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칼럼] 100세인생 생활의 힌트(34)-이성원


100세인생 생활의 힌트(34)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환갑이 큰 잔치였던 시절, 입원한 노스님이 간호사에게 일렀습니다. 

“아흔이 되어도 참, 배울게 많구나.”

75세에 일에서 손을 떼고 어느덧 15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배웠던가.


A. 4대 고민

ⅰ 병 : 무서울 게 없어졌다. 코로나가 창궐해도 겁나지 않는다. 충분히 살만 큼 살았다.

ⅱ 돈 : “남들처럼 살아보았으면.” 하는 것이 대학시절 소원이었다. 부산 가교사 구내식당에서, 짜장면 사먹는 아이는 잘 사는 집안 아이이고, 도시락 싸 가지고 와서 뜨거운 국물을 사먹는 아이는 중간치, 나머지는 부지런히 자취 방으로 뛰어가 아무 거나 쑤셔 넣고 돌아왔다. 소원이 간절하면 이루어진 다. 지금은 남들처럼 살고 있다.

ⅲ 고독 : 사람 사귀는 재주가 없어 책으로 벗을 삼았다. 아무 때나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주고, 평생을 두고 곁을 떠나지 않았다.

ⅳ 일거리 : 자식들에게 넘겨줄 「自己史」자기사를 쓰고 있다. 웃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그리운 사람들의 환영이 어른거릴 때면 견디지 못하고 일어나 서성대기도 한다.


B. 사회생활

ⅰ 정치 : 정권 교체로 「국방과 국제 외교」가 제 자리를 찾았다. 통계청 여명 표에 내 수명이 96세로 나와 있다. 내 인생 마지막 5년을 나라 걱정 없이 살다가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ⅱ 경제 : 6.25로 백불 미만의 세계 최빈국이 박정희대통령과 뒤를 잘 마무 리한 전두환대통령 덕에 중진국에 진입했다. 20여년 전만 해도 일인당 GDP가 세계 2위의 부국이었던 일본을 내년이면 우리가 3만4500불로 3만 3300불의 그들을 넘어선다. 지금 젊은이들은 그 감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을 못 한다.

ⅲ 사회 : 지금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눈망울이 투명하고 맑다. 미국인, 일본인들 눈이 그랬다. 「불신사회」의 오명을 벗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ⅳ 문화 : 떼쓰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국민의식이 노조의 불법 파업과 다수 의석의 횡포를 허용하지 않는다.


C. 개인생활

ⅰ 직업 : 대졸 후 첫 직장에서 30명 세일즈맨 가운데 꼴찌를 하고 나서,

교제가 필요없는 집 지어 파는 일로 생업을 삼았다. 중류가 행복하게 사는데 가장 적합한 계층이라 한다. 거기 머물려 한다.

ⅱ 인상 : 어릴 때부터 입만 열면 어리석은게 뚝뚝 떨어졌다. 입을 다물고 포커페이스로 지냈다. 얼굴 표정이 굳어져 정떨어지는 인상이 되었다.


50대 후반 도서재단을 세워 20여 년간 청소년들에게 도서 기증하는 일을 했다. 처음으로 천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이었다. 생기가 돋고 사는 보람을 느꼈다. 차츰 굳었던 얼굴 표정이 보통 사람의 얼굴로 돌아왔다.

“너 자신을 알아라. 네 일을 하라.” - 소크라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