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의 적극적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한용섭 (한미우호협회 모닝포럼 위원장. 전 국방대 부총장)
1. 북핵 기정사실화 되나?
북한은 현재 40 내지 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매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분열물질인 고농축우라늄을 125 내지 150kg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로 인해 남북한 간의 전략적 균형은 깨어진지 오래 되었으며, 한국은 북한의 노골적인 핵공갈과 핵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핵확산을 금지하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모범 회원국으로서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제공받고 있으나, 날로 증가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과 핵비확산질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에 시달리면서도 핵을 개발한 이유는 김정일-김정은 세습독재체제의 정권안보를 달성하고 김씨 정권의 우수성과 위신을 과신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 세계 핵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에 1985년에 가입하였다가 2003년에 탈퇴하고 핵무기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특한 핵무장국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자칭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한 후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여 미국을 핵공격 할 수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결국 전략핵능력까지 갖추었을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과 일대일 정상회담을 해야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미국을 기만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내었고, 핵게임에서 한국을 완전히 배제시켰다. 그러나 결국 구체적인 검증을 통한 핵폐기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고, 오로지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를 선전선동한 꼴이 되었다.
그리고 김정은은 북미,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트럼프, 시진핑과 맞먹는 세계적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대내외에 선전하는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여정 급으로 하대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지금까지 핵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 실험을 100여회 계속해 오면서, 최근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한국과 미국을 향해 선제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함으로써 오랫동안 핵무기가 방어적 억제 목적이라고 외친 것은 허위임이 드러나게 되었다. 북한의 계속되는 각종 미사일 실험과 전술핵무기의 제조는 핵무기 없는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기에 우리 정부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에게 가능한 대북 핵억제 옵션은 많지가 않다.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재반입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현가능성이 적다.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50~70%나 되고 있지만 우리가 핵무장을 하기에는 제약요소가 너무 많다. 1970년대 미국 닉슨 행정부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철수 때문에 박정희 정부가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핵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미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포기하게 되었고, 그 후 한국은 비핵정책을 견지해 왔다. 1990년대 북한의 핵개발 위협에 대해 미국은 한국이 평화적 목적의 농축과 재처리도 갖지 않도록 권유하였으며, 남북한 핵협상에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여 한국은 비핵정책을 고수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및 확장억제력을 제공받아 왔다.
지속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가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사용 징후 발견 시 선제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 능력의 건설, 북핵미사일 사용 시 종말단계에서 격추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능력의 구비, 북핵미사일 사용시 대량보복할 수 있는 능력의 구축을 추진해 왔고, 미국정부는 북핵위협에 대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확장억제력의 제공과 현시를 추진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비핵정책을 견지하면서, 한층 강화된 미국의 확장억제력 확보와 그것의 제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의 높은 핵무장 지지여론을 활용하여 더 강력한 핵 확장억제력 제공을 미국측에 요구해야 함은 물론,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불법화시키고 한국의 비핵 정책과 안보정책을 지지할 수 있도록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나가는 양면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 북한 압박을 위한 대 국제사회 여론전 강화해야
북한의 증가하는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력의 강화와 함께,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인 외교안보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호소만 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외교가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이 핵확산금지체제 내에서 책임있는 핵보유국의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안보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핵확산금지체제의 본질과 역사, 그리고 NPT의 보조장치를 잘 숙지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핵확산금제체제는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핵보유국들이 다른 국가들의 핵확산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책임을 지우고 있고, 핵군축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핵확산금지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다.
