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Issue&Analysis] 전작권 전환 이견과 갈등, 현황과 전망


[이슈&분석 Issue&Analysis] 전작권 전환 이견과 갈등,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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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비 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1. 문제제기

 

2026년 5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장관은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보다 신속히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신선한 변화(breath of fresh air)”라고 평가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또한, 그는 동맹국이 스스로 책임을 확대해 나가려는 이러한 방향성을 앞으로도 독려(incentivize)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도 함께 밝혔다. 이는 동맹국이 역내 위협에 대해 더 큰 “일차적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져야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전작권 전환을 군사주권의 “환수”와 “회복” 문제로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이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헤그세스 장관의 이어진 발언을 면밀히 살펴보면, 미국의 입장이 한국 정부의 조기 전환론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전작권 전환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동시에 한미가 기존 작전계획(OPLAN)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간 담당해 온 책임을 존중(honor)하는 방식으로 “균형(balance)”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 자체에는 긍정적이더라도, 구체적인 전환 속도와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조건들을 함께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미 간 인식 차이는 다른 발언들에서도 드러난다. 예컨대, 주한미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 장군은 2026년 4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미가 전작권 전환 조건을 2029년 상반기에 충족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제출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임기 내, 즉 2028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하려는 한국 측의 기대와는 시간표상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가 기존에 합의한 “조건에 집중(focus on conditions)”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치적 편의(political expediency)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26년 5월 26일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장관이 당장 내일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언급한 것과는 다르다.

더욱이 안규백 장관은 이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해당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한국군의 물리적 능력보다는 의지와 사기, 정치적 결심의 차원을 강조하였다. 그는 국방에는 “유형의 전력과 무형의 전력”이 있고, 이중에는 “무형의 전력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이등병부터 대장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인 자세 또 우리 군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들이 다 사기 충만해 되어 있다, 이런 취지”에서 전작권 전환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부를 이끌 준비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한미 간에 “아직 그런 얘기들이 구체적으로 나온 바도 없고 논의된 바도 없다”라고 답하며 전환 이후에 대한 한미 차원의 실무적 조율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차이가 반드시 동맹의 균열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대로 한미가 전환기 속 완전히 동일한 시각과 시간표를 갖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선전환·후보완에 가까운 이재명 정부의 접근과 조건 충족을 중시하는 미국 측 접근 사이에는 일정한 긴장과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북 억제의 신뢰성이 한미동맹의 결속력에 크게 좌우되는 한국의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이견을 정확히 직시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조율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본고는 전작권 전환 문제를 직시하고 이행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첫째, 전작권 전환의 주요 이정표와 현황을 살펴본다. 둘째, 전작권 전환 관련 다양한 찬반론 속에 내재된 오해와 기대를 조명한다. 셋째,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된 전작권 전환 추진 방향을 제시한다.

 

2. 전작권 전환, 어디까지 왔는가

 

