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Issue&Analysis]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안보정책 전망과 한미동맹의 방향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 연구소장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등장과 국제질서 급변
지난 1월 21일,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미국의 대외정책은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취임 연설에서 미국의 황금시대(golden age)를 열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내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대미 수출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였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등도 미국 관할 하에 두겠다는 입장을 거리낌없이 밝혔다. 유엔 산하 주요 국제기구의 하나인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였으며,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 주요 국가들이 탄소가스 배출 규제 등을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도 재탈퇴하였다. 지난 3년간 지속되어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전임 바이든 정부가 나토와의 협력 하에 추진하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정책에서 전환하여, 러시아 푸틴 정부와의 조속한 정전협상 개시 및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기존에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돈바스와 도네츠크 등 영토의 양보를 압박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기존의 국제규범이나 국가간 합의 등을 도외시하고 미국의 국가이익을 철저하게 추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정책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은 물론 국제질서는 격변의 양태를 드러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미국은 유엔이나 나토 등의 국제기구를 설치하면서 국제안보질서의 안정을 관리하려 하였고, IMF나 GATT 등의 국제경제기구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경제질서를 관리하는 주요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발족 직후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기존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를 크게 벗어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이었던 프랑스,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과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미 동맹국가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2017년 제1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간 공동훈련의 대폭 축소를 결정하였고, 주한미군의 감축,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 등을 추진한 기억을 아직 갖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2기 집권 시기에도 한미동맹에 대해 그 역할이나 규모의 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 고에서는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글로벌 안보전략을 전망해 보고, 그 가운데 한미동맹의 변화 방향을 예상해 볼 것이다. 그리고 한미동맹의 위상이나 전략적 목표가 견지되도록 하기 위한 우리의 대응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몇가지 방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에 있어 몇가지 주요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백악관 NSC와 국무부 및 국방부 등의 주요 안보정책 관련 인사들을 선임하였다. 이같은 인선에 따라 트럼프 제2기 행정부 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해서 J.D.밴스 부통령,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그리고 국가안보 부보좌관 알렉스 웡,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 엘리슨 후커, 국방부의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 등이 주요 안보정책 결정에 깊게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국가안보전략이나 국방전략을 담은 전략문서들이 공표되지는 않았다. 그러한 자료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들 주요 인사들이 저술한 저서나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추진하게 될 글로벌 안보전략의 대략적인 개요가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주 방위군 중령으로 예편하여 폭스 뉴스 진행자를 담당했던 경력의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3월, 국방부 ‘국가방위전략 잠정 지침서(Interime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를 회람시켰다. 이에 의하면 미국 국방정책은 중국의 타이완 포위를 억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거대한 미군 구조를 유지 및 재조정하도록 설정되고 있다. 또한 중국 등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여 핵능력을 증대하고, ‘골든 돔(Golden Dome)’으로 명명된 미사일 방어체제의 확대 방침도 표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국방부 내의 잠정전략지침에 더해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가 2021년에 저술한 『거부전략』, 그리고 공화당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이 2023년에 작성한 보고서 ‘Project 2025’도 향후 트럼프 정부의 안보정책을 전망하는데 유용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콜비의 『거부전략』은 향후 미국 안보에 있어 가장 큰 우려 요인은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형성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 베트남, 필리핀,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반패권연합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특히 그는 이같은 대중 반패권연합에 한국과 같은 세계 수준급의 경제국가를 제외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이익에 마이너스가 됨을 강조하고 있다. 콜비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24년 5월, 필자와 서울에서 가진 면담에서 주한미군의 주 역할은 중국 억제로 변화되어야 하며, 그 경우 한국군은 단독으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부연하기도 하였다.
