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슈&분석 Issue&Analysis]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분야 성과

[이슈&분석 Issue&Analysis]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분야 성과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브루킹스연구소의 평가

  미 워싱턴DC 소재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주 한미 정상회담를 높게 평가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윤석렬 대통령의 미의회 연설에서 한미 양국은 ‘미래를 향한 행동하는 동맹’임을 천명했다고 논평하면서, 전통적인 국방안보 이슈를 넘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신기술로 구동되는 한미 동맹의 미래가 전면에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윤대통령은 꼬박 사흘 동안 워싱턴에서 경제안보, 과학기술, 우주, 사이버안보, 기후변화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중요한 논의를 펼쳤고, 이들 분야에서의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차세대 중요 신기술에 대한 장관급 및 실무자급 양자 대화 채널을 가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경제안보와 관련해 한미 정상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법) 시행에 대한 국내 기업의 우려와 전기차 보조금 관련 조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에서 판매 또는 제조되는 고사양 반도체에 대한 제한 및 구체적인 조치는 공개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양국은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활동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이익이 되도록 투자”를 장려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브루킹스연구소는 전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워싱턴 선언”으로 대표되는 안보 동맹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브루킹스연구소가 평가하듯이 경제안보 분야 성과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에게 양보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경제안보에 대한 실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얼마전에 확정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국내 메이커가 제외되었는데, 이 문제를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을 이번 정상회담 평가 요소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IRA 전기차 보조금 논의 성과

  미 의회는 엄격한 자국이기주의와 보호무역 주의를 바탕으로 보조금 지급 원칙을 까다롭게 법으로 규정했다. 사실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 관련 법의 시행령과 세부규칙에서 동맹국을 상당부분 배려했다. 동맹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행정부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셈이다. 미국에서 최종조립해야 하고, 배터리 부품의 50%와 핵심광물 40% 이상을 북미 혹은 FTA 체약국으로부터 조달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금년에는 미국 브랜드 외 어떤 전기차 메이커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IRA 보조금 이슈가 부각된 작년 10월 이후 한미 양국은 이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지속해 왔다. 이로 인해 미 행정부는 법 테두리 안에서 그나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 전기차 메이커들이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행령과 세부 규정을 만들었다. 자국 기업 위주로 보조금을 제공하기 위해 까다로운 적격 요건을 만들었던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 버지니아주)이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정도이었다. 2025년 현대기아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면 IRA 보조금을 온전히 받을 수있게 된 것도 그나마 양국 행정부 실무자 간 논의와 미 행정부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IRA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항을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했다고 정상회담 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첨단산업 및 공급망 협력 진전

  한미 정상회담 선언문에서 전기차 등에 대한 협력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여나간다는 원칙을 합의했다. 양국 정상들은 첨단산업을 포함한 핵심적인 경제안보 협력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안보 대화를 출범시키도록 양국 정부의 안보당국에 지시했다. 양국의 산업통상 장관 회의에서는 핵심광물, 반도체, 배터리 등에 대한 공급망의 복원력 제고 및 안정성 강화를 위해 장관들이 주관하는 공급망산업 대화를 정례적으로 갖기로 했다.

  또한 미국의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국내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미국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고, 친환경 에너지원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도 한미 양국 기업 간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경제안보 논의를 심화발전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 새로운 국제질서 추구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을 추구하고 있다. 봉건시대 중화제일주의를 오늘날 재현하려는 중국 권위주의 정권의 ‘중국몽’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국제조 2025’의 문제점을 파악한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상체제를 남용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현대통령도 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의회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 모두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미국의 중국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한 무역전쟁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유럽연합(EU)과는 무역기술이사회(TTC)를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논의하고 있다. 중국과의 전후방 산업경제 연관관계가 깊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 대해 미국은 지난해 5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제안하여 미국이 구상해온 국제질서 구축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자국에서 개최될 아태경제협력(APEC) 정상회담에 맞춰 IPEF 협상을 타결하는 목표를 세웠다.

  미중 간 갈등과 디커플링으로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위축됨에 따라 국제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겪을 손실은 엄청날 수 있다. 국제통상 질서에 순응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뼈아픈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를 중심하는 동맹과의 연대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전략이 될 수 없고 어느 진영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워싱턴 선언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한미 동맹을 상향시킨 것이다.


안보동맹에서 경제안보동맹으로

  경제안보 시대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는 양국간 경제·기술 분야 협력에 기반이 된다.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경제안보 강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선언 이후 한미일 동맹도 강화될 것이다. 이미 일본은 2019년 단행했던 수출규제를 취소하고 우리나라를 백색국가 그룹으로 복원시켰고, 기시다 총리가 당초 예상보다 한국 방문을 앞당길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오늘날 첨단기술 연구개발은 한 국가보다는 여러 국가 간 산업생태계를 기반으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국가별 강점을 결합할 때 가성비 높은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는 자연스레 경제안보동맹 및 기술동맹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한미 첨단산업 포럼 모두 발언에서 윤대통령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에 기초한 동맹”이고, “한국과 미국은 자유를 지키는 혈맹”이라고 말했다. 2012년 체결한 높은 수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양국은 경제동맹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미 FTA 발효로 지난 11년간 양국 간 교역규모가 거의 2배가 되었고, 미국은 우리나라의 2위 무역국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6위 무역국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는 두 배,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는 3배 증가했다.

  이어 윤대통령은 경기 둔화, 기술 경쟁, 에너지, 기후위기에 따라 다양한 불확실성과 복합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미는 안보동맹을 바탕으로 새로운 단계의 [경제]동맹으로 도약해야 된다고 시사했다. 70년전 군사동맹으로 시작한 양국 관계를 공급망, 첨단 과학기술 동맹으로 발전시켜 앞으로 70년 동안 양국이 함께 성장하고 행동하는 동맹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 한미 양국은 첨단기술 생태계 및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은 각국이 가진 장점을 결합하여 첨단기술 생태계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다. 이제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통해 경제실익을 실현해야 한다. 안보동맹 강화가 경제안보동맹으로 발전하고 시너지를 낼 수있도록 양국간 대화와 논의를 내실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