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반도 안보에 주는 교훈

유 용 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최근 하마스의 기습 성공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유사시 북한도 하마스와 비슷한 전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첨단 기술력과 강한 정신전력을 모두 갖춰 세계 최강 군대로 평가받아온 이스라엘군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뒤처지는 하마스에게 기습을 허용한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합참은 지난 10월1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휴일 새벽 기습 공격, 대규모 로켓 발사로 ‘아이언 돔’ 무력화, 드론 공격으로 분리 장벽에 설치된 각종 감시, 통신, 사격통제 체계 파괴 후 침투 등 양상이 우리가 예상하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 양상’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합참은 “앞으로 북한은 이번에 효과를 본 ‘하마스식’ 기습공격 전술을 유사시 대남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성공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정보실패와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 북 장사정포 위협, 대규모 특수부대 기습공격, 첨단 시스템의 한계와 예비군의 중요성 등 분야별로 교훈을 찾아 조속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하마스 기습성공에는 무엇보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모사드(해외)와 신베트(국내), 그리고 중동최강의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도발을 예측하지 못한 ‘정보 실패’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스라엘판 9·11’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날”이라고 표현했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역량 과소평가 등 네가지 면에서 전략적 판단착오를 했다며 “적 능력 과소평가와 내 능력 과대평가는 파국적 재앙을 초래하는 최고의 레시피”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50년 전인 1973년 4차 중동전때도 정보 실패로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몰린적이 있는데 50년만에 같은 실패를 되풀이한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정보 실패 사례로는 단연 진주만 기습과 9·11 테러가 꼽힌다. 전자는 필요 정보의 부족, 후자는 정보 분석의 오류를 상징한다. 하마스 기습은 9·11 테러와 유사하다. 9·11 테러 이후 왜 사전에 몰랐는가를 면밀히 따져봤더니 ‘점선 연결(connect-the-dot)’ 실패가 도마에 올랐다고 한다.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해석이 틀렸다는 얘기다. 예컨대 빈 라덴과 연계된 중동인이 상업용 제트기 조종을 배우려는 정보가 입수되었지만, 빈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송기 운용을 원한다는 그릇된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국경 일대에서 하마스의 공격 예행연습 징후를 포착하고도, 단지 이스라엘군 수뇌부의 판단을 헷갈리게 하려는 기만전술로 폄하했다. 우리나라에도 임진왜란, 6·25전쟁 등 뼈아픈 정보 실패 사례들이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엑스(X·옛 트위터)를 비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첨단기술 등을 활용해 치열한 가짜뉴스와 심리전·여론전 등 ‘인지전’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SNS 등을 활용해 을 벌여왔는데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를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지전은 가짜뉴스 등을 퍼트려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한편 민심을 교란해 적을 무력화하는 심리전·여론전 등을 포함하는 전쟁 개념이다.
지난 10월17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알아흘리 병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로 수백명이 숨진 사건을 둘러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공방은 인지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건 직후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병원 공습으로 50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아랍권의 분노와 함께 세계적으로 이스라엘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중동지역 주요 통신사인 알자지라를 사칭한 SNS 계정에 “하마스 미사일이 병원에 떨어지는 동영상이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해당 계정과 무관함을 밝혔고 이 계정은 곧 삭제됐다.
사건 파장이 커지자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폭발 전후로 알아흘리 병원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은 물론 감청 내용 까지 극히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이 엑스를 통해 공개한 감청내용 녹취에는 하마스 첩보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의 음성이 담겼다.
대원 A가 “미사일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하자 대원 B는 “이건 이슬라믹 지하드 것이라던데”라고 답한다. 이에 놀란 A가 “뭐라고?”라며 되묻자 B는 “이슬라믹 지하드 것 같다니까”라고 대꾸한다. 감청 녹취는 대원 B가 “그들(이슬라믹 지하드)은 병원 뒤에 있는 묘지를 쐈고, 오발돼서 병원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감청 정보는 어느나라든 극비로 취급하는 사안인데 이스라엘은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감안해 극비 정보까지 신속하게 공개한 것이다.
알아흘리 병원 폭발사고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집단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수집한 증거들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라고 밝히는 등 서방세계 정부와 외신 보도를 통해 하마스 로켓 오발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전쟁 개전 초기에도 하마스는 치밀하게 준비된 가짜뉴스 작전을 펼쳤다. 엑스에서 ‘이스라엘군이 사망자를 조작하는 모습’이라는 소개와 함께 올라온 영상은 2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스라엘 점령 직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떠난 지역을 조명하는 단편 영화 ‘텅빈 곳’의 제작 현장을 소개하는 영상을 조작한 것이었다. 이스라엘군 고위장성이 하마스에 생포된 장면이라는 영상도 틱톡과 엑스를 통해 유포됐는데, 실제는 아제르바이잔 보안국이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계 분리 독립 세력의 지도자를 체포했다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것이었다. 이스라엘 SNS 보안업체 사이아브라는 친하마스 가짜 계정이 4만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방법이 정교해 졌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가짜뉴스임을 신속하게 확인, 역공(逆攻)을 취하는 방식도 발전하고있다.
