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의 미중관계 전망 및 한반도 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
주재우 경희대 교수
1. 들어가며
지난 8월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서 보여준 중국의 외교·군사적 대응은 미국과 중국 관계에 깊은 의미가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3기(期, 2023-28년)의 미중관계 예고편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비록 이번 사태가 양국관계를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만 단편적으로 조망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양국이 당분간 서로에게 강경한 입장과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는 근거 자료가 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는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임기 동안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할 것이라는 이유가 정치적 배경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2017년 11월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로 선출되던 19차 전국공산당대표대회(‘당대회’)에서 연임하면서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21년과 2049년을 기준으로 중국 공산당의 백년대계를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해인 2021년에 이른바 중국의 ‘소강(小康, 샤오캉)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즉, 중국인들이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게끔 하는 목표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의 완성을 시진핑은 2021년 2월 25일에 선언했다. 중국 공산당에게 소강사회의 기준은 중국사회의 탈빈곤이었다. 그 날 그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 탈빈곤 표창 대회에서 중국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하면서 이런 공산당의 과업을 “역사에 길이 남을 완전한 승리”라고 정의했다.
중국 건국 100년의 해인 2049년에는 ‘소강사회’에 이어 ‘대동(大同)’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그러나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부강하고 민주주의적인 문명과 조화롭고 수려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富强民主文明和谐美丽的社会主义现代化强国)’로 재정의됐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계획이 당대회에서 밝혀졌다. 이 계획은 두 단계로 나눠 설명되었다. 하나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의 완성이고, 하나는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런 국정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그는 통치 기반을 민주 진영과의 체제경쟁, 전체주의(全體主義)와 권위주의의 복원에서 찾았다. 2013년 1월 신진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과 18차 당대회의 정신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강조한 자본주의가 소멸될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찬 발언은 무엇보다 분명한 증거였다. 2017년의 19차 당대회에서는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겠다는 결의까지 발표했다.
이런 그의 의지는 2012년 11월 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 밝혀졌다. 시진핑은 ‘중국의 꿈(中國夢)’ ‘인류운명공동체’ ‘싸워서 반드시 이기는 강군’ 개념을 연신 소개했다. 이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그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중국을 강대국으로 키우기 정책이 연신 소개되었다. 2015년 중국은 세계 제조업계의 석권을 목표로 하는 ‘중국제조 2025’을 발표한데 이어, 2020년에는 ‘중국표준 2035’를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중국이 세계 기술 기준과 표준을 설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시진핑의 역사적 사명감은 전임자들보다 투철하다. 가령, 그는 공산당이 세운 중국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체제를 완성하고 이의 우월성을 세계에 입증했을 때 비로소 건국의 이념과 목표가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이런 그의 확신은 최근 이른바 ‘제로 코로나’정책을 견지하는 이유로도 드러났다. 가령, 2020년 9월 8일 ‘제로 코로나’에 기여한 이들을 표창하는 자리에서 그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로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과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뚜렷한 우월성(中國共産黨領導和我國社會主義制度的顯著優勢)’과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힘(中國人民和中華民族的偉大力量)’을 꼽았다.
이런 연유에서 시진핑은 대외관계에서도 민주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체제경쟁의 관계로 인식한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관계가 가치와 이념의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내적으로 시진핑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장기 집권을 추구하는 배경 역시 마찬가지다.
2. 시진핑 3기의 미중관계
상기한 바와 같이 시진핑의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넘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른바 중국의 ‘핵심 이익’은 중국이 외국과 타협할 수 없는 이익 개념이다. 중국의 ‘핵심 이익’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된다.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기본제도 유지, 국가안보와 영토 및 주권 보호와 경제 및 사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 등이다.
