의 무역 적자국 중 6위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이러한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추가적인 관세나 무역 장벽을 이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기존 FTA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군함제조협력이다. 미국 조선 산업은 현재 역량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의 조선업 기술과 투자(필라델피아 조선소에 대한 한국 기업 한화의 투자 등)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내 조선업 인력이 중국 및 한국에 비해 부족하며, 시설도 노후화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동맹의 거래적 요소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 있다. 물론, 미국내 존스법안으로 인해 한국내에서 제조된 함선이 미국으로 수출되기는 어렵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한국기업의 함선제조는 매우 소규모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향후, 더 이상 경쟁력 없는 미국조선업체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존스법안의 개정필요성을 미국측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MRO(유지보수운영) 협력이다. 이미 트럼프는 윤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정부에 MRO(유지, 보수, 운영) 협력을 요청했다. 중국견제를 위해 인태지역에서 활동중인 미국 군함들은 정기적으로 유지보수를 위해 미본토로 회항했으나, 이는 비효율적이고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따라서, 미국은 인태지역에서 조선기술에 앞서 있는 한국의 MRO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미 해군참모총장은 Navigation Plan 2040에서 2027년까지 전력가동률(전투준비태세)을 80%까지 달성하겠다고 언급하였다.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 장관은 미국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 (RSF, Regional Sustainment Framework)의 진전과 공군 항공정비에 대한 유지, 보수, 및 정비(MRO) 시범사업에 대한 한측의 참여를 환영하였다.
한국 조선기업 한화오션은 7월 미국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었으며, 미 해군 함정이 올해 9월과 11월 거제도 사업장에 입항하였다. 한화호션 외에도 현재 현대중공업은 구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활용하여 해외협력항만 확보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필리핀 함정 정비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MRO사업은 한국에게 트럼프에 대한 레버리지이다. 지역차원에서 미국의 인태전략에 기여하고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는 수단이 된다. 향후 트럼프와의 딜메이킹 시나리오를 리스트업해서 한국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을 얻어올 필요가 있다.
김 현 욱 세종연구소 소장
유럽외교협회(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팀을 세 부류로 나누고 있다. 즉, 우위론자(primacists), 중국우선론자(prioritizers) 그리고 자제론자(restrainers)이다. 우위론자들은 여전히 미국의 외교정책이 글로벌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우선론자들은 외교정책을 중국견제 및 억제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제론자들은 미국이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우위론자들에는 니키헤일리, 마이크폼페오, 마이크펜스 등이 해당된다. 중국우선론자에는 부통령 내정자인 J.D 밴스, 엘브리지 콜비, 마르코 루비오, 마이클 월츠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자제론자들에는 스티브 배넌 전 트럼프 1기정부 수석전략가, 리차드 그리넬 전 국가정보국장 대행 등이 해당된다. 현재까지 트럼프 2기의 인선을 보면 주로 중국우선론자들이나 자제론자들이 중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2기의 대외정책을 살펴보자. 미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2기는 더 이상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인사는 기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책적 방향성을 4년임기 동안 신속하게 추진하려 할 것이다. 친트럼프 인사들과 함께 상하원, 사법부까지 장악한 트럼프 2기 대외정책의 추진속도와 정도는 1기보다 더욱 강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1) 통상정책
통상정책에는 크게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관세중심의 정책이다. 보편적관세 10~20%를 통해 국가들의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고, 이를 통해 미국기업과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한국 총수출 감소액이 약 44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GDP감소율이 0.29~0.67%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내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 한국기업들의 선택이 예상된다.
둘째는 보조금 및 세액공제혜택 축소이다. 트럼프는 IRA 및 칩스법안에 따른 미국내 외국기업체들에 대한 혜택을 없애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 양 법안이 미 상하원에서 수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트럼프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기업체들의 공장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 공화당 주지사를 두고 있어, 이들의 국내적 반발로 인해 방어막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셋째로, 에너지정책의 변화이다. 트럼프는 화석연료사용 및 원전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가격을 낮춰 인플레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타격이 될 것이다. 물론, 원유 및 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에너지 설계, 조달, 시공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며, 한국의 원전수출에도 희소식이 될 것이다. 미국은 알라스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지원하여 아시아로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역 적자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한국(선박 건조 기술), 일본(LNG 다운스트림공정)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분야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FTA재협상이다. 이미 트럼프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인 USMCA의 재협상을 공언했으며, 한미 FTA역시 재협상 대상이 될 것이다. 재협상 우선순위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미국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미국산 농수산물의 수입확대를 압박할 것이다.