현재 전작권 전환의 기본 틀은 2014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된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이다. 당시 한미는 전환의 핵심 조건으로 첫째,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군사능력의 확보,’ 둘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 차원의 포괄적 대응능력 구축,’ 셋째, ‘안정적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의 조성’을 제시하였다. 이어 2015년에는 이러한 조건을 구체화한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 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 Plan)’이 승인되었다. 이후 2018년 10월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는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을 채택하고, 전환 이후에도 현행 연합사 체제를 기반으로 하되 한국군 4성 장성이 미래연합군사령관을, 미군 4성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 지휘구조의 기본안에 합의하였다. 즉, 전작권 전환은 세 가지 조건 충족과 함께 미래연합사 중심의 통합형 연합지휘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전환 준비 수준에 대한 평가의 불일치이다. 즉, 전환이 이미 상당 부분 진전되었다는 인식과 여전히 핵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신중론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전환 준비가 상당 수준 진전되었다는 견해는 비교적 오래된 평가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 시기 청와대 NSC 정책조정실 행정관을 지낸 김창수는 2008~2009년 을지훈련 당시 이미 전작권 전환 준비가 60~70%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인식은 전작권 전환 논의가 초기 단계부터 일정 수준의 군사적 준비를 기반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시각을 대표한다. 가장 최근에는 안규백 국방장관이 2026년 샹그릴라 대화 계기 한미 양국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이미 충족됐다고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한국군의 준비 수준이 상당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반면 신중론 측면에서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등은 전작권 전환이 군 구조 개편이나 상징적 의미와는 별개로, 실제 전시 지휘·통제 및 연합작전 수행 능력 측면에서 충분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나아가, 앞서 제시된 수치들에 대한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예컨대,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것은 해당 수치가 ‘성과관리적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다. 즉, 특정 시점의 전환 목표를 전제로 각 기관의 준비 수준을 계량화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일 수 있으며, 이 경우 충족률은 객관적 전력 평가라기보다 정책 관리 지표로 기능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둘째, 보다 구조적인 한계는 ‘평균의 오류’ 문제이다. 전체 충족률이 높게 제시되더라도 이는 개별 조건들의 단순 평균이며, 이 경우 일부 성숙한 능력 영역이 핵심 전력 요소의 미비를 가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군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 독자적 위성정찰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탐지·식별·추적 및 정밀타격 능력 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무엇보다 안규백 장관 역시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94% 수치에 대한 재질문에 “어느 것을 딱 짚어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통괄적으로, 일반적인 취지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해당 수치가 세부 조건/단계에 대한 정밀 평가라기보다 종합적·포괄적 판단에 기반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를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률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각종 수치는 일정한 진전 상황을 보여주는 참고지표로서는 의미가 있으나, 이를 전환 조건의 실질적 완성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충족률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한국군이 연합작전의 지속성, 지휘통제의 안정성, 그리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시간 대응능력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이다.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만이 아니라 러우 전쟁을 통해 드론전과 비대칭 전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중동 분쟁에서 관찰되는 소모전 양상과 결합된 새로운 작전개념을 발전시키는 상황에서, 기존에 한미가 합의한 조건들이 과연 현재의 안보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3.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오해와 과도한 기대

 

전작권 전환의 신중론에 대한 가장 큰 반론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첫째는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가”라는 문제제기이다. 조건에 기반한 전환이 사실상 영원히 충족되기 어려운 목표로 남는다면, 전환을 먼저 단행하고 부족한 부분은 이후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야말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예외적 기회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찬성론에는 일정한 타당성이 있지만, 몇 가지 오해와 과도한 기대가 내재된 것도 사실이다.

전작권 전환과 군사주권의 환수

첫 번째 오해는 전작권 전환을 군사주권의 “환수”나 “회복” 문제로 보는 것이다. 물론 전작권 전환의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를 군사주권 문제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는 것도 불필요한 부정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반도 유사시 전쟁 개시와 확전, 종전의 정치적 결정은 전작권 전환 이전이나 이후나 여전히 한미 양국의 최고 통수권자와 국방당국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다시금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즉, 전작권은 이러한 정치적 결정 이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누가, 어떤 지휘구조 속에서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한미가 사용하던 “전환”이란 표현 자체도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측에 존재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한국 측으로 전환되는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다.” 이는 다소 도발적인 표현이지만, 전작권은 미국이 한국군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결정을 내린 이후 이를 집행하기 위해 구축해온 것이 연합지휘구조임을 강조한다. 전작권이 전환된다고 해서 한국이 단독으로 전쟁을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며, 전환되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의 군사주권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4. 전작권 전환과 한국군 개혁의 관계


둘째,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한국군 개혁이 가능하다는 기대이다. 이러한 시각에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한국군이 유사시 연합방위를 주도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설정될 때, 군 구조 개혁, 합동성 강화, 지휘통제체계 개선, 정보감시정찰 능력 확충, 미사일방어와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의 통합 운용 등 필요한 개혁이 보다 강한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이 더 이상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연합방위의 중심적 행위자로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략적 압박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과도한 기대의 함정도 존재한다. 전환 자체가 개혁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질적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환 일정만 앞당길 경우, 이는 개혁의 압박으로 작용하기보다 지휘구조의 불안정성, 작전 효율성 저하, 동맹 결속력에 대한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은 개혁의 촉진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개혁의 대체물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북한의 위협은 과거와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그치지 않고, 드론·전자전·사이버·장거리 정밀타격·특수작전 능력이 결합된 복합적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군의 최우선 과제는 전시 실시간 정보 공유, 표적 식별, 지휘통제, 미사일방어, 민간피해 최소화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며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5.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지휘구조


