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2024년 한국 안보의도전과 위기 - 해법을 찾는다
o 일 시 : 2024년 2월 26일 오후4~6시
o 장 소 : 한미우호협회 회의실
o 참석자 : 박철희 국립외교원 원장,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방 형 남 한미우호협회 편집위원장(대담 사회)
방형남 편집위원장 : 특별 대담을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많은 국제적 환경 변화가 있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한미 관계가 크게 강화됐고,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던 한일 관계도 상당히 수습이 돼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남북 관계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악화 된 상황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은 노골적으로 무기 거래까지 하는 관계로 밀착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중 관계는 답보 상태입니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West 전선’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East 전선'은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력이 커지면 국가가 안전해져야 하는데 현재의 대외관계를 보면 거꾸로 불안 지수가 올라가는 형국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전반적인 대외 관계에 대한 분석과 극복 전략을 총론적인 관점에서 말씀해주시지요.
박철희 국립외교원 원장 : 저는 지난 정권의 외교는 중심축이 없는 외교였다고 생각합니다. 초점을 오로지 남북관계 개선에만 놓고 거기에 집중해서 한반도에 갇혀 있는 외교를 지속했습니다. 우리의 희망과는 다르게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 정밀화시키고 있는데도 그에 대한 대응, 특히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부분을 무시한 채 희망적인 사고방식을 계속 적용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상황이 불안하다고 진단하셨지만 그때가 훨씬 더 불안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다시 돌아봐도 한미관계 남북관계가 파탄이 났었잖아요. 한미관계는 흔들렸고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습니다. 한중 관계도 제대로 움직여진 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거의 외교적으로 외톨이 상태였습니다. 이를 타개하는 것이 현 정권의 가장 큰 초기 과제였습니다.
제가 최근 외교협회와 오스트리아에 가서 강연을 했는데 골프에 비유해서 ‘앵커드 플렉서빌리티 디플로머시(anchored flexibility diplomacy)', 즉 중심축을 정확하게 두고 유연하게 다른 나라들을 인게이지(engage)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적절한 선택이 아니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중심축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들에게 안심감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니까, 한미관계를 튼튼히 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통해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치를 공유하는 인도 태평양과 유럽에 있는 국가들과 유연하게 협력하자는 것이죠. 그동안 현 정부의 외교는 중심축을 확실하게 두는 과정이 중점이 돼 있었고 이제 유연하게 다른 나라들과 관여해가는 과정들을 늘려가고 있는 상태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 원장
(전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전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 좀 불안하다는 판단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한중 관계입니다. 중국이 한국 때문에 한중 관계가 안 좋아졌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한중 관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때 이미 좋지 않았습니다. 안 좋아진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2021년부터 22년 대선 때까지 계속해서 한국에 사람들을 보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중국의 여러 유력인사들이 당시 이재명 후보 지지성향의 기관과 연구소로 몰려가 선거풍향을 파악한 뒤 이 후보가 당선된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올린것 같아요. 중국으로서는 이 후보가 된다고 확신을 하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게 됐으니 스텝이 꼬인 거죠.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도 선거 전날까지 힐러리 클린턴이 된다고 예상을 해 낭패를 겪었습니다. 중국에서 부랴부랴 알리바바의 마윈을 보내서 트럼프와 관계를 트려고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추이톈카이 당시 주미 중국대사가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접촉해 겨우겨우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중국은 싱하이밍 주한대사를 동원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유력인사들 몇 명이 방한했으나 역시 관계 개선으로 이끌지 못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중국 쪽에서 작년 우리 대통령의 대만 언급(편집자 주 1)을 붙들고 그것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일종의 핑계죠. 한중관계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 정부 사람 대신 재야에 있는 친중(親中)세력들을 만나는데 이들이 4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질 거라는 인식을 계속 주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선거 이후 윤석열 정부가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꿀 테니까 그때 가서 다시 대응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약하면 한중 관계가 안 좋은 이유는 우리 쪽 측면보다는 중국 쪽 요인이 크고 중국이 약간 몽니를 부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월 총선이 끝나면 한중 사이에 교류가 늘어나고 어느 정도 대화가 진행되면서 좀 나아지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 국력이 커졌는데 왜 불안지수가 커졌느냐는 사회자의 지적과 관련해 한국의 국력이 글로벌 차원에서는 증가했을지라도,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실제적인 국력이 더 커진 것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국력을 가늠할 때 경제와 군사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국의 진정한 국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aggressive) 행동, 미국과의 복잡해진 경쟁·갈등 관계, 그리고 핵을 포함한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 등을 고려할 때 과연 동아시아 지역에서 우리의 국력이 실질적으로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될 것 같습니다.
물론 긍정적 결실도 많습니다. 지난 1월 유엔인권이사회가 개최한 중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편집자 주 2)에서 한국정부는 중국에 강제송환금지(non-refoulment) 원칙과 유엔 난민협약을 존중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탈북민을 포함한 해외출신 이탈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는 한국정부가 UPR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탈북민 인권문제를 직접 제기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중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중국이 위구르 문제 지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중국이 위구르 문제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동시에 여러 전선에서의 대응을 피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 연대의 강도가 이러한 중국의 무대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박 원장님이 언급한 ‘앵커드 플렉서빌리티’는 굉장히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대해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와 같은 국제적인 매체에 기고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외국에서 만들어진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상황을 규정하고 새로운 용어를 창조, 배포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아무튼 문제는 원칙과 유연성의 조화네요.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행동에 있어서 유연성을 보여야 하니까 결국은 가치 규범 외교와 국익 외교를 어떻게 잘 조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관계 구축에 대한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제가 틈만 나면 얘기하는 게 급변하고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 국제정세에서 유사입장국가들(like-minded states)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게 매우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집중하면 세상의 3분의 2, 아니 4분의 3을 버리고 가야 되는 위험이 있지요. 그래서 미국이나 서방에 대한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이나 자유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동의하는 국가들과의 관계를 잘 구축하고 설득하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국제정세에 대한 입장이 변동가능하고 중립적인 특성을 가진 소위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s) 또는 ’중간 입장국가들’(middle-ground states)로 간주되는 많은 국가들을 포함합니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유엔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PBF) 자문위원)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 : 남북관계 중심으로 얘기를 하면 요즘 북한이 자꾸 세게 나오니까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국민 사이에 조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의 메시지 관련 프레임 싸움으로 이런 불안이 조성되고, 전쟁이냐 평화냐 프레임 때문에 우리가 밀리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이 상황이 우리 정부가 잘못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요.
예를 들어 북러가 가까워지는 게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관계 강화로 인한 역풍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않거든요. 북한은 이미 2021년부터 국제관계가 변화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외교를 하자면서 소위 신냉전을 강조하며 러시아에 접근 했습니다. 북한의 러시아 밀착은 우리 정부와 관계없이 예정된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판단해야 합니다.
북한이 현재 통일 논의를 지우고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하려고 하는 것도 이미 김정은 시기 들어서면서부터 해오던 것들이 조금 더 구체화되고 강해지고 공식화되는 것이지, 갑자기 변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 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은 남북간 대화의 시간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억제와 압박의 시간이고, 좀 더 확고하게 대응을 하고 우리의 의지를 표출할 시간이지, 섣불리 대화하자고 할 국면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든지 대화해보려고 구걸하다시피 한 결과 부작용이 굉장히 컸거든요.
지금은 잘못을 바로잡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할수도 있습니다. 현 상황을 잘 관리하되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이 분명하니까 정부가 확고한 의지와 능력, 안보 대비 등을 잘 설명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계속 내놓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방 위원장 : 북러 밀착에 비하면 북중 사이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원장 : 제가 볼 때는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물론 러시아가 무기가 필요해서 그렇게 된 측면도 있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불안해서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중국 경제가 자꾸 안 좋아지고 미국에 밀리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입장에서 볼 때 믿고 계속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커넥션이 되면 북한의 입지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가 필요하니까 무기 수출이 이뤄지고 그러다 보니까 북러 관계가 좋아졌지요.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의 관계를 좋지 않게 계속 나갈 수는 없습니다. 2017년과 2018년 북미회담은 중국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때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장소가 싱가포르와 하노이였잖아요. 두 군데 공통점은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난 것에 대해 굉장한 위협을 느꼈습니다. 즉 ‘차이나 패싱’으로 판단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중국이 지금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건 바로 그런 경험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러의 밀착에 대해 약간의 불안감도 있고 불만도 있지만 그걸 트집 잡기보다는 북한과의 관계를 미니멈 수준으로라도 유지하는 게 이익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방 위원장 : 이 대사님이 말씀하신 UPR이 중요한 것 같은데 조금 더 얘기를 나눠볼까요.
