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슈&분석 Issue&Analysis] 글로벌 무역전쟁과 한국의 생존전략 - 한국의 대미전략을 중심으로 -



[이슈&분석 Issue&Analysis] 글로벌 무역전쟁과 한국의 생존전략

 - 한국의 대미전략을 중심으로 -


양준모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온 원장 겸

연세대학교 글로벌창의융합대학

경제학교수

(yangjm@yonsei.ac.kr)


 

1. 새롭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는 특별하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다. 1953년에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미관계가 혈맹 이상의 관계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우리나라는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면서 경제력을 키웠다. 한미우호관계는 안보 동맹 관계일 뿐 아니라 양국의 풍요를 만들어내는 경제 동맹 관계이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앞으로도 세계 평화와 풍요를 가져올 핵심 동력이다.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한미동맹 관계를 다양한 차원에서 더 굳건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양국의 노력으로 한미우호 관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어떠한 변화에도 강건한 한미우호관계 구축 전략이 필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의 경찰로서 그리고 세계의 시장으로 세계를 포용했다. 미국은 죽의 장막에 가려져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을 세계 무대에 끌어 드렸다. 미국과 중국의 밀월관계는 오래전부터 금이 갔다.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도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경쟁적 관계로 변화한 지 오래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방향은 중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중화사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완전체를 이상적 상태라고 생각하는 동양적 사고의 틀이다. 중국은 경제 관계에서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보다는 중국 안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고 상대를 제압하려는 경제 정책을 실시해 왔다. 중국은 기술과 생산 등 모든 경제활동을 중국 내에서 중국인에 의해 주도 하고자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이러한 중국의 사고방식을 구체적으로 표명한 사례에 불과하다. 중국의 사고방식과 정책 기조로 인해 중국은 앞으로 여러 나라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철강 등 소수 물품에서 과잉 공급으로 충돌하지만 앞으로 충돌하는 분야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와 충돌하는 중국과 미국의 대응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 (Pax Americana; American Peace)를 주도했던 시절을 지나고 미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자국 중시의 정책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먼로 독트린으로 시작해서 유럽대륙과는 상호 불개입 정책을 사용했던 미국은 세계 대전을 계기로 국제 질서를 주도했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 그리고 끊임없이 악화하는 국제 갈등 속에서 추락하는 미국 위상, 심지어 일본과 중국에 의해 추격당하는 경제 등 미국은 자신이 주도했던 팍스 아메리카나 정책에 대해 회의하게 됐다. 미국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미국인들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를 앞세우기 시작했다.

미국의 장악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공급망을 장악하고 나섰다. 코로나 19 사태와 같이 미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 내 공급망이 붕괴하고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불공정 무역을 관행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었다.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고,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를 감수해야만 했다. 코로나 19 사태는 중국의 공급망 장악 문제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켰다. 지금의 대중 관점은 단순한 무역적자의 문제를 넘어 미국의 안보와 생존의 문제로 변화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로 미국의 위기 대응능력을 점검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트럼프)만의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국제 질서의 변화를 보는 관점

 

지금의 문제를 미국의 문제라든가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개인 성격과는 무관하게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은 과거 미국이 힘을 키웠던 시절로 돌아가서 미국의 풍요를 다시 구가하자는 미국인들의 외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트럼프는 미국의 대응 전략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변화, 유럽과 일본의 장기정체 등의 글로벌 환경변화에서 따라, 미국은 자국의 재생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매우 탄력적이고 국내 정치에 의한 자국 중심 전략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략은 과거에도 있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 영국과의 통상이 어려워짐에 따라 미국 경제는 매우 어려웠다. 재정적자를 어떻게 치유하느냐의 문제에서 관세가 해결책으로 나왔다.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은 초대 재무장관으로 활동하면서 독립전쟁으로 발생한 국내외 부채를 해결하고 경제 안정을 도모했다. 그 당시 그가 사용했던 관세정책이 다시 미국에 재등장하게 됐다. 관세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초기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마술 도구로 관세가 사용됐다. 관세가 대공황을 발생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관세는 매우 정치적 관점에서 결정됐다. 이번에도 관세는 협상과 타협, 여러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가 이야기하고 있는 관세정책은 모두 미국 역사에서 활용된 사례가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쟁점도 정리돼 있다. 사실 대응하기 쉬운 정책이기도 하다. 미국은 관세정책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정학적 정책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희토류 문제를 안보 문제와 연결하여 논의하려는 것도 그러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 세계 제일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의 접근권을 관세로 조정하면서 공급망에서 제기됐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기본적 협상 방식이다. 미국의 전략에 잘 대응함으로써 우리가 미국 시장에 우선적으로 접근하고 미국의 공급망 확대와 강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2.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