냉전시기에 미국은 미국의 동맹국들의 핵확산을 성공적으로 금지시켰고, 소련은 소련의 동맹국들의 핵확산을 금지시켰다. 미국은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의 핵확산을 막았고,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대만의 핵개발을 완전히 막았다. 중국은 핵보유국의 권리를 누리면서도 중국의 동맹국 내지 우방국들의 핵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파키스탄에게 핵무기 설계도와 우라늄 농축시설을 제공하는 등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적극 지원했고, 북한 김정일-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도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오히려 북한에 대해 경제원조를 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3년부터 중국이 6자회담 개최에 성의를 보인 것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의 핵도미노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고 하면서 중국정부에게 경고를 한 결과이다. 2017년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강도 높은 제재에 동의하고 나온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부를 압박한 때문이었지, 중국이 자발적으로 핵보유국으로서의 핵확산방지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나온 때문이 아니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지금까지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대북한 제재를 풀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고 하면서 대화결렬과 북핵문제 악화 책임을 미국측에 전가하는 한편 유엔안보리에서 대북한 제재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핵확산방지 임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기에 우리가 국제사회를 향해 큰 소리로 이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NPT체제가 출범하기 전인 1960년대에 소련은 미국으로 하여금 서독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미국은 서독을 나토에 가입시키고 핵공유라는 제도를 만들어 서독의 핵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미중 수교 협상 때에 중국이 “대만에서 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와 대만의 핵개발을 완전히 막아 달라”고 한 부탁을 그대로 들어주었다. 이렇듯 미국은 동맹국들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해 온 반면, 중국은 파키스탄과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을 차단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지원하거나 방관해 왔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의 협조를 부탁하는 수동적 입장에 설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똑같은 정도로 그들의 동맹국 내지 우방국들의 비핵화를 관철시켜 핵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고 공세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핵확산금지조약체제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를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주는 이유는 1978년 유엔특별군축총회에서 약속하고 1995년 유엔안보리 결의 984호로 핵보유국들이 합의한 “5대 핵보유국은 NPT회원국인 비핵보유국들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을 위협하지 않는다 (소극적 안전보장, negative security assurance)”는 약속을 지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핵보유국이 NPT회원국 겸 비핵보유국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면, 어느 비핵보유국이 NPT에 가입 했겠는가 반문해 보면 그 답은 분명해진다.
그런데 금년 2월 24일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하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해서 핵무기 사용 협박을 수차례 가한 바 있는데, 이것은 핵국의 소극적 안전보장 약속을 완전히 위반한 사례이다. 특히 러시아는 1994년에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어 있었던 1800여기의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를 보장하며,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이 부다페스트 각서를 완전히 파기한 것이다. 러시아의 무력침공은 핵국의 소극적 안전보장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핵국의 정당성에 근본적 의문을 야기하게 되어 NPT의 미래에 암운을 던져주고 있다.
따라서 금년 8월 유엔에서 개최된 제10차 NPT평가회의에서 대부분의 NPT회원국들이 한 목소리로 러시아의 소극적 안전보장 약속 위반사태에 대해서 명백한 시정을 요구하고 핵보유국의 소극적 안전보장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왔던 것이다. 이런 요구에 대해 러시아가 반대함으로써 이번 NPT평가회의에서는 최종공동선언문이 채택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핵국의 소극적 안전보장의 제도화와 법제화를 위해 외교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NPT가 국제조약으로서 출범하기 이전인 1968년 6월에 유엔안보리에서는 결의안 255호를 통해 “핵보유국은 NPT회원국 겸 비핵보유국이 핵공격을 받거나 핵위협을 받을 때에는 핵보유국들이 즉각 유엔헌장에 근거하여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들이 공동으로 즉각 모든 수단을 써서 그 NPT회원국을 지켜준다(적극적 안전보장, positive security assurance)”약속을 하였다. 핵보유국들의 적극적 안전보장 약속은 그런대로 이행되어 왔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최근 중국의 대만 주변 무력시위 사태 등에서 보면 이 두 국가가 적극적 안전보장 약속을 잘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핵실험을 몇 차례나 하고, 핵무기와 미사일로써 한국을 협박하고 미국본토에 대한 공격 협박을 하고 있을 때에,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적극적으로 자제시키지도 않았고, “북한이 핵사용 협박을 하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안전보장의 대상에서 제외되며 오히려 NPT 회원국 겸 비핵보유국인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안전보장의 대상이 된다”고 선언하고 나와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북핵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이 방어적 수단인 사드(THAAD)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한한령(限韓令) 같은 경제제재를 가하고 나왔다. 