이 대사 : UPR은 유엔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제도입니다. 중국의 이번 UPR은 네 번째로 진행된 것인데, 윤성덕 주제네바대사는 지난 1월23일 열린 중국의 UPR에서 주어진 발언기회를 활용해 중국에게 탈북민을 포함한 이탈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요구하며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앞서말한 대로 한국정부가 UPR에서 탈북민 인권문제를 중국에 직접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한국은 2018년 3차 UPR에서는 탈북민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고, 2013년 2차 UPR에서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와 난민 보호 문제를 언급했으나 북한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었습니다. 이번에 중국이 한국의 탈북민 문제 제기에 대해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은 것은, 중국이 나름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러시아나 북한과는 ‘결이 다르다’는 걸 보이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국제인권단체들이 중국에 탈북자 강제송환금지를 요구할 때, 중국은 이들을 ‘불법 체류자’로 간주하며 탈북자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탈북자 대부분이 여성인것을 고려할 때, 중국에 잡힌 탈북 여성들은 인신매매, 강제결혼, 혹은 자발적 결혼을 통해 ‘중국의 자녀’를 출산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들이북한으로 강제송환될 경우,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고문과 성폭력뿐만 아니라 자녀와 떨어져야하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와동시에 중국에 남겨진 자녀들도 어머니와의 생이별로 큰 고통을 겪게 되겠지요. 따라서 이에대한 대응으로, 중국 내 탈북여성과 그들의 자녀들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합니다. 탈북여성이 중국의 자녀를 낳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탈북자를 강제북송하지 않도록 설득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맞물려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방 위원장 :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남한과 맺은 여러합의를 폐기했습니다. 아버지가 만든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도 부숴버렸습니다. 3대에 이른 세습독재정권인데 이렇게 선대의 유산을 버리고 나서니 완전히 다른 대남 정책을 택했다고 봐야겠지요. 남북한이 국가로 공존하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홍 전 장관 : 저는 최근 김정은의 행보를 ‘공세적체제 유지 전략’이라고 얘기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체제를 유지하려는 몸부림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대외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판단합니다.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인정하라’는 것이지요. 통일이고 뭐고 필요 없고 오로지 핵을 가진 국가임을 인정받는 것이 대외적으로 가장 큰 목표 같아요.
북한은 2021년 8차 당 대회 때 국가 자유주의를 내세우면서 통일과 민족을 빼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그런 의도를 확실하게 한 것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다시 핵 개발을 시도하면서 2021년 당 대회를 했고 그때 김정은이 얘기한게 계속 실행되고 있습니다. 미사일 등 무기 실험도 거의 8차 대회 때 제시된 겁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하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해석하지만 북한은 그때 하라는 걸 준비해온 거예요. 준비해서 하나씩 하고 실패하면 또 하고 이렇게 해서 성공시키는 거죠. 김정은이 할아버지 따라하는 것도 있지만 자기 나름대로 정치 어젠다가 있는 겁니다. 핵무기를 가지고 협상을 하려고 했지만 안 되니까 핵을 가진 조선민주인민공화국을 인정받는 방향으로 가기 시작한 겁니다.
대내적으로도 지지가 필요할 테니까 이 전략을 주민들 동원하는 데에도 쓰려고 하는 것이고요. 통일을 거론하면 필연적으로 남쪽에서 오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반도 관련된 것 다 지워버리고 남북 관계 끊고 남쪽 기대도 하지 말라,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고 몰고 가는 겁니다.
다른 관점을 말씀드리면 제가 몇 년 전부터 김정은도 (그때는) 30대라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민족보다 국가 정체성이 훨씬 강한 것처럼 생각하고 판단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왔습니다. 김정은이 김일성이나 김정일과는 달리 민족 정체성을 생각하거나 민족끼리 무얼 한다고 하는 인식이 확실히 줄었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민족보다는 나의 지금 이익이 중요하고, 북한의 지도자로서 주민을 먹여 살리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계속 권력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통일부 장관,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방 위원장 : 그런 생각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면 결국은 미국과 접촉이 되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미국을 향한 움직임이 없지 않습니까.
홍 전 장관 : 아마 북한도 트럼프의 재집권을 기대하면서 그때까지는 최대한 강하게 나가려는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우리는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니 그걸 인정하고 대화하자고 나올 겁니다. 남북관계 그런 거 고려하지 말고 우리와 핵 군축 회담하자고 하겠지요. 트럼프와 판문점에서 만날 때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끼어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 원장 : 그렇게 되면 우리는 대화에 못 들어가잖아요.
홍 전 장관 : 남북이 국가 대 국가라는 조건이면 더 힘들어지지요.북한은 우리는 하나의 국가로서 따로 할 거라고 주장할 테니까 우리가 같은 민족을 내세워 참여할 수 없는 조건이 되는 겁니다.
방 위원장 : 역사를 조금 돌려보면 북핵 위기가 지금보다도 덜 심했을 때도 6자회담 같은 틀을 만들어 협상에 참여했는데 앞으로는 그런 협상 시스템이 어려울까요?
홍 전 장관 :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결국은 대화 계기가 생기긴 할 텐데 북한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버티면서 지금은 북미 접촉도 일단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일본이 좀 약한 고리라고 생각해서 기웃거려 보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만 갈 수 없으니까 결국은 핵 군축 협상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 할 텐데 아마 미국의 선거 결과를 보고시도하겠지요.
한 원장 : 6자회담은 더 이상 없겠지요. 6자회담은 사실 북한에게 핵을 성공적으로 보유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작업이었지 , 핵을 없애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핵 군축 회담으로 간다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필요 없으니까 북미만 하겠지요.
이 대사 : 과거 6자회담의 대전제는 미국이 중국의 참여를 확보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을때 가능한 거였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김정은의 나이를 고려하면 그가 MZ 세대 초입에 속하는 사고 방식을 가진 지도자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은 그의 정책결정과 전략에 세대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북한의 리더십과 향후 정책방향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남북을 국가 대 국가관계로 설정함으로써, 무력 점령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과거 통미봉남(通美封南)전략에 대해 걱정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혹시라도 북한의 술수에 말려 통일봉남(通日封南) 상황까지 오게 되면 안 되겠지요.
북한의 통일 삭제와 관련, 과거 동서독 상황을 상기했으면 합니다. 동독은 1960년대에 독일내에 2개 국가가 있다는 걸 선포한 데 이어 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독립된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었습니다. 반면 서독은 통일이 될 때까지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통일을 상정한 기본법을 고수해 결국은 동독 주민이 투표로 통일을 선택했을 때 정당성을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통일의 가능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이 우리 사회내 통일 회의론을 확산시킬 수 있겠지요. 이 경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영토정의(헌법 3조)와 국가정체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해도 개입할 명분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외 탈북자를 보호할 수도 없게 됩니다. 따라서 서독을 반면교사로 삼아 통일을 지향하는 명제를 유지해야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준비와 정책구축에 대한 중요성과 통일부와 같은 정부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습니다.
박 원장 : 홍 장관께서 말씀하신 ‘공세적인 체제유지 전략’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감을 하는데 그 뒷면에는 굉장히 수세적인 생각이 있다는 거죠. 북한으로서는 따져보면 이등 민족이 될 것 같다, 같은 민족인데 평화 협력을 계속하면 남한의 영향력이 더 치고 들어올 것 같아 불안하다, 통일이 된다면 흡수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고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모든 측면에서 자신감을 상실한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를 끊고 자기들끼리 사는 길을 택하면서 대신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면서 자기들을 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키지는 못하겠지만 말폭탄만 쏟아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습적 충격적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방 위원장 : 공세적이든 수세적이든 북한이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는 차원의 생각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겠지요.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판단이 맞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대사 : 북한의 궁극적인 의도는 일본 및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일본의 외교적 노력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자신의 입지와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을 바이패스 하는 상황에서 협력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포함합니다. 일본 기시다 총리의 매우 낮은 지지율과 그로 인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 유혹, 그리고 트럼프의 재당선 가능성 및 그의 개인 외교성향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아닙니까.
이와 함께 우리가 지금까지 의견을 나눈 대로, 대한민국 외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외교안보정책의 결과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체감 외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SNS와 같은 온라인 매체에 몰입하여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사회통합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인식하고 외교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이후로 여론의 분열과 상반된 정치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이전 정부의 인물들이 ‘한국외교가 망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외교적 성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더 긍정적인 반응이나 상징적인 '선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선물이 충분치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요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방 위원장 : 북일 관계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평양 방문을 희망하는 발언을 하고 김여정은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일본 총리 가 평양에 올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박 원장 : 희망사항이죠. 한일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북한한테 늘 이익이거든요. 한일 관계가 가까워지면 북한이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예의주시를 해야 되고 정세를 잘 읽어야 하지만 일본이 2002년에 맺은 평양 선언을 넘어서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 거예요. 핵 미사일 납치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된 바탕 위에서 국교 정상화로 간다고 했거든요. 물론핵과 미사일은 북한과 일본이 해결을 못해요. 문제는 납치인데 엄청난 물타기를 하지 않는 이상굉장히 위험한 도박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급한 때는 아무 거라도 잡고 싶으니까 내밀 수 있지만 만약에 죽었다는 납치자가 살아있다거나 아니면 밝혀지지 않은 다른 납치자가 있었다고 확인되는 순간 북한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국제적으로 거짓말쟁이였다는 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은 주는 사람 아무나 다 받을 수 있느냐. 그럴 수도 없습니다. 다 증명이 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납치 문제를 푼다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도는 끊임없이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고난도의 도박이라고 봅니다. 어느 쪽에 걸겠느냐 하면 저는 이기는 쪽에 안 걸 것 같아요.