2) 대중국 정책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 60~100%를 통해 중국과의 브로드 디커플링을 추진할 것이다. 즉, Big Yard, High Fence이다. 1기 때의 미중 무역협상 시도보다 더욱 강경한 일방적 관세추진 정책이 예상된다. 1기 당시 트럼프이 대중국정책은 이익갈등과 체제경쟁이 혼합된 형태였다. 중국의 보복관세를 불러일으켜 미중 간 관세전쟁이 예상되지만, 체제경쟁 역시 트럼프의 대중국정책 일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트럼프는 정상 차원의 다자 협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다자협의체를 활용한 인태전략의 지속성은 예상된다. 실제 트럼프 1기에 아시아태평양이라는 명칭 대신 인도태평양 전략을 언급하고 쿼드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미일 협력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바이든 정부 캠프데이비드 협력과 같은 고조된 협력모델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관료 수준에서의 한미일 협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WTO가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환경, 노동, 원산지 규칙 등을 포함한 무역 기준을 통해 미국에 유리한 경쟁 환경 조성하고자 할 것이다.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와 유사한 구조로 세계무역 질서를 재구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한국, 일본, 유럽 등을 재차 압박하여 새로운 무역 기준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미중 PNTR(영구 정상 무역 관계) 철회 가능성이 있으며, PNTR 철회로 중국의 최혜국 대우(Most Favored Nation, MFN) 지위를 연간 검토 대상으로 삼고 있다. AI,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를 제한할 것이며,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정책을 강화하여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국 안보정책은 다소 애매하다. 대만위기 사태에 대해 대중국 관세 200% 언급을 했으며. 해외 무역분쟁에 대한 개입을 꺼린다.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연합에 기반하여, 대중국 압박정책의 일환으로 대만사태 시 군사적 개입을 공언한 바이든과는 달리, 트럼프는 대중국 압박과 대만정책을 별도의 정책이슈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 할 경우, 트럼프는 중국을 경제적 수단으로 압박하겠지만, 대만에 대해서는 군사적 지원을 지양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시진핑은 자신의 국내적 정치기반이 불안정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지휘부 인사들이 언급한 것과 같이, 2027년은 중국의 대만침공을 위해 시진핑에게 매우 적절한 시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상대로 시장을 확대하고 경쟁적 ‘세 결집’ (coalition building)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중관계는 정치와 경제, 이념과 체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당분간 적대적 경쟁관계가 지속될 전망이다.
3) 우크라이나 정책
트럼프는 재선된 이후 24시간 내에 러시아와 타협해서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를 임명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마련했으며, 정책우선순위에 올리고 있다. 트럼프 후보 진영의 종전안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양보하고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에 참여해야 무기지원 및 원조를 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협상을 거부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지원이 증강되고 대러시아 재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장기간 우크라이나가 나토회원국이 안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안전보장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즉, 우크라이나가 25년간 나토가입 못하는 대신 EU가입경로를 확보하는 조건이 포함될 수 있으며, 나토가입 대신 유럽과 글로벌 동맹국들로 구성된 비미군(non-US) 안보부대가 유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800마일 길이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영토회복 없는 종전에 반대할 것이며, 또한, 나토가입이 아닌 실질적이지 않은 안전보장 제공에 반대입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휴전안은 러시아가 적대행위를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없이 휴전만을 위해 영토를 인정하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문제가 아닌, 유럽 안보 및 세계질서의 미래와 연관된 문제가 존재한다. 향후 나토와의 갈등을 더욱더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북러관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는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북러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며, 이는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이 북러관계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트럼프진영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북러동맹이 쉽게 사그러질 가능성은 미미해보인다. 따라서, 종전과 함께 북러관계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트럼프측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4) 대북정책 및 핵옵션