앞서 지난 2021년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치밀한 인지전을 펼쳤다. 그해 5월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군사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다음날 이스라엘군이 트위터에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뉴스가 전해지자 하마스는 지상전 준비를 위해 지하에 은폐했던 무기를 이동시켰다. 무인정찰기를 통해 이를 포착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 거점을 타격했다.
유사시 북한도 각종 기만 전술과 함께 SNS를 활용한 가짜뉴스 등 인지전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기습공격 전에 서북도서나 DMZ 인근에서 고강도 기동훈련을 지속적으로 되풀이해 한국군으로 하여금 ‘단순 훈련’으로 오판하게 하고, 전면전 도발 직후엔 ‘대통령이 제거됐다’ ‘남한 군 수뇌부가 항복했다’ 등의 가짜 뉴스를 유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전 능력을 활용해 강력하고 다양한 인지전을 펼칠 것이다. 방종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은 “정찰위성을 포함한 첨단 정보자산은 필요하지만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험하다”며 “북한의 의도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하마스 기습 성공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 중의 하나는 “아이언 돔도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한계가 확인됐다는점이다. 이스라엘은 10개 포대의 아이언 돔을 배치했는데 이는 동시에 800발 정도의 로켓·포탄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마스는 50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해 아이언 돔이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수도권을 위협하는 340여 문의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 위협에 대응해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를 오는 2029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아이언 돔과 차이가 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달리 대화력전(장사정포 등 적 포병을 무력화하는 작전)을 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적·군사적으로 중요한 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간인 피해는 다수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로는 이례적인 언급으로, 일종의 불편한 진실을 ‘고백’한 셈이다. 특히 LAMD는 170㎜ 자주포 포탄은 요격하지 못하고 240·300㎜ 방사포탄만 요격하도록 설계돼 있어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개전(開戰) 초기 시간당 최대 1만6000여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 장사정포 위협에 대해선 방어보다 타격수단 대폭 증강을 통한 조기 무력화가 해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군 당국은 개전 하루(24시간) 내 북 장사정포 대부분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 시민들이 사실상 하루 이상 북 장사정포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원식 국방장관도 지난 10월11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방문해 “적이 도발하면 몇시간 안에 북한 장사정 포병 능력을 완전히 궤멸시킬 수 있도록 작전 수행체계를 발전 시키고 전력화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장사정포 타격수단은 북 장사정포 갱도진지 타격에 효과적인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우크라이나전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정찰·타격 드론 활용 타격체계 등이 꼽히고 있다. KTSSM은 최대 사거리 180km로, 오차가 1~2m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나다. 표적 한가운데 정확히 명중하는 ‘홀인원’ 사진이 화제가 된적도 있다. 정찰·타격 드론은 위기 고조시 북 장사정포 도발 상황을 실시간으로 탐지·타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선 미국 스위치 블레이드 드론 등이 러시아군 공격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11억 달러를 들여 3년 반에 걸쳐 구축한 길이 65㎞의 스마트 펜스를 작년 말완공하면서 ‘철의 벽’(Iron Wall)”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 펜스에 주렁주렁 달린 원격 첨단장비는 상대적으로 ‘조잡한’ 하마스의 드론이 떨어뜨리는 소형 폭탄에 속절없이 파괴됐다. 한국군도 인구절벽에 따른 대규모 병력감축 등에 따라 DMZ(비무장지대) 지역에 과학화경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하마스 기습 성공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수부대와 드론을 활용한 공격도 유사시 북한이 그대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북한은 세계 최대 규모인 20만명의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고,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300대의 AN-2기, 130여척의 고속 공기부양정, 지하 땅굴 등을 통해 수천명 이상이 동시에 침투할 수 있다. 우리 후방지역에 대규모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함께 수행하는 ‘배합(配合)전술’은 북한의 오랜 전략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수도권을 침투한 소형 무인기를 비롯, ‘북한판 글로벌호크’ 등 크고 작은 다양한 무인기를 개발·배치하고 있어 하마스가 사용한 것 이상의 드론 공격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6년12월 북한 언론들은 북 특수부대의 청와대 타격훈련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대대인 525대대가 청와대와 비슷한 건물을 기습 타격하고 요인(대통령)을 납치하는 훈련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판 ‘참수작전’(지휘부 제거·납치 작전)을 과시한 것인데, 당시 북 특수부대는 소리가 나지 않는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내려와 남한 경비병력을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사용한 전법(戰法)과 닮은 꼴이다. 하마스는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사용해 이스라엘에 침투했는데 북 특수부대도 동력 패러글라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예비군 강화도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기습에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예비군 30만명을 바로 소집했다. 