헤리티지 재단이 2023년 공화당의 집권을 대비한 정책보고서로 간행한 ‘Project 2025’ 보고서도 유사한 정책제언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국방분야 파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 이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미국의 안보와 자유, 번영에 대한 최대 위협은 중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방전략은 중국을 최우선의 상대로 해서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증강해야 하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재래식 방어에 중점을 두면서 러시아 및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북한에 대해 재래식 방어를 주도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에 관련되는 주요 인사와 기관들의 안보 및 국방정책 구상을 볼 때, 중국의 위협을 최우선시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자체적인 전력 증강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전략에 따를 때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은 대중 억제의 역할을 부여받게 되며, 그 경우 제1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와 비교하여 한미동맹의 존재와 위상에 대한 근본적 변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정책의 흐름, 즉 정부 예산 및 조직의 효율화 기조가 한미동맹에도 직, 간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안고 있는 거대한 재정적자 감축을 중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신설하고, 그 장관에 테슬라 창업주이며 선거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일론 머스크를 임명하였다. 이에 따라 머스크 장관은 미국 독립 기념 250주년인 2027년 7월까지 현재 6조 달러를 초과하는 연방정부 재정 규모를 2조 달러 삭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방 정부의 조직 및 인원 축소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대외개발정책을 담당해 오던 USAID와 미국발 정보와 문화를 세계에 알려오던 VOA(Voice of America) 등이 폐지되었다. 더 나아가 연간 8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국방 관련 부서의 예산과 조직도 삭감되고 있다. 미 국방부 내에서 장기적 전략구상 수립을 담당해오던 총괄평가국(Office of Net Assessment) 및 국토방어부의 사이버 방어 평가 부서가 해체되었고, 에너지부에서 핵탄두 관리를 담당해 오던 국가핵안보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의 상당수 직원들은 퇴직하게 되었다.
정부효율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주둔 미군 규모와 지휘체계의 축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장성이 전통적으로 사령관직을 맡아온 나토의 지휘관 직위 수행의 포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공하당 소속 로저 위커(Roger Wicker) 상원 군사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 하원 군사위원장이 해외주둔 미군의 감축 가능성에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대한 억제 역할을 수행하게 될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 규모의 축소는 가능성이 높지 않으나, 미국 국방예산 규모가 삭감될 경우, 한미동맹을 구성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규모나 전력 구성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 해에 협상을 마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재개도 있을 수 있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트럼프 제2기 행정부 발족 이후 전개되고 있는 미국 안보 및 국방정책의 두가지 방향, 즉 중국의 위협을 우선시한다는 국방전략의 방향과, 연방정부 재정규모의 축소는 미국의 동맹정책 및 해외주둔 미군의 규모와 전력에 각각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줄 개연성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임무나 주한미군의 규모, 그리고 전력구조가 유지되거나 혹은 축소될 가능성이 모두 병존한다고 볼 수 있다.
미일동맹 하 주일미군의 위상 변화 가능성과 한미동맹에의 영향
트럼프 제2기 행정부 하에서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변수는 미국과 일본 간에 진행되고 있는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지휘체제 재편 논의이다. 일본은 2022년 12월의 국가방위전략서에서 기존의 통합막료감부와 별개로, 육해공 자위대의 야전부대를 작전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의 신설 방침을 표명하고, 2025년 3월 말을 기해 창설에 이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신설된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의 카운터파트가 될 주일미군 사령부의 위상과 역할 재조정을 미국에 요청해 왔다. 현재 주일미군 사령관은 도쿄 근교 요코다에 사령부를 둔 미 제5공군 사령관이 공군 중장의 계급으로 겸임하면서, 요코스카의 미 제7함대와 자마 기지의 주일 미 육군 제1군단을 행정적으로 관할해 왔다. 다만 3성 장군이 담당하는 주일 미군 사령부는 독자의 작전지휘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하와이 소재의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작전권을 행사해 왔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현실 하에서 대만사태와 같은 위기 발생 시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일미군사령부도 독자적 작전권한을 갖는 체제, 즉 4성 장군 지휘 하의 체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미국에 요청해 온 것이다. 지난 3월 말, 헤그세스 신임 미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나가타니 겐 방위성 장관이 한국, 일본, 대만 등을 단일 전구로 하는 사령부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사실상 이러한 요청을 달리 표현한 것에 다름아니라고 보여진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일 미군 사령부를 현재의 3성 장군에서 4성 장군으로 격상시켜 인도-태평양 사령부와 별개로 독자적 작전지휘권을 행사케 한다면, 현재 미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 사령관의 위상과 역할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삭감의 과제를 안고 있는 미국이 지리적으로 근접한 한국과 일본에 각각 4성 장군 지휘하의 사령부를 별개로 두기 보다는, 단일 사령부 하의 지휘구조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일동맹 하의 주일미군 사령부의 위상과 기능에 대해 미일 양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한미동맹의 지휘구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미동맹과 한미연합방위체제 견지를 위한 정책 방향
