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1. 2024년 남북 관계 평가
2024년은 북한의 대남 비난과 위협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 해였다.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을 들 수 있다. 김정은은 ‘일시적인 전술’이 아니라 북한 독재체제와 4대 세습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이러한 주장을 제기하였으며, 이를 뒷받침하듯이 2023년 12월, 당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라고 선언하면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김정은은 2024년 1월 초에 열린 14기 11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영토조항을 반영한 헌법 수정까지 지시하였다. 이어서 2월에는 북한군 창립절에 즈음한 행사 연설에서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공화국 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 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털어버렸다,” “적대국으로 규제한데 기초해 언제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갖게 됐다”라며 유사시 한국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여 북한에 귀속시키겠다는 호전적인 발언과 함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으로 간주하면서 한국과의 사소한 충돌도 보복할 것을 선언하였다. 특히 북한은 대내외 문서에서 ‘통일’이라는 문구를 전면 삭제하였고, 심지어 북한 ‘애국가’의 ‘삼천리’ 표현을 ‘이 세상’으로 교체하는 등 ‘통일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분명히 하였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1년간 순항미사일과 각종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신형 240㎜ 방사포 시험 발사, 휴전선 지역에서의 GPS 교란 등 각종 군사적 도발을 일삼았으며, 10월에는 경의선, 동해선의 일부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하고 한국을 향해 쓰레기 풍선을 수십 차례에 걸쳐 날리는 등 한국과의 영구 분리를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준비해 오고 있다. 김여정은 2024년 1월 대한민국 전·현직 대통령을 야유하고 여러 차례의 대남 담화를 통하여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을 비판하였고, 김정은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례적으로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핵무기 사용을 노골적으로 거론하였다. 김정은이 ‘자신감’을 가지고 ‘통일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러·북 밀착으로 인한 러시아의 정치·경제·군사적 지원이 북한의 체제 위기 해소와 체제 생존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24년 남북 관계와 12월 23일~27일 개최된 북한 당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제기된 대남 메시지로 볼 때, 북한은 2025년에도 대남 강경 입장을 견지하면서 ‘통일 지우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 2025년 남북 관계 전망
2024년 12월, 당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천명하였듯이, 북한은 2025년에도 ‘남한 무시 전략’과 함께 강경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당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이미 남북 관계를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실질적인 대남 관계에서 ‘남한 무시’ 태도를 지속해서 견지하고 있다. 물론 최근 급작스럽게 일어난 남한의 혼란 정국을 보면서 남한의 ‘도발’ 명분이 될 수 있는 ‘비난성’ 대남 발언과 행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2025년에 남한 무시 전략과 통일 지우기 전략을 지속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북한은 1월 22일 개최 예정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영토조항이 반영된 신헌법을 채택·공포해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법제화하고, 미국·일본과의 국교 수립으로 ‘한반도 두 국가’ 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한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은 미국의 글로벌 패권과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중국·러시아의 심리를 이용하여 한국을 미국의 ‘하수인’으로 폄훼하고, ‘한미일 對 중러북’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도록 계속해서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국 압박과 러시아 포용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은 중국·러시아에 대미 견제 또는 협상을 위한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2025년도에도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러북관계의 밀착으로 중북관계가 잠정적으로 소원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脣亡齒寒에 바탕을 둔 중국과 북한의 구조적 필요성은 언제라도 복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은이 신속하게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국제적으로 고착시키고 국제사회가 한국과 북한을 각각 독립 국가로 인정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대남정책을 대외정책의 하나로 취급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당장 북한이 남북 관계를 ‘외교관계’로 다루지는 않겠지만 대남정책을 대외정책 영역에 포함하려는 노력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외교 및 대남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조직 구조나 역할 분담에 대한 공식 발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지만 북한은 이미 한국을 미국·일본과 함께 ‘적대 국가’로 분류하고 남북관계를 ‘적대 국가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에 당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미·북, 일·북 관계는 국가 외교를 총괄하는 외무성이, 대남 관계는 당 중앙위원회 제10국이 주도하도록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 한국의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북 도발 명분이 될 수 있는 발언과 군사행동은 자제하되, 한국 내부의 갈등 확산과 불안 조성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전쟁 (Hybrid Warfare)을 중심으로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군사적 수단 외에 비군사적 수단 (인지전, 법률전, 정보전, 경제전, 외교전, 심리전, 사이버전)을 동원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통하여 한국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키고 사회혼란을 조성하고자 시도할 것이다. 나아가 대남도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국가보위성과 정찰총국, 대적 사업국이 합동으로 공동작전을 계획해 본격적인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 대남 공작기관들은 북한 군부의 ICBM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맞춰 한국의 주요 기관과 개별 정치인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을 시도하여 한국 내 불안감 조성에 주력할 것이다.
