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양안 관계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강 준 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Ⅰ. 문제의 제기
중국과 대만 관계를 지칭하는 양안 관계는 영토, 인구, 군사력, 자원 및 국제 영향력 등에서 명백한 비대칭 불균형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만을 흡수해 민족 통일을 달성하려는 중국 공산당 정부와 강력한 독립 성향을 조이는 민진당 등 대만 내 독립 세력,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제 생존 공간 확보를 위해 양안관계의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국민당 진영의 입장이 교차하는 가운데, 대만을 대중 견제의 중간지대로 운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다.
특히 중국 공산당 20차 대표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무력 사용 배제 약속을 하지 않겠다면서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미 대만의 자주성 확보와 탈(脫) 중국화를 강조하는 민진당 정권을 겨냥해 자주 거론되는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시도, 즉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대만해협을 ‘새로운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올 1월 13일, 대만에서는 제16대 대만 총통과 입법위원 선거가 거행되었고, 대만 유권자의 40.05%는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수호해야 민주가 유지될 수 있다는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민진당의 재집권을 허락했다. 그러나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에게 제1당 지위를 안겨주고, 제3당 민중당에게 캐스팅보드를 쥐어주면서 나름대로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중국은 가장 원치 않는 민진당 후보가 다시 당선되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양안 대화와 협상 채널이 단절되고 라이칭더 당선자가 기존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편승 외교 노선 유지 강조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향후 양안 관계의 경색과 더불어 미·중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이 선거를 둘러싸고 미·중 정상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미국이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대만 무장 시도 중단 및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함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이며,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의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을 요청했다. 시 주석도 당분간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이 없음을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양안 관계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이 과연 무력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체적으로는 중국이 지금 상황에서 대만 침공이라는 무리수를 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국제적인 침략자로서의 비난에 직면하면서 경제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 타파에 전혀 유리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미·중 충돌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만에 대한 침공과 통일 시도가 실패하면 시진핑의 권좌 유지가 오히려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 현 상황에서의 모험은 득이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만해협에서의 유사 사태가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단 양안 갈등의 확대는 미·중 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북핵 위협에 시달리는 한반도 정세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지원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협조가 불가피하다. 이는 중국이 ‘중조(中朝) 우호 협조 및 상호 원조 조약’에 따라 전쟁에 참여하는 최악의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Ⅱ. 양안 문제의 핵심 - ‘하나의 중국’ 논제
중국 시진핑 체제에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는 대대만 정책의 마지노선이다. 중국 당국은 대만 민진당 정부가 ‘92 컨센서스’ 인정 회피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1992년 대만은 해협양안기금회(海峽兩岸基金協會/海基會)를, 중국은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海峽會)라는 반관반민 기구를 설치해 협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대만은 양안이 ‘하나의 중국’임을 전제로, ‘하나의 중국’을 각자 표현(各自表述)하기로 하였다. 중국은 세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1992년 당시 국민당은 중화민국이 하나의 중국이며, 현재 대만 민진당은 대만이 중화민국 헌법의 헌정(憲政) 지배권(治權)을 가진 ‘중화민국 대만’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유하는 ‘92 컨센서스’를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어떠한 언어적 유희도 모두 양안 교류 원칙의 파괴로 인식한다. 시진핑은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정치 보고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것은 당의 변함없는 역사적 임무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사항’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평화통일과 일국양제’ 방침이 양안 통일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며, 양안 동포와 중화민족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시진핑 체제가 대만 문제를 ‘신시대 중국 국가발전 전략의 중요 고리’로 간주하면서 독립반대(反獨)와 통일 촉진(促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진당은 기본적으로 대만 자체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는 대만 주체성의 강조를 핵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은 두 개의 정부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각자가 통치하는 분치(分治) 상태이기 때문에 대만이 이미 독립된 국가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주장에 대해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통치해본 적이 없다면서 중국 영토론을 부정한다. 특히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 자체를 부정하므로 한 국가 두 체제, 즉 ‘일국양제’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대만은 주권 국가이며, 공식 국호가 중화민국인 독립 국가이기 때문이다. 민진당의 라이칭더 당선자 역시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국가로 대만은 이미 독립된 통치 행위를 하는 국가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결국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양안 갈등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대만의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민진당은 ‘대만의식(臺灣意識)’으로 불리는 대만 주권 의식의 고착을 대만 독자 노선 설정의 근간으로 삼는다. 민진당 정부는 대만이 민주 발전의 토착화 및 대만 본토의식의 정치화를 통해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외래 세력의 압제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대만 토착민이 대만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고 대만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체 의식을 강조한다.