1953년 한미동맹이 성립된 이후 유엔군사령부를 거쳐 한미연합사령부 체제에 이르기까지 발전되어온 한미연합방위체제는 그간 북한의 군사적 침략과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고, 대한민국을 민주적이고 번영된 국가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한미동맹의 위상과 역할에 변화가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최우선 억제의 전략방침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연방정부의 재정 규모를 축소하려는 정책을 병행 추진함에 따라,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보다는 대중 억제의 역할로 전환되고, 그 규모도 조정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일본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에 따라 그 카운터 파트가 될 주일미군사령부의 위상이 4성급 장군이 지휘하는 형태로 격상된다면, 한미연합군사령관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같은 미국 내외의 변수들을 유의깊게 주시하면서, 북한의 핵 및 재래식 군사위협을 억제해야 할 한미동맹과 연합방위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동맹관리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한국 및 한미동맹의 존재가 미국의 핵심적인 국가이익이나 글로벌 안정에 중요한 공공 자산이 되고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대북 억제 뿐 아니라 대중 억제를 위해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하고, 한국으로서도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미국이 희망하는 역내 질서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을 들여 건설하고자 하는 미국 함선 증강 및 전력산업 재건 등에 대해 세계적인 수준에 달한 한국의 조선업이나 원자력 산업이 그를 지원할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재확인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 뿐 아니라 미국 의회를 포함한 오피니언 리더 층에 한미동맹의 현상유지 및 발전 필요성을 공공외교를 통해 공감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주둔 미군의 재편 구상에 대해서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공화당 출신인 미국 상하원의 군사위원장들이 앞장 서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행정부 외에 미 의회나 언론 등에 대해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전략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다른 우방 국가들, 즉 일본, 필리핀, 호주 등과의 정책협력을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동맹네트워크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공동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주일미군 사령부 재편을 추진하는 일본과의 전략협의를 통해, 미일동맹 차원의 지휘구조 재편이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사전 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교전 상태 하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규정하고,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트럼프 제2기 행정부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미동맹의 변화 조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지속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동맹관리 정책이 요청된다.
[이슈&분석 Issue&Analysis]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안보정책 전망과 한미동맹의 방향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 연구소장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등장과 국제질서 급변
지난 1월 21일,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미국의 대외정책은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취임 연설에서 미국의 황금시대(golden age)를 열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내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대미 수출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였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등도 미국 관할 하에 두겠다는 입장을 거리낌없이 밝혔다. 유엔 산하 주요 국제기구의 하나인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였으며,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 주요 국가들이 탄소가스 배출 규제 등을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도 재탈퇴하였다. 지난 3년간 지속되어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전임 바이든 정부가 나토와의 협력 하에 추진하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정책에서 전환하여, 러시아 푸틴 정부와의 조속한 정전협상 개시 및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기존에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돈바스와 도네츠크 등 영토의 양보를 압박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기존의 국제규범이나 국가간 합의 등을 도외시하고 미국의 국가이익을 철저하게 추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정책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은 물론 국제질서는 격변의 양태를 드러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미국은 유엔이나 나토 등의 국제기구를 설치하면서 국제안보질서의 안정을 관리하려 하였고, IMF나 GATT 등의 국제경제기구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경제질서를 관리하는 주요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발족 직후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기존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를 크게 벗어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이었던 프랑스,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과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미 동맹국가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2017년 제1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간 공동훈련의 대폭 축소를 결정하였고, 주한미군의 감축,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 등을 추진한 기억을 아직 갖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2기 집권 시기에도 한미동맹에 대해 그 역할이나 규모의 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 고에서는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글로벌 안보전략을 전망해 보고, 그 가운데 한미동맹의 변화 방향을 예상해 볼 것이다. 그리고 한미동맹의 위상이나 전략적 목표가 견지되도록 하기 위한 우리의 대응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몇가지 방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에 있어 몇가지 주요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백악관 NSC와 국무부 및 국방부 등의 주요 안보정책 관련 인사들을 선임하였다. 