한 원장 : 한일이 가까워지니까 북한도 굉장히 괴로웠지만 또 하나 괴로운 나라는 중국이었습니다. 한미일이 이렇게 잘 되고 있으니까 중국이 질투하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편으로는 윤석열 정부를 지지할 수가 없는 겁니다. 중국은 윤 정부가 빨리 지나가고 또 다른 문재인 정부로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까 지금 전전긍긍 하고 있는 거죠
박 원장 : 아까 중국 얘기와 관련해 보완을 하자면 중국은 아직도 고민을 못 푸는 것 같아요.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 굉장히 강하게 공세적으로 나오면 한미일은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중국으로서는 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미일은 구도상으로 점점 더 밀착할 거예요. 중국이 공세적으로 나오면 반중 감정이 지금도 높은데 더욱 높아져서 한국을 핸들링하기가 더 힘들어질 거거든요. 중국도 그걸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좀 신중하게 대응하려는 것 같아요.
한 원장 : 신중하기 보다 4월 총선 결과를 보고 움직임을 정하려고 하겠죠.
박 원장 : 한미일 간의 협력이나 소통에는 지금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상당히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할 만큼 다 설명을 해줄 수 있느냐가 문제지요. 한미일 체제에 착란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만약 트럼프가 돌아올 경우 관리가 가능한가에 대해 갖게 될 불안감입니다. 저는 비관론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거든요. 반론을 말씀드리자면 첫 째, 제가 트럼프에 가까운 사람들하고 얘기를 해봐도 트럼프에게 아시아에서 제일 큰 적은 중국이에요. 메인 컴페티터(주 경쟁자)가 중국이에요. 그런데 트럼프가 한미일을 깬다, 그건 미국에게도 손해입니다.또 하나는 트럼프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고 치면 우리에게 제일 큰 거는 방위비 문제라든지 주한미군이 되겠지요. 그러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독재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입장을 전달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예를 들면 여기 한미우호협회 같은 민간채널도 많고 미국에도 트럼프와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해서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위비 문제, 우리가 공짜로 그걸 덜렁 내줄까요?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할 것 같지 않아요. 필요하면 방위비 분담 늘리겠지만 그러면 우리도 미국으로부터 대가를 받아야죠.아무런 대가도 없는 무상 지원을 할 정도로 우리 정부가 만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홍 전 장관 : 트럼프는 거래가 되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와 협상의 방식이 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트럼프의 특성을 이용하면 우리가 필요한 걸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싱가포르 때는 트럼프가 사진 찍고 좋아하는 수준이었지만 하노이 때는 비핵화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북한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확실히 파악하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대충 넘어가려던 김정은에게 끌려가지 않은 것입니다. 트럼프가 워낙 특이하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크게 불안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 원장 :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바이든으로부터 받았던 혜택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바이든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서 한국 일본과 코올리션(연합전선)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주는 이득이 많았습니다. 그 혜택이 없어지는데 더 해 미국이 새로운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것이 우려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트럼프는 뭘 어떻게 할지 예측이 안 된다는 우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1기 때에 비해서는 조금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대통령 섹터인 것 같아요. 트럼프 1기 때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마이너스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윤석열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어메리칸 파이도 부르고 미국 사람들을 많이 불러 오기도 하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는 배포도 맞을 것 같고 그래서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해봅니다.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전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전 주 상하이 총영사)
박 원장 : 아시아를 둘러봐도 그렇습니다. 트럼프하고 배짱 좋게 얘기할 수 있는 지도자는 윤석열 대통령 정도예요.일본 기시다 총리가 하겠어요? 기시다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필리핀 대통령이 하겠어요? 베트남 주석이 하겠어요?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하겠어요? 트럼프도 아시아에서 누군가 친구가 필요하잖아요.트럼프도 아시아 지도자들을 쭉 둘러보면 윤 대통령하고 얘기를 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이 대사 :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가 당선된 후의 행동 계획을 세우기 위해 '프로젝트 2050'을 구상하고 있는 것 아시지요?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모토는 ‘비욘드 일렉션’(Beyond Election)으로, 선거 이후의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는 트럼프 1기 대통령 임기 초기, 고위직 공석 문제와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재당선될 경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도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 하에서 한국에게 주어진 ‘선물’이 실제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테네시주 멤피스의 아마존 같은 기업이 제공하는 높은 근무 조건으로 인해 한국 기업의 직원들이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한국 노동자를 모집할 수 있는 허가가 시급한 요구사항이 되었는데 그게 불가능하니, 현재는 괌에서 노동자를 데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간에 노동자 유치경쟁으로 뺏고 뺏기는 소위 ‘카니발리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 큰 담판을 통해 바이든 정부보다 더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방 위원장 : 북핵 문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쿠바 위기 때 케네디 대통령은 칼 대신 핵무기가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검’이 미국의 머리 위에 있다는 말로 절박감을 표현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그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을 상당히 소형화했고 발사수단도 육지 하늘 바다 전방향으로 단거리 중거리 대륙간 미사일 등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NCG(핵협의그룹)가 만들어지고 올해 한미훈련 때 시나리오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그 정도로 북의 핵사용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이러다가 북한이 정말로 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여전합니다.
박 원장 : 좌파 정권이 북한의 핵은 거래 대상이라서 주기만 하면 지원만 하면 언제든지 포기할것 같은 인식을 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결국 핵개발을 계속 했습니다. 남북대화나 우리의 지원과 상관 없이 북한은 핵개발을 단념할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죠. 만약에 의지가 있었으면 조건을 바꿔가지고 협상을 하자고 그랬지 협상장을 나가지는않았겠죠.
아무튼 북한의 핵개발이 상당히 진척됐고 우리의 대응이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핵 보유로 가야 할까요. 얼티메이트 솔루션(궁극적 해법)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당장의 옵션은 아니고 결국은 확장 억제가 동원 가능한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는 못했지만 사용할 의지는 확실하게 꺾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미국과 손잡고 핵을 사용하면 핵으로 보복을 당한다고 경고하는 겁니다. 핵을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은 그걸로 끝이라고 압박해서 핵 사용 의지를 꺾는 거지요. 핵을 포기하지 않고 북한이 안전하게 평화롭게 풍요롭게 사는 길은 없다는 걸 각인시켜야 합니다.
고도화된 북 핵, 물론 위험하고 겁나죠. 그렇다고 우리를 향해 핵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느냐, 저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이 대사 : 그런데 북핵특사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교수는 왜 올해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전망을 했을까요?
박 원장 : 그런 전망을 하는 갈루치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모두 대화파들입니다. 과거에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사람들이 갑자기 전쟁 난다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홍 전 장관 : 그 사람들도 그렇고 한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도 90년대 마인드로, 90년대 김정일 시기에 북한을 보던 시각과 마인드로 자꾸 모든 걸 해석을 합니다. 뭔가 주면 대화에 나오고 해법을 받을 거라는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박 원장 : 그때만 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을 가지고 대화를 했지만 지금은 대화를 제의하면 결국은 북한이 핵군축으로 가자고 할 텐데 이걸 대화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핵군축과 주한미군 철수가 북한의 논리인데 그걸 놓고 대화를 할 수 있습니까. 대화는 어디까지나 핵을 포기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어떤 형태든 대화만 하면 좋다. 대화를 위한 대화도 평화를 가져온다? 아니죠. 그렇게 되면 또 기만당할 수 있고 더 위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대사 : 그런 면에서 학자들이나 국책연구기관장들이 국제적인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참여하고, 해외의 유수 기관 및 고위 관리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글로벌 안보 정책과 외교 전략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지난해 3월에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 참석차 제네바에 갔다가 안보정책연구센터인 GCSP(Geneva Centre for Security Policy)를 방문했는데, 그 센터가 주관하는 ‘체르마트 안보회의’(남북한과 한반도 주변국이나 유럽의 민관 인사들이 참여하는 동북아 안보 관련 반관반민 1.5 트랙 회의)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행사가 제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분야에서 전임 한국정부와 기관의 주관이나 후원으로 종전선언 주제의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열린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및 외교정책 변화를 고려해 한국의 싱크탱크들은 우리의 외교안보 원칙과 목표, 행동강령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한반도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일본의 개입뿐만 아니라, 유럽과 NATO의 개입 가능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유럽이 중국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주요 세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되므로 유럽과 호주 등 우호국들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한반도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원칙과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홍 전 장관 : 아까 핵 문제 말씀하신 내용에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 NLL에서 분명히 한 번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김정은이 두 번이나 해상 국경선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위협을 했는데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어요. NLL보다는 남쪽일 거로 짐작은 하는데 뭔가 북한이 핑계 댈 거리가 생기면 도발을 할지 모릅니다. 김정은이 얘기했기 때문에 액션을 취할 수 있는 거지요. 북한의 도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강력하게 맞서서 뭔가를 보여줘야 국민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메시지 관리가 안 되고 우왕좌왕하면 더 불안해지고 결과적으로 또다시 평화 논리에 빠져 우리 내부에서 갈등이 커지게 되겠죠.
