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슈&분석 Issue&Analysis] 새해 주변국 정세 전망❶ 2024년 북한 대외 관계 전망

새해 주변국 정세 전망❶


2024년 북한 대외 관계 전망


박 인 휘  이화여대 교수


  북한은 2024년을 맞이하여 별도의 신년사 없이 작년 말 개회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과 보고로 대신했다. 이는 2019년 이래로 북한이 보여 온 일관된 행태로서, 북한의 대내적인 역량을 결집하고 동시에 사회 기강을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되었다. 2023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에 걸쳐 개최된 금번 전원회의는 국가 모든 정책 영역에 걸쳐 방대한 논의와 정책 방향성 및 결정사항을 담고 있다. 대체로 대남, 군사, 정치, 경제, 대외, 사회문화, 이렇게 6개 분야로 나눠서 평가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고, 본 글에서는 북한의 대외 정책에 한정하여 올 한 해 전망을 하고자한다.

  기본적으로 이 번 제8기 9차 전원회의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어는 ‘적대관계와 단절, 그리고 한반도 정복’이다. ‘정복’과 관련하여, 북한이 다양한 무력 수단을 동원하여 남한 영토를 점령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비단 이 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니,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김일성 시대 때부터 주창해 온 “영토 완전론”과 맥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북한이 과거 고수하던 대남전략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북한이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및 단절’이라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한국을 적대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족관계 및 동질관계’라는 표현을 통해 두 가지 서로 다른 메시지를 함께 던지고자 노력했던 것이 사실인데, 최근 들어서 남북한 관계를 두 개의 별도 국가로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특히 이번 2023년 말전원회의를 통해 남북한 사이의 ‘두 개 국가’라는 북한이 인식이 정책적으로 완전히 정립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남북한 사이의 완전한 ‘단절’은 향후 북한의 생존전략과 대외전략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가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첫째, 북한이 남북한 관계를 두 개 별도 국가로 상정한다는 뜻은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여하한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어떤 정책도 북한 스스로 거부할 정당성을 가지게 되며, 국제사회가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행하는 어떤 결정도 수용하지 않을 일종의 북한 차원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북한 스스로 국제사회와 더욱 고립되는 현상을 초래하겠지만, 북한 차원에서 ‘민족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 논리적인 일관성은 확보하게 된 셈이다.

  두 번째로, 북한이 한국을 별도의 국가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다양한 무력을 남한을 향해 사용할 정당성을 확보 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북한은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무력 법제화”를 공표한바 있는데, 이는 일종의 북한식 핵사용 독트린의 의미를 가지는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북한의 핵무력 선제 사용을 암시하는 스탠스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번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를 거치면서 남한은 완전히 별개의 국가로 여기는 분절을 분명히 했으니, 우리나라를 상대로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정당성이 더욱 확보된 셈이다. 따라서 이 번 전원회의의 핵심 내용은 북한의 핵무력 사용의 자율성과 깊게 연동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한의 원칙과 기조 위에서 2024년 북한의 대외전략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또한 어떤 정책들로 구현될 것인가? 전원회의에서 공개한 북한의 표현을 직접 빌리면 “변화발전하는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책략적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당의 존엄사수, 국위제고, 국익수호의 원칙에서 강국의 지위에 맞는 공화국의 외교사를 써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존엄 사수”와 “강국의 지위에 맞는 공화국의 외교”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존엄 사수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김정은 집권 이후 완결성을 확보한 ‘핵무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1948년 김일성 집권 이후 북한이 이룩한 거의 유일한 업적은 핵무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치발전, 체제안정, 경제성장, 외교적 지위 등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북한은 실패한 국가이다. 따라서 북한 스스로 판단하건데, 생존을 위한 최고의 업적은 바로 핵무력 완성이라고 결정할 가능성이 크며, 또 북한은 국가안보 보다는 리더십안보(레짐안보)를 더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리더십은 곧 ‘핵무력’이라는 방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이 주장하는 “존엄사수”는 김정은이 완성한 핵무력을 지켜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강국의 지위에 맞는 공화국의 외교”는 해석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한데, 현시점에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북한은 지금까지 생존과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과 직접 단판하고 협상하는 전략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러한 관행의 연장선에서 미국을 상대로 다양한 외교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24년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이고, 북한은 방식과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는 예외 없이 도발 혹은 통 큰 제안을 통해 북한 문제를 미국 행정부의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게 만든 관례가 있다. 특히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지만, 만에 하나 트럼프 전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나서게 된다면, 북한은 어떡해든 미국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것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올 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북한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자국의 생존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강대국 지위에 맞는 공화국 외교”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국제사회 주요 강대국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23년 하반기부터 북·중·러 연대를 가시화함으로써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작년 9월 12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인 북러 정상회담, 또한 12월 북한과 중국 간 코로나 이후 첫 고위급회담 등은 북한이 보이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북중러 연대는 그다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과거 김일성 집권 시기에 중국과 구소련 사이에서 북한은 복잡한 외교 전략을 구사한 바 있는데, 때로는 어느 한 쪽에 가까워지는 방식을 통해, 또 때로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같은 외교적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을 통해 북중러 삼각 관계를 적극 활용한 바 있다. 김정은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필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현재와 같이 국제안보가 위기 상황에 처하고,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및 하마스 사태로 인해 한반도에 충분한 외교안보 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북중러 연대를 통해 북한의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북한이 주창한 “강대국 지위에 맞는 외교”는, 세계 주요 강대국과의 연대를 통한 외교적 입지 구축 시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도에 예상되는 북한의 북중러 연대 강화는 사실 다소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잘알려진 바와 같이,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신’으로 알려진 한미일 삼국 협력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인태지역과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세계 최고 자유주의 국가들 간 연대라는 의미를 가진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특정 어느 국가의 지협적인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추구하는 차원에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삼국 협력이 구체적으로 발표된 이후, 국내외 일부에서는 삼국 협력의 반발로 북한이 북중러 연대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북중러 연대의 논리적 정당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 및 일본과 함께 삼국 협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상호협력을 계획했을 때, 북한의 이러한 행동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다만,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중러 연대는 3국의 이해관계가 특정 국면에서 맞아떨어진 일종의 사익(私益)적 이해관계의 차원이라면, 한미일 연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평화, 번영에 기반 한 인류 보편적인 차원의 이익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북중러 연대라는 반발적 성격의 움직임이 우리의 국익에 다소 부담일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국가이익이 더욱 적극적으로 구현됨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상이 전례가 없이 향상되는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2024년 신년사 성격을 가지는 지난 제9차 전원회의를 통해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면서 세부 과업으로 핵무기 생산 계획, 3개의 정찰위성 추가 발사, 전자전수단 개발 생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당장에 실행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의 7차 핵실험 실행이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고, 심지어 일부 외국 언론에서는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 이후 다시 집권하게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국제안보질서 재편, 미국의 외교적 부담 등을 목적으로, 러시아의 핵실험 가능성까지 동시에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하여, 미국의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된다면, 러시아 역시 여러 가지 유리한 상황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는 분명히 강력한 메시지를 내고자 할 것이 분명하다.