중국 공산당의 정권 유지는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이의 존속과 통치 권한에 도전하는 어떠한 세력도 용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에서 중공이 미국이 자신의 행위를 교정하려는 전략에 절대적으로 대응하려는 동기를 볼 수 있다. 국가안보와 영토 및 주권 이익 정의에서 오늘날 중국이 대만과 대만해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를 볼 수 있다. 경제 및 사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그 어떠한 동요 요인이나 간여와 개입을 전면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중국의 인권 문제, 홍콩 문제 등을 제기하는 것에 중국이 거부감을 보이는 연유 또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진핑 3기에 미국과의 관계가 갈등과 대결 양상을 계속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의 중공 창당 100주년 연설을 근거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이 공산국가로 존재하겠다는 결의 때문이다. 시진핑은 중공의 사명 중 하나를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와 21세기의 마르크스주의를 지속 발전·완성시키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이것이 가능한 근거로 그는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 완성을 꼽았다. 중국이 마르크스주의를 추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해 시대를 인지하겠다는 결의에 있다. 즉,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세상사를 보고, 시대적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미국 및 민주자유진영과는 인식의 차이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고 선언을 한 셈이다.
둘째,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자신의 길로만 가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중국이 앞으로 그 어느 누구가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 하는 것을 “절대 듣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즉, 외부의 압박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정진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국식 현대화의 새로운 모델, 인류문명의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를 위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이 수반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즉, 세계 일류의 군사력을 겸비하는 것이 중국의 꿈 중 하나라고 자인했다.
셋째, 중국 중심의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꿈’ 중 하나를 인류운명공동체의 실현으로 규정했다. 이의 실체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과의 대화에서 인류공동체의 건설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중국이 추구하는 인류운명공동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의 역사 왜곡 인식에 있었다. 그는 중국이 지난 5000년 역사 동안 정의를 숭배하고 포악한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민족임을 자부했다. 그러면서 그 어떠한 이민족도 압박하거나 괴롭히거나 노역을 삼지 않았고,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중화민족의 피(DNA)에는 남을 침략하고 패권을 칭하는 유전자가 없다”고 부연했다.
더 나아가 시진핑은 같은 맥락에서 대외적인 경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 언론에서 대서특필된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 깨지고 피 흘릴 것”이라는 입장이 밝혀진 것이다. 인류운명공동체의 대목에서 말이다. 그는 “어떤 외세의 괴롭힘이나 압박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누구라도 중국을 괴롭히거나 압박하거나 노예로 삼겠다는 망상을 품는다면 14억의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은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며 전 중국인의 말초신경을 자극시켰다. 그는 인류운명공동체 완성의 시기를 “중화민족이 남에게 유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던 시대”의 종결로 정의했다.
더 황당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중국을 세계의 전 인류와 동급화한 데 있다. 중국공산당이 표방하는 것이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고 중국공산당이 나아가는 길이 전 인류가 동일하게 추구하는 길이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고, 세계 발전의 공헌자이며 국제질서의 수호자라고 천명한 대목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최근에 보이고 있는 공세적이고 공격적인 대외 행위를 볼 때 상당히 어폐가 있다.
사회주의 가치관, 사상과 이념에 기초한 중국의 공세적인 행위가 대외적으로 지속되면서 미국 역시 수수방관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이익에 상당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의 응수로 미국이 들고 나온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 ‘칩4’ 및 일련의 경제안보협의체 등이다. 미국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는 의도와 목적은 중국이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며 자유 국제질서와 제도에 준수하는 나라로 변환시키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가치, 이념과 사상을 지향하면서 갈등과 대립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시진핑의 중국이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동안 이 같은 면모는 미중관계에서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대외적 행동이 그 국가가 견지하는 가치, 이념과 사상에서 비롯되는 인식의 표출의 결과라는 로버트 저비스의 이론은 시진핑 3기의 미중관계를 전망하는 유효한 근거가 되겠다.
3. 한반도 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
8월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및 의원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해협은 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하원 의장의 방문에 뒤이어 지난 14-5일 미 의원단이 연속해서 대만을 다시 찾았다. 이들의 방문 목적과 의도, 그리고 시기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쟁의 논점은 중국이 보복조치로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네 번째 대만해협 위기 사태를 유발하는 빌미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 중국 전략이 중공의 대외적인 행위의 교정 뿐 아니라 중국 주변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도 있음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만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언행이 공세적으로 변모하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위기를 조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대만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중국이 존중하지 않는 자세 때문이다. 둘째, 홍콩 민주화사태 이후 중공이 대만 및 통일 문제 해결에서 무력도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언사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결국 “대만해협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인 시도에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당면한 것이다.