이는 정규군(18만명)보다 2배 이상 많고 실전경험이 풍부한 46만명의 예비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연간 55일간 동원훈련을 받고 있어 훈련시간이 연간 2박3일에 불과한 우리나라 예비군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마스가 이란은 물론 북한과도 밀접한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하마스-이란-북한 3각 관계도 우리가 신경을 써야할 대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하마스가 북한과 무기거래, 전술교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언론에서 보도된 하마스의 대전차 무기 F-7은 북한이 RPG-7을 수출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고, 하마스 예하 무장단체에서 사용하는 무기로 추정되는 북한제 122㎜ 방사포탄이 이스라엘 인근 국경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가자지구 지상전의 최대 복병으로 꼽히는 하마스 땅굴도 북한 노하우가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는 이란으로부터도 미사일·로켓 등 각종 무기와 군사훈련을 지원받아왔다. 미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서방과 중동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지난 7일부터 이스라엘로 날려 보내고 있는 로켓과 드론 4000대 이상을 제조하는 데 이란이 기술적 도움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또 하마스 일부 조직원들은 레바논에 있는 훈련캠프 등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및 헤즈볼라의 기술고문들로부터 첨단 군사 전술을 전수받았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 무장 정파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마스는 이번 이스라엘 기습 작전에서 드론으로 폭탄을 투하해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메르카바 전차를 파괴하고, 접경지역 무인 감시탑의 기관총 등을 무력화하기도 했다. 드론을 활용한 공격 전술도 이란으로부터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란과 북한도 핵·미사일 등 각종 무기개발 및 판매에서 밀접한 커넥션을 갖고 있다. 북한은 이란에 각종 탄도미사일, 2010년 천안함 공격에 사용한 잠수정 등을 수출했고, 이란은 북한에 신형 전차, 드론 기술 등을 수출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반도 안보에 주는 교훈
유 용 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최근 하마스의 기습 성공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유사시 북한도 하마스와 비슷한 전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첨단 기술력과 강한 정신전력을 모두 갖춰 세계 최강 군대로 평가받아온 이스라엘군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뒤처지는 하마스에게 기습을 허용한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합참은 지난 10월1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휴일 새벽 기습 공격, 대규모 로켓 발사로 ‘아이언 돔’ 무력화, 드론 공격으로 분리 장벽에 설치된 각종 감시, 통신, 사격통제 체계 파괴 후 침투 등 양상이 우리가 예상하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 양상’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합참은 “앞으로 북한은 이번에 효과를 본 ‘하마스식’ 기습공격 전술을 유사시 대남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성공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정보실패와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 북 장사정포 위협, 대규모 특수부대 기습공격, 첨단 시스템의 한계와 예비군의 중요성 등 분야별로 교훈을 찾아 조속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하마스 기습성공에는 무엇보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모사드(해외)와 신베트(국내), 그리고 중동최강의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도발을 예측하지 못한 ‘정보 실패’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스라엘판 9·11’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날”이라고 표현했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역량 과소평가 등 네가지 면에서 전략적 판단착오를 했다며 “적 능력 과소평가와 내 능력 과대평가는 파국적 재앙을 초래하는 최고의 레시피”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50년 전인 1973년 4차 중동전때도 정보 실패로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몰린적이 있는데 50년만에 같은 실패를 되풀이한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정보 실패 사례로는 단연 진주만 기습과 9·11 테러가 꼽힌다. 전자는 필요 정보의 부족, 후자는 정보 분석의 오류를 상징한다. 하마스 기습은 9·11 테러와 유사하다. 9·11 테러 이후 왜 사전에 몰랐는가를 면밀히 따져봤더니 ‘점선 연결(connect-the-dot)’ 실패가 도마에 올랐다고 한다.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해석이 틀렸다는 얘기다. 예컨대 빈 라덴과 연계된 중동인이 상업용 제트기 조종을 배우려는 정보가 입수되었지만, 빈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송기 운용을 원한다는 그릇된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국경 일대에서 하마스의 공격 예행연습 징후를 포착하고도, 단지 이스라엘군 수뇌부의 판단을 헷갈리게 하려는 기만전술로 폄하했다. 우리나라에도 임진왜란, 6·25전쟁 등 뼈아픈 정보 실패 사례들이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엑스(X·옛 트위터)를 비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첨단기술 등을 활용해 치열한 가짜뉴스와 심리전·여론전 등 ‘인지전’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SNS 등을 활용해 을 벌여왔는데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를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지전은 가짜뉴스 등을 퍼트려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한편 민심을 교란해 적을 무력화하는 심리전·여론전 등을 포함하는 전쟁 개념이다.