민진당이 통치하는 대만이든 국민당이 통치하는 대만이든 대만의 정치지형이 크게 변해 ‘대만 정체성’(台灣認同)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대만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1992년 17.6%에서 2023년 67%로 4배나 증가했다. 20여 년 동안 대만 사회에서 대만의 ‘본토의식(本土意識)’이 크게 강화되었고, 이는 양안 교류와 협력이 증가했던 마잉주(馬英九) 시기(2008-2016)에도 그 추세가 유지되었다. 이러한 대만 정체성의 증가는 중국과의 평화 협상이나 정치협상을 불신하고 거부하게 만든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중국으로부터 받는 안보 위협을 통해 중국에 대한 ‘타자화(othernization)’를 시도하면서, 교류와 접촉의 증가가 오히려 중국과의 문화적 이질성을 더욱 명확히 인식하는 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양안 간의 교류를 통한 경제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였다
결론적으로 양안 간에 문명적·문화적 이질성이 깊이 뿌리내렸고, 사회적 타자화를 극복할만한 구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만 민중들은 민주 선거를 통해 이미 두 번의 정권 교체를 경험하였고, 평화적 정권 재연장에 성공해 민의의 표현이나 민족주의 정서에 있어 과거와는 다른 주체 의식이 형성되어 양안 교류의 확대 추세 등과 관계없이 민족주의적 측면에서 별도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대만 정체성의 증가가 대만 사회의 독립 지향성을 강력히 추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상 유지 비율이 2004년 이후 60% 후반대를 유지하는 상황은 ‘대만 정체성’이 강하더라도 독립 지향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함을 보여준다. 이는 독립을 명시적으로 지향할 경우,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변수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 상황이 실질적 독립 상태라는 의식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 체제는 향후 중국의 영향권에서 멀어지려는 대만과 대만인에 대한 단속과 견제에 양안 관계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Ⅲ. 대만을 둘러싼 미·중의 시각
미국은 대만해협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다. 우선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과 군사 안보의 차원에서 대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와 동남아의 경계에 있는 도서 지역으로, 역내 주요국들의 해상교통로(SLOC)로 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과도 연계돼있다. 특히 '대만 유사'는 중국군 현대화의 추동 요인일 뿐만 아니라 '반(反)접근(anti-access) 전략'의 주요 대상이므로 미국의 역내 전진 기지 유지, 운용 및 자유로운 항해권 확보를 통해 역내 안정 및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할 방안 수립에 대만은 핵심 지역이다. 만일 중국이 대만해협을 장악하게 되면 남중국해 분쟁에서의 전략적 우위는 물론, 일본과 한국의 자원 및 에너지수송로를 제약해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퇴출 카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등 경제 안보와 지경학적 차원에서도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 반도체가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게임 체인저로 등장하면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미·중 모두에게 중요한 자원이 되었고, 이는 미국이 대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만일 대만을 방기하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이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고, 이는 곧 아시아에서 미국의 쇠퇴로 이어져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치와 정체성 차원에서도 대만은 미국에게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서구적 보편가치를 내재화하고 있는 대만이 미국적 세계관 확장에 중요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대만의 '현상 유지'를 추구하며 대만을 외교적·군사적으로 지원해 왔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인도·태평양 질서는 미국이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구축한 샌프란시스코 체제이기 때문에, 이 질서의 현상 변경은 미국에 대한 도전이다. 미국은 중국의 성장이 미국의 패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기 전에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이 대만해협에 대해 중국의 비평화적 통일 추구와 대만의 법리적 독립 선언을 동시에 억지하는 ‘이중 억지(Dual deterrence)’를 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데 대해 국가이익 훼손과 세계대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전략적 모호성 2.0’을 통해 중국이 오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지속 경고하고 이해 상관국과의 양자 정상회담과 다자 정상회담에서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대만 문제의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과거의 전략적 모호성과는 구별되지만, 대만의 독립 지지 의지는 결여된 것이므로 전략적 명확성으로의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과 달리 주권을 보전하고 대만과의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의 차원에서 대만 문제를 인식한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 공산당은 대만독립 반대, 정치적 통합 촉진, 사회경제적 융합 촉진, 외부세력의 간섭에 대한 반대 등을 대만 정책의 뼈대로 삼아 왔고, 특히 사회경제적 통합의 촉진이 정치적 통합으로 이어지는 것에 큰 관심을 두어 왔다. 2022년 8월 국무원 대만판공실이 발표한 세 번째 <대만 백서>는 ‘통일에 저항하는 대만독립 분리 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중국의 완전한 통일을 방해하는 외부세력은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외부세력이란 대만과의 관계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을 가리키는 것이다. 