방 위원장 : 북한이 핵으로 공격하면 핵으로 응징해 끝장을 내겠다는 언급을 언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하기 보다는 미국이 나서 직접 채널을 통해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박철희 원장 :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게 훨씬 더 나을 거예요. 그리고 그냥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한미가 NCG를 만들어 핵 공격 사태를 어떻게 억제하고 핵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플래닝과 운용에 대한 정보, 공동 작전을 계속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미 양국은 최근에 NCG를 국방부로 넘겼습니다. 실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한다는 겁니다.
북핵에 대한 대비가 레토릭을 넘어 제도화시키는 단계로 가 있기 때문에 저는 설사 트럼프가 재집권한다 해도 뒤집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 원장 : NCG가 처음에 만들어질 때는 존재에 의미를 뒀지만 점점 발전하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많아졌습니다. 요즘 미국은 한국에서 자체 핵 보유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는 데 대해 굉장한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홍 전 장관 : 그런 배경이 있어서 NCG가 만들어진 것이죠. 전문가들도 나서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을 했고 미국도 뭔가 한국에 배려를 해야 된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겁니다.
한 원장 : 최근에는 대만 컨틴전시(긴급사태)와 한반도 컨틴전시를 연결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회의에 가보면 대만 컨틴전시만을 얘기하는 데는 없고 대만 거론하다가 한국 컨틴전시와 겹쳐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데 특히 우리가 주의해야 될 것은 한국의 이미지가 좋지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만에 컨틴전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면 한국측 참여자는 별다른 얘기를 못해요. 우리가 참전을 해야 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국내 컨센서스가 없기 때문에 얼버무리면 다른 국가들은 한국이 북한 문제등 직접 관련된 문제에만 집중하지 다른 이슈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평가를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피보탈 스테이트(국제적 중추국가)를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 컨티전스가 발생하면 대만 주변의 물류이동이 중단돼 우리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오기 때문에 우리의 대응에 대한 합의된 내용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박 원장 : 동전의 양면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대만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북한을 억제해서 방위선을 유지해 주는 게 인도 태평양의 평화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만과 한반도의 연계는 일본에서 몇 년 전부터 계속 연구하고 있는 토픽입니다. 대만과 한반도 위기가 동시에 오면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를 스터디하는거죠.
한 원장 :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만 작년에 CSIS(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가서 회의를 하는데 미국측 인사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이 될 거라고 분명하게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지상군은 별로 필요 없고 핵잠수함을 포함한 핵자원만 투입하면 된다는 겁니다. 반면 대만 해협에서의 컨틴전시는 컨벤셔널 워(재래식 전쟁)라고 예상합니다. 그래서 병력이 필요하고 주한미군 중에 5천 명 정도는 빼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2만 8천 명의 주한미군은 트립와이어(인계철선)고 부산을 통해서 10만 명 정도의 미군이 더 증원돼야 한다는 우리 생각과는 전혀 다르지요. 이런 흐름을 잘 헤아려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컨트리뷰션(기여)의 기록이 없으면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죠. 북한을 막느라고 우리는 대만문제에 개입할 여유가 없다고 얘기하면 곧바로 컨트리뷰션이 없다는 결론이 되는 거예요. 과거 10년 동안 그렇게 해왔는데 이제는 우리도 어떻게 기여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든지 아니면 우리에게 물어보기 전에 상대방은 어떻게 할지를 따지든지 분명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사진 윤상구>
이 대사 : 한국이 외국 정부와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정권의 불연속성에 있습니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 정부도 알고 있기 때문에, ‘5년 후에 당신네 정책이 바뀌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난처하죠.
한 원장 : 그게 제일 아프죠. 무슨 얘기를 해도 믿기는 하겠는데 만약에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면 할 말이 별로 없어요.
박 원장 : 저는 그래도 한미 관계는 계속 진화한다고 봅니다. 업 앤 다운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방향은 진화하는 쪽으로 갈 겁니다. 한미동맹은 계속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고, 한일 관계도 지난 정권에서 망쳐놨지만 65년부터 지금까지 쭉 개괄하면 내려간 것보다 올라간 게 훨씬 더 많습니다.
방 위원장 : 윤석열 정부가 5월이면 만 2년을 맞습니다. 초창기 1년 정도는 국정 운영 준비하느라 보내고 마지막 1년은 레임덕이 온다고 치면 올해부터 2년여가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기간인데 탄탄하게 갖춰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원장 : 4월 총선 끝나고 나면 좀 달라질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교는 대통령께서 지난 몇 개월 쉬셨기 때문에 스피드업 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먼저 한중 관계에 좀 변화가 있을 것 같고요. 그게 제일 큰 변화겠죠. 한미관계, 한일 관계는 더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 원장 : 한일관계에 돌발 변수는 별로 없다고 봐요. 그런데 한일 관계는 제가 늘 얘기했는데 지뢰밭 같아서 잘못 밟으면 터집니다. 윤석열정권이라서 안 터지고 문재인 정권이어서 터지고 그런 건 아니에요. 어떻게 안전한 통행로를 만들어 위험하지 않게 끌고 가느냐가 문제죠.
방 위원장 : 한일 관계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그 위에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내야 되는 거아닙니까?
박 원장 : 한일 관계가 열려서 지금 안보협력 경제협력 인적교류 전부 다 하고 있잖아요. 폭을 넓히고 깊게 하는 노력들은 더 필요하겠죠. 그래서 우리가 미래 파트너십 기금도 만드는데 너무 조촐한 출발이라서 좀 더 크게 해야 되지 않느냐고 양국에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일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인식을 바꿔놓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진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항상 일본은 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는 일본이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를 제쳐놓고 생각하면 나머지 분야에서는 다 친구예요. 그렇다고 우리가 과거사만 붙들고 살면 국익이 될까요. 그건 아니지요. 우리가 과거사를 붙잡고 한일 관계가 흔들릴 때 득을 보는 나라는 우리도 아니고 미국도 아닙니다. 중국하고 북한만 유리해집니다. 과거사를 방치하거나 무시하자는 게 아니고 거기에만 매달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이해관계를 다 잃고 마는 맥락을 보자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넓은 시각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는 게 맞고 그게 미국과의 관계, 서유럽하고의 관계, 인도 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를 좋게 할 때 엄청난 외교적 자산입니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이 그걸 깨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윤 대통령께서도 한일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신 겁니다.
방형남 편집위원장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방 위원장 : 작금의 대미 외교와 대일 외교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의 산물이겠지요. 대북 정책도 그런 길을 걸을 텐데 지난번 방송대담에서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은 안 한다”고 단언했습니다.
홍 전 장관 : 당연히 그렇게 가야지요. 과거에는 너무 탑다운으로 접근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됐습니다. 그렇지만 아래에서 접근을 시작하는 바텀업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절히 잘 섞었으면 합니다. 아까 얘기했지만 지금은 대화할 상황도 아니고 접촉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남북 관계에는 갑자기 탁 기회가 튀어나올 때가 있거든요. 기회를 잘 잡으려면 지금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대사 : 현재 일부 진보단체들이 정부에 대해 인권에만 초점을 맞추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소홀히 한다고 비난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제가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대답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10여 년 전 개성과 금강산을 방문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당시는 이명박 정부였습니다. 이는 북한 주민을 돕지 못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탓이며, 우리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증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진보 정권 시절 실질적으로 대북 지원에 큰 진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큰일을 한 것처럼 억지주장을 하며 보수정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홍 전 장관 : NGO들은 문재인 정부 때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도 박근혜 정부 때 오히려 (대북지원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 정부 때는 (대북사업을) 청와대나 국정원에서 다 해버리니까 아래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방 위원장 :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편집자주 1)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4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편집자주 2) UPR은 Universal Periodic Review의 약어. 193개 UN회원국의 인권 현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절차로, 심의를 통해 모든 회원 국가가 자국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선언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특별대담]
2024년 한국 안보의도전과 위기 - 해법을 찾는다
o 일 시 : 2024년 2월 26일 오후4~6시
o 장 소 : 한미우호협회 회의실
o 참석자 : 박철희 국립외교원 원장,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방 형 남 한미우호협회 편집위원장(대담 사회)
방형남 편집위원장 : 특별 대담을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많은 국제적 환경 변화가 있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한미 관계가 크게 강화됐고,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던 한일 관계도 상당히 수습이 돼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남북 관계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악화 된 상황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은 노골적으로 무기 거래까지 하는 관계로 밀착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중 관계는 답보 상태입니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West 전선’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East 전선'은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력이 커지면 국가가 안전해져야 하는데 현재의 대외관계를 보면 거꾸로 불안 지수가 올라가는 형국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전반적인 대외 관계에 대한 분석과 극복 전략을 총론적인 관점에서 말씀해주시지요.