지난 10월17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알아흘리 병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로 수백명이 숨진 사건을 둘러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공방은 인지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건 직후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병원 공습으로 50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아랍권의 분노와 함께 세계적으로 이스라엘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중동지역 주요 통신사인 알자지라를 사칭한 SNS 계정에 “하마스 미사일이 병원에 떨어지는 동영상이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해당 계정과 무관함을 밝혔고 이 계정은 곧 삭제됐다.
사건 파장이 커지자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폭발 전후로 알아흘리 병원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은 물론 감청 내용 까지 극히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이 엑스를 통해 공개한 감청내용 녹취에는 하마스 첩보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의 음성이 담겼다.
대원 A가 “미사일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하자 대원 B는 “이건 이슬라믹 지하드 것이라던데”라고 답한다. 이에 놀란 A가 “뭐라고?”라며 되묻자 B는 “이슬라믹 지하드 것 같다니까”라고 대꾸한다. 감청 녹취는 대원 B가 “그들(이슬라믹 지하드)은 병원 뒤에 있는 묘지를 쐈고, 오발돼서 병원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감청 정보는 어느나라든 극비로 취급하는 사안인데 이스라엘은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감안해 극비 정보까지 신속하게 공개한 것이다.
알아흘리 병원 폭발사고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집단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수집한 증거들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라고 밝히는 등 서방세계 정부와 외신 보도를 통해 하마스 로켓 오발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전쟁 개전 초기에도 하마스는 치밀하게 준비된 가짜뉴스 작전을 펼쳤다. 엑스에서 ‘이스라엘군이 사망자를 조작하는 모습’이라는 소개와 함께 올라온 영상은 2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스라엘 점령 직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떠난 지역을 조명하는 단편 영화 ‘텅빈 곳’의 제작 현장을 소개하는 영상을 조작한 것이었다. 이스라엘군 고위장성이 하마스에 생포된 장면이라는 영상도 틱톡과 엑스를 통해 유포됐는데, 실제는 아제르바이잔 보안국이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계 분리 독립 세력의 지도자를 체포했다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것이었다. 이스라엘 SNS 보안업체 사이아브라는 친하마스 가짜 계정이 4만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방법이 정교해 졌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가짜뉴스임을 신속하게 확인, 역공(逆攻)을 취하는 방식도 발전하고있다.
앞서 지난 2021년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치밀한 인지전을 펼쳤다. 그해 5월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군사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다음날 이스라엘군이 트위터에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뉴스가 전해지자 하마스는 지상전 준비를 위해 지하에 은폐했던 무기를 이동시켰다. 무인정찰기를 통해 이를 포착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 거점을 타격했다.
유사시 북한도 각종 기만 전술과 함께 SNS를 활용한 가짜뉴스 등 인지전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기습공격 전에 서북도서나 DMZ 인근에서 고강도 기동훈련을 지속적으로 되풀이해 한국군으로 하여금 ‘단순 훈련’으로 오판하게 하고, 전면전 도발 직후엔 ‘대통령이 제거됐다’ ‘남한 군 수뇌부가 항복했다’ 등의 가짜 뉴스를 유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전 능력을 활용해 강력하고 다양한 인지전을 펼칠 것이다. 방종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은 “정찰위성을 포함한 첨단 정보자산은 필요하지만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험하다”며 “북한의 의도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하마스 기습 성공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 중의 하나는 “아이언 돔도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한계가 확인됐다는점이다. 이스라엘은 10개 포대의 아이언 돔을 배치했는데 이는 동시에 800발 정도의 로켓·포탄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마스는 50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해 아이언 돔이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수도권을 위협하는 340여 문의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 위협에 대응해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를 오는 2029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아이언 돔과 차이가 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달리 대화력전(장사정포 등 적 포병을 무력화하는 작전)을 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적·군사적으로 중요한 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간인 피해는 다수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로는 이례적인 언급으로, 일종의 불편한 진실을 ‘고백’한 셈이다. 