미국의 대만 방어와 대만해협의 현상유지에 대한 의지는 1979년 대만과 단교된 이후 계속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부상으로 통일에 대한 중국의 염원이 강력하다 못해 불안 요인으로 인식하면서 대만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더 확고한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주지하듯 미국의 약속은 1979년의 ‘대만관계법’, 1982년의 ‘6개 보장(Six Assurances)’ 등에 근거한 것이었다. 미국의 약속은 40년 전에 제정된 것으로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봐도 무난하다.
미국은 중국의 지속된 부상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배경에서 대만과의 약속을 더욱 견고하게 다질 기반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를 2017년부터 추진하였다. 2017년 미국은 자국군함의 대만정박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2018년 3월에 ‘대만 여행법’, 2020년의 ‘대만관계 강화법’과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국 가입 승인법 등을 연쇄적으로 채택했다. 대만의 방어능력 증강을 위해 2017년과 2019년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가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이후 무기 판매를 네 번이나 승인했다.
이렇게 미국은 대만과의 관계 강화 및 방어 의지 증강을 위한 ‘빌드 업(build-up)’을 지속적으로 해 온 셈이다. 대만 여행법이 통과되면서 미국은 2018년 3월에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2021년 8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문으로 고위급 인사 방문이 고조에 달했다. 이도 그러할 것이, 대만 여행법이 허용하는 미국의 고위급 인사 중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그가 대만을 방문할 수 있는 사실상의 최고위의, 최고의 권력 인사였기 때문이다. (미 대통령이나 부통령의 대만 방문은 아직 비현실적이고 어불성설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미국의 ‘빌드 업’에 대해 중국도 강력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번 펠로시 의장 방문 때 중국이 보여준 군사적 대응은 중국의 대만해협과 ‘항행의 자유’에 몇 가지 전략적 함의를 시사했다. 우선 대만해협은 물론 남중국해까지를 내해(內海)화하는데 기반을 제공했다. 중국 공군과 해군의 대응으로 미국 전용기는 대만해협은 물론 남중국해를 우회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방문 이후 개진된 군사훈련으로 중국은 대만 점령 군사작전 3단계를 사상 처음으로 그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대만의 동해선상과 지역에서 외세의 접근을 막고, 대만을 집중 포격하고, 남부지역에서 상륙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전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항행의 자유’가 일시적으로나마 중국이 거부할 수 있는 전례를 남긴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물리적으로 막는 데는 실패했지만 군사적 수확은 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중 양국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반도의 외교안보에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맥락에서 짚어 볼 수 있겠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미국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더 강한 결집을 뜻하기 때문에 미국 주도의 전략 구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을 한 층 더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미중관계가 적대적일 경우 한반도의 긴장국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북미관계를 비롯해 남북관계, 북일관계의 악화일로를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경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관계의 개선 또한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더 나아가 우리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압박도 강해질 수 있다.
셋째, 그럼에도 대만문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지역의 세력균형도 이런 동맹체제에 기반한다. 따라서 대만해협에서의 전쟁은 세계전쟁을 의미한다. 이런 결론에는 북한과 중국의 동맹이 주효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반도 유사시에, 특히 북한이 침공을 받으면 중국의 개입만 신경 썼다.
그러나 대만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의 침공을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 북한의 개입에 대비해야한다. 핵무기와 다양한 미사일을 구비한 북한은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주한미군, 심지어 주일미군의 동원을 저지하기 위해 남한과 일본을 침공할 수 있다. 또한 대만을 직접 타격하면서 중국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중 간의 전략경쟁의 심화는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가치와 이념으로 국제관계가 양분화되면서 전략적 명확성을 요구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지 않고 시진핑이 계속 집정하는 동안 미중 양국의 전략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 우리의 대응 방안
중국 공산당의 지도부 선출은 국정 목표에 따라 이뤄졌다. 냉전시기에는 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세계전쟁을 억제해야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기에 마오쩌둥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 개혁개방 이후에는 개혁 성향의 지도자가 필요했다. 중공은 2000년대를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면서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흥할 수 있는 전문가(‘테크노크랫’)를 지도자 반열에 올렸다.