박철희 국립외교원 원장 : 저는 지난 정권의 외교는 중심축이 없는 외교였다고 생각합니다. 초점을 오로지 남북관계 개선에만 놓고 거기에 집중해서 한반도에 갇혀 있는 외교를 지속했습니다. 우리의 희망과는 다르게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 정밀화시키고 있는데도 그에 대한 대응, 특히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부분을 무시한 채 희망적인 사고방식을 계속 적용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상황이 불안하다고 진단하셨지만 그때가 훨씬 더 불안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다시 돌아봐도 한미관계 남북관계가 파탄이 났었잖아요. 한미관계는 흔들렸고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습니다. 한중 관계도 제대로 움직여진 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거의 외교적으로 외톨이 상태였습니다. 이를 타개하는 것이 현 정권의 가장 큰 초기 과제였습니다.
제가 최근 외교협회와 오스트리아에 가서 강연을 했는데 골프에 비유해서 ‘앵커드 플렉서빌리티 디플로머시(anchored flexibility diplomacy)', 즉 중심축을 정확하게 두고 유연하게 다른 나라들을 인게이지(engage)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적절한 선택이 아니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중심축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들에게 안심감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니까, 한미관계를 튼튼히 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통해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치를 공유하는 인도 태평양과 유럽에 있는 국가들과 유연하게 협력하자는 것이죠. 그동안 현 정부의 외교는 중심축을 확실하게 두는 과정이 중점이 돼 있었고 이제 유연하게 다른 나라들과 관여해가는 과정들을 늘려가고 있는 상태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 원장
(전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전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 좀 불안하다는 판단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한중 관계입니다. 중국이 한국 때문에 한중 관계가 안 좋아졌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한중 관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때 이미 좋지 않았습니다. 안 좋아진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2021년부터 22년 대선 때까지 계속해서 한국에 사람들을 보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중국의 여러 유력인사들이 당시 이재명 후보 지지성향의 기관과 연구소로 몰려가 선거풍향을 파악한 뒤 이 후보가 당선된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올린것 같아요. 중국으로서는 이 후보가 된다고 확신을 하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게 됐으니 스텝이 꼬인 거죠.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도 선거 전날까지 힐러리 클린턴이 된다고 예상을 해 낭패를 겪었습니다. 중국에서 부랴부랴 알리바바의 마윈을 보내서 트럼프와 관계를 트려고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추이톈카이 당시 주미 중국대사가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접촉해 겨우겨우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중국은 싱하이밍 주한대사를 동원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유력인사들 몇 명이 방한했으나 역시 관계 개선으로 이끌지 못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중국 쪽에서 작년 우리 대통령의 대만 언급(편집자 주 1)을 붙들고 그것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일종의 핑계죠. 한중관계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 정부 사람 대신 재야에 있는 친중(親中)세력들을 만나는데 이들이 4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질 거라는 인식을 계속 주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선거 이후 윤석열 정부가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꿀 테니까 그때 가서 다시 대응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약하면 한중 관계가 안 좋은 이유는 우리 쪽 측면보다는 중국 쪽 요인이 크고 중국이 약간 몽니를 부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월 총선이 끝나면 한중 사이에 교류가 늘어나고 어느 정도 대화가 진행되면서 좀 나아지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 국력이 커졌는데 왜 불안지수가 커졌느냐는 사회자의 지적과 관련해 한국의 국력이 글로벌 차원에서는 증가했을지라도,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실제적인 국력이 더 커진 것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국력을 가늠할 때 경제와 군사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국의 진정한 국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aggressive) 행동, 미국과의 복잡해진 경쟁·갈등 관계, 그리고 핵을 포함한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 등을 고려할 때 과연 동아시아 지역에서 우리의 국력이 실질적으로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될 것 같습니다.
물론 긍정적 결실도 많습니다. 지난 1월 유엔인권이사회가 개최한 중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편집자 주 2)에서 한국정부는 중국에 강제송환금지(non-refoulment) 원칙과 유엔 난민협약을 존중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탈북민을 포함한 해외출신 이탈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는 한국정부가 UPR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탈북민 인권문제를 직접 제기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중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중국이 위구르 문제 지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중국이 위구르 문제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동시에 여러 전선에서의 대응을 피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 연대의 강도가 이러한 중국의 무대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박 원장님이 언급한 ‘앵커드 플렉서빌리티’는 굉장히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대해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와 같은 국제적인 매체에 기고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외국에서 만들어진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상황을 규정하고 새로운 용어를 창조, 배포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아무튼 문제는 원칙과 유연성의 조화네요.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행동에 있어서 유연성을 보여야 하니까 결국은 가치 규범 외교와 국익 외교를 어떻게 잘 조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관계 구축에 대한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제가 틈만 나면 얘기하는 게 급변하고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 국제정세에서 유사입장국가들(like-minded states)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게 매우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집중하면 세상의 3분의 2, 아니 4분의 3을 버리고 가야 되는 위험이 있지요. 그래서 미국이나 서방에 대한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이나 자유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동의하는 국가들과의 관계를 잘 구축하고 설득하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국제정세에 대한 입장이 변동가능하고 중립적인 특성을 가진 소위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s) 또는 ’중간 입장국가들’(middle-ground states)로 간주되는 많은 국가들을 포함합니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유엔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PBF) 자문위원)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 : 남북관계 중심으로 얘기를 하면 요즘 북한이 자꾸 세게 나오니까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국민 사이에 조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의 메시지 관련 프레임 싸움으로 이런 불안이 조성되고, 전쟁이냐 평화냐 프레임 때문에 우리가 밀리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이 상황이 우리 정부가 잘못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요.
예를 들어 북러가 가까워지는 게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관계 강화로 인한 역풍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않거든요. 북한은 이미 2021년부터 국제관계가 변화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외교를 하자면서 소위 신냉전을 강조하며 러시아에 접근 했습니다. 북한의 러시아 밀착은 우리 정부와 관계없이 예정된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판단해야 합니다.
북한이 현재 통일 논의를 지우고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하려고 하는 것도 이미 김정은 시기 들어서면서부터 해오던 것들이 조금 더 구체화되고 강해지고 공식화되는 것이지, 갑자기 변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 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은 남북간 대화의 시간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억제와 압박의 시간이고, 좀 더 확고하게 대응을 하고 우리의 의지를 표출할 시간이지, 섣불리 대화하자고 할 국면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든지 대화해보려고 구걸하다시피 한 결과 부작용이 굉장히 컸거든요.
지금은 잘못을 바로잡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할수도 있습니다. 현 상황을 잘 관리하되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이 분명하니까 정부가 확고한 의지와 능력, 안보 대비 등을 잘 설명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계속 내놓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방 위원장 : 북러 밀착에 비하면 북중 사이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원장 : 제가 볼 때는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물론 러시아가 무기가 필요해서 그렇게 된 측면도 있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불안해서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중국 경제가 자꾸 안 좋아지고 미국에 밀리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입장에서 볼 때 믿고 계속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커넥션이 되면 북한의 입지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가 필요하니까 무기 수출이 이뤄지고 그러다 보니까 북러 관계가 좋아졌지요.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의 관계를 좋지 않게 계속 나갈 수는 없습니다. 2017년과 2018년 북미회담은 중국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때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장소가 싱가포르와 하노이였잖아요. 두 군데 공통점은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난 것에 대해 굉장한 위협을 느꼈습니다. 즉 ‘차이나 패싱’으로 판단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중국이 지금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건 바로 그런 경험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러의 밀착에 대해 약간의 불안감도 있고 불만도 있지만 그걸 트집 잡기보다는 북한과의 관계를 미니멈 수준으로라도 유지하는 게 이익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방 위원장 : 이 대사님이 말씀하신 UPR이 중요한 것 같은데 조금 더 얘기를 나눠볼까요.
