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슈&분석 Issue&Analysis]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



전 재 성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2023년 8월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기시다 총리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원칙,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 문서를 채택했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한·미·일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을 망라하였고,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향후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견지해 나가야 할 원칙들을 문서화하였으며, 협의에 대한 공약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역내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신속한 협의를 공약하였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3국 회담만을 위해 모인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1994년 한·미·일 정상회의 출범이후 총 12회가 개최되었지만 모두 다른 국제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려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군사안보 문제뿐 아니라 경제 안보의 공급망 및 첨단 기술 협력, 지역과 지구적 차원의 다양한 이슈들, 즉 개발과 보건 등에 관한 협력, 그리고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포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3국 간인적 교류 등 포괄적인 의제들을 논의하고 향후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였다.


  3국 정상은 역사상 최초로 한·미·일 정상회의,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고위급에서의 협의체를 연례화하여 최소 연 1회 개최를 공식화하였다. 3국 간 협력의 공식적 채널을 정례화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고 향후 장기적인 협력의 틀과 토대를 놓았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 3국 모두 민주주의 국가이고 정부의 교체에 따라 정책이 변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 약속을 통해 협력의 플랫폼을 마련했다는 것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을 추구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국제질서는 거시 복합 이행의 과정에 있다. 탈냉전기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규칙 기반 질서는 내부적 도전과 외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소위 구워싱턴 컨센서스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커다란 문제들을 낳았고, 미국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스스로 자유주의 리더십을 변화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테러와 코로나 사태 역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보다 진화하여 효율적인 다자주의 협력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한국은 자유주의 질서 하에서 성장한 국가로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안팎의 국제질서 도전 요인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신흥 선진국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와는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는 수정주의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남반구 국가들은 비동맹 노선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은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고, 탈냉전기에 제기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협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단순한 정책 협력을 넘어 세계질서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늘날 미증유의 복합위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자유, 인권, 법치의 공동가치를 바탕으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증진하고,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한·미·일 협력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의 범위는 북핵 위협 대처를 핵심 목표로 하는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협력의 핵심은 “일방적인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주권존중, 영토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같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협력”이라고 규정되고 있다.


  협력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현재로서 기존의 군사동맹이 아니라는 점에 강조점이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안보보좌관은 한·미·일 3국 협력이 아시아의 나토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며, 특정한 국가나 세력을 위협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욱 강한 협의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이 출범할 당시부터 한·미·일 안보 협력을 추구해 왔으며, 이번의 회담으로 이러한 노력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한·미·일 협력은 기존의 동아시아 바퀴살 동맹 체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자유주의 안보 질서를 진화시키기 위해 특정세력을 배제하는 배타적 질서를 구축하기보다는 자유주의 질서 자체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국제질서의 흐름에 맞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미·일 협력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역적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은 향후의 아시아, 태평양 혹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미국은 미중 전략 경쟁을 수행하면서 군사안보, 경제, 기술, 정치와 가치 면에서 다각적인 전략 틀을 짜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 자체의 군사비 및 무기 전력, 그리고 대중 군사 전략 등 자체적인 노력을 추구한다. 이와 더불어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을 더욱 긴밀하게 하여 중국의 군사적 현상 변경 노력을 억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향후 무기 기술 및 전략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군사혁신에 필요한 자체적인 과학기술 생태계를 발전시키면서 민군 기술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신기술 경쟁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을 통합억제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향후 미래의 전쟁은 육해공, 우주, 사이버, 전자기, 그리고 인지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친 전쟁이 될 것이 확실하다. 모든 분야의 전쟁 기술을 뒷받침하는 일종의 메타 기술 혹은 기저 기술로서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 바이오기술 등 다양한 과학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미국 자체적으로도 추구해야 되는 바이지만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기술의 공동 개발 및 표준 협력 등에서 협력의 여지가 매우 많다. 이미 미국은 영국, 호주와 함께 오커스를 결성하여 안보 및 과학기술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구해오고 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다양한 기술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데 기술이 여러 영역에서 상호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군사 부문 기술 협력이 가지는 함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첨단 기술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룬 나라이고 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뒤진 부분이 많지만 미국도 협력을 통해서 기술 발전에 필요한 상당 부분을 취득할 수 있다.


  특히 기술의 제조업 차원에서는 미국의 제조업 쇠퇴로 산업 기반이 크게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기반은 향후 신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은 탄약과 무기 등 지구전에 필요한 제조업 기반이 매우 중요함을 절실히 느낀 바 있다. 향후 미국의 군사 전략에서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의 군사대립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이제 하나 이상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면서, 복수의 전장에 대처해야 되는 새로운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맹국과의 협력이기 때문에, 우선 미래의 전쟁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한·미일 기술협력은 강한 군사안보적 함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는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있기 직전, 8월 9일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슈퍼 컴퓨터와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최첨단 기술 분야 미국의 대중 투자를 심사에 의해 규제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였다. 향후 실무 부서를 통해 보다 구체화되겠지만, 이러한 미국의 대중 투자 제한은 작년 10월에 있었던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대중 수출 규제와 함께, 미국의 기술 안보의 핵심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양자적 차원의 기술협력및 통제뿐 아니라, 동맹국과 함께 다자적 차원의 대중 기술 안보를 추구하고 있다. 행정명령에서도 향후 동맹국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적시한 상태이다.