특히 해외 인터넷을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유튜브, 보이스톡, 위챗 등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여 무차별적인 해킹 공격과 북한 핵 전략자산의 ‘위력’과 남한 전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적 사업국 소속의 대남 선전기관(연락소)들과 조국통일연구원, 해외 인터넷 매체들을 활용해 딥페이크와 가짜 뉴스 제작 및 유포를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위성은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발표함에 따라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증가하는 상황을 이용하여 동북 3성 지역에서 한국인 유인·납치 공작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위장 탈북민들을 활용해 남한 정착 탈북민들 간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정착에 대한 불안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재입북을 유도하기 위한 대남공작을 실행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의 정치 상황이 북한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경우, 남북이 ‘적대 국가’라는 입장을 철회하기보다는 휴전선 지역에서 전면전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남북 군 관계자들의 실무접촉을 주동적으로 제기할 수도 있다. 올해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신정부가 미·북 협상 재개의 하나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경우에도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국 관계’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견지하면서 대남 무시 및 배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2025년 북한은 남한과의 접촉과 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고압적 강경 자세를 유지하면서 김정은의 ‘두 국가 정책’을 수용하도록 남한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남한의 탄핵 국면을 선전·선동 소재로 이용하여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환상을 뿌리 뽑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남남갈등을 지속해서 조장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실추시키는 전술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3. 우리의 대응
우선,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면서 통일을 추동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흔들림 없이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부동의 원칙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요구 및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같은 논쟁적 이슈들이 있지만, 이러한 이슈들의 협상 과정에서 줄 것은 주고 지킬 것을 지키면서 우리의 안보적 국익을 공고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미동맹의 변화는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슈이고 또 북한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유지 및 강화는 안보적 우선순위에서 항상 최상위에 두어야 한다.
둘째, 한미일 공조를 더욱 긴밀히 유지해야 한다. 미국, 일본과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미·북, 일·북 수교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의 혼란 상황과 녹록지 않은 이시바 정부의 국내 지지도, 그리고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한미일 공조에 대한 견해 등을 고려해볼 때, 향후 한미일 공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우리의 안보와 발전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가 안정적으로 지속·유지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
셋째,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유럽연합 등 우호 세력과의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면서 김정은의 ‘두 국가 정책’이 독재체제를 영구화하고 주민들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반민족적·반인도적 행위라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등 대북 압박 공조를 형성해야 한다. 유엔 등 다자기구와의 공조로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꾀하는 북한의 시도를 무효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며 북한 인권 개선과 개혁·개방을 촉구해야 한다. 특히 러·북 밀착으로 대북 제재에 파열구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기구들을 신설하는 등 효율적인 제재를 이어가기 위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넷째, 미·중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원하지 않는 중국의 심리를 이용하여 대한민국이 미·중 관계의 중재자로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상호 교류 및 대화가 거의 중단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은 트럼프 취임 이후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중 사이에서 양국 입장을 원만히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의 소통창구가 절실한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통한 미국과의 소통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역할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우리의 처지를 반영하여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환경조성에 유리하다. 물론 현재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북중의 불가분적 관계를 고려해 볼 때, 궁극적으로 한중이 협력하여 북한 문제를 처리하는 이상적인 환경조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섯째,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다면 그리고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과의 화해를 통하여 국제사회에 복귀한다면, 우리도 그 과정에서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공략을 시도해야 한다. 전후 복구를 위한 대러 투자 확대 등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러북 밀착 고리를 단절하고 러시아와의 경제교류 증진을 모색해 보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북 압박과 동시에 북한 주민을 상대로 심리전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로 북한 당국을 압박해 체제 개혁과 개방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은 지속해서 전개해야 하는 대북 전략이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전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러우전쟁에 대한 북한의 파병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참전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동반하여 대북 심리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날로 발전하는 AI 기술과 인터넷 기술, 우주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좀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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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1. 2024년 남북 관계 평가
