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Issue&Analysis] 중동 사태 이후, 에너지 안보와 경제 전략



[이슈&분석 Issue&Analysis]  중동 사태 이후,  에너지 안보와 경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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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준 모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원장 겸

연세대학교 글로벌창의 융합대학 경제학교수

 

1. 혼돈의 시대

 

2026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미 대통령(트럼프)은 미군이 이란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반(反) 트럼프 진영은 이란과의 전쟁이라고 대서특필(大書特筆) 했고, 친(親) 트럼프 진영은 이란에서의 군사작전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 군사작전의 공식 명칭은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이다. 이것은 수십여 년간 세계인에게 공포와 고통을 주었던 이란을 응징하는 군사작전을 의미한다. 또한 이 명칭은 전쟁과 달리 영토 점령이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목표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3월 2일 백악관은 작전의 목표는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파괴하고 해군을 무력화하며, 반군들에 대한 이란의 지원을 끊고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약 4주 후인 4월 1일, 트럼프는 작전 목표가 거의 달성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군사적인 작전이 아닌, 국제 질서를 결정하는 정치적인 국면이 전개됐다.

작전 개시 2주가 지난 3월 14일, 트럼프는 여러 나라들에 호르무즈(Hormuz) 해협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함께 참전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 이러한 요청은 군사적 요청이 아니라 정치적 요청이었다. 군사작전의 국면을 종식하고 정치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신호였다. 이재명 정부는 이 신호를 놓쳤다. 트럼프가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에 선박 파견을 요청했다고 연합뉴스가 3월 15일 보도했다. 이재명 정부는 3월 17일 국회 답변에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파병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시작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판단이 일부 반미주의자들의 주장에 기반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번 군사작전은 2주 만에 획기적인 군사적 성과를 올렸다. 여러 나라에 파병을 요구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민간인 피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었다. 혈맹인 우리나라는 이것을 거부했다.

정치적 국면에서 트럼프는 나토(NATO)와 일본과 한국, 그리고 호주에 대해 강력한 비난하기 시작했다. 4월 1일 트럼프는 나토를 종이호랑이로 비난하면서 나토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했고, 4월 6일 한국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관세전쟁 시 동맹에 대한 비난에 이어, 이번 작전의 정치적 국면에서도 동맹을 비난한 것이다. 이것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미국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지만,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이것은 낭만적 비판이 있더라도 이번 작전에 대한 지지자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미국 공화당원은 100%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트럼프가 새롭게 만든 세계질서가 가시화하면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새롭게 구축된 질서 속에서 세계가 움직일 것이다.

트럼프가 이란작전 이후 정치적 국면에서 아랍국가들의 결속이 이루어졌다. 사우디와 UAE, 그리고 바레인은 적극적으로 미국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고, 카타르와 오만, 그리고 쿠웨이트, 이집트도 미국과의 협조를 통해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

정치적 국면에서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의 장악 문제다. 이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과 미국의 친구들이 장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는 국가 그룹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데에 여러 부담을 하는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측은 미국과 사우디는 산유국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단순한 장악뿐 아니라 세계 유가를 관리하는 데에 이해를 같이할 것이라는 데에 기반한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 자원을 무기화한 이후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이 중동을 관리했다면, 이제 세계 석유 자원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미국은 중동과 함께 할 것이다. 이란이 평화를 추구하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와 가자지구의 하마스, 그리고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등 저항의 축과 결별한다면 중동은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다시 중동을 장악하면 새로운 미국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경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나온 동맹에 대한 재평가 진행될 것이다.

 

 

2. 트럼프 2기와 국제 관계

 

2025년 관세 협상에서 2026년 2월 28일 장대한 분노 작전까지 일련의 움직임은 일관적 흐름을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의 구매력과 군사력을 활용하여 세계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과거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지대를 결성하고 다자간 협의체를 중심으로 세계의 자유무역을 확대해 나갔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국의 노력이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으로 실패했다고 인식한다. 이것이 미국인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중동의 정세 불안을 주도했던 이란과의 협상도 실패했다. 2015년 7월 14일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EU 등의 국가들과 이란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 합의했다. 7월 20일 유엔 안보리 결의 2231호로 이 합의가 승인됐고, 이후 IAEA의 검증과 감시 업무가 시작됐다.