시진핑은 현재의 대만 문제가 미국에서 비롯된 문제이자 미·중 관계의 핵심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만 문제가 미중 경쟁에서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등과 직결되는 핵심 이익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대중들도 절대다수가 대만 통일을 염원하고 있고 무력 통일을 지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양안 문제의 해결을 자신의 역사적 소명이자 정치적 유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중국에게도 대만 문제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제1도련선의 최전방에 위치한 대만을 장악하게 되면 중국은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는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서태평양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또 미국과의 기술경쟁 차원에서도 TSMC를 보유한 대만을 장악한다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 3기에 대만 정책의 핵심 목표는, 대만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대만을 고립무원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대만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중국이 원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이 대만의 민의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고,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과의 갈등 관리에 나선 상황이지만 라이칭더의 당선이 미·중 갈등을 확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시진핑 3기 대만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Ⅳ. 양안 무력 충돌 가능성
사실 군사력 측면에서 대만은 중국의 군사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중국의 군비증강이 급속도로 증가해 왔기 때문에 절대적 열세에 놓여있다. 대만의 안보 전략은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만이 독립하는 경우와 독립에 준하는 행위를 할 경우, 그리고 대만 문제에 외세가 개입하는 경우와 대만이 통일 협상을 지연하는 경우에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력 사용 범위를 대만의 핵무기 개발이나 대만 내에서의 동란 발생 경우 등 모호한 범위를 추가해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무력 침공을 통한 통일은 최후의 선택이다. ‘설득을 통한 평화적 통일’이나 ‘협박을 통한 비 무력적 통일’ 방식도 있기 때문이다. 설득을 통한 평화적 통일은 ‘일국양제’ 방식이지만 이는 대만의 주류 여론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현재 중국은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며 대만 사회의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는 압박 전술을 펴는 중이다. 만일 무력을 동원한 통일을 시도하게 된다면 미국이 좌시하지 않고 <대만관계법>에 따라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남아 있어 미·중 군사 충돌이 야기될 수도 있다. 또, 중국 입장에서는 국제적으로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과 경제제재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력을 통한 통일은 결국 최후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미국의 군사 전략가들이 군사적 차원에서 여러 가능성을 제기하고 우려를 표하는 것은 참고할 가치가 있지만, 이들은 군사적 능력과 군비증강의 현황에 착시되어 의지와 정치의 영역을 과잉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 현재 양안의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을 총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과잉 추측을 하게 되어 전쟁의 두려움을 만들어 내기 쉽다. 사실 중국군이 대만해협에서 전쟁을 일으킬 경우, 수많은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진핑의 무력 동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하지만, 합리적인 차원에서 보면 중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달리 능력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대만 통일에 집착하고 있지만 중국 공군의 능력이 떨어지고 항공모함 운용도 아직 실전에 투입할 수준은 아니며,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과 일본을 상대해야 하므로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기 발등을 찍을 수 있는 불확실성의 길을 섣불리 선택하고 전쟁의 무게를 감당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대외적 명분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만 정부가 독립을 선언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전면전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한 중국이 비용이 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대만 공격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문제는 전쟁의 대가와 불확실성 때문에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시진핑이 국내적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데 있다. 물론 국지전 성격의 충돌 가능성은 늘 상존하지만 이는 중국을 국제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사이버전과 정보전을 혼합(hybrid)한 개념으로 사이버 공격으로 사회를 교란하거나 통신망 차단 등 혼란을 야기하는 하이브리드전과 회색지대 전술 등을 통해 대만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여러 압박 수단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조급하게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중국은 한편으로는 평화적 통일을 중심에 두고 대만을 압박하여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무력 통일 능력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 결론에 대신하여