이같은 인선에 따라 트럼프 제2기 행정부 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해서 J.D.밴스 부통령,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그리고 국가안보 부보좌관 알렉스 웡,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 엘리슨 후커, 국방부의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 등이 주요 안보정책 결정에 깊게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국가안보전략이나 국방전략을 담은 전략문서들이 공표되지는 않았다. 그러한 자료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들 주요 인사들이 저술한 저서나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추진하게 될 글로벌 안보전략의 대략적인 개요가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주 방위군 중령으로 예편하여 폭스 뉴스 진행자를 담당했던 경력의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3월, 국방부 ‘국가방위전략 잠정 지침서(Interime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를 회람시켰다. 이에 의하면 미국 국방정책은 중국의 타이완 포위를 억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거대한 미군 구조를 유지 및 재조정하도록 설정되고 있다. 또한 중국 등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여 핵능력을 증대하고, ‘골든 돔(Golden Dome)’으로 명명된 미사일 방어체제의 확대 방침도 표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국방부 내의 잠정전략지침에 더해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가 2021년에 저술한 『거부전략』, 그리고 공화당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이 2023년에 작성한 보고서 ‘Project 2025’도 향후 트럼프 정부의 안보정책을 전망하는데 유용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콜비의 『거부전략』은 향후 미국 안보에 있어 가장 큰 우려 요인은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형성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 베트남, 필리핀,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반패권연합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특히 그는 이같은 대중 반패권연합에 한국과 같은 세계 수준급의 경제국가를 제외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이익에 마이너스가 됨을 강조하고 있다. 콜비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24년 5월, 필자와 서울에서 가진 면담에서 주한미군의 주 역할은 중국 억제로 변화되어야 하며, 그 경우 한국군은 단독으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부연하기도 하였다.
헤리티지 재단이 2023년 공화당의 집권을 대비한 정책보고서로 간행한 ‘Project 2025’ 보고서도 유사한 정책제언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국방분야 파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 이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미국의 안보와 자유, 번영에 대한 최대 위협은 중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방전략은 중국을 최우선의 상대로 해서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증강해야 하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재래식 방어에 중점을 두면서 러시아 및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북한에 대해 재래식 방어를 주도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에 관련되는 주요 인사와 기관들의 안보 및 국방정책 구상을 볼 때, 중국의 위협을 최우선시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자체적인 전력 증강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전략에 따를 때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은 대중 억제의 역할을 부여받게 되며, 그 경우 제1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와 비교하여 한미동맹의 존재와 위상에 대한 근본적 변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정책의 흐름, 즉 정부 예산 및 조직의 효율화 기조가 한미동맹에도 직, 간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안고 있는 거대한 재정적자 감축을 중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신설하고, 그 장관에 테슬라 창업주이며 선거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일론 머스크를 임명하였다. 이에 따라 머스크 장관은 미국 독립 기념 250주년인 2027년 7월까지 현재 6조 달러를 초과하는 연방정부 재정 규모를 2조 달러 삭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방 정부의 조직 및 인원 축소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대외개발정책을 담당해 오던 USAID와 미국발 정보와 문화를 세계에 알려오던 VOA(Voice of America) 등이 폐지되었다. 더 나아가 연간 8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국방 관련 부서의 예산과 조직도 삭감되고 있다. 미 국방부 내에서 장기적 전략구상 수립을 담당해오던 총괄평가국(Office of Net Assessment) 및 국토방어부의 사이버 방어 평가 부서가 해체되었고, 에너지부에서 핵탄두 관리를 담당해 오던 국가핵안보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의 상당수 직원들은 퇴직하게 되었다.
정부효율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주둔 미군 규모와 지휘체계의 축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장성이 전통적으로 사령관직을 맡아온 나토의 지휘관 직위 수행의 포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공하당 소속 로저 위커(Roger Wicker) 상원 군사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 하원 군사위원장이 해외주둔 미군의 감축 가능성에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대한 억제 역할을 수행하게 될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 규모의 축소는 가능성이 높지 않으나, 미국 국방예산 규모가 삭감될 경우, 한미동맹을 구성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규모나 전력 구성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 해에 협상을 마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재개도 있을 수 있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트럼프 제2기 행정부 발족 이후 전개되고 있는 미국 안보 및 국방정책의 두가지 방향, 즉 중국의 위협을 우선시한다는 국방전략의 방향과, 연방정부 재정규모의 축소는 미국의 동맹정책 및 해외주둔 미군의 규모와 전력에 각각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줄 개연성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임무나 주한미군의 규모, 그리고 전력구조가 유지되거나 혹은 축소될 가능성이 모두 병존한다고 볼 수 있다.