이것은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 겸 핵보유국의 적극적 안전보장 책임을 져버린 것은 물론, NPT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에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를 문제시 하고 나오면 변명을 하거나 수동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핵위협을 가하는 북한에 대해서 중국과 러시아가 핵보유국 겸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서 적극적 안전보장의 권리를 부정하고, 충실한 NPT회원국 겸 비핵보유국인 한국에 대해 적극적 안전보장을 약속해야 한다고 더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넷째, NPT 상의 비핵보유국인 회원국들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고 핵국과 국제사회에 권리의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핵보유국들은 비핵국보유국의 평화적 원자력 발전소를 무력 공격하거나 무력으로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과 자포리자의 평화적 원자력발전소와 인근 지역을 공격하거나 포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아주 위험한 사태로서, 국제원자력기구 뿐만 아니라 유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이 사태를 막아야 한다. 만약에 이런 원전에 대한 물리적 공격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원전의 폭발은 원자탄 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후과는 예측불가하다. 앞으로 테러세력들이 모방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에, 핵테러리즘이 만연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평화적 원자력 발전소는 전시에도 폭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제도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다섯째, 북한 핵문제는 이미 30년이나 되었고, 앞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몇 십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핵확산금지조약체제와 그 보조장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과 엄중성을 빈번하게 제기하고, 북한이 우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 가입함으로써 핵실험과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 실험을 영구히 중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군축관련 국제회의, NPT 준비회의 및 평가회의, 유엔안보리, 유엔 제1위원회 등에서 북한 비핵화의 당위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반복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영국, 프랑스와 한 목소리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공동으로 북한을 비핵화시키려는 노력을 전개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한국은 군축관련 모든 국제회의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논리와 대책 개발에서 선도적 역할을 잘 이행해야 하며, 북한의 핵-평화 논리의 허구성을 증명하기 위해 국제적 국내적 노력을 결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의 적극적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한용섭 (한미우호협회 모닝포럼 위원장. 전 국방대 부총장)
1. 북핵 기정사실화 되나?
북한은 현재 40 내지 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매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분열물질인 고농축우라늄을 125 내지 150kg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로 인해 남북한 간의 전략적 균형은 깨어진지 오래 되었으며, 한국은 북한의 노골적인 핵공갈과 핵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핵확산을 금지하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모범 회원국으로서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제공받고 있으나, 날로 증가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과 핵비확산질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에 시달리면서도 핵을 개발한 이유는 김정일-김정은 세습독재체제의 정권안보를 달성하고 김씨 정권의 우수성과 위신을 과신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 세계 핵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에 1985년에 가입하였다가 2003년에 탈퇴하고 핵무기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특한 핵무장국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자칭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한 후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여 미국을 핵공격 할 수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결국 전략핵능력까지 갖추었을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과 일대일 정상회담을 해야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미국을 기만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내었고, 핵게임에서 한국을 완전히 배제시켰다. 그러나 결국 구체적인 검증을 통한 핵폐기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고, 오로지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를 선전선동한 꼴이 되었다.
그리고 김정은은 북미,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트럼프, 시진핑과 맞먹는 세계적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대내외에 선전하는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여정 급으로 하대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지금까지 핵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 실험을 100여회 계속해 오면서, 최근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한국과 미국을 향해 선제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함으로써 오랫동안 핵무기가 방어적 억제 목적이라고 외친 것은 허위임이 드러나게 되었다. 북한의 계속되는 각종 미사일 실험과 전술핵무기의 제조는 핵무기 없는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기에 우리 정부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에게 가능한 대북 핵억제 옵션은 많지가 않다.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재반입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현가능성이 적다.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50~70%나 되고 있지만 우리가 핵무장을 하기에는 제약요소가 너무 많다. 1970년대 미국 닉슨 행정부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철수 때문에 박정희 정부가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핵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미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포기하게 되었고, 그 후 한국은 비핵정책을 견지해 왔다. 1990년대 북한의 핵개발 위협에 대해 미국은 한국이 평화적 목적의 농축과 재처리도 갖지 않도록 권유하였으며, 남북한 핵협상에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여 한국은 비핵정책을 고수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및 확장억제력을 제공받아 왔다.