2012년 이후에는 중국 건국의 사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즉 공산당과 공산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된 지도자가 필요했다. 이런 의미에서 시진핑의 집권은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초를 완성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겠다. 이 목표가 비록 2035년이나 정치일정에 따라 시진핑이 2033년까지 권좌에 머무른다 해도 놀랍지 않다.
따라서 한중관계는 시진핑의 중국 시기 동안 미중관계가 전략적 경쟁을 벌이면서 시진핑 이전의 시기로 회복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일 것이다. 이런 명제를 기초로 우리만의 대 중국 외교 원칙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겠다.
첫째, 전략적 명확성의 시대에 우리의 대 중국 외교 원칙 또한 명확해져야할 것이다. 중국은 2016년 하반기부터 남북한에 제재를 모두 가하면서 한반도를 통제하려는 영향력 증강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중국이 우리에게 보인 외교적 특이점은 자신의 외교원칙을 계속해서 제시해왔다. 2019년부터 매년 개최된 한중 외교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이런 노력에 경주해왔다. 반면, 우리는 우리의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둘째, 우리의 최우선적인 원칙은 중국의 물리적 구속력에서 탈피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중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우리의 영해와 영공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진행해왔다. 우리의 생존공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발전과 번영은 물론 우리 국민의 안위 또한 보장할 수 없다. 최소한 우리의 영토주권을 존중하는 선에서 우리의 대 중국 외교의 원칙이 출발행해야 한다.
셋째,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안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대 중국 외교는 지금까지 양국 간의 현안에 대응하는 방안 마련에만 집중되어왔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원칙 마련 대신 중국이 우려할 만한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데 노력했다. 그 결과 중국이 우리에게 제시한 ‘5개 요구’에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우리의 원칙을 마련해 중국이 이를 수용하고 존중하게 만들어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의 묘수는 한미동맹을 긴요하게 활용하는 데 있겠다.
시진핑 3기의 미중관계 전망 및 한반도 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
주재우 경희대 교수
1. 들어가며
지난 8월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서 보여준 중국의 외교·군사적 대응은 미국과 중국 관계에 깊은 의미가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3기(期, 2023-28년)의 미중관계 예고편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비록 이번 사태가 양국관계를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만 단편적으로 조망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양국이 당분간 서로에게 강경한 입장과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는 근거 자료가 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는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임기 동안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할 것이라는 이유가 정치적 배경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2017년 11월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로 선출되던 19차 전국공산당대표대회(‘당대회’)에서 연임하면서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21년과 2049년을 기준으로 중국 공산당의 백년대계를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해인 2021년에 이른바 중국의 ‘소강(小康, 샤오캉)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즉, 중국인들이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게끔 하는 목표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의 완성을 시진핑은 2021년 2월 25일에 선언했다. 중국 공산당에게 소강사회의 기준은 중국사회의 탈빈곤이었다. 그 날 그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 탈빈곤 표창 대회에서 중국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하면서 이런 공산당의 과업을 “역사에 길이 남을 완전한 승리”라고 정의했다.
중국 건국 100년의 해인 2049년에는 ‘소강사회’에 이어 ‘대동(大同)’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그러나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부강하고 민주주의적인 문명과 조화롭고 수려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富强民主文明和谐美丽的社会主义现代化强国)’로 재정의됐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계획이 당대회에서 밝혀졌다. 이 계획은 두 단계로 나눠 설명되었다. 하나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의 완성이고, 하나는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런 국정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그는 통치 기반을 민주 진영과의 체제경쟁, 전체주의(全體主義)와 권위주의의 복원에서 찾았다. 2013년 1월 신진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과 18차 당대회의 정신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강조한 자본주의가 소멸될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찬 발언은 무엇보다 분명한 증거였다. 2017년의 19차 당대회에서는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겠다는 결의까지 발표했다.