이 대사 : UPR은 유엔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제도입니다. 중국의 이번 UPR은 네 번째로 진행된 것인데, 윤성덕 주제네바대사는 지난 1월23일 열린 중국의 UPR에서 주어진 발언기회를 활용해 중국에게 탈북민을 포함한 이탈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요구하며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앞서말한 대로 한국정부가 UPR에서 탈북민 인권문제를 중국에 직접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한국은 2018년 3차 UPR에서는 탈북민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고, 2013년 2차 UPR에서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와 난민 보호 문제를 언급했으나 북한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었습니다. 이번에 중국이 한국의 탈북민 문제 제기에 대해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은 것은, 중국이 나름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러시아나 북한과는 ‘결이 다르다’는 걸 보이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국제인권단체들이 중국에 탈북자 강제송환금지를 요구할 때, 중국은 이들을 ‘불법 체류자’로 간주하며 탈북자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탈북자 대부분이 여성인것을 고려할 때, 중국에 잡힌 탈북 여성들은 인신매매, 강제결혼, 혹은 자발적 결혼을 통해 ‘중국의 자녀’를 출산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들이북한으로 강제송환될 경우,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고문과 성폭력뿐만 아니라 자녀와 떨어져야하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와동시에 중국에 남겨진 자녀들도 어머니와의 생이별로 큰 고통을 겪게 되겠지요. 따라서 이에대한 대응으로, 중국 내 탈북여성과 그들의 자녀들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합니다. 탈북여성이 중국의 자녀를 낳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탈북자를 강제북송하지 않도록 설득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맞물려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방 위원장 :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남한과 맺은 여러합의를 폐기했습니다. 아버지가 만든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도 부숴버렸습니다. 3대에 이른 세습독재정권인데 이렇게 선대의 유산을 버리고 나서니 완전히 다른 대남 정책을 택했다고 봐야겠지요. 남북한이 국가로 공존하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홍 전 장관 : 저는 최근 김정은의 행보를 ‘공세적체제 유지 전략’이라고 얘기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체제를 유지하려는 몸부림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대외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판단합니다.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인정하라’는 것이지요. 통일이고 뭐고 필요 없고 오로지 핵을 가진 국가임을 인정받는 것이 대외적으로 가장 큰 목표 같아요.
북한은 2021년 8차 당 대회 때 국가 자유주의를 내세우면서 통일과 민족을 빼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그런 의도를 확실하게 한 것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다시 핵 개발을 시도하면서 2021년 당 대회를 했고 그때 김정은이 얘기한게 계속 실행되고 있습니다. 미사일 등 무기 실험도 거의 8차 대회 때 제시된 겁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하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해석하지만 북한은 그때 하라는 걸 준비해온 거예요. 준비해서 하나씩 하고 실패하면 또 하고 이렇게 해서 성공시키는 거죠. 김정은이 할아버지 따라하는 것도 있지만 자기 나름대로 정치 어젠다가 있는 겁니다. 핵무기를 가지고 협상을 하려고 했지만 안 되니까 핵을 가진 조선민주인민공화국을 인정받는 방향으로 가기 시작한 겁니다.
대내적으로도 지지가 필요할 테니까 이 전략을 주민들 동원하는 데에도 쓰려고 하는 것이고요. 통일을 거론하면 필연적으로 남쪽에서 오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반도 관련된 것 다 지워버리고 남북 관계 끊고 남쪽 기대도 하지 말라,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고 몰고 가는 겁니다.
다른 관점을 말씀드리면 제가 몇 년 전부터 김정은도 (그때는) 30대라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민족보다 국가 정체성이 훨씬 강한 것처럼 생각하고 판단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왔습니다. 김정은이 김일성이나 김정일과는 달리 민족 정체성을 생각하거나 민족끼리 무얼 한다고 하는 인식이 확실히 줄었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민족보다는 나의 지금 이익이 중요하고, 북한의 지도자로서 주민을 먹여 살리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계속 권력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통일부 장관,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방 위원장 : 그런 생각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면 결국은 미국과 접촉이 되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미국을 향한 움직임이 없지 않습니까.
홍 전 장관 : 아마 북한도 트럼프의 재집권을 기대하면서 그때까지는 최대한 강하게 나가려는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우리는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니 그걸 인정하고 대화하자고 나올 겁니다. 남북관계 그런 거 고려하지 말고 우리와 핵 군축 회담하자고 하겠지요. 트럼프와 판문점에서 만날 때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끼어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 원장 : 그렇게 되면 우리는 대화에 못 들어가잖아요.
홍 전 장관 : 남북이 국가 대 국가라는 조건이면 더 힘들어지지요.북한은 우리는 하나의 국가로서 따로 할 거라고 주장할 테니까 우리가 같은 민족을 내세워 참여할 수 없는 조건이 되는 겁니다.
방 위원장 : 역사를 조금 돌려보면 북핵 위기가 지금보다도 덜 심했을 때도 6자회담 같은 틀을 만들어 협상에 참여했는데 앞으로는 그런 협상 시스템이 어려울까요?
홍 전 장관 :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결국은 대화 계기가 생기긴 할 텐데 북한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버티면서 지금은 북미 접촉도 일단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일본이 좀 약한 고리라고 생각해서 기웃거려 보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만 갈 수 없으니까 결국은 핵 군축 협상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 할 텐데 아마 미국의 선거 결과를 보고시도하겠지요.
한 원장 : 6자회담은 더 이상 없겠지요. 6자회담은 사실 북한에게 핵을 성공적으로 보유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작업이었지 , 핵을 없애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핵 군축 회담으로 간다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필요 없으니까 북미만 하겠지요.
이 대사 : 과거 6자회담의 대전제는 미국이 중국의 참여를 확보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을때 가능한 거였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김정은의 나이를 고려하면 그가 MZ 세대 초입에 속하는 사고 방식을 가진 지도자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은 그의 정책결정과 전략에 세대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북한의 리더십과 향후 정책방향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남북을 국가 대 국가관계로 설정함으로써, 무력 점령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과거 통미봉남(通美封南)전략에 대해 걱정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혹시라도 북한의 술수에 말려 통일봉남(通日封南) 상황까지 오게 되면 안 되겠지요.
북한의 통일 삭제와 관련, 과거 동서독 상황을 상기했으면 합니다. 동독은 1960년대에 독일내에 2개 국가가 있다는 걸 선포한 데 이어 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독립된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었습니다. 반면 서독은 통일이 될 때까지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통일을 상정한 기본법을 고수해 결국은 동독 주민이 투표로 통일을 선택했을 때 정당성을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통일의 가능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이 우리 사회내 통일 회의론을 확산시킬 수 있겠지요. 이 경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영토정의(헌법 3조)와 국가정체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해도 개입할 명분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외 탈북자를 보호할 수도 없게 됩니다. 따라서 서독을 반면교사로 삼아 통일을 지향하는 명제를 유지해야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준비와 정책구축에 대한 중요성과 통일부와 같은 정부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습니다.
박 원장 : 홍 장관께서 말씀하신 ‘공세적인 체제유지 전략’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감을 하는데 그 뒷면에는 굉장히 수세적인 생각이 있다는 거죠. 북한으로서는 따져보면 이등 민족이 될 것 같다, 같은 민족인데 평화 협력을 계속하면 남한의 영향력이 더 치고 들어올 것 같아 불안하다, 통일이 된다면 흡수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고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모든 측면에서 자신감을 상실한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를 끊고 자기들끼리 사는 길을 택하면서 대신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면서 자기들을 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키지는 못하겠지만 말폭탄만 쏟아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습적 충격적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방 위원장 : 공세적이든 수세적이든 북한이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는 차원의 생각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겠지요.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판단이 맞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대사 : 북한의 궁극적인 의도는 일본 및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일본의 외교적 노력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자신의 입지와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을 바이패스 하는 상황에서 협력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포함합니다. 일본 기시다 총리의 매우 낮은 지지율과 그로 인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 유혹, 그리고 트럼프의 재당선 가능성 및 그의 개인 외교성향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아닙니까.
이와 함께 우리가 지금까지 의견을 나눈 대로, 대한민국 외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외교안보정책의 결과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체감 외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SNS와 같은 온라인 매체에 몰입하여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사회통합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인식하고 외교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이후로 여론의 분열과 상반된 정치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이전 정부의 인물들이 ‘한국외교가 망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외교적 성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더 긍정적인 반응이나 상징적인 '선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선물이 충분치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요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방 위원장 : 북일 관계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평양 방문을 희망하는 발언을 하고 김여정은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일본 총리 가 평양에 올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박 원장 : 희망사항이죠. 한일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북한한테 늘 이익이거든요. 한일 관계가 가까워지면 북한이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예의주시를 해야 되고 정세를 잘 읽어야 하지만 일본이 2002년에 맺은 평양 선언을 넘어서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 거예요. 핵 미사일 납치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된 바탕 위에서 국교 정상화로 간다고 했거든요. 물론핵과 미사일은 북한과 일본이 해결을 못해요. 문제는 납치인데 엄청난 물타기를 하지 않는 이상굉장히 위험한 도박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급한 때는 아무 거라도 잡고 싶으니까 내밀 수 있지만 만약에 죽었다는 납치자가 살아있다거나 아니면 밝혀지지 않은 다른 납치자가 있었다고 확인되는 순간 북한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국제적으로 거짓말쟁이였다는 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은 주는 사람 아무나 다 받을 수 있느냐. 그럴 수도 없습니다. 다 증명이 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납치 문제를 푼다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도는 끊임없이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고난도의 도박이라고 봅니다. 어느 쪽에 걸겠느냐 하면 저는 이기는 쪽에 안 걸 것 같아요.