대만해협에서의 유사 사태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은 작년 12월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 회의에서 남한 체제의 성격, 남북 관계의 성격, 통일전략, 대남 부문 조직 개편 등 근본적인 대남 노선의 전환을 제시했다.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하고, 핵 무력을 통한 무력 통일을 전면에 부각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차별적이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승인받기 위해 향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양안의 무력 충돌은 미·중 충돌을 야기하게 될 것이고,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시기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 한국인의 의지에 반하며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주한 미군은 미국 군사력의 일부인 동시에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므로 한국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일부 군사 전략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이탈할 경우 북한 도발 가능성이도 우려된다. 대만해협 유사 사태가 한반도의 안보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점에서 대만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대만해협의 안전 문제는 한국의 안보 상황과 직결된다. 만약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지원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미국과 일본이 개입하게 되면, 그 영향 범위가 남중국해, 동중국해, 심지어 한반도에까지 확대되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동아시아 전역이 전쟁의 혼란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 자원 수송을 거의 전적으로 해운을 통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운송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대만해협 유사가 발생하면,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우선 자국 방어와 북한의 군사 작전 저지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는 선언을 주도하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면서 다자주의적 입장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한국의 국익에 매우 중요함을 피력해야 한다.
중국-대만, 양안 관계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강 준 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Ⅰ. 문제의 제기
중국과 대만 관계를 지칭하는 양안 관계는 영토, 인구, 군사력, 자원 및 국제 영향력 등에서 명백한 비대칭 불균형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만을 흡수해 민족 통일을 달성하려는 중국 공산당 정부와 강력한 독립 성향을 조이는 민진당 등 대만 내 독립 세력,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제 생존 공간 확보를 위해 양안관계의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국민당 진영의 입장이 교차하는 가운데, 대만을 대중 견제의 중간지대로 운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다.
특히 중국 공산당 20차 대표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무력 사용 배제 약속을 하지 않겠다면서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미 대만의 자주성 확보와 탈(脫) 중국화를 강조하는 민진당 정권을 겨냥해 자주 거론되는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시도, 즉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대만해협을 ‘새로운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올 1월 13일, 대만에서는 제16대 대만 총통과 입법위원 선거가 거행되었고, 대만 유권자의 40.05%는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수호해야 민주가 유지될 수 있다는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민진당의 재집권을 허락했다. 그러나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에게 제1당 지위를 안겨주고, 제3당 민중당에게 캐스팅보드를 쥐어주면서 나름대로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중국은 가장 원치 않는 민진당 후보가 다시 당선되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양안 대화와 협상 채널이 단절되고 라이칭더 당선자가 기존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편승 외교 노선 유지 강조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향후 양안 관계의 경색과 더불어 미·중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이 선거를 둘러싸고 미·중 정상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미국이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대만 무장 시도 중단 및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함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이며,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의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을 요청했다. 시 주석도 당분간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이 없음을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양안 관계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이 과연 무력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체적으로는 중국이 지금 상황에서 대만 침공이라는 무리수를 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국제적인 침략자로서의 비난에 직면하면서 경제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 타파에 전혀 유리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미·중 충돌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만에 대한 침공과 통일 시도가 실패하면 시진핑의 권좌 유지가 오히려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 현 상황에서의 모험은 득이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만해협에서의 유사 사태가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단 양안 갈등의 확대는 미·중 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북핵 위협에 시달리는 한반도 정세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지원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협조가 불가피하다. 이는 중국이 ‘중조(中朝) 우호 협조 및 상호 원조 조약’에 따라 전쟁에 참여하는 최악의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Ⅱ. 양안 문제의 핵심 - ‘하나의 중국’ 논제