2024년은 북한의 대남 비난과 위협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 해였다.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을 들 수 있다. 김정은은 ‘일시적인 전술’이 아니라 북한 독재체제와 4대 세습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이러한 주장을 제기하였으며, 이를 뒷받침하듯이 2023년 12월, 당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라고 선언하면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김정은은 2024년 1월 초에 열린 14기 11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영토조항을 반영한 헌법 수정까지 지시하였다. 이어서 2월에는 북한군 창립절에 즈음한 행사 연설에서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공화국 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 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털어버렸다,” “적대국으로 규제한데 기초해 언제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갖게 됐다”라며 유사시 한국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여 북한에 귀속시키겠다는 호전적인 발언과 함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으로 간주하면서 한국과의 사소한 충돌도 보복할 것을 선언하였다. 특히 북한은 대내외 문서에서 ‘통일’이라는 문구를 전면 삭제하였고, 심지어 북한 ‘애국가’의 ‘삼천리’ 표현을 ‘이 세상’으로 교체하는 등 ‘통일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분명히 하였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1년간 순항미사일과 각종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신형 240㎜ 방사포 시험 발사, 휴전선 지역에서의 GPS 교란 등 각종 군사적 도발을 일삼았으며, 10월에는 경의선, 동해선의 일부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하고 한국을 향해 쓰레기 풍선을 수십 차례에 걸쳐 날리는 등 한국과의 영구 분리를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준비해 오고 있다. 김여정은 2024년 1월 대한민국 전·현직 대통령을 야유하고 여러 차례의 대남 담화를 통하여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을 비판하였고, 김정은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례적으로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핵무기 사용을 노골적으로 거론하였다. 김정은이 ‘자신감’을 가지고 ‘통일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러·북 밀착으로 인한 러시아의 정치·경제·군사적 지원이 북한의 체제 위기 해소와 체제 생존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24년 남북 관계와 12월 23일~27일 개최된 북한 당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제기된 대남 메시지로 볼 때, 북한은 2025년에도 대남 강경 입장을 견지하면서 ‘통일 지우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 2025년 남북 관계 전망
2024년 12월, 당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천명하였듯이, 북한은 2025년에도 ‘남한 무시 전략’과 함께 강경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당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이미 남북 관계를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실질적인 대남 관계에서 ‘남한 무시’ 태도를 지속해서 견지하고 있다. 물론 최근 급작스럽게 일어난 남한의 혼란 정국을 보면서 남한의 ‘도발’ 명분이 될 수 있는 ‘비난성’ 대남 발언과 행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2025년에 남한 무시 전략과 통일 지우기 전략을 지속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북한은 1월 22일 개최 예정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영토조항이 반영된 신헌법을 채택·공포해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법제화하고, 미국·일본과의 국교 수립으로 ‘한반도 두 국가’ 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한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은 미국의 글로벌 패권과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중국·러시아의 심리를 이용하여 한국을 미국의 ‘하수인’으로 폄훼하고, ‘한미일 對 중러북’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도록 계속해서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국 압박과 러시아 포용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은 중국·러시아에 대미 견제 또는 협상을 위한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2025년도에도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러북관계의 밀착으로 중북관계가 잠정적으로 소원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脣亡齒寒에 바탕을 둔 중국과 북한의 구조적 필요성은 언제라도 복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은이 신속하게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국제적으로 고착시키고 국제사회가 한국과 북한을 각각 독립 국가로 인정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대남정책을 대외정책의 하나로 취급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당장 북한이 남북 관계를 ‘외교관계’로 다루지는 않겠지만 대남정책을 대외정책 영역에 포함하려는 노력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외교 및 대남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조직 구조나 역할 분담에 대한 공식 발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지만 북한은 이미 한국을 미국·일본과 함께 ‘적대 국가’로 분류하고 남북관계를 ‘적대 국가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에 당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미·북, 일·북 관계는 국가 외교를 총괄하는 외무성이, 대남 관계는 당 중앙위원회 제10국이 주도하도록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 한국의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북 도발 명분이 될 수 있는 발언과 군사행동은 자제하되, 한국 내부의 갈등 확산과 불안 조성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전쟁 (Hybrid Warfare)을 중심으로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군사적 수단 외에 비군사적 수단 (인지전, 법률전, 정보전, 경제전, 외교전, 심리전, 사이버전)을 동원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통하여 한국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키고 사회혼란을 조성하고자 시도할 것이다. 나아가 대남도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국가보위성과 정찰총국, 대적 사업국이 합동으로 공동작전을 계획해 본격적인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 대남 공작기관들은 북한 군부의 ICBM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맞춰 한국의 주요 기관과 개별 정치인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을 시도하여 한국 내 불안감 조성에 주력할 것이다.