이런 그의 의지는 2012년 11월 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 밝혀졌다. 시진핑은 ‘중국의 꿈(中國夢)’ ‘인류운명공동체’ ‘싸워서 반드시 이기는 강군’ 개념을 연신 소개했다. 이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그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중국을 강대국으로 키우기 정책이 연신 소개되었다. 2015년 중국은 세계 제조업계의 석권을 목표로 하는 ‘중국제조 2025’을 발표한데 이어, 2020년에는 ‘중국표준 2035’를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중국이 세계 기술 기준과 표준을 설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시진핑의 역사적 사명감은 전임자들보다 투철하다. 가령, 그는 공산당이 세운 중국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체제를 완성하고 이의 우월성을 세계에 입증했을 때 비로소 건국의 이념과 목표가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이런 그의 확신은 최근 이른바 ‘제로 코로나’정책을 견지하는 이유로도 드러났다. 가령, 2020년 9월 8일 ‘제로 코로나’에 기여한 이들을 표창하는 자리에서 그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로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과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뚜렷한 우월성(中國共産黨領導和我國社會主義制度的顯著優勢)’과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힘(中國人民和中華民族的偉大力量)’을 꼽았다.
이런 연유에서 시진핑은 대외관계에서도 민주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체제경쟁의 관계로 인식한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관계가 가치와 이념의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내적으로 시진핑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장기 집권을 추구하는 배경 역시 마찬가지다.
2. 시진핑 3기의 미중관계
상기한 바와 같이 시진핑의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넘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른바 중국의 ‘핵심 이익’은 중국이 외국과 타협할 수 없는 이익 개념이다. 중국의 ‘핵심 이익’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된다.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기본제도 유지, 국가안보와 영토 및 주권 보호와 경제 및 사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 등이다.
중국 공산당의 정권 유지는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이의 존속과 통치 권한에 도전하는 어떠한 세력도 용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에서 중공이 미국이 자신의 행위를 교정하려는 전략에 절대적으로 대응하려는 동기를 볼 수 있다. 국가안보와 영토 및 주권 이익 정의에서 오늘날 중국이 대만과 대만해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를 볼 수 있다. 경제 및 사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그 어떠한 동요 요인이나 간여와 개입을 전면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중국의 인권 문제, 홍콩 문제 등을 제기하는 것에 중국이 거부감을 보이는 연유 또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진핑 3기에 미국과의 관계가 갈등과 대결 양상을 계속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의 중공 창당 100주년 연설을 근거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이 공산국가로 존재하겠다는 결의 때문이다. 시진핑은 중공의 사명 중 하나를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와 21세기의 마르크스주의를 지속 발전·완성시키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이것이 가능한 근거로 그는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 완성을 꼽았다. 중국이 마르크스주의를 추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해 시대를 인지하겠다는 결의에 있다. 즉,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세상사를 보고, 시대적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미국 및 민주자유진영과는 인식의 차이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고 선언을 한 셈이다.
둘째,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자신의 길로만 가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중국이 앞으로 그 어느 누구가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 하는 것을 “절대 듣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즉, 외부의 압박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정진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국식 현대화의 새로운 모델, 인류문명의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를 위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이 수반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즉, 세계 일류의 군사력을 겸비하는 것이 중국의 꿈 중 하나라고 자인했다.
셋째, 중국 중심의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꿈’ 중 하나를 인류운명공동체의 실현으로 규정했다. 이의 실체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과의 대화에서 인류공동체의 건설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중국이 추구하는 인류운명공동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의 역사 왜곡 인식에 있었다. 그는 중국이 지난 5000년 역사 동안 정의를 숭배하고 포악한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민족임을 자부했다. 그러면서 그 어떠한 이민족도 압박하거나 괴롭히거나 노역을 삼지 않았고,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중화민족의 피(DNA)에는 남을 침략하고 패권을 칭하는 유전자가 없다”고 부연했다.
더 나아가 시진핑은 같은 맥락에서 대외적인 경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 언론에서 대서특필된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 깨지고 피 흘릴 것”이라는 입장이 밝혀진 것이다. 인류운명공동체의 대목에서 말이다. 그는 “어떤 외세의 괴롭힘이나 압박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누구라도 중국을 괴롭히거나 압박하거나 노예로 삼겠다는 망상을 품는다면 14억의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은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며 전 중국인의 말초신경을 자극시켰다. 그는 인류운명공동체 완성의 시기를 “중화민족이 남에게 유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던 시대”의 종결로 정의했다.