한 원장 : 한일이 가까워지니까 북한도 굉장히 괴로웠지만 또 하나 괴로운 나라는 중국이었습니다. 한미일이 이렇게 잘 되고 있으니까 중국이 질투하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편으로는 윤석열 정부를 지지할 수가 없는 겁니다. 중국은 윤 정부가 빨리 지나가고 또 다른 문재인 정부로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까 지금 전전긍긍 하고 있는 거죠
박 원장 : 아까 중국 얘기와 관련해 보완을 하자면 중국은 아직도 고민을 못 푸는 것 같아요.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 굉장히 강하게 공세적으로 나오면 한미일은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중국으로서는 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미일은 구도상으로 점점 더 밀착할 거예요. 중국이 공세적으로 나오면 반중 감정이 지금도 높은데 더욱 높아져서 한국을 핸들링하기가 더 힘들어질 거거든요. 중국도 그걸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좀 신중하게 대응하려는 것 같아요.
한 원장 : 신중하기 보다 4월 총선 결과를 보고 움직임을 정하려고 하겠죠.
박 원장 : 한미일 간의 협력이나 소통에는 지금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상당히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할 만큼 다 설명을 해줄 수 있느냐가 문제지요. 한미일 체제에 착란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만약 트럼프가 돌아올 경우 관리가 가능한가에 대해 갖게 될 불안감입니다. 저는 비관론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거든요. 반론을 말씀드리자면 첫 째, 제가 트럼프에 가까운 사람들하고 얘기를 해봐도 트럼프에게 아시아에서 제일 큰 적은 중국이에요. 메인 컴페티터(주 경쟁자)가 중국이에요. 그런데 트럼프가 한미일을 깬다, 그건 미국에게도 손해입니다.또 하나는 트럼프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고 치면 우리에게 제일 큰 거는 방위비 문제라든지 주한미군이 되겠지요. 그러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독재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입장을 전달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예를 들면 여기 한미우호협회 같은 민간채널도 많고 미국에도 트럼프와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해서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위비 문제, 우리가 공짜로 그걸 덜렁 내줄까요?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할 것 같지 않아요. 필요하면 방위비 분담 늘리겠지만 그러면 우리도 미국으로부터 대가를 받아야죠.아무런 대가도 없는 무상 지원을 할 정도로 우리 정부가 만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홍 전 장관 : 트럼프는 거래가 되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와 협상의 방식이 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트럼프의 특성을 이용하면 우리가 필요한 걸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싱가포르 때는 트럼프가 사진 찍고 좋아하는 수준이었지만 하노이 때는 비핵화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북한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확실히 파악하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대충 넘어가려던 김정은에게 끌려가지 않은 것입니다. 트럼프가 워낙 특이하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크게 불안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 원장 :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바이든으로부터 받았던 혜택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바이든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서 한국 일본과 코올리션(연합전선)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주는 이득이 많았습니다. 그 혜택이 없어지는데 더 해 미국이 새로운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것이 우려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트럼프는 뭘 어떻게 할지 예측이 안 된다는 우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1기 때에 비해서는 조금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대통령 섹터인 것 같아요. 트럼프 1기 때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마이너스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윤석열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어메리칸 파이도 부르고 미국 사람들을 많이 불러 오기도 하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는 배포도 맞을 것 같고 그래서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해봅니다.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전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전 주 상하이 총영사)
박 원장 : 아시아를 둘러봐도 그렇습니다. 트럼프하고 배짱 좋게 얘기할 수 있는 지도자는 윤석열 대통령 정도예요.일본 기시다 총리가 하겠어요? 기시다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필리핀 대통령이 하겠어요? 베트남 주석이 하겠어요?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하겠어요? 트럼프도 아시아에서 누군가 친구가 필요하잖아요.트럼프도 아시아 지도자들을 쭉 둘러보면 윤 대통령하고 얘기를 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이 대사 :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가 당선된 후의 행동 계획을 세우기 위해 '프로젝트 2050'을 구상하고 있는 것 아시지요?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모토는 ‘비욘드 일렉션’(Beyond Election)으로, 선거 이후의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는 트럼프 1기 대통령 임기 초기, 고위직 공석 문제와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재당선될 경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도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 하에서 한국에게 주어진 ‘선물’이 실제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테네시주 멤피스의 아마존 같은 기업이 제공하는 높은 근무 조건으로 인해 한국 기업의 직원들이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한국 노동자를 모집할 수 있는 허가가 시급한 요구사항이 되었는데 그게 불가능하니, 현재는 괌에서 노동자를 데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간에 노동자 유치경쟁으로 뺏고 뺏기는 소위 ‘카니발리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 큰 담판을 통해 바이든 정부보다 더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방 위원장 : 북핵 문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쿠바 위기 때 케네디 대통령은 칼 대신 핵무기가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검’이 미국의 머리 위에 있다는 말로 절박감을 표현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그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을 상당히 소형화했고 발사수단도 육지 하늘 바다 전방향으로 단거리 중거리 대륙간 미사일 등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NCG(핵협의그룹)가 만들어지고 올해 한미훈련 때 시나리오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그 정도로 북의 핵사용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이러다가 북한이 정말로 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여전합니다.
박 원장 : 좌파 정권이 북한의 핵은 거래 대상이라서 주기만 하면 지원만 하면 언제든지 포기할것 같은 인식을 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결국 핵개발을 계속 했습니다. 남북대화나 우리의 지원과 상관 없이 북한은 핵개발을 단념할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죠. 만약에 의지가 있었으면 조건을 바꿔가지고 협상을 하자고 그랬지 협상장을 나가지는않았겠죠.
아무튼 북한의 핵개발이 상당히 진척됐고 우리의 대응이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핵 보유로 가야 할까요. 얼티메이트 솔루션(궁극적 해법)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당장의 옵션은 아니고 결국은 확장 억제가 동원 가능한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는 못했지만 사용할 의지는 확실하게 꺾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미국과 손잡고 핵을 사용하면 핵으로 보복을 당한다고 경고하는 겁니다. 핵을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은 그걸로 끝이라고 압박해서 핵 사용 의지를 꺾는 거지요. 핵을 포기하지 않고 북한이 안전하게 평화롭게 풍요롭게 사는 길은 없다는 걸 각인시켜야 합니다.
고도화된 북 핵, 물론 위험하고 겁나죠. 그렇다고 우리를 향해 핵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느냐, 저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이 대사 : 그런데 북핵특사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교수는 왜 올해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전망을 했을까요?
박 원장 : 그런 전망을 하는 갈루치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모두 대화파들입니다. 과거에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사람들이 갑자기 전쟁 난다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홍 전 장관 : 그 사람들도 그렇고 한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도 90년대 마인드로, 90년대 김정일 시기에 북한을 보던 시각과 마인드로 자꾸 모든 걸 해석을 합니다. 뭔가 주면 대화에 나오고 해법을 받을 거라는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박 원장 : 그때만 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을 가지고 대화를 했지만 지금은 대화를 제의하면 결국은 북한이 핵군축으로 가자고 할 텐데 이걸 대화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핵군축과 주한미군 철수가 북한의 논리인데 그걸 놓고 대화를 할 수 있습니까. 대화는 어디까지나 핵을 포기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어떤 형태든 대화만 하면 좋다. 대화를 위한 대화도 평화를 가져온다? 아니죠. 그렇게 되면 또 기만당할 수 있고 더 위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대사 : 그런 면에서 학자들이나 국책연구기관장들이 국제적인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참여하고, 해외의 유수 기관 및 고위 관리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글로벌 안보 정책과 외교 전략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지난해 3월에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 참석차 제네바에 갔다가 안보정책연구센터인 GCSP(Geneva Centre for Security Policy)를 방문했는데, 그 센터가 주관하는 ‘체르마트 안보회의’(남북한과 한반도 주변국이나 유럽의 민관 인사들이 참여하는 동북아 안보 관련 반관반민 1.5 트랙 회의)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행사가 제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분야에서 전임 한국정부와 기관의 주관이나 후원으로 종전선언 주제의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열린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및 외교정책 변화를 고려해 한국의 싱크탱크들은 우리의 외교안보 원칙과 목표, 행동강령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한반도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일본의 개입뿐만 아니라, 유럽과 NATO의 개입 가능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유럽이 중국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주요 세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되므로 유럽과 호주 등 우호국들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한반도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원칙과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홍 전 장관 : 아까 핵 문제 말씀하신 내용에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 NLL에서 분명히 한 번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김정은이 두 번이나 해상 국경선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위협을 했는데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어요. NLL보다는 남쪽일 거로 짐작은 하는데 뭔가 북한이 핑계 댈 거리가 생기면 도발을 할지 모릅니다. 김정은이 얘기했기 때문에 액션을 취할 수 있는 거지요. 북한의 도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강력하게 맞서서 뭔가를 보여줘야 국민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메시지 관리가 안 되고 우왕좌왕하면 더 불안해지고 결과적으로 또다시 평화 논리에 빠져 우리 내부에서 갈등이 커지게 되겠죠.
