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으로 주한미군 방공 전력 이동, 한반도 안전한가?



[이슈&분석 Issue&Analysis] 중동으로 주한미군 방공 전력 이동, 한반도 안전한가?


cab3b9e349407.png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I. 서언

 

21세기 미국 국방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동적 군사 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를 통한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의 확보에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특정 지역에 미군 전력을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 자산을 신속하게 재배치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하는 분쟁에 동시에 관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미군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선의 선택이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이란전쟁과 관련하여 한반도에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드(THAAD)나 패트리어트(Patriot) 같은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 자산의 일부를 이란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3월 초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자 국내에서는 대북 억제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북한은 계속해서 핵 능력을 증강하고 있음에도, 한반도 방어를 위한 주요 방공 자산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것이다.

사실 전략적 유연성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그 논의의 중심이 중동 지역이 아닌 대만 해협 문제였다. 즉, ‘미국이 대만사태에 주한미군을 차출’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번 이란전쟁을 계기로 다른 지역 분쟁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공백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실제 국제관계에서의 상호 연계성으로 인해 중동 지역의 분쟁 역시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방어 자산 이동을 계기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글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 후 이란전쟁에 차출된 방공 전력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가 실제 위협에 처해 있는지를 평가해 보고자 한다. 이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지와 바람직한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1. 개념과 주요 내용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미군 자산이나 병력을 특정 지역의 방어에 고정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른 지역의 분쟁에 신속하게 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글로벌 태세 검토(GPR)가 그 첫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데, 해외 주둔 병력을 약 7만 명 감축하고 미 본토 주둔 병력을 확대하며, 필요시 역외 전개를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전략적 유연성이 제기된 배경은 테러와의 전쟁 수행 과정에서 미군 역량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미국은 중동 지역과 한반도 두 곳에서 전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승리한다는 ‘윈-윈 전략(win-win strategy)’을 채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 2000년대 초반 이후 ‘윈-윈 전략’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후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기보다는 어느 한 지역을 먼저 선택해서 전쟁을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지역에 있는 전력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한 것이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전 지구적인 미군 배치 태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지역에 얼마만큼의 미군을 주둔시키는가의 문제인데, 최근까지도 주기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큰 틀에서는 유럽의 병력을 점차 줄이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병력을 증강하고 있는데, 그만큼 중국의 도전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현재 이란전쟁으로 인해 5만 명 이상의 병력과 항공모함 3척이 중동 지역에 집결한 상황이다.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하여 미군은 동적인 전력 배치를 강조하고 있다. 한 곳의 고정 기지에만 의존하는 것이 하니라, 작전 지역에 신속하게 전력을 보강하는 민첩한 전력 배치를 추진하는 것이다. 최근 관심을 모았던 한국의 미사일 방어 자산과 일본에 주둔하던 해병대 전력을 신속하게 이란 쪽으로 이동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발간된 미국의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은 위협의 동시성 문제(The Simultaneity Problem)를 지적하고 있다. 즉,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위협은 어느 한 곳에서만 발생하지 않으며, ‘하나 이상의 적들이 다양한 전구에서 동시에 조율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동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은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2. 한미간 전략적 유연성 논의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주한미군이 그 적용 대상이며 ‘주한미군의 자산이나 병력이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역량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중동 지역 또는 중국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먼저, 전략적 유연성이 제기되는 시점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였다. 자연스럽게 중동 지역에 주한미군 자산을 이동 배치하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라크전 수행 과정에서 주한미군 지상군의 일부가 차출되었다.

한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될 경우, 자칫 중국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한미군이 차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적으로 제기되었다. 실제로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것 외에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당시 한중 관계는 현재보다 더욱 밀접했고 소위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시기였기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적지 않은 우려가 국내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2006년 한미 간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합의 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하여 중국 문제를 우려하는 한국의 입장을 미국이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미국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한국의 반기문 외교장관은 ‘미국은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즉,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허용하되, 중국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이 관여되는 일은 없도록 한다는 수준의 양해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 시트는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다. 양측은 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를 확인한다. 양측은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이행 진전 상황을 각측 지도부에 보고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가 바로 중국 문제에 관한 것이다. 다만, 중국 문제에 관해 어떤 수준의 협력을 하기로 했는지 한미 당국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기에, 향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III. 이란전쟁 계기 미군 방공 자산 이동과 한반도 안보

 

