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70주년 특집 2]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 변화와 한미동맹의 진로-한용섭

[한미동맹 70주년 특집 2]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 변화와 한미동맹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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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 (경남대 초빙교수, 前 국방대 부총장)


민주주의 연합 vs 권위주의 국가


  러시아는 최단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는 계획을  갖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나, 우크라이나의 불굴의 항전의지와 자유세계의 대대적인 대 우크라이나 지원 속에, 이제 돈바스 등 4개 지역과 크리미아반도만이라도 고수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전황은 러시아에게 불리해지고, 푸틴이 패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점점 커져 가고 있다.


  푸틴이 패전하게 되면, 자연히 러시아 내부는 푸틴에 대한 불만이 만연하여, 푸틴의 권력은 서서히 약화되고, 에너지와 상품의대외 수출길이 막힘에 따라 러시아 국력은 쇠퇴하고,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도 따라서 쇠퇴하게 될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국제형사재판소나 특별재판소를 통해 러시아의 침공과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의 절차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므로 러시아는 오랜 동안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러시아의 점진적 쇠퇴와 맞물려 국제사회에서는 제3기 연임을 통과하여 장기 독재정권의 기반을 구축한 시진핑 주석이 국제적으로 사회주의 진영의 지도국가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시진핑의 장기집권과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은 연대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며, 힘을 이용한 현상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21세기 들어 강대국의 자국 중심주의, 대중인기 영합적 정치지도자들의 출현, 법치주의와 국제법을 무시하는 권위주의 독재자의 행태가 만연함에 따라 한때 자유민주주의가 약화되는 듯 하였으나, 권위주의 독재자 푸틴의 침략 만행을 겪으면서 미국과 유럽,그리고 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다시 한 번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고 민주주의의 연합을 만들어서 권위주의에 맞서려는 결의를 더 굳게 다지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세계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뭉쳐서 국제사회를 이끌어 가게 될 것이고, 권위주의 국가들은 그들대로 뭉쳐서 대립각을 세우면서 경쟁하는 소위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위주의 세력권의 주도국으로 자리잡는 중국


  푸틴의 쇠퇴이후에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사회주의 지도권을 계승하고, 본격적으로 미중 패권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중국에 지도권을 넘기는 것이 어떤 형태로 진행 될 것인지는 관심거리이나, 상하이협력기구에서 전개되어 온 중러 관계의 양상을 보면 그동안 중국이 운영 경비를 대고 러시아가 대외 교섭의 창구로 활동하는 방식에서 2018년부터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기구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이 주도국으로 등장해온 것을 볼 때에 중국이 사회주의 세력권의 리더십을 비교적 용이하게 계승할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화평발전”이란 구호아래 숨겨왔던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세계 1위 패권국 달성”이란 중국몽을 만천하에 드러내었고 3차 연임으로 독재정권의 기반을 탄탄히 해왔다. ‘일대일로’와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를 내세워 세계의 경제를 리드할 첨단 핵심 10대 산업에서 튼튼한 공급망 구축과 중국경제의 자립화를 추진함으로써 경제면에서도 세계패권을 달성할 계획을 차근차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의 군부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뒷받침하기 위해 강군몽을 제시했으며, 전통적으로 중국의 군부는 19세기 아편전쟁 이후에 서구 열강 제국들로부터 유린당한 중국의 원수를 갚고,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 수립을 힘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강군을 육성해 왔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중국이 주도하는 조공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1988년에 6.25전쟁에 대한 중국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처음으로 담은 “항미원조전쟁사”를 펴냈으며, 그로부터 25년 뒤인 2014년에 “항미원조전쟁사(제3판)”을 펴내면서, 중국군부가 가진 6.25전쟁관과 중공의 대미국 전쟁관을 다시한 번 강조한 바가 있다. 즉, 중국은 6.25전쟁의 발발 원인을 미제국주의자의 한반도와 대만 침략 탓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공산중국은 건국 초기인 1950년에 미국과 비교할 수도 없는 국력을 가지고서도 6.25전쟁에서 승리했는데, 21세기 미국과 비견되는 국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앞으로 미제국주의자와의 전쟁에서 승리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암시하고 있다. 중국은 인태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만약 미국의 영향력이 잔존하고 있을지라도 미국과 동맹국의 사이를 이간하고, 회색지대 전략부터 시작해서 전랑외교, 강압외교를 거쳐 필요시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중국의 패권을 건설해나가겠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직전 시진핑과 푸틴은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 동반자 관계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선언하면서, 시진핑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였다.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참가하지 않고 우대가격으로 러시아의 원유를 지속적으로 수입하는 등 이익을 보고 있으며 러시아에 대한 유엔의 규탄과 제재 결의에도 기권 및 거부권을 행사해 옴으로써 중국의 향후정책방향을 시사해 왔다.