미일동맹 하 주일미군의 위상 변화 가능성과 한미동맹에의 영향
트럼프 제2기 행정부 하에서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변수는 미국과 일본 간에 진행되고 있는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지휘체제 재편 논의이다. 일본은 2022년 12월의 국가방위전략서에서 기존의 통합막료감부와 별개로, 육해공 자위대의 야전부대를 작전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의 신설 방침을 표명하고, 2025년 3월 말을 기해 창설에 이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신설된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의 카운터파트가 될 주일미군 사령부의 위상과 역할 재조정을 미국에 요청해 왔다. 현재 주일미군 사령관은 도쿄 근교 요코다에 사령부를 둔 미 제5공군 사령관이 공군 중장의 계급으로 겸임하면서, 요코스카의 미 제7함대와 자마 기지의 주일 미 육군 제1군단을 행정적으로 관할해 왔다. 다만 3성 장군이 담당하는 주일 미군 사령부는 독자의 작전지휘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하와이 소재의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작전권을 행사해 왔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현실 하에서 대만사태와 같은 위기 발생 시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일미군사령부도 독자적 작전권한을 갖는 체제, 즉 4성 장군 지휘 하의 체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미국에 요청해 온 것이다. 지난 3월 말, 헤그세스 신임 미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나가타니 겐 방위성 장관이 한국, 일본, 대만 등을 단일 전구로 하는 사령부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사실상 이러한 요청을 달리 표현한 것에 다름아니라고 보여진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일 미군 사령부를 현재의 3성 장군에서 4성 장군으로 격상시켜 인도-태평양 사령부와 별개로 독자적 작전지휘권을 행사케 한다면, 현재 미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 사령관의 위상과 역할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삭감의 과제를 안고 있는 미국이 지리적으로 근접한 한국과 일본에 각각 4성 장군 지휘하의 사령부를 별개로 두기 보다는, 단일 사령부 하의 지휘구조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일동맹 하의 주일미군 사령부의 위상과 기능에 대해 미일 양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한미동맹의 지휘구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미동맹과 한미연합방위체제 견지를 위한 정책 방향
1953년 한미동맹이 성립된 이후 유엔군사령부를 거쳐 한미연합사령부 체제에 이르기까지 발전되어온 한미연합방위체제는 그간 북한의 군사적 침략과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고, 대한민국을 민주적이고 번영된 국가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한미동맹의 위상과 역할에 변화가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최우선 억제의 전략방침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연방정부의 재정 규모를 축소하려는 정책을 병행 추진함에 따라,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보다는 대중 억제의 역할로 전환되고, 그 규모도 조정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일본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에 따라 그 카운터 파트가 될 주일미군사령부의 위상이 4성급 장군이 지휘하는 형태로 격상된다면, 한미연합군사령관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같은 미국 내외의 변수들을 유의깊게 주시하면서, 북한의 핵 및 재래식 군사위협을 억제해야 할 한미동맹과 연합방위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동맹관리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한국 및 한미동맹의 존재가 미국의 핵심적인 국가이익이나 글로벌 안정에 중요한 공공 자산이 되고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대북 억제 뿐 아니라 대중 억제를 위해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하고, 한국으로서도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미국이 희망하는 역내 질서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을 들여 건설하고자 하는 미국 함선 증강 및 전력산업 재건 등에 대해 세계적인 수준에 달한 한국의 조선업이나 원자력 산업이 그를 지원할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재확인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 뿐 아니라 미국 의회를 포함한 오피니언 리더 층에 한미동맹의 현상유지 및 발전 필요성을 공공외교를 통해 공감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주둔 미군의 재편 구상에 대해서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공화당 출신인 미국 상하원의 군사위원장들이 앞장 서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행정부 외에 미 의회나 언론 등에 대해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전략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다른 우방 국가들, 즉 일본, 필리핀, 호주 등과의 정책협력을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동맹네트워크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공동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주일미군 사령부 재편을 추진하는 일본과의 전략협의를 통해, 미일동맹 차원의 지휘구조 재편이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사전 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교전 상태 하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규정하고,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트럼프 제2기 행정부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미동맹의 변화 조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지속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동맹관리 정책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