1. 전략적 유연성 구현을 위한 핵심 자산 체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철저한 계획하에 이행되고 있다. 특히 미군은 다음과 같이 자산의 기동성과 다목적성에 기반한 운용을 강화하고 있다. 첫째, 타격 자산의 운용이다. 이들은 군사적 충돌 발생 시 가장 대표적으로 유연하게 운용되는 자산들로 분쟁 발생 시 즉각적으로 중동이나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특히 항공모함 타격 전단과 전략 폭격기(B-1B, B-2, B-52)는 특정 지역의 제약 없이 공해와 공역을 통과하며 투사력을 발휘한다. 항공모함 전단은 미군의 전 지구적 투사력을 상징하는 자산으로 특정 해역에 머물지 않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해역으로 전개할 수 있다. 전략 폭격기 또한 미 본토에서 발진하여 전 세계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자산이다. 동시에 미국이 공개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핵 잠수함 역시 은밀하게 기동하며 특정 지역의 해역을 봉쇄하거나 타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미사일 방어 자산이다. 사드와 패트리어트 체계는 고정 시설의 개념을 탈피하여 전구(Theater) 간 긴급 이동이 가능한 ‘모듈형 방어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다. 사드는 고고도에서 패트리어트는 저고도에서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방어를 맡고 있으며, 필요시 다른 지역으로 신속하게 전개될 수 있는 자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지난 3월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포대나 관련 요격 미사일이 이란전쟁이라는 긴급한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이동한 것은, 예외적인 사례라기 보다는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미리 준비해 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셋째,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이다. 미군이 보유한 무인 공격기와 정찰기는 원격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물리적 거리를 극복한 유연성을 제공한다. 특히 MQ-9 리퍼나 글로벌 호크는 주요 분쟁 발생 시 작전 환경에 따라 감시 지역을 변경하거나 기지를 이동하여 운용할 수 있다. 이번 이란전쟁에서도 가장 가시적으로 유연성이 발휘되고 있는 분야로 평가할 수 있다.

넷째, 기동력 있는 지상군의 운용이다. 미 육군은 기존의 중무장 보병을 경량화하여 스트라이커 여란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스트라이커 여단은 기갑부대의 파괴력과 보병부대의 신속성을 절충한 미 육군 현대화의 산물이다. C-130 이상의 수송기로 전 세계 어디든 96시간 이내 전개가 가능하여, 분쟁 초기 대응(First Response)에 최적화한 편제로 운용되고 있다. 다만, 이번 이란전쟁에서는 특수부대와 해병대를 이동한 것에 비해 지상군 전력의 대규모 이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2.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평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에도 적용되고 있다. 과거 주한미군 지상군, 특히 기갑부대가 한반도 특정 지역을 사수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현재 순환 배치되고 있는 스트라이커 여단은 이동이 보다 유연한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그 결과 주한미군의 지상군은 이제 특정 부대가 한국에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본토의 스트라이커 여단들이 특정 기간을 중심으로 교대하며 작전 능력을 숙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에 전력을 묶어두지 않고, 중동 지역이나 대만 해협, 또는 남중국해 등에서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각종 전력의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주력이던 지상군 전력에 이미 변화가 있었다. 과거 주한미군에는 M1 에이브람스 탱크와 M2 브래들리 장갑차를 보유한 기갑부대가 상주했으나, 현재는 순환 배치되는 스트라이커 여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스트라이커 여단은 경량화된 장갑차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장갑차는 항공기로 수송할 수 있으며 궤도형이 아닌 차륜형으로 운용되며 도로 위에서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이동할 수도 있다. 그 결과 현대전의 주 무대인 도시 및 산악 지형에서 높은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한다.

동시에 스트라이커 장갑차 내부는 첨단 통신 및 지휘 통제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모든 차량이 실시간으로 전장 정보를 공유하며, 이는 보병들이 장갑차 안에서도 외부 상황을 파악하고 작전에 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벼워진 화력을 첨단 네트워크 기술로 보완하는 것이다. 그 결과 우수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고, 나아가 미 본토에서 즉각 날아올 수 있는 부대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 억제력은 충분히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향후 주한미군은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대중국 견제 역할도 강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대만 해협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고려하여 주한미군의 활용 폭을 넓히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문제와 관련하여 가급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한국의 입장과 충돌한다. 중국이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역내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에, 그간 한국 정부 역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향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한미 간 입장 차가 드러날 경우, 한미동맹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3. 미군 방공 자산 이동과 한반도 안보 평가

 

주한미군 자산인 사드와 패트리어트 자산 일부의 중동 이동은 한국 안보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지난 2월 개최된 북한 노동당 9차 당대회에서 나타난 대남 적대시 정책을 고려할 때 지금은 한반도는 대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당장 전쟁이 발발한 중동 지역으로 방공 자산의 일부를 이동했고, 아직 복귀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큰 틀에서 미군의 운용과 국제 안보 질서를 고려할 때 한반도 안보에 큰 위협이라기고 평가하기보다는 이란전쟁 수행 과정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하며, 향후 유사한 상황 발생 시 안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전력 소요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분쟁 지역으로의 신속한 기동과 전력 증강을 의미하기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증원이 신속하게 전개될 것임을 시사한다. 정확한 통계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육·해·공군을 포함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전시 증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위 ‘시차별 부대전개(TPFDD)’로 불리는 계획에 따라 사전에 계획된 순서대로 위기의 정도에 부합하는 병력과 장비를 증원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항공모함과 전략 폭격기 같은 타격 자산은 물론이고, 미사일 방어 자산, 정보·감시·정찰 자산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전면적 군사도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한 측면이 존재한다.