  더 나아가 중국은 재래식 군사력을 사용하여 대만 등을 겨냥하여 현상 변경을 기습적으로 시도하고, 그를 통해 획득한 영토나 전리품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외부세력의 개입을 막기 위해, 푸틴의 간헐적인 핵무기 사용 협박 언동을 보면서 대외에 핵무기 사용을 협박할 수도 있다. 북한도 한국에 대해서 무력도발을 시도하고 한국의 반격이나 미군의 개입을 막기 위해 핵무기 사용을 협박함으로써 기 획득한 영토와 전리품을 계속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동맹 국가들의 확실한 확장억제전략의 수립과 압도적인 억제력을 구축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이 필요할것이다.


자유세계 리더십과 동맹강화하는 미국


  탈냉전 후 30년 동안 큰 안보위협이 없었던 유럽에서는 EU를 중심으로 안보문제는 거의 망각하고, 러시아와 전방위적 경제협력을 해옴으로써 오히려 러시아의 국력 증진에 기여하는 역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푸틴의 무자비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한 유럽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군사대국이 이웃 약소국의 주권과 영토, 인명과 재산을 유린하는 것을 보고, 다시는이런 사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안보문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미국의 자유세계의 리더십은 중국의 부상, 미국 국내정치의 혼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중심주의와 동맹에 대한 경제비용 중심의 접근, 트럼프-김정은 간의 불륜적인 브로맨스 등으로 손상을 받은 결과 점차 쇠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었으나, 이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를 출범시키게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리더십과 민주주의의 회복, 동맹의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푸틴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은 미국에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엔과 국제법규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다시 세우고, 자유세계를 다시 결속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으며, 미국은 나토와 EU, 아시아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동맹을 추진할 원동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10월 발간된 미국의 국방전략서는 중국의 강압외교와 공세적 군사태세의 위협을 강조하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넘어 제2도련선 까지 진출을 시도하는 중국에 대해서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하며 국제규범에 근거한 인도태평양”을 이루겠다는 선언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힘을 통한 통합억제전략을 추진할 것임을 선포하였다.


  이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에 러시아의 쇠퇴를 감안하고 인도태평양에서 중국과의 전략경쟁이 본격화될 것을 내다보면서, 중국의 힘을 통한 현상변경 시도를 사전에 억제하고, 유사시 중국의 의도를 거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국의 국방전략이 추진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통합억제를 추진하고자 하는데, 한편으로는 미국은 전 영역의 군사력, 즉 지상군, 해군, 공군, 전자전, 사이버전, 우주전 능력을 통합해서 사용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모든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의 전력을 모두 통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통합억제 전략을 구사해 나가겠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과거에 한미동맹, 미일동맹, 미·호주 동맹 등 태평양에서 수개의 양자동맹 중심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의 안보와 평화를 유지하던 데에서 벗어나 모든 동맹을 통합하여 압도적 억제를 달성함으로써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평화를 달성하려는 새로운 전략임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인태지역에서 모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의 군사력과 억제력을 통합하고자 함에 따라, 앞으로 한미일 삼자간 협력이 증가함은 물론 태국,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까지 포괄하는 다자 안보협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국에도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이념과 체제가 다른 권위주의 강대국이 주변의 약소국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걸 본 한국인들은 스탈린·모택동·김일성이 공모한 6.25전쟁에 대한 기억의 소환과 동시에 이승만 대통령의 혜안과 협상력에 근거하여 탄생되고 그동안 잘 지켜져 온 한·미 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북한 독재정권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 권위주의 정권의 강압과 전랑외교에 시달리면서도 “겉모양의 평화”가 최고라는 안이한 사고방식과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무 전략적 구호 속에서 북한과 중국의 눈치보기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홀대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가치의 외면이 초래한 폐단을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런 논란을 종식하고 한국의 국익인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인태지역, 세계에 대해 자유, 평화, 번영을 당당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였다. 2022년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지향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으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재건과 함께, 한미동맹을 통해 확장억제와 같은 군사안보 동맹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기술안보로 확장시키자고 공감을 표시하였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결속도가 강해진 한미일 남방삼각관계는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그 결속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은 사상 최초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을 발표하였다. “자유롭고, 개방되고 포용적이고 회복력있으며 안전한 인도태평양”을 위해 한미일 3국의 정상이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기술, 보건, 기후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포괄적인 협력을 시도하겠다는 약속을 시의적절하게 발표하였다. 이어서 12월 28일에는 한국 정부 역사상 처음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한반도와 동북아, 동남아와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까지 지역을 설정하고 외교 전략을 명시했다. 나아가 유럽과 중남미와의 협력 방향도 밝히면서 러시아와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 세계 외교 방향이 포함됐다. 경제를 넘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전통 안보와 신흥 안보까지 전략적 개념을 포함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국이 세계 제10위의 경제대국, 민주주의를 달성한 기반 위에서 세계의 권위주의 국가들의 안보 위협에 맞서서 한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국제안보전략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와 중국과 북한의 힘을 사용한 현상변경 시도가 염려되는 이런 시대상황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지도국인 미국과 일본, 동맹국들과 우방국들끼리 연대를 강화하고, 안보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국가의 안보대계가 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시대적 요청과 일치한다. 중국이 가장 겁내는 국가가 미국과 일본임을 감안할 때, 일본이 인도태평양에서 적절한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지금, 우리는일본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도 함께 구상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