특히 해외 인터넷을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유튜브, 보이스톡, 위챗 등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여 무차별적인 해킹 공격과 북한 핵 전략자산의 ‘위력’과 남한 전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적 사업국 소속의 대남 선전기관(연락소)들과 조국통일연구원, 해외 인터넷 매체들을 활용해 딥페이크와 가짜 뉴스 제작 및 유포를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위성은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발표함에 따라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증가하는 상황을 이용하여 동북 3성 지역에서 한국인 유인·납치 공작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위장 탈북민들을 활용해 남한 정착 탈북민들 간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정착에 대한 불안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재입북을 유도하기 위한 대남공작을 실행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의 정치 상황이 북한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경우, 남북이 ‘적대 국가’라는 입장을 철회하기보다는 휴전선 지역에서 전면전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남북 군 관계자들의 실무접촉을 주동적으로 제기할 수도 있다. 올해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신정부가 미·북 협상 재개의 하나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경우에도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국 관계’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견지하면서 대남 무시 및 배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2025년 북한은 남한과의 접촉과 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고압적 강경 자세를 유지하면서 김정은의 ‘두 국가 정책’을 수용하도록 남한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남한의 탄핵 국면을 선전·선동 소재로 이용하여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환상을 뿌리 뽑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남남갈등을 지속해서 조장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실추시키는 전술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3. 우리의 대응
우선,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면서 통일을 추동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흔들림 없이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부동의 원칙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요구 및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같은 논쟁적 이슈들이 있지만, 이러한 이슈들의 협상 과정에서 줄 것은 주고 지킬 것을 지키면서 우리의 안보적 국익을 공고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미동맹의 변화는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슈이고 또 북한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유지 및 강화는 안보적 우선순위에서 항상 최상위에 두어야 한다.
둘째, 한미일 공조를 더욱 긴밀히 유지해야 한다. 미국, 일본과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미·북, 일·북 수교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의 혼란 상황과 녹록지 않은 이시바 정부의 국내 지지도, 그리고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한미일 공조에 대한 견해 등을 고려해볼 때, 향후 한미일 공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우리의 안보와 발전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가 안정적으로 지속·유지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
셋째,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유럽연합 등 우호 세력과의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면서 김정은의 ‘두 국가 정책’이 독재체제를 영구화하고 주민들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반민족적·반인도적 행위라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등 대북 압박 공조를 형성해야 한다. 유엔 등 다자기구와의 공조로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꾀하는 북한의 시도를 무효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며 북한 인권 개선과 개혁·개방을 촉구해야 한다. 특히 러·북 밀착으로 대북 제재에 파열구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기구들을 신설하는 등 효율적인 제재를 이어가기 위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넷째, 미·중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원하지 않는 중국의 심리를 이용하여 대한민국이 미·중 관계의 중재자로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상호 교류 및 대화가 거의 중단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은 트럼프 취임 이후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중 사이에서 양국 입장을 원만히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의 소통창구가 절실한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통한 미국과의 소통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역할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우리의 처지를 반영하여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환경조성에 유리하다. 물론 현재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북중의 불가분적 관계를 고려해 볼 때, 궁극적으로 한중이 협력하여 북한 문제를 처리하는 이상적인 환경조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섯째,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다면 그리고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과의 화해를 통하여 국제사회에 복귀한다면, 우리도 그 과정에서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공략을 시도해야 한다. 전후 복구를 위한 대러 투자 확대 등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러북 밀착 고리를 단절하고 러시아와의 경제교류 증진을 모색해 보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북 압박과 동시에 북한 주민을 상대로 심리전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로 북한 당국을 압박해 체제 개혁과 개방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은 지속해서 전개해야 하는 대북 전략이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전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러우전쟁에 대한 북한의 파병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참전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동반하여 대북 심리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날로 발전하는 AI 기술과 인터넷 기술, 우주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좀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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