중국 시진핑 체제에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는 대대만 정책의 마지노선이다. 중국 당국은 대만 민진당 정부가 ‘92 컨센서스’ 인정 회피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1992년 대만은 해협양안기금회(海峽兩岸基金協會/海基會)를, 중국은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海峽會)라는 반관반민 기구를 설치해 협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대만은 양안이 ‘하나의 중국’임을 전제로, ‘하나의 중국’을 각자 표현(各自表述)하기로 하였다. 중국은 세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1992년 당시 국민당은 중화민국이 하나의 중국이며, 현재 대만 민진당은 대만이 중화민국 헌법의 헌정(憲政) 지배권(治權)을 가진 ‘중화민국 대만’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유하는 ‘92 컨센서스’를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어떠한 언어적 유희도 모두 양안 교류 원칙의 파괴로 인식한다. 시진핑은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정치 보고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것은 당의 변함없는 역사적 임무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사항’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평화통일과 일국양제’ 방침이 양안 통일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며, 양안 동포와 중화민족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시진핑 체제가 대만 문제를 ‘신시대 중국 국가발전 전략의 중요 고리’로 간주하면서 독립반대(反獨)와 통일 촉진(促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진당은 기본적으로 대만 자체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는 대만 주체성의 강조를 핵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은 두 개의 정부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각자가 통치하는 분치(分治) 상태이기 때문에 대만이 이미 독립된 국가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주장에 대해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통치해본 적이 없다면서 중국 영토론을 부정한다. 특히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 자체를 부정하므로 한 국가 두 체제, 즉 ‘일국양제’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대만은 주권 국가이며, 공식 국호가 중화민국인 독립 국가이기 때문이다. 민진당의 라이칭더 당선자 역시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국가로 대만은 이미 독립된 통치 행위를 하는 국가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결국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양안 갈등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대만의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민진당은 ‘대만의식(臺灣意識)’으로 불리는 대만 주권 의식의 고착을 대만 독자 노선 설정의 근간으로 삼는다. 민진당 정부는 대만이 민주 발전의 토착화 및 대만 본토의식의 정치화를 통해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외래 세력의 압제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대만 토착민이 대만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고 대만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체 의식을 강조한다.
민진당이 통치하는 대만이든 국민당이 통치하는 대만이든 대만의 정치지형이 크게 변해 ‘대만 정체성’(台灣認同)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대만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1992년 17.6%에서 2023년 67%로 4배나 증가했다. 20여 년 동안 대만 사회에서 대만의 ‘본토의식(本土意識)’이 크게 강화되었고, 이는 양안 교류와 협력이 증가했던 마잉주(馬英九) 시기(2008-2016)에도 그 추세가 유지되었다. 이러한 대만 정체성의 증가는 중국과의 평화 협상이나 정치협상을 불신하고 거부하게 만든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중국으로부터 받는 안보 위협을 통해 중국에 대한 ‘타자화(othernization)’를 시도하면서, 교류와 접촉의 증가가 오히려 중국과의 문화적 이질성을 더욱 명확히 인식하는 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양안 간의 교류를 통한 경제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였다
결론적으로 양안 간에 문명적·문화적 이질성이 깊이 뿌리내렸고, 사회적 타자화를 극복할만한 구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만 민중들은 민주 선거를 통해 이미 두 번의 정권 교체를 경험하였고, 평화적 정권 재연장에 성공해 민의의 표현이나 민족주의 정서에 있어 과거와는 다른 주체 의식이 형성되어 양안 교류의 확대 추세 등과 관계없이 민족주의적 측면에서 별도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대만 정체성의 증가가 대만 사회의 독립 지향성을 강력히 추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상 유지 비율이 2004년 이후 60% 후반대를 유지하는 상황은 ‘대만 정체성’이 강하더라도 독립 지향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함을 보여준다. 이는 독립을 명시적으로 지향할 경우,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변수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 상황이 실질적 독립 상태라는 의식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 체제는 향후 중국의 영향권에서 멀어지려는 대만과 대만인에 대한 단속과 견제에 양안 관계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Ⅲ. 대만을 둘러싼 미·중의 시각