더 황당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중국을 세계의 전 인류와 동급화한 데 있다. 중국공산당이 표방하는 것이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고 중국공산당이 나아가는 길이 전 인류가 동일하게 추구하는 길이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고, 세계 발전의 공헌자이며 국제질서의 수호자라고 천명한 대목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최근에 보이고 있는 공세적이고 공격적인 대외 행위를 볼 때 상당히 어폐가 있다.
사회주의 가치관, 사상과 이념에 기초한 중국의 공세적인 행위가 대외적으로 지속되면서 미국 역시 수수방관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이익에 상당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의 응수로 미국이 들고 나온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 ‘칩4’ 및 일련의 경제안보협의체 등이다. 미국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는 의도와 목적은 중국이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며 자유 국제질서와 제도에 준수하는 나라로 변환시키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가치, 이념과 사상을 지향하면서 갈등과 대립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시진핑의 중국이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동안 이 같은 면모는 미중관계에서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대외적 행동이 그 국가가 견지하는 가치, 이념과 사상에서 비롯되는 인식의 표출의 결과라는 로버트 저비스의 이론은 시진핑 3기의 미중관계를 전망하는 유효한 근거가 되겠다.
3. 한반도 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
8월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및 의원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해협은 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하원 의장의 방문에 뒤이어 지난 14-5일 미 의원단이 연속해서 대만을 다시 찾았다. 이들의 방문 목적과 의도, 그리고 시기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쟁의 논점은 중국이 보복조치로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네 번째 대만해협 위기 사태를 유발하는 빌미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 중국 전략이 중공의 대외적인 행위의 교정 뿐 아니라 중국 주변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도 있음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만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언행이 공세적으로 변모하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위기를 조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대만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중국이 존중하지 않는 자세 때문이다. 둘째, 홍콩 민주화사태 이후 중공이 대만 및 통일 문제 해결에서 무력도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언사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결국 “대만해협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인 시도에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당면한 것이다.
미국의 대만 방어와 대만해협의 현상유지에 대한 의지는 1979년 대만과 단교된 이후 계속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부상으로 통일에 대한 중국의 염원이 강력하다 못해 불안 요인으로 인식하면서 대만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더 확고한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주지하듯 미국의 약속은 1979년의 ‘대만관계법’, 1982년의 ‘6개 보장(Six Assurances)’ 등에 근거한 것이었다. 미국의 약속은 40년 전에 제정된 것으로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봐도 무난하다.
미국은 중국의 지속된 부상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배경에서 대만과의 약속을 더욱 견고하게 다질 기반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를 2017년부터 추진하였다. 2017년 미국은 자국군함의 대만정박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2018년 3월에 ‘대만 여행법’, 2020년의 ‘대만관계 강화법’과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국 가입 승인법 등을 연쇄적으로 채택했다. 대만의 방어능력 증강을 위해 2017년과 2019년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가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이후 무기 판매를 네 번이나 승인했다.