  기술협력뿐 아니라, 한·미·일 협력은 중국에 대한 통합 억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이 현상 변경 정책을 추구할 경우, 이에 대한 억제정책은 반드시 군사적 측면에만 제한된 것은 아니다. 중국의 교역 상대국이 절반 이상민주주의 국가이고, 중국 무역액의 상당 부분이 미국의 동맹국과의 교역에서 나오는 상태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향후 중국의 현상 변경 정책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등 다양한 대응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은 나토 국가는 물론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중국의 강압적 시도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대응의 네트워크를 마련하고자 한다.


  한·미·일 정상회담 역시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적, 경제적 차원에서의 대중 정책을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추구하는 정책이 현상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깔고 있고,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의 외교적 협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향후 중국에 대한 통합 억제 차원에서 한·미·일 협력의 수준을 강화하는 노력이라고 본다.


  한반도 차원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및 통일 비전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공감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메커니즘을 연내 가동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북핵 문제 이외의 대북 전략에 대해서도 협의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 바, 범정부 차원의 북한 사이버 실무그룹 출범을 통해 북한의 불법 사이버 외화수익을 차단하는 한·미·일 공조를 본격화하였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하였다.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한다고 확인한 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의 길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지지를 확인하여 한국의 통일노력에 대한 국제적 지지 기반을 넓혀나가는 노력이 재확인되었다.


  한·미·일 협력이 제도화되고 목표를 설정하면서 협력의 정책 이슈들을 명시하는 것은 큰 성과이지만 향후 추진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한국의 외교 정책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단한 국내 정치적 토대를 다져 나가지 않으면 쉽게 약화될 수 있다. 미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정책 공방에 들어설 예정이다. 공화당의 후보로 확실시 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존의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표명해 왔기 때문에, 미국 국내 정치의 변화에 따라 한·미·일 삼각 협력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미·일 삼각 협력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문턱을 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내에서는 한일 양자 관계의 다양한 이슈를 두고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일 양자 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감과 동시에, 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미래의 세계 질서를 놓고 한일 양국이 지속적인 전략적 공감대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일 삼각 협력이 중장기적인 한국의 국익을 도모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체감할수 있는 구체적인 국익과 연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외교 정책상의 로드맵은 쉽게 국내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들의 합의에 의해 정책을 이루어 나갈 때, 견고하고 장기적인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정부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정책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정책을 추구하는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둘째, 한·미·일 협력은 협력을 제도화하고 주요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의를 가지지만, 정책 실행 단계의 구체성을 채워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세 나라는 인도, 태평양이라고 하는 지역의 미래를 놓고 다양한 이슈들을 열거하고 있다. 군사 안보는 물론, 다자주의적이고 공정한 자유무역 체제, 신기술에 대한 보편적인 규제레짐 형성, 기후 및 환경과 같은 초국가 위협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 등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였지만 각각의 정책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국내적인 정책 실행 체계 및 지식과 수단의 확보에서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구체적인 정책 실행 능력과 수단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보다 국력이 앞선 미국과 일본을 따라가는 협력이 될 수도 있다. 3국 협력은 한국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도전이기도 하다. 협력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찾아나갈 수 있는 실력을 다져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 한·미·일 3각 협력이 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배제하는 배타적 지역 질서 추구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과 지속적인 경제적 상호의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공정한 경쟁과 향후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면적인 탈동조화보다 위험 감축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 심지어 일본도 경제 관계에서 유연하고 실용적인 대중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향후 입지가 불투명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 러시아를 위치시켜야 하는 과제도 제시된다.


  무엇보다 한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추진하면서, 이를 협상에 의해 실현할 수 있는 주도권 행사의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굳건한 핵 억제체제를 마련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 경제제재를 유지하면서도, 한반도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미·일이 배타적인 안보 체제 구축으로 비추어질 때, 북·중·러 간의 연대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다중 위기 속에서 한·미·일 협력이 세계 질서를 위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 체계를 실현해 나갈 때, 북·중·러 3국 역시 협력과 경쟁의 건전한 관계를 모색할 것이다.


  넷째, 현재 국제사회에서 남반구 국가들의 중요성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한·미·일 삼각 협력이 제도화되는 과정과 동시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브릭스 회원국이 11개국으로 확장된 것은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남반구 국가들은 북반구 국가들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현실에 비판적 입장을 견제하며, 국제질서가 다양한 국가들 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민주성을 증폭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한·미·일 3국 역시 남반구 국가들에 대한 개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지속적으로 진화되어야 하기에 한·미·일 협력이 지구 전체의 보편적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는 협력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