미국은 대만해협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다. 우선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과 군사 안보의 차원에서 대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와 동남아의 경계에 있는 도서 지역으로, 역내 주요국들의 해상교통로(SLOC)로 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과도 연계돼있다. 특히 '대만 유사'는 중국군 현대화의 추동 요인일 뿐만 아니라 '반(反)접근(anti-access) 전략'의 주요 대상이므로 미국의 역내 전진 기지 유지, 운용 및 자유로운 항해권 확보를 통해 역내 안정 및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할 방안 수립에 대만은 핵심 지역이다. 만일 중국이 대만해협을 장악하게 되면 남중국해 분쟁에서의 전략적 우위는 물론, 일본과 한국의 자원 및 에너지수송로를 제약해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퇴출 카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등 경제 안보와 지경학적 차원에서도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 반도체가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게임 체인저로 등장하면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미·중 모두에게 중요한 자원이 되었고, 이는 미국이 대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만일 대만을 방기하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이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고, 이는 곧 아시아에서 미국의 쇠퇴로 이어져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치와 정체성 차원에서도 대만은 미국에게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서구적 보편가치를 내재화하고 있는 대만이 미국적 세계관 확장에 중요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대만의 '현상 유지'를 추구하며 대만을 외교적·군사적으로 지원해 왔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인도·태평양 질서는 미국이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구축한 샌프란시스코 체제이기 때문에, 이 질서의 현상 변경은 미국에 대한 도전이다. 미국은 중국의 성장이 미국의 패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기 전에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이 대만해협에 대해 중국의 비평화적 통일 추구와 대만의 법리적 독립 선언을 동시에 억지하는 ‘이중 억지(Dual deterrence)’를 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데 대해 국가이익 훼손과 세계대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전략적 모호성 2.0’을 통해 중국이 오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지속 경고하고 이해 상관국과의 양자 정상회담과 다자 정상회담에서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대만 문제의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과거의 전략적 모호성과는 구별되지만, 대만의 독립 지지 의지는 결여된 것이므로 전략적 명확성으로의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과 달리 주권을 보전하고 대만과의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의 차원에서 대만 문제를 인식한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 공산당은 대만독립 반대, 정치적 통합 촉진, 사회경제적 융합 촉진, 외부세력의 간섭에 대한 반대 등을 대만 정책의 뼈대로 삼아 왔고, 특히 사회경제적 통합의 촉진이 정치적 통합으로 이어지는 것에 큰 관심을 두어 왔다. 2022년 8월 국무원 대만판공실이 발표한 세 번째 <대만 백서>는 ‘통일에 저항하는 대만독립 분리 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중국의 완전한 통일을 방해하는 외부세력은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외부세력이란 대만과의 관계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을 가리키는 것이다. 시진핑은 현재의 대만 문제가 미국에서 비롯된 문제이자 미·중 관계의 핵심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만 문제가 미중 경쟁에서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등과 직결되는 핵심 이익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대중들도 절대다수가 대만 통일을 염원하고 있고 무력 통일을 지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양안 문제의 해결을 자신의 역사적 소명이자 정치적 유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중국에게도 대만 문제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제1도련선의 최전방에 위치한 대만을 장악하게 되면 중국은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는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서태평양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또 미국과의 기술경쟁 차원에서도 TSMC를 보유한 대만을 장악한다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 3기에 대만 정책의 핵심 목표는, 대만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대만을 고립무원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대만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중국이 원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이 대만의 민의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고,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과의 갈등 관리에 나선 상황이지만 라이칭더의 당선이 미·중 갈등을 확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시진핑 3기 대만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Ⅳ. 양안 무력 충돌 가능성