이렇게 미국은 대만과의 관계 강화 및 방어 의지 증강을 위한 ‘빌드 업(build-up)’을 지속적으로 해 온 셈이다. 대만 여행법이 통과되면서 미국은 2018년 3월에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2021년 8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문으로 고위급 인사 방문이 고조에 달했다. 이도 그러할 것이, 대만 여행법이 허용하는 미국의 고위급 인사 중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그가 대만을 방문할 수 있는 사실상의 최고위의, 최고의 권력 인사였기 때문이다. (미 대통령이나 부통령의 대만 방문은 아직 비현실적이고 어불성설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미국의 ‘빌드 업’에 대해 중국도 강력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번 펠로시 의장 방문 때 중국이 보여준 군사적 대응은 중국의 대만해협과 ‘항행의 자유’에 몇 가지 전략적 함의를 시사했다. 우선 대만해협은 물론 남중국해까지를 내해(內海)화하는데 기반을 제공했다. 중국 공군과 해군의 대응으로 미국 전용기는 대만해협은 물론 남중국해를 우회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방문 이후 개진된 군사훈련으로 중국은 대만 점령 군사작전 3단계를 사상 처음으로 그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대만의 동해선상과 지역에서 외세의 접근을 막고, 대만을 집중 포격하고, 남부지역에서 상륙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전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항행의 자유’가 일시적으로나마 중국이 거부할 수 있는 전례를 남긴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물리적으로 막는 데는 실패했지만 군사적 수확은 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중 양국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반도의 외교안보에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맥락에서 짚어 볼 수 있겠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미국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더 강한 결집을 뜻하기 때문에 미국 주도의 전략 구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을 한 층 더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미중관계가 적대적일 경우 한반도의 긴장국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북미관계를 비롯해 남북관계, 북일관계의 악화일로를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경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관계의 개선 또한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더 나아가 우리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압박도 강해질 수 있다.
셋째, 그럼에도 대만문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지역의 세력균형도 이런 동맹체제에 기반한다. 따라서 대만해협에서의 전쟁은 세계전쟁을 의미한다. 이런 결론에는 북한과 중국의 동맹이 주효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반도 유사시에, 특히 북한이 침공을 받으면 중국의 개입만 신경 썼다.
그러나 대만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의 침공을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 북한의 개입에 대비해야한다. 핵무기와 다양한 미사일을 구비한 북한은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주한미군, 심지어 주일미군의 동원을 저지하기 위해 남한과 일본을 침공할 수 있다. 또한 대만을 직접 타격하면서 중국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중 간의 전략경쟁의 심화는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가치와 이념으로 국제관계가 양분화되면서 전략적 명확성을 요구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지 않고 시진핑이 계속 집정하는 동안 미중 양국의 전략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 우리의 대응 방안
중국 공산당의 지도부 선출은 국정 목표에 따라 이뤄졌다. 냉전시기에는 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세계전쟁을 억제해야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기에 마오쩌둥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 개혁개방 이후에는 개혁 성향의 지도자가 필요했다. 중공은 2000년대를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면서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흥할 수 있는 전문가(‘테크노크랫’)를 지도자 반열에 올렸다.
2012년 이후에는 중국 건국의 사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즉 공산당과 공산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된 지도자가 필요했다. 이런 의미에서 시진핑의 집권은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초를 완성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겠다. 이 목표가 비록 2035년이나 정치일정에 따라 시진핑이 2033년까지 권좌에 머무른다 해도 놀랍지 않다.
따라서 한중관계는 시진핑의 중국 시기 동안 미중관계가 전략적 경쟁을 벌이면서 시진핑 이전의 시기로 회복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일 것이다. 이런 명제를 기초로 우리만의 대 중국 외교 원칙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겠다.
첫째, 전략적 명확성의 시대에 우리의 대 중국 외교 원칙 또한 명확해져야할 것이다. 중국은 2016년 하반기부터 남북한에 제재를 모두 가하면서 한반도를 통제하려는 영향력 증강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중국이 우리에게 보인 외교적 특이점은 자신의 외교원칙을 계속해서 제시해왔다. 2019년부터 매년 개최된 한중 외교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이런 노력에 경주해왔다. 반면, 우리는 우리의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둘째, 우리의 최우선적인 원칙은 중국의 물리적 구속력에서 탈피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중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우리의 영해와 영공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진행해왔다. 우리의 생존공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발전과 번영은 물론 우리 국민의 안위 또한 보장할 수 없다. 최소한 우리의 영토주권을 존중하는 선에서 우리의 대 중국 외교의 원칙이 출발행해야 한다.
셋째,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안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대 중국 외교는 지금까지 양국 간의 현안에 대응하는 방안 마련에만 집중되어왔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원칙 마련 대신 중국이 우려할 만한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데 노력했다. 그 결과 중국이 우리에게 제시한 ‘5개 요구’에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우리의 원칙을 마련해 중국이 이를 수용하고 존중하게 만들어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의 묘수는 한미동맹을 긴요하게 활용하는 데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