둘째, 주한미군 방공 자산이 이동에도 불구하고 대북 억제력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지상군의 움직임은 없기 때문이다. 동맹 현대화에 따라 주한미군은 ‘다영역작전(MDO)’을 수행하기 위한 체제로 전환 중이나, 여전히 주한미군의 주력은 지상군이다. 주한미군 지상군이 북한의 도발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핵심 전력임을 고려할 때 지상군의 차출이 아니라면 대북 억제력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과거 이라크전 수행 과정에서 일부 지상군이 차출된 것과 비교할 때 방공망의 일부 차출은 한반도 안보에 치명적인 위험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고, 미국의 이란전쟁 승리를 위해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할 부담 공유(burden sharing) 문제로 보아야 한다.

셋째, 이란전쟁의 성격 때문이다. 이란전쟁의 정당성 문제는 국제법적 관점에서는 그 합법성을 찾기 어렵다. 이란의 핵 위협이 임박했다는 증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전쟁의 배경에는 이란의 핵 개발이 자리 잡고 있고, 지역적 특성상 원유시장의 안정과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미국이 전쟁을 조기에 승리하며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핵 문제 해결이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원유시장의 안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모두에서 그렇다. 따라서 미군의 방공 자산 이동이 우리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전쟁이 가져올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감수해야 할 부담으로 평가한다.

 

IV.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중국 문제

 

이번 중동 지역에 차출된 주한미군의 방공 자산 문제 외에도 전략적 유연성은 그간 대만 해협 문제와 관련하여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는 일종의 ‘연루의 우려’인데, 대만 해협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자산이 이동하여 한반도에 군사적 공백이 발생함과 동시에 한국 역시 관련 분쟁에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북한의 위협 대비에 중점을 두어 온 반면, 미국은 점차 중국의 위협에 관심을 두고 있기에 필연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의 인식차가 커질 경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우려된다.

비록 가정일 뿐이지만,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이에 미국이 중국과 충돌을 불사한다면 그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동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한국이 동의할 것인가가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까지 한미 당국은 ‘미국은 동북아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수준의 합의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첫째, 한국의 동의가 없다면, 과연 미국은 대만 문제에 주한미군을 동원하지 않을 것인가, 둘째, 한국의 동의와는 무관하게 미국은 주한미군을 동원할 것인가, 셋째, 주한미군 동원 외에도 한국군의 참여는 요청할 것인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중국 위협을 둘러싼 동맹 간 인식의 조율과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및 전력 변화를 수반하는 문제이므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며 정책 조율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대신 우리의 입장을 미국에 전하며 한반도 방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한미군의 한반도 중심성을 유지하되, 다목적 활용이라는 유연성은 허용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유연성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의 한반도 중심성마저 위태롭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군은 대만 해협 위기에도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음을 미측에 전하고, 이에 대해 한미 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실제로 대만 위기 시 북한이 이를 틈 타 군사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미측에 전달하고, 우리 군은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된다는 점을 잘 설명함으로써 갈등의 소지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

한편, 대만 해협 문제를 둘러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기본적으로 대만 해협 문제는 해군이나 공군 전력의 투사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한미군의 주력은 여전히 지상군이 중심이므로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에서의 전력 차출보다는 일본이나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부에서 전력을 차출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특히 대만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오키나와에 주둔한 주일 미군의 역할이 가장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보다 한국에서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크게 다루어지고 부정적인 여론이 부각되는 일은 한미동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과 관련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한미 당국 간에 조용히 논의해야 할 과제다.

 

V. 결언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최소 자산으로 최대의 억제력을 발휘하기 위한 미국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군 전력의 기동성 있는 배치는 한반도 안보에 ‘공백 가능성’이라는 도전과 '신속 증원'이라는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향후 한국의 국방 정책은 이러한 미군의 전략 변화를 수용하되 한국군의 독자적인 방어 역량과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군의 실질적 역할 확대와 그 기반이 되는 독자적 군사력 강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동시에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제를 비롯한 대체 불가능한 전력을 지원받는 일에도 빈틈없는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실질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한미동맹의 다양한 영역에서 신뢰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부담은 양국의 신뢰가 두터울수록 극복하기 쉽기 때문이다. 중국 문제이든 또는 다른 지역에로의 주한미군 전력 차출 문제이든, 동맹이 튼튼하다면 서로 협의하며 입장을 조율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고정되어 있어도 동맹의 신뢰가 약하다면, 대북 억제력도 약화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사 영역 외에도 외교, 경제, 사회 등 제반 분야에서 양국 간 신뢰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응하는 최선의 대안이 될 것이다.

끝으로 현재 중동 지역에 차출된 사드 및 패트리어트 문제로 인해 한반도 안보에 일부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대북 억제력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될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주한미군의 골격이라 할 수 있는 지상군이 여전하며, 전략적 유연성이 향후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과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 그리고 세계 각지에 전개된 미군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신속히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동 지역에 주한미군의 자산이 일부 이동했다 해도 한반도는 여전히 안전하다고 평가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