  한편,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라는 심각한 도발을 시도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향해 고도의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고, 러시아는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미국의 제재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유엔 안정보장이사회를 포함하여 미국이 제안하는 어떤 국제안보 현안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이 여하한 군사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국제사회가 북한을 상대로 다자 차원의 추가 제재를 가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고, 다만 주요국을 중심으로 각종 단독 제재는 가능한 상황이다. 북한이 이러한 기회를 놓칠 리가 만무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사안은 미·중 전략 경쟁이다.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검증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많은 전문가들은 미중 전략 경쟁은 한반도 문제에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미중 관계가 안 좋을수록, 북한 문제 해결이 더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요즘은 미중 관계의 다양한 국면에 따라서 한반도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 각각 일뿐, 일반적으로 더 좋다 혹은 더 나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라는 차원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현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작년 12월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양국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중북 우호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강조한 바 있다. 북중 사이의 이러한 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특히 북중 간 국경이 일부 개방 및 대규모 중국 관광객의 북한 유입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북중 사이의 이러한 상황 전개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으로 하여금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북한 체제 생존에 자신감을 부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은 현재 여러 가지 관점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마다 분석이 분분하지만, 중국 내수 경제의 상대적인 침체는 중국이 전개하는 대미 전략경제에서 매우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국제사회 전반에 퍼진 글로벌 반중 정서 역시 중국의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워싱턴 D.C. 소재의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미중 경쟁에서 당분간 승리했다는 자평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입지는 북한의 대외 전략이라는 맥락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 변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북한의 대외 전략에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2024년을 맞이하는 국제질서의 다양한 혼돈과 불안정성으로 인해 북한의 돌출 행동 가능성은 더욱 커졌고, 국제사회 차원에서 이를 제재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북한은 대부분의 경우 국제질서가 불안정한 상황을 자국의 생존 가능성 확장 기회로 삼고자 한 전통이 있다. 국제질서가 현재와 같이 요동치는 상황일수록, 우리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기본적인 역량을 잘 갖춰야 할 것이다. 북한의 행동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지금까지 한국이 쌓아온 국가 정체성에 기반하여, 한반도 평화는 물론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도 적극 기여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1990년 이후 30여년 동안 거침없이 전개된 세계화를 뒤로 하고, 국제안보 질서가 전례가 없이 불안정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세계화 30년의 시간 동안 한국만큼 국제자유주의 질서를 적극 활용한 나라도 드물며, 그 결과 우리는 세계 10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경제대국들 중에서 한국처럼 대외 교역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나라는 없다. 그만큼 한국의 국가이익에 국제질서의 안정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올 한 해에도 북한 변수가 크고, 북한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작동할 수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는 세계 평화와 번영의 시작이라는 책임감이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