 

미국의 전략 1: 미래 선도 산업의 장악력 강화

 

트럼프는 트럼프 1기에 이미 미국의 공급망 분석을 끝냈다. 미국은 그동안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특화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 및 공급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주요 광물들은 중국이 장악한 상태이고 필수 의료품도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것은 미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경쟁에서 무너진 결과다. 생산 단가와 환경 규제로 미국은 주요 원자재 공급을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기도 했다. 예컨대 미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에 필수적인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은 지금 우리나라의 건설 능력의 도움이 없으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에 어려움을 경험한다.

이러한 공급망 부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당연히 미래 선도 산업의 장악에서 시작한다. 반도체와 전기차, 그리고 배터리 등 첨단산업이 우선적 대상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래 선도 산업의 자국 내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중국의 연구개발 능력을 억제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트럼프 2기에서도 첨단산업의 자국 우선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트럼프 2기의 전략을 다음과 같다.

첫째, 반도체와 같은 미래 선도 산업에서 미국 내 생산 체제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것은 생산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는 경험에서 나온 전략이다.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 강국이다. 20년 전만 해도 반도체 생산의 37% 가량을 미국에서 생산했다. 지금은 10%대로 하락한 상황이다. 미국은 CPU, GPU, Analog 반도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에 뒤지고 있지만, Intel, Micron, Global Foundries, Texas Instruments 등 유수의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내 생산을 강화하는 전략에 따라 삼성도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하여 생산하고 있다. 이 전략은 트럼프 2기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관세 인상도 산업 유치전략 중 하나다.

둘째, 미래 선도 산업에서 경쟁국의 생태계 성장을 막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았다. HBM 수출 금지는 HBM을 이용한 인공 지능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생태계의 성장을 억제하는 정책이다.

셋째, 경쟁국의 산업재산권 취득과 연구개발 능력 억제 전략이다. 유학생 파견이나 공동 연구개발, 산업재산권 탈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선진 기술이 다른 나라로 이전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은 적극적으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은 중국의 산업재산권 탈취 문제를 오래전부터 제기해 왔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막아왔다. 우리나라도 많은 유출 사건이 있었다. 2016년 태양전지 소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으며, 2018년에는 대기오염 방지 기술 유출, OLED 장비 기술 유출 사건, 2021년 2차 전지 소재 기술 유출 사건 등 다양한 기술 유출 사건이 있었다. 2022년부터 미국은 AI 관련 반도체 기술이 수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2024년 미국은 엔비디아 AI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이와 같은 기술 보호 정책은 계속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략 2: 자국 우선주의 강화와 다자간 무역 체제와의 결별

 