방 위원장 : 북한이 핵으로 공격하면 핵으로 응징해 끝장을 내겠다는 언급을 언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하기 보다는 미국이 나서 직접 채널을 통해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박철희 원장 :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게 훨씬 더 나을 거예요. 그리고 그냥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한미가 NCG를 만들어 핵 공격 사태를 어떻게 억제하고 핵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플래닝과 운용에 대한 정보, 공동 작전을 계속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미 양국은 최근에 NCG를 국방부로 넘겼습니다. 실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한다는 겁니다.
북핵에 대한 대비가 레토릭을 넘어 제도화시키는 단계로 가 있기 때문에 저는 설사 트럼프가 재집권한다 해도 뒤집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 원장 : NCG가 처음에 만들어질 때는 존재에 의미를 뒀지만 점점 발전하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많아졌습니다. 요즘 미국은 한국에서 자체 핵 보유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는 데 대해 굉장한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홍 전 장관 : 그런 배경이 있어서 NCG가 만들어진 것이죠. 전문가들도 나서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을 했고 미국도 뭔가 한국에 배려를 해야 된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겁니다.
한 원장 : 최근에는 대만 컨틴전시(긴급사태)와 한반도 컨틴전시를 연결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회의에 가보면 대만 컨틴전시만을 얘기하는 데는 없고 대만 거론하다가 한국 컨틴전시와 겹쳐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데 특히 우리가 주의해야 될 것은 한국의 이미지가 좋지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만에 컨틴전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면 한국측 참여자는 별다른 얘기를 못해요. 우리가 참전을 해야 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국내 컨센서스가 없기 때문에 얼버무리면 다른 국가들은 한국이 북한 문제등 직접 관련된 문제에만 집중하지 다른 이슈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평가를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피보탈 스테이트(국제적 중추국가)를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 컨티전스가 발생하면 대만 주변의 물류이동이 중단돼 우리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오기 때문에 우리의 대응에 대한 합의된 내용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박 원장 : 동전의 양면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대만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북한을 억제해서 방위선을 유지해 주는 게 인도 태평양의 평화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만과 한반도의 연계는 일본에서 몇 년 전부터 계속 연구하고 있는 토픽입니다. 대만과 한반도 위기가 동시에 오면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를 스터디하는거죠.
한 원장 :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만 작년에 CSIS(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가서 회의를 하는데 미국측 인사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이 될 거라고 분명하게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지상군은 별로 필요 없고 핵잠수함을 포함한 핵자원만 투입하면 된다는 겁니다. 반면 대만 해협에서의 컨틴전시는 컨벤셔널 워(재래식 전쟁)라고 예상합니다. 그래서 병력이 필요하고 주한미군 중에 5천 명 정도는 빼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2만 8천 명의 주한미군은 트립와이어(인계철선)고 부산을 통해서 10만 명 정도의 미군이 더 증원돼야 한다는 우리 생각과는 전혀 다르지요. 이런 흐름을 잘 헤아려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컨트리뷰션(기여)의 기록이 없으면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죠. 북한을 막느라고 우리는 대만문제에 개입할 여유가 없다고 얘기하면 곧바로 컨트리뷰션이 없다는 결론이 되는 거예요. 과거 10년 동안 그렇게 해왔는데 이제는 우리도 어떻게 기여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든지 아니면 우리에게 물어보기 전에 상대방은 어떻게 할지를 따지든지 분명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사진 윤상구>
이 대사 : 한국이 외국 정부와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정권의 불연속성에 있습니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 정부도 알고 있기 때문에, ‘5년 후에 당신네 정책이 바뀌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난처하죠.
한 원장 : 그게 제일 아프죠. 무슨 얘기를 해도 믿기는 하겠는데 만약에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면 할 말이 별로 없어요.
박 원장 : 저는 그래도 한미 관계는 계속 진화한다고 봅니다. 업 앤 다운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방향은 진화하는 쪽으로 갈 겁니다. 한미동맹은 계속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고, 한일 관계도 지난 정권에서 망쳐놨지만 65년부터 지금까지 쭉 개괄하면 내려간 것보다 올라간 게 훨씬 더 많습니다.
방 위원장 : 윤석열 정부가 5월이면 만 2년을 맞습니다. 초창기 1년 정도는 국정 운영 준비하느라 보내고 마지막 1년은 레임덕이 온다고 치면 올해부터 2년여가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기간인데 탄탄하게 갖춰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원장 : 4월 총선 끝나고 나면 좀 달라질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교는 대통령께서 지난 몇 개월 쉬셨기 때문에 스피드업 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먼저 한중 관계에 좀 변화가 있을 것 같고요. 그게 제일 큰 변화겠죠. 한미관계, 한일 관계는 더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 원장 : 한일관계에 돌발 변수는 별로 없다고 봐요. 그런데 한일 관계는 제가 늘 얘기했는데 지뢰밭 같아서 잘못 밟으면 터집니다. 윤석열정권이라서 안 터지고 문재인 정권이어서 터지고 그런 건 아니에요. 어떻게 안전한 통행로를 만들어 위험하지 않게 끌고 가느냐가 문제죠.
방 위원장 : 한일 관계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그 위에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내야 되는 거아닙니까?
박 원장 : 한일 관계가 열려서 지금 안보협력 경제협력 인적교류 전부 다 하고 있잖아요. 폭을 넓히고 깊게 하는 노력들은 더 필요하겠죠. 그래서 우리가 미래 파트너십 기금도 만드는데 너무 조촐한 출발이라서 좀 더 크게 해야 되지 않느냐고 양국에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일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인식을 바꿔놓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진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항상 일본은 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는 일본이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를 제쳐놓고 생각하면 나머지 분야에서는 다 친구예요. 그렇다고 우리가 과거사만 붙들고 살면 국익이 될까요. 그건 아니지요. 우리가 과거사를 붙잡고 한일 관계가 흔들릴 때 득을 보는 나라는 우리도 아니고 미국도 아닙니다. 중국하고 북한만 유리해집니다. 과거사를 방치하거나 무시하자는 게 아니고 거기에만 매달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이해관계를 다 잃고 마는 맥락을 보자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넓은 시각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는 게 맞고 그게 미국과의 관계, 서유럽하고의 관계, 인도 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를 좋게 할 때 엄청난 외교적 자산입니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이 그걸 깨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윤 대통령께서도 한일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신 겁니다.
방형남 편집위원장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방 위원장 : 작금의 대미 외교와 대일 외교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의 산물이겠지요. 대북 정책도 그런 길을 걸을 텐데 지난번 방송대담에서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은 안 한다”고 단언했습니다.
홍 전 장관 : 당연히 그렇게 가야지요. 과거에는 너무 탑다운으로 접근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됐습니다. 그렇지만 아래에서 접근을 시작하는 바텀업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절히 잘 섞었으면 합니다. 아까 얘기했지만 지금은 대화할 상황도 아니고 접촉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남북 관계에는 갑자기 탁 기회가 튀어나올 때가 있거든요. 기회를 잘 잡으려면 지금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대사 : 현재 일부 진보단체들이 정부에 대해 인권에만 초점을 맞추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소홀히 한다고 비난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제가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대답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10여 년 전 개성과 금강산을 방문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당시는 이명박 정부였습니다. 이는 북한 주민을 돕지 못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탓이며, 우리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증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진보 정권 시절 실질적으로 대북 지원에 큰 진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큰일을 한 것처럼 억지주장을 하며 보수정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홍 전 장관 : NGO들은 문재인 정부 때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도 박근혜 정부 때 오히려 (대북지원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 정부 때는 (대북사업을) 청와대나 국정원에서 다 해버리니까 아래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방 위원장 :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편집자주 1)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4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편집자주 2) UPR은 Universal Periodic Review의 약어. 193개 UN회원국의 인권 현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절차로, 심의를 통해 모든 회원 국가가 자국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선언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