셋째,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령부 또는 통합형 연합지휘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이 지점에서는 전환 찬성론과 신중론 양측에서 일부 오해가 존재한다. 일부 찬성론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의 지휘구조가 확립되면 미국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보조적 위치로 조정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장기적으로 한국군과 미군이 각기 독자적 지휘체계를 유지하는 병렬형 구조를 선호한다. 반대로 신중론 일각에서는 무리한 조기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기존 연합지휘체계의 해체,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이 조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질 경우,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주한미군의 현대화 과정을 살펴보면, 현실은 전환 찬성론이나 신중론 어느 한쪽의 예상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다. 우선 신중론이 우려하는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 가능성을 과도하게 전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여전히 미국의 대외전략상 중요한 지리적군사적 요충지이며, 브런슨 사령관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East-up Map’ 역시 한반도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이 해외에 보유한 최대 규모의 군사기지 중 하나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완전히 이탈할 유인은 크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한미군의 축소나 재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란 전쟁에서 확인된 해외 미군기지의 취약성 및 전장에서의 기동성과 분산성 강화 필요성을 고려하면, 주한미군의 역할과 구성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은 2010년대 이후 한반도에 고정 배치된 대규모 지상군 중심 구조를 점차 순환배치 전력 중심으로 전환해 왔다. 주한미군 지상군의 핵심 전력이자 유일한 보병 전투부대인 한미연합사단(2사단) 예하 스트라이커여단전투단(SBCT: Stryker Brigade Combat Team)은 2022년부터 통상 9개월 주기로 순환배치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공군 전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노후화된 대전차 공격기인 A-10은 2025년 퇴역하였고, 오산과 군산기지에 분산 배치되어 있던 F-16 전투기도 오산기지로 재배치되면서 그 수가 줄었다. 대신 군산기지에는 MQ-9 리퍼 정찰대대가 신설되는 등 무인체계, 정보감시정찰, 사이버 등 첨단 능력 중심의 재편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정리하면, 미국은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고정 배치 전력의 지리적 취약성과 운용 부담을 고려해 주한미군의 성격을 기존의 대규모 지상군 중심 방어에서 무인기, 사이버, 정보감시정찰, 미사일방어, 장거리 정밀타격 등 핵심 지원능력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연합지휘구조의 문제가 다시 중요해진다. 한국이 여전히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정보감시정찰 능력, 미사일방어망, 사이버 역량, 전략자산 운용 등 핵심 영역을 고려할 때,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가 병렬형 지휘구조로 분리되는 것은 오히려 한국이 필요한 미국의 핵심 능력을 제한적으로 지원받게 하고, 결과적으로 작전 효율성과 억제의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병렬형 지휘구조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미국에 의한 연루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자리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성격이 대규모 지상군 중심에서 무인기, 사이버, 정보감시정찰, 미사일방어 등의 핵심 지원능력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 역시 새롭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만 유사시 한반도에서 대규모로 차출될 수 있는 주한미군 전력은 제한될 수 있다. 연루 위험이 병렬형을 정당화할 만큼 결정적인 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병렬형 지휘구조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크게 두 가지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군 장병의 생존성과 작전 효율성에 대한 부분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성급한 전작권 전환시 한미연합사 해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진 배경에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한국군 지휘구조 아래 미군 전력을 운용하는데 대한 우려가 자리한다. 바로 이 지점을 고려할 때 병렬형 구조를 선호할 수 있다. 둘째는 중국이라는 역외 위협을 견제하는 전략적 관점이다. 이 경우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와 어느 동맹국보다 강한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미국의 역내 작전 구상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미국에도 중요한 전략적 이익이 된다. 이 관점에서는 통합형 연합지휘구조가 더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가질 것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이 병렬형 지휘구조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한국과의 연합작전을 부담 또는 위험으로 인식할 때, 그리고 동맹에 대한 기대를 버릴 때일 것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논의에서 병렬형 지휘구조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병렬형과 통합형의 장단점을 냉정하게 비교하고, 어느 방향이 대북 억제력과 연합작전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전작권 전환의 바람직한 방향이 미국의 역할을 분리하거나 병렬화하는 데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더 이상 고립된 행위자로만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오히려 한국군의 주도성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의 정보·감시·정찰, 미사일방어, 사이버, 전략자산 운용 능력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합지휘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6. 무기한 유예론