미국은 WTO 체제를 통해 세계 무역 활성화를 주도했다. WTO에 가입한 국가는 규정에 맞춰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이나 보조금 등에 관해 정책을 수정한다. WTO 체제는 이를 통해 자유로운 국제 통상을 영위하기 위한 기반을 만든다. WTO의 정신에도 불구하고 WTO에 가입한 중국이 과연 비관세 장벽이나 보조금 정책을 선진 시장경제국과 같은 수준으로 추진하느냐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사드문제로 중국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보복을 받았다. WTO 체제가 이러한 중국의 우리나라 보복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해줄 수 없었다. 더욱이 중국이 WTO 가입 이후 낮아지던 평균 관세가 지난 10여 년간 낮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WTO가 이러한 중국의 행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양자간 협의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미국에게 불리하다는 점에 불만을 표명해 왔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주의는 다자간 무역 체제로부터 양자간 협의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협정을 맺고 WTO 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체제 속에 있다. 미국의 통상 정책의 변화에서 한 걸음 비껴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상품에 따라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는 경우, FTA 협정의 재협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개별 상품에 대해 우리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미국 시장에 대한 상대적 접근성은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보다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세계의 대응: 미국 시장 교두보 확보와 미국과의 양자간 협의 강화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다양한 국적을 가진 기업인들이 트럼프 주변으로 모였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의 행동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손정의의 행동은 가장 트럼프가 원한 것이었고, 트럼프가 주도하는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가 원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이 시점에서 일자리 문제와 인플레이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돌파구도 해외직접투자다. 트럼프 통상정책의 변화는 해외직접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는 정책을 비난했다. 트럼프의 입장은 해외직접투자 유치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관세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도 관세가 해외 자본 유치가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매몰돼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금리 인하를 생각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해주지 못한다. 해외 자본 유치가 해결책이다. 따라서 손정의의 행동이 최적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이시바) 총리도 트럼프에게 현재 미국이 필요한 최적의 제안을 제시했다.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일 협력이라고 하는 기존의 미국 입장을 강화해 주면서, 미국이 필요한 안보적 협력을 약속했다. 일본 방위비를 트럼프 1기의 두 배를 쓰겠다고 약속하고 미일 안보 조약이 센카구열도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함으로써 일본의 안보적 이익도 재확인했다. 일본의 대미 투자 규모를 1조 달러로 증액하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이시바 총리의 약속은 그야말로 미국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는 가장 안전한 투자다. 다만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본은 미국에 소중한 협력 국가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양자가 협의 체제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협력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트럼프는 국경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하여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전형적인 미국적 사고이다. 일본은 미국적 사고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답을 제시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움직이고 있다.

 

3. 우리나라의 생존 전략

 

트럼프 2기는 우리의 기회

 

트럼프는 관세 인상이나 방위비 인상 등 우리나라에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서는 한미우호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은 단편적 사고에서 나온 기우다. 트럼프의 행동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다면 트럼프는 우리에게 많은 부담을 줄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는 글로벌 통상 체제를 바꾸려고 한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공략하는 모든 나라들의 문제이다. 핵심은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과 우리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고, 이러한 다각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공급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제조 강국이 중국과 협력하여 공급망을 형성했다. 중국의 자동차가 경쟁력을 갖추고 중국산 OEM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잠식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이미 올랐다. 다른 나라도 동참하고 있다.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난다면 우리에게 아직 기획가 남아 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반도체를 수입하여 중국 내에 구축한 전자산업의 생태계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최대 시장이지만 중국의 산업정책은 반도체 수입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이제 중국의 반도체 산업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정책은 우리나라에 시간을 벌어 주었다.

조선과 철강, 화학 등 다른 산업에서도 중국은 우리나라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시장이 우리에게 칼을 겨누는 경쟁자로 바뀌었다. 미국의 대중 견제가 우리나라의 수출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는 이러한 반사적 기회만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기회도 준다. 미국은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려 한다. 중국을 완전하게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경쟁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대안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사고가 작용한다. 미국은 협상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중심으로 대안적 공급망을 형성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쿼터제도를 적용해서 우리나라의 수출품을 높은 관세 적용에서 배제하고 안정적인 수급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책을 관세정책과 병행할 수 있다.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 국가들과 이러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우리나라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등에서 대안적 공급망을 형성한다면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2기의 정책은 미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생존 전략

 

트럼프 2기는 우리가 최선의 전략을 사용했을 때만 우리의 기회가 된다. 첫째, 해외 직접 투자를 통한 대미 협상안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생산성 향상과 해외직접투자를 활용하여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와 저성장을 극복해야 한다. 자본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올리고 통상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는 고부가가치산업에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전략이다. 트럼프 2기에서 해외직접투자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있고, 이것을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과 필요한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으로 제공해 왔다. 미국은 중국을 통제하면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게 됐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대안적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철강 등 직접적으로 중국과 경쟁하고 미국의 국내 기업의 보호 문제가 있는 산업에서는 쿼타제 등의 예외 조건을 통해 미국의 물가를 안정시키고 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협상안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대안적 공급망을 구축하여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 등 미래 선도 산업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의 공정 기술을 활용하여 산업화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과의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연구개발 체제에 동참해야 한다. 과거 우리만의 산업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리더로서 우뚝 설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다. 어떤 사람들은 위기를 보고 도망가느라 기회를 보지 못한다. 슬기로운 사람들은 거친 눈보라 속에서 길을 찾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도약의 기반을 만든다. 이번 트럼프 2기에서 우리나라가 기회를 만든다면 우리나라를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다시 한번 한미동맹의 힘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