트럼프는 임기초반 김정은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위협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트럼프는 국제적 분쟁 및 위협을 잠재우고 중국견제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협상이 성공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김정은의 최근 연설 내용은 이러한 사고가 계속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2022년 9월 김정은은 "핵 정책 변경은 불가하며, 세계와 지역의 정치·군사 환경이 변해야 가능하다"고 발언하였다. 북한은 과거 미국의 적대 정책 철회를 비핵화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최근 이 조건을 철회하였다. 또한, 김정은은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의로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정책이었다"고 발언하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미 간의 허술한 협상이 우려된다. 즉, 1) 김정은이 요구하듯, 트럼프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인가? 최근 트럼프는 ‘핵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과 잘지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암시하였다. 2) 공식적으로 비핵화 정책은 유지하되, 동결단계에서 제재를 완화해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용인할 것인가? 3) 동결단계에서도 과거 CVID정책과는 달리, 신고, 사찰, 검증 단계를 생략할 것인가? 결국 북한 비핵화 정책이 사라질 경우 한미 간 불협화음이 예상되며, 한국 내에서는 핵보유 여론이 재차 비등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핵보유 옵션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을 갖는 옵션이다. 트럼프측 인사들 몇몇이 한국핵보유 가능성이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NPT에서 탈퇴해야 하며 국제사회의 제재가 예상된다. 미국이 지원해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견제용이라는 논리로 자체 핵보유를 트럼프에게 제안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옵션은 미국 전술핵 재배치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인태지역 차원의 미국 핵우산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일본 정책엘리트층은 대만사태시 중국 핵사용 가능성에 우려하며,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원하고 있다. 반핵여론으로 인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토마호크 핵순항미사일 전개를 추진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는 비전략핵무기 체계로 B-61중력폭탄, Trident-II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토마호트 핵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토마호크 미사일 개발을 취소결정했으나, 미 의회는 이를 되살려냈다. 재 한반도 연안을 항해하는 Trident-II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에 더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잠수함의 전개는 실현가능성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일본정부와 함께 대응해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5) 한미동맹
한미동맹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방위비분담금 문제이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지출은 GDP대비 2.8%이며, 현 트럼프의 나토동맹국들에 대한 요구기준인 3%보다 낮은 수치이다. 2024년도 한미 SMA합의는 2025년도부터 8.3%오른 11억달러 지급인데, 트럼프는 한국에게 10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보다 9배에 달하는 액수이다. 트럼프는 1기때와 마찬가지로 전략자산전개비용과 한반도 외부 이동 및 훈련비용(전략적 유연성, 역외이동 및 훈련 비용 등)을 추가로 항목화하여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대한국 무역적자를 문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한국과 미국 간의 무역 적자는 500억 달러를 초과하는데, 이는 한국이 미국의 무역 적자국 중 6위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이러한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추가적인 관세나 무역 장벽을 이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기존 FTA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군함제조협력이다. 미국 조선 산업은 현재 역량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의 조선업 기술과 투자(필라델피아 조선소에 대한 한국 기업 한화의 투자 등)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내 조선업 인력이 중국 및 한국에 비해 부족하며, 시설도 노후화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동맹의 거래적 요소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 있다. 물론, 미국내 존스법안으로 인해 한국내에서 제조된 함선이 미국으로 수출되기는 어렵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한국기업의 함선제조는 매우 소규모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향후, 더 이상 경쟁력 없는 미국조선업체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존스법안의 개정필요성을 미국측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MRO(유지보수운영) 협력이다. 이미 트럼프는 윤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정부에 MRO(유지, 보수, 운영) 협력을 요청했다. 중국견제를 위해 인태지역에서 활동중인 미국 군함들은 정기적으로 유지보수를 위해 미본토로 회항했으나, 이는 비효율적이고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따라서, 미국은 인태지역에서 조선기술에 앞서 있는 한국의 MRO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미 해군참모총장은 Navigation Plan 2040에서 2027년까지 전력가동률(전투준비태세)을 80%까지 달성하겠다고 언급하였다.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 장관은 미국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 (RSF, Regional Sustainment Framework)의 진전과 공군 항공정비에 대한 유지, 보수, 및 정비(MRO) 시범사업에 대한 한측의 참여를 환영하였다.
한국 조선기업 한화오션은 7월 미국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었으며, 미 해군 함정이 올해 9월과 11월 거제도 사업장에 입항하였다. 한화호션 외에도 현재 현대중공업은 구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활용하여 해외협력항만 확보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필리핀 함정 정비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MRO사업은 한국에게 트럼프에 대한 레버리지이다. 지역차원에서 미국의 인태전략에 기여하고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는 수단이 된다. 향후 트럼프와의 딜메이킹 시나리오를 리스트업해서 한국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을 얻어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