마지막으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신중론이 가진 오해도 있다. 현재의 안보환경이 엄중하므로 전작권 전환을 가능한 한 계속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앞서 살펴보았듯, 조급한 전환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곧 전작권 전환 자체를 무기한 유예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동맹정책 변화와 동맹현대화 흐름을 고려할 때, 한국이 연합방위에서 더 큰 재래식 책임과 주도적 역할을 요구받는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한, 미국은 앞으로도 한국의 재래식 전력, 기지, 군수지원 등의 역량을 역내 위협 대응 구조 속에 보다 긴밀히 통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계속 유예하는 것은 한국군의 책임성과 주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방위분담 요구가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더 큰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일방주의적 동맹정책이 강화될수록 한국 내에서도 군사적 자율성과 책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7. 앞으로의 과제와 이행방향

 

앞서 살펴본 논의를 종합하면, 전작권 전환의 바람직한 방향은 “즉각 전환”도 “무기한 유예”도 아니라고 판단된다. 전작권 전환은 추진되어야 하지만, 그 기준이 군사주권의 상징성이나 국내 정치적 시간표가 아니라 한반도 전쟁 억제와 연합방위의 실효성이 되어야 한다. 특히 핵심은 전환 이후에도 대북 억제력과 동맹 결속력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을 구체화하는 데 있다. 예컨대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령부가 유사시 미군 전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할 수 있는지, 미국 전략자산과 확장억제 운용 절차가 전환 이후에도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연합연습과 위기관리 절차가 충분히 검증되었는지, 유엔군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미래연합사령부 간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었는지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고가 제시하는 전작권 전환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전작권 전환은 “94% 충족”과 같은 평균적 수치가 아니라 정보·감시·정찰, 위성정찰, 북한 핵·미사일 대응, 연합 C4I 등 결정적 능력의 실질적 확보 여부를 기준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위성정찰 능력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탐지·추적·평가하고, 전시 작전 결심을 지원하는 데 필수적이다. 평균적 충족률이 높더라도 이러한 핵심 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면, 한국군이 연합작전을 주도하는 데에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가 남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보면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독자적 군사정찰위성 체계가 실질적으로 운용·검증되는 2030년대에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사의 통합형 연합지휘구조는 유지되어야 한다. 한국군의 주도성을 강화하되, 미군의 정보자산, 전략자산, 증원전력, 확장억제 운용 절차와의 연계가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병렬형 구조는 정치적 상징성은 클 수 있으나, 실제 전시 지휘통일성과 작전 효율성 측면에서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미국의 역할을 분리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군 주도의 연합지휘구조 안에서 미국의 핵심 능력을 안정적으로 통합·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사 내부의 지휘구조 조정에 그쳐서는 안 되며, 유엔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사 후방기지, 미 증원전력 전개 체계와의 관계 속에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내 후방기지, 병참 지원, 증원전력 전개, 다국적 지원 체계는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사와의 협력 구조를 유지하고, 유엔사의 전략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지휘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연합방위의 지속성과 국제적 지원 기반을 확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전작권 전환 문제의 핵심은 전환 이후에도 한미가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에 있다. 한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 유례없이 통합된 연합지휘체계를 구축해 왔다. 전작권 전환은 이 구조를 걷어차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군의 책임성과 주도성을 높이면서도 미국의 핵심 능력과 동맹 공약을 연합방위 구조 안에 더 안정적으로 묶어두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전작권 전환의 목표는 미국과의 분리가 아니라,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가 한국의 안보 이익에 더 부합하면서도 한미동맹의 군사적 효용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설계하고 이행하느냐에 따라, 전작권 전환은 핵강소국들로 둘러싸인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한국의 생존과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함께 뒷받침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