특히 LAMD는 170㎜ 자주포 포탄은 요격하지 못하고 240·300㎜ 방사포탄만 요격하도록 설계돼 있어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개전(開戰) 초기 시간당 최대 1만6000여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 장사정포 위협에 대해선 방어보다 타격수단 대폭 증강을 통한 조기 무력화가 해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군 당국은 개전 하루(24시간) 내 북 장사정포 대부분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 시민들이 사실상 하루 이상 북 장사정포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원식 국방장관도 지난 10월11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방문해 “적이 도발하면 몇시간 안에 북한 장사정 포병 능력을 완전히 궤멸시킬 수 있도록 작전 수행체계를 발전 시키고 전력화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장사정포 타격수단은 북 장사정포 갱도진지 타격에 효과적인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우크라이나전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정찰·타격 드론 활용 타격체계 등이 꼽히고 있다. KTSSM은 최대 사거리 180km로, 오차가 1~2m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나다. 표적 한가운데 정확히 명중하는 ‘홀인원’ 사진이 화제가 된적도 있다. 정찰·타격 드론은 위기 고조시 북 장사정포 도발 상황을 실시간으로 탐지·타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선 미국 스위치 블레이드 드론 등이 러시아군 공격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11억 달러를 들여 3년 반에 걸쳐 구축한 길이 65㎞의 스마트 펜스를 작년 말완공하면서 ‘철의 벽’(Iron Wall)”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 펜스에 주렁주렁 달린 원격 첨단장비는 상대적으로 ‘조잡한’ 하마스의 드론이 떨어뜨리는 소형 폭탄에 속절없이 파괴됐다. 한국군도 인구절벽에 따른 대규모 병력감축 등에 따라 DMZ(비무장지대) 지역에 과학화경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하마스 기습 성공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수부대와 드론을 활용한 공격도 유사시 북한이 그대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북한은 세계 최대 규모인 20만명의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고,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300대의 AN-2기, 130여척의 고속 공기부양정, 지하 땅굴 등을 통해 수천명 이상이 동시에 침투할 수 있다. 우리 후방지역에 대규모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함께 수행하는 ‘배합(配合)전술’은 북한의 오랜 전략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수도권을 침투한 소형 무인기를 비롯, ‘북한판 글로벌호크’ 등 크고 작은 다양한 무인기를 개발·배치하고 있어 하마스가 사용한 것 이상의 드론 공격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6년12월 북한 언론들은 북 특수부대의 청와대 타격훈련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대대인 525대대가 청와대와 비슷한 건물을 기습 타격하고 요인(대통령)을 납치하는 훈련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판 ‘참수작전’(지휘부 제거·납치 작전)을 과시한 것인데, 당시 북 특수부대는 소리가 나지 않는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내려와 남한 경비병력을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사용한 전법(戰法)과 닮은 꼴이다. 하마스는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사용해 이스라엘에 침투했는데 북 특수부대도 동력 패러글라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예비군 강화도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기습에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예비군 30만명을 바로 소집했다. 이는 정규군(18만명)보다 2배 이상 많고 실전경험이 풍부한 46만명의 예비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연간 55일간 동원훈련을 받고 있어 훈련시간이 연간 2박3일에 불과한 우리나라 예비군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마스가 이란은 물론 북한과도 밀접한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하마스-이란-북한 3각 관계도 우리가 신경을 써야할 대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하마스가 북한과 무기거래, 전술교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언론에서 보도된 하마스의 대전차 무기 F-7은 북한이 RPG-7을 수출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고, 하마스 예하 무장단체에서 사용하는 무기로 추정되는 북한제 122㎜ 방사포탄이 이스라엘 인근 국경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가자지구 지상전의 최대 복병으로 꼽히는 하마스 땅굴도 북한 노하우가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는 이란으로부터도 미사일·로켓 등 각종 무기와 군사훈련을 지원받아왔다. 미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서방과 중동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지난 7일부터 이스라엘로 날려 보내고 있는 로켓과 드론 4000대 이상을 제조하는 데 이란이 기술적 도움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또 하마스 일부 조직원들은 레바논에 있는 훈련캠프 등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및 헤즈볼라의 기술고문들로부터 첨단 군사 전술을 전수받았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 무장 정파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마스는 이번 이스라엘 기습 작전에서 드론으로 폭탄을 투하해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메르카바 전차를 파괴하고, 접경지역 무인 감시탑의 기관총 등을 무력화하기도 했다. 드론을 활용한 공격 전술도 이란으로부터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란과 북한도 핵·미사일 등 각종 무기개발 및 판매에서 밀접한 커넥션을 갖고 있다. 북한은 이란에 각종 탄도미사일, 2010년 천안함 공격에 사용한 잠수정 등을 수출했고, 이란은 북한에 신형 전차, 드론 기술 등을 수출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