트럼프는 이러한 핵 협상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고 2018년 JCPOA를 탈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핵개발을 지속했다. 제재 완화로 이란 정권에 자금이 지원됐으며, 이란의 군사력과 역내 영향력은 커졌다. IAEA의 검증도 군사 시설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재임에 성공하자마자 2025년 6월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감행해 이란의 핵 제거에 나섰지만, 물리적 제거의 한계는 명백해 보였다. 2025년 6월의 폭격은 이란의 핵 개발을 1년 정도 지연시킨 정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2026년 2월의 군사작전은 이러한 평가에 기반해 전면적인 이란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2기 트럼프의 행보는 명확하다. 트럼프는 실효적 조치를 통해 미국의 국익을 도모했다. 트럼프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자국 내 정치적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무력화했다. 더욱이 트럼프의 일관성은 국제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결국 트럼프 주도의 국제 관계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가 국제사회의 여러 이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기후변화 협약의 파기, 핵 문제에 대한 강경한 해결, 대만에 대한 분명한 입장, 나토 및 동맹국에 대한 평가, 그리고 관세 인상 등 트럼프는 행동으로 자신의 의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을 부정하고 국가 간 거래적 관계로 국제 관계를 규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무전략적 사고를 버리고 새롭게 변화하는 국제 관계에서 유효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런 국가전략 없이 중요한 시기에 잘못된 국가와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프랑스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하는 시기에 잘못된 주제를 가지고 잘못된 만남을 시도했다. 2025년 6월 G7에서 마크롱이 트럼프가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휴전을 제안하려고 한다고 언급하자 트럼프는 마크롱을 비난했고, 2026년 3월 31일 미군이 프랑스 영공을 통과하는 것으로 허락하지 않으면서 트럼프와 마크롱의 관계는 악화했다. 4월 2일 마크롱이 서울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언급을 하면서 관계는 더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 이재명 정부가 프랑스와 재생에너지 협력을 선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보조금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사업자들을 끌어드리는 일은 그 자체로 국익을 손상하는 일이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 원전을 비난하고 우리 원전과 경쟁하는 프랑스와 재생에너지 협력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해결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트럼프와 대립하는 마크롱과 함께 웃고 이권을 넘기는 일은 국익 보호와 안보와는 거리가 멀다.

프랑스는 2025년 12월 중국과의 공동선언에서 다양한 원전 사업의 협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프랑스와의 협력에서 자체 설계한 원전을 활용하여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하는 프랑스와의 만남에서 이재명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프랑스와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이스라엘을 간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으로 잃어버린 것은 분명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이 시점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의문이 든다.

 

3. 이란 사태와 한·중·일

 

에너지 산업의 관점에서 이란 사태를 점검하면 핵 제거와 안보상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산업구조의 변화 방향이 보인다. 미국은 원유 수출을 제외할 때,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이다. 물론 미국은 3위의 석유 수입국이다. 캐나다의 원유를 수입하거나 다른 나라의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하여 수출한다. 미국은 원유도 수출한다. 원유를 포함한 석유 수출 금액으로 평가하면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결국 미국은 수입과 수출을 조절하면서 산유국 중에서 석유 가격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 세계 1위이지만, 원유를 제외한 석유 수출은 우리나라보다 적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언제나 환영하는 국가 중의 하나다. 유가 측면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세계에서 가장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인도와 일본, 우리나라 순으로 수입을 많이 한다. 인도는 석유 수입도 많지만, 석유 수출을 우리나라보다 많이 하고 있어, 원유 가격에 민감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을 우려하지만 석유 수출을 통해 어느 정도 원가 상승분을 완충할 수 있다. 유가 상승으로 타격을 받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동에 의존하는 비중이 42%로 높다. 중국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말레이시아, 브라질, UAE, 오만에 의존한다. 중국의 수입처가 분산된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우회적으로 이란에서 약 12%의 석유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할 경우, 중국의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5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추가 도입할 수도 있겠으나, 유럽도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물량 부족을 보충하기는 어렵다.

 


2024년 국가별 석유 수출

(단위: 십억달러)


국가

원유 제외 석유수출액

국가

원유 수출액

미국

117.5

사우디아라비아

191.1

EU

98.5

러시아

122.5

인도

69.2

미국

118.5

네덜란드

59.8

UAE

114.9

싱가포르

54.6

카나다

107.5

대한민국

49.5

이라크

98.4

중국

41.8

노르웨이

49.7

사우디아라비아

38.6

브라질

45


출처:WITS

 

2024년 국가별 석유 수입

(단위: 십억 달러, 백만 톤)


국가

금액(십억달러)

물량(백만톤)

중국

325.2

553.2

EU

283.5

-

미국

174.4

375.7

인도

141.5

241.8

대한민국

85.3

137.1

일본

71.8

115.0

네덜란드

49.0

79.2

독일

46.9

78.5

스페인

36.6

-

태국

33.5

177.8

이태리

32.5

54.5

영국

30.8

 

프랑스

29.7

47.0

싱가포르

27.2

43.5


출처:WITS

 

우리나라는 2025년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33.6%, 미국 17.0%, UAE 11.4%, 이라크 10.4%, 쿠웨이트 8.5% 등 약 70%를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한다. 일본은 95.9%의 원유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결국 이란 사태로 인해 타격을 받는 국가는 한·중·일 삼국이다. 한·중·일 삼국은 공급망에서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비용 상승이 예측된다.

미국이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망을 장악한다면 한·중·일의 대미 의존도는 더 올라간다. 일본은 미일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이 필요할 때, 이를 외면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우리의 국력이 쇠퇴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공격이나 북한 지원 등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저해하는 안보 위기를 일으킬 경우, 중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은 단절된다.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가 복잡하고 베네수엘라의 석유도 미국이 장악한 상황에서 브라질만 남은 상황이다. 중국 원유 수입 중에서 브라질의 비중은 8.1%에 불과하다. 이란 사태는 중국의 행동을 제어하는 지렛대를 갖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 중국이 더 이상 희토류 등 자원을 무기로 무역에서 협상할 가능성은 떨어졌다. 미국이 대중국 관리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군사작전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간접적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4. 이재명 정부의 현 위치

 

이란 사태에서 이재명 정부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국익을 훼손하는 행동을 취했다. 이재명 정부는 국내에 있는 비축유에 대한 우선 구매권을 포기하고 해외로 비축유를 유출했다. 전략은 고사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대응 방안도 없어 보인다.