지속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가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사용 징후 발견 시 선제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 능력의 건설, 북핵미사일 사용 시 종말단계에서 격추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능력의 구비, 북핵미사일 사용시 대량보복할 수 있는 능력의 구축을 추진해 왔고, 미국정부는 북핵위협에 대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확장억제력의 제공과 현시를 추진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비핵정책을 견지하면서, 한층 강화된 미국의 확장억제력 확보와 그것의 제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의 높은 핵무장 지지여론을 활용하여 더 강력한 핵 확장억제력 제공을 미국측에 요구해야 함은 물론,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불법화시키고 한국의 비핵 정책과 안보정책을 지지할 수 있도록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나가는 양면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 북한 압박을 위한 대 국제사회 여론전 강화해야
북한의 증가하는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력의 강화와 함께,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인 외교안보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호소만 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외교가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이 핵확산금지체제 내에서 책임있는 핵보유국의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안보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핵확산금지체제의 본질과 역사, 그리고 NPT의 보조장치를 잘 숙지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핵확산금제체제는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핵보유국들이 다른 국가들의 핵확산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책임을 지우고 있고, 핵군축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핵확산금지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다.
냉전시기에 미국은 미국의 동맹국들의 핵확산을 성공적으로 금지시켰고, 소련은 소련의 동맹국들의 핵확산을 금지시켰다. 미국은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의 핵확산을 막았고,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대만의 핵개발을 완전히 막았다. 중국은 핵보유국의 권리를 누리면서도 중국의 동맹국 내지 우방국들의 핵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파키스탄에게 핵무기 설계도와 우라늄 농축시설을 제공하는 등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적극 지원했고, 북한 김정일-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도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오히려 북한에 대해 경제원조를 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3년부터 중국이 6자회담 개최에 성의를 보인 것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의 핵도미노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고 하면서 중국정부에게 경고를 한 결과이다. 2017년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강도 높은 제재에 동의하고 나온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부를 압박한 때문이었지, 중국이 자발적으로 핵보유국으로서의 핵확산방지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나온 때문이 아니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지금까지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대북한 제재를 풀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고 하면서 대화결렬과 북핵문제 악화 책임을 미국측에 전가하는 한편 유엔안보리에서 대북한 제재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핵확산방지 임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기에 우리가 국제사회를 향해 큰 소리로 이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NPT체제가 출범하기 전인 1960년대에 소련은 미국으로 하여금 서독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미국은 서독을 나토에 가입시키고 핵공유라는 제도를 만들어 서독의 핵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미중 수교 협상 때에 중국이 “대만에서 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와 대만의 핵개발을 완전히 막아 달라”고 한 부탁을 그대로 들어주었다. 이렇듯 미국은 동맹국들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해 온 반면, 중국은 파키스탄과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을 차단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지원하거나 방관해 왔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의 협조를 부탁하는 수동적 입장에 설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똑같은 정도로 그들의 동맹국 내지 우방국들의 비핵화를 관철시켜 핵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고 공세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핵확산금지조약체제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를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주는 이유는 1978년 유엔특별군축총회에서 약속하고 1995년 유엔안보리 결의 984호로 핵보유국들이 합의한 “5대 핵보유국은 NPT회원국인 비핵보유국들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을 위협하지 않는다 (소극적 안전보장, negative security assurance)”는 약속을 지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핵보유국이 NPT회원국 겸 비핵보유국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면, 어느 비핵보유국이 NPT에 가입 했겠는가 반문해 보면 그 답은 분명해진다.