사실 군사력 측면에서 대만은 중국의 군사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중국의 군비증강이 급속도로 증가해 왔기 때문에 절대적 열세에 놓여있다. 대만의 안보 전략은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만이 독립하는 경우와 독립에 준하는 행위를 할 경우, 그리고 대만 문제에 외세가 개입하는 경우와 대만이 통일 협상을 지연하는 경우에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력 사용 범위를 대만의 핵무기 개발이나 대만 내에서의 동란 발생 경우 등 모호한 범위를 추가해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무력 침공을 통한 통일은 최후의 선택이다. ‘설득을 통한 평화적 통일’이나 ‘협박을 통한 비 무력적 통일’ 방식도 있기 때문이다. 설득을 통한 평화적 통일은 ‘일국양제’ 방식이지만 이는 대만의 주류 여론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현재 중국은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며 대만 사회의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는 압박 전술을 펴는 중이다. 만일 무력을 동원한 통일을 시도하게 된다면 미국이 좌시하지 않고 <대만관계법>에 따라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남아 있어 미·중 군사 충돌이 야기될 수도 있다. 또, 중국 입장에서는 국제적으로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과 경제제재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력을 통한 통일은 결국 최후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미국의 군사 전략가들이 군사적 차원에서 여러 가능성을 제기하고 우려를 표하는 것은 참고할 가치가 있지만, 이들은 군사적 능력과 군비증강의 현황에 착시되어 의지와 정치의 영역을 과잉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 현재 양안의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을 총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과잉 추측을 하게 되어 전쟁의 두려움을 만들어 내기 쉽다. 사실 중국군이 대만해협에서 전쟁을 일으킬 경우, 수많은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진핑의 무력 동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하지만, 합리적인 차원에서 보면 중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달리 능력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대만 통일에 집착하고 있지만 중국 공군의 능력이 떨어지고 항공모함 운용도 아직 실전에 투입할 수준은 아니며,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과 일본을 상대해야 하므로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기 발등을 찍을 수 있는 불확실성의 길을 섣불리 선택하고 전쟁의 무게를 감당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대외적 명분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만 정부가 독립을 선언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전면전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한 중국이 비용이 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대만 공격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문제는 전쟁의 대가와 불확실성 때문에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시진핑이 국내적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데 있다. 물론 국지전 성격의 충돌 가능성은 늘 상존하지만 이는 중국을 국제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사이버전과 정보전을 혼합(hybrid)한 개념으로 사이버 공격으로 사회를 교란하거나 통신망 차단 등 혼란을 야기하는 하이브리드전과 회색지대 전술 등을 통해 대만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여러 압박 수단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조급하게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중국은 한편으로는 평화적 통일을 중심에 두고 대만을 압박하여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무력 통일 능력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 결론에 대신하여
대만해협에서의 유사 사태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은 작년 12월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 회의에서 남한 체제의 성격, 남북 관계의 성격, 통일전략, 대남 부문 조직 개편 등 근본적인 대남 노선의 전환을 제시했다.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하고, 핵 무력을 통한 무력 통일을 전면에 부각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차별적이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승인받기 위해 향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양안의 무력 충돌은 미·중 충돌을 야기하게 될 것이고,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시기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 한국인의 의지에 반하며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주한 미군은 미국 군사력의 일부인 동시에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므로 한국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일부 군사 전략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이탈할 경우 북한 도발 가능성이도 우려된다. 대만해협 유사 사태가 한반도의 안보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점에서 대만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대만해협의 안전 문제는 한국의 안보 상황과 직결된다. 만약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지원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미국과 일본이 개입하게 되면, 그 영향 범위가 남중국해, 동중국해, 심지어 한반도에까지 확대되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동아시아 전역이 전쟁의 혼란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 자원 수송을 거의 전적으로 해운을 통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운송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대만해협 유사가 발생하면,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우선 자국 방어와 북한의 군사 작전 저지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는 선언을 주도하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면서 다자주의적 입장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한국의 국익에 매우 중요함을 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