전략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재명 정부의 현 위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谢谢를 외쳤다. 중국은 미국과 EU로부터 수출통제, 투자 제한, 관세 조치 등 다양한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장비 등 첨단 기술 접근이 차단되고 첨단전략 기술과 관련된 투자도 제한받는다. 중국은 사드(THAAD) 배치를 이유로 비공식적으로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의 중국 접근을 막고 있다. 다른 나라 방어 체제를 허물고자 한 중국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유사시 무장 해제된 우리나라를 관리하고자 사드를 반대했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 사드배치는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전 국민이 깨닫기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중국에 대해 굴종적 태도를 보였다. 2026년 1월 한·중 정상 회담 후 문화 교류를 늘리겠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지만, 아직도 가시화하지 않았다.

중국은 거의 모든 산업을 중국 내에서 육성하는 산업전략을 추진해왔다.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 중 철강은 물론이고,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전자기기, 기계, 원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경합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서방의 대중국 제재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시장 규모도 작은 문화산업마저 통제하는 중국이 자국의 시장을 내놓을 리도 만무하다. 유통과 자동차가 버림받듯이 반도체도 버림받기 전에 공급망의 재편을 서두르는 것이 필요하다.

이란 사태는 탈중국의 위험을 줄였다. 중국은 자원을 무기화할 수 없고, 중국의 수출 능력도 미국의 에너지 패권에 의해 관리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추격하고 우리나라는 첨단산업으로 나가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시장뿐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의 시장을 열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반중과 친중이 아니라 중국이 친한으로 변화하느냐가 중요한 질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이란 사태 이후 재생에너지를 더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항상 대기하고 적절하게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스발전소를 사용하여 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는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 가장 비싼 재생에너지가 공짜라는 선입견은 불치의 병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는 2기 취임하자마자 파리협정 탈퇴를 지시했고, 2026년 1월 27일부터 발효됐다. 더욱이 바이든 정부의 기후 관련 행정명령을 폐기했고 EPA는 온실가스 위해(危害) 판정을 폐기했다. 미국에서는 기후변화 논의와 행정은 없다. 이란 사태 이후 미국이 에너지 패권을 갖게 되면 미국에서 한동안 탈탄소나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요는 없어 보인다. 기후 관련 산업의 큰 시장이 사라진 셈이다. 우리나라가 지구를 살린다고 우리나라 산업을 고사시킬 정책은 전략일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부터 무능을 보인 분야는 미국과의 협상이었다. 투명하지 못한 대처로 미국으로부터 관세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대미투자법이 통과됐다. 여전히 구체적인 투자 분야와 규모, 방법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대미투자는 에너지 패권을 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 정착하고 우리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조선, 자동차, 반도체, 원전 및 전기 부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사양산업을 부흥시키면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공급망을 일체화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미국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작업에서 우리 기업의 참여가 보장된다면 우리 산업의 고도화가 가시화할 것이다.

 

5. 미국의 에너지 패권과 우리의 경제 전략

 

이란 사태 이후 세계는 달라진다.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현상으로 다시 기후변화나 희토류 수출통제를 뉴스에서 듣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안보는 안개 속에서 재편될 것이다. 나토는 트럼프 이전에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트럼프만이 이를 지적할 용기가 있었고, 이란 사태가 이를 확인해 주었을 뿐이다.

나토가 무기력해지면, 러시아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국가들의 자강 움직임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적극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한 조치에 들어갔고, 독일과 프랑스도 자신의 방산 산업에 활기를 넣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가 얼마나 에너지 안보를 약화할 것인지를 경험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러·우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지속할 것이고 중동은 미국과 행동을 같이 할 것이다.

유럽은 에너지 문제와 안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나, 복지지출로 바닥난 재정과 사분오열된 국내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받기 때문에, 유럽이 중국과의 협력으로 고비용 저효율로 무너진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전략에도 한계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미국 의존도는 더 커질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패권 전략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대중국 봉쇄정책에도 반기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원전을 비난하고 국제사회에 기여도가 없는 프랑스에 이권을 넘기고, 미국이 사기로 선언한 기후변화를 위한 보조금 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적 포지션닝을 했다. 이러한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 부흥 정책은 없다.

유럽과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값싼 원유가 없다면 중국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다시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시장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 대미 전략과 연계하여 반도체, 조선, 방산, 자동차 등의 첨단화를 통해 미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과거 우매한 지도자는 발전된 해양 세력과의 교류를 내치며 척화비를 세웠다. 대한민국에서 과거를 부정하고 미래의 기회를 거부하는 지도자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란 사태 이후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정착될 것이고 우리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