그런데 금년 2월 24일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하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해서 핵무기 사용 협박을 수차례 가한 바 있는데, 이것은 핵국의 소극적 안전보장 약속을 완전히 위반한 사례이다. 특히 러시아는 1994년에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어 있었던 1800여기의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를 보장하며,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이 부다페스트 각서를 완전히 파기한 것이다. 러시아의 무력침공은 핵국의 소극적 안전보장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핵국의 정당성에 근본적 의문을 야기하게 되어 NPT의 미래에 암운을 던져주고 있다.
따라서 금년 8월 유엔에서 개최된 제10차 NPT평가회의에서 대부분의 NPT회원국들이 한 목소리로 러시아의 소극적 안전보장 약속 위반사태에 대해서 명백한 시정을 요구하고 핵보유국의 소극적 안전보장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왔던 것이다. 이런 요구에 대해 러시아가 반대함으로써 이번 NPT평가회의에서는 최종공동선언문이 채택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핵국의 소극적 안전보장의 제도화와 법제화를 위해 외교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NPT가 국제조약으로서 출범하기 이전인 1968년 6월에 유엔안보리에서는 결의안 255호를 통해 “핵보유국은 NPT회원국 겸 비핵보유국이 핵공격을 받거나 핵위협을 받을 때에는 핵보유국들이 즉각 유엔헌장에 근거하여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들이 공동으로 즉각 모든 수단을 써서 그 NPT회원국을 지켜준다(적극적 안전보장, positive security assurance)”약속을 하였다. 핵보유국들의 적극적 안전보장 약속은 그런대로 이행되어 왔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최근 중국의 대만 주변 무력시위 사태 등에서 보면 이 두 국가가 적극적 안전보장 약속을 잘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핵실험을 몇 차례나 하고, 핵무기와 미사일로써 한국을 협박하고 미국본토에 대한 공격 협박을 하고 있을 때에,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적극적으로 자제시키지도 않았고, “북한이 핵사용 협박을 하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안전보장의 대상에서 제외되며 오히려 NPT 회원국 겸 비핵보유국인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안전보장의 대상이 된다”고 선언하고 나와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북핵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이 방어적 수단인 사드(THAAD)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한한령(限韓令) 같은 경제제재를 가하고 나왔다. 이것은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 겸 핵보유국의 적극적 안전보장 책임을 져버린 것은 물론, NPT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에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를 문제시 하고 나오면 변명을 하거나 수동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핵위협을 가하는 북한에 대해서 중국과 러시아가 핵보유국 겸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서 적극적 안전보장의 권리를 부정하고, 충실한 NPT회원국 겸 비핵보유국인 한국에 대해 적극적 안전보장을 약속해야 한다고 더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넷째, NPT 상의 비핵보유국인 회원국들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고 핵국과 국제사회에 권리의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핵보유국들은 비핵국보유국의 평화적 원자력 발전소를 무력 공격하거나 무력으로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과 자포리자의 평화적 원자력발전소와 인근 지역을 공격하거나 포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아주 위험한 사태로서, 국제원자력기구 뿐만 아니라 유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이 사태를 막아야 한다. 만약에 이런 원전에 대한 물리적 공격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원전의 폭발은 원자탄 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후과는 예측불가하다. 앞으로 테러세력들이 모방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에, 핵테러리즘이 만연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평화적 원자력 발전소는 전시에도 폭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제도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다섯째, 북한 핵문제는 이미 30년이나 되었고, 앞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몇 십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핵확산금지조약체제와 그 보조장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과 엄중성을 빈번하게 제기하고, 북한이 우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 가입함으로써 핵실험과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 실험을 영구히 중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군축관련 국제회의, NPT 준비회의 및 평가회의, 유엔안보리, 유엔 제1위원회 등에서 북한 비핵화의 당위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반복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영국, 프랑스와 한 목소리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공동으로 북한을 비핵화시키려는 노력을 전개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한국은 군축관련 모든 국제회의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논리와 대책 개발에서 선도적 역할을 잘 이행해야 하며, 북한의 핵-평화 논리의 허구성을 증명하기 위해 국제적 국내적 노력을 결집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