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가기고] 우크라이나 사태: 원인・패착・교훈-김열수

우크라이나 사태: 원인・패착・교훈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2~3일만에 키이후를 함락시킬 것이라는 러시아의 호언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급기야 부분 동원령을 선포하고 핵무기 사용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왜 단기 승리전으로 전쟁을 종결짓지 못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크라이나전이 교훈은 무엇인가? 이 글은 이 3가지 문제 제기에 대해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〇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는 다양하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원인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것은 러시아의 안보 때문이다. 냉전 해체와 함께 동유럽 국가들은 나토에 가입했고 발틱 3국도 나토에 가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정도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조지아와 몰도바의 가입을 막을 방법도 없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거대한 나토 회원국들로 둘러싸이게 된다. 따라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친러화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침공의 결정적인 이유다.

 

〇러시아의 전략적 차원의 패착

  러시아가 침공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면 러시아는 철저하게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했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치밀한 전략도 없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의 패착원인을 전략적 차원과 전술적 차원에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전략적 차원에서 보면, 러시아는 러시아군의 능력과 과거 성공 사례를 너무 과신했다.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는 국방개혁을 추진하긴 했다. 그러나 핵무기와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 등 주로 첨단 무기체계에 대한 개발에 초점을 두었을 뿐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에는 소홀했다. 게다가 러시아군의 부정부패로 국방비마저 다른 용도로 전용되었다. 또한, 러시아는 2000년 체첸, 2008년 조지아.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및 동부 돈바스 지역 강제 병합, 그리고 2015~2016년 간 시리아 정부군 지원 등에서 성공한 경험을 과신했다. 우크라이나는 국토 면적과 인구 면에서 상기한 공화국이나 국가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의 큰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단지 15만 명 정도의 러시아군을 ‘특별작전’의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했다. 참고로 미국이 1991년 걸프전시 투입한 병력은 약 540,000명이었으며 총연합군은 약 750,000명 수준이었다.

  둘째, 우크라이나의 전쟁의지를 경시했으며 군사력을 과소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정치・민족적으로 분열되어 있어 러시아의 침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정치 풋내기로 판단하고 러시아가 침공하면 쿠데타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러시아군이 침공하면 러시아계 사람들과 우크라이나 국민이 환영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18-60세까지 예비군 동원령 내렸을 때 해외에 있던 우크라이나인들도 우크라이나로 귀국했고, 우크라이나의 영부인과 미스 우크라이나가 전투복을 입고 소총을 잡았으며 많은 유명 예술인과 체육인들도 동참했다. 우크라이나군도 2014년의 허접한 군대가 아니었다. 크림반도 피탈 이후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으로부터 군사력 지원을 받아 군사력을 건설했으며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 경험을 쌓아 상당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을 무시했고 풍부한 러시아 천연자원으로 지원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직접 개입은 없었으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은 대러 경제제재를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원했다. 또한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원유와 밀을 필요로 하는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을 적절히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에너지에 대한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7차례에 걸쳐 대 러시아 제재를 단행했다.

 

〇 러시아의 작전・전술적 차원의 패착

  러시아의 작전・전술적 차원에서도 패착이 있었다. 하이브리드전에 초점을 맞춘 게라시모프 교리(Gerasimov Doctrine)에 의하면 러시아의 전쟁은 3단계로 진행하도록 되어있었다. 제1단계는 러시아의 선전선동 캠페인을 전개하는 정치심리전 단계로써 젤렌스키 정권을 악마화하고 전쟁 명분을 얻기 위한 가짜깃발(false flag)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및 전 세계 하이테크 기업의 반격이 오히려 러시아의 정치심리전을 압도했다. 구글, 메타, 틱톡 등은 러시아 매체가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고 오히려 우크라이나는 틱톡을 통해 세계 여론을 호의적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가 실패한 이유는 러시아의 심리전 전략과 내러티브 전술이 서방과 동유럽에서 빈번해지면서 그 기만성에 국제사회가 익숙해졌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두 번째 단계는 사이버/전자전 공격 및 화력 타격을 가하는 단계다. 사이버전으로 상대의 핵심 인프라와 지휘통신체계를 마비시키고, 전자전으로 상대방의 네트워크, 레이더, 통신 등을 방해하거나 무력화하여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함으로써 기동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전쟁 몇 주 전에 수백 대의 컴퓨터에 Malware를 침투시켜, 전쟁 직전에 이를 활성화함으로써 사이버 공격을 시작했다. 주요 정부부처와 주요 은행 등의 웹사이트 마비되긴 했으나 그 효과는 미비했다. 러시아는 결국 우크라이나의 C4ISR 체계를 공략하지도 못했고 대공 무기체계 등을 무력화시키지도 못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및 전 세계 하이테크 기업의 반격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MS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탐지하여 우크라이나에 정보를 제공했으며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 Starlink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는 IT군을 조직하기도 했다. 해킹단체 Anonymous와 러시아를 기반으로 한 랜섬웨어 해커 집단이 사이버전에 참전함으로써 우크라이나전은 ‘사이버 세계대전’으로 확전되기도 했다.

  스마트폰 영상, 빅데이터, 위성 이미지 자료 등 공개정보(OSINT)의 영향으로 러시아군의 이동, 러시아군의 보급로, 러시아군 부대 배치 등이 실시간으로 SNS에 공개되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전차부대가 진격해 오는 진로마다 매복해 있다가 대전차 무기, 전투기, 드론 등으로 급습했다. 전쟁 및 전투 정보가 SNS에 홍수를 이룸에 따라 CNN이 미군 위주로 전황을 생중계하던 걸프전 때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전쟁의 SNS화가 진행되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이버 및 전자전의 효과가 없었으니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화력 타격의 효과도 별로 없을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C4ISR 체계와 방공망은 건재했다. 러시아가 출격 횟수를 늘렸지만 공중우세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 우크라아나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의 불량률은 20~60%에 달했고, 정확도도 부족했다. 민간 거주지역에 떨어진 러시아의 미사일은 의도적인 것도 있었지만 정밀성의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제3단계는 기동 및 이동 단계다. 러시아는 15만의 병력으로 전투력을 집중하기보다는 3개 방면에서 공격함으로써 집중의 원칙을 무시했다. 특히 국방개혁이 일환으로 진행된 대대전투단(BTG)도 많은 허점을 보여주었다. 중령이 지휘관인 BTG는 전체 병력 규모가 약 600~1000명이고 병사들의 3분의1은 지원병이며 3분의2는 징집병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성은 1개 전차중대(전차 10대), 3개 기계화보병중대(전체 장갑차 40대), 대(對)전차중대, 2~3개 포병중대·2개 방공중대와 소규모 정보·공병·통신·의무부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BTG는 전면전이 아니라 지역분쟁 개입에 최적화한 부대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 BTG는 정보·지휘통제·정비·의무 관련 조직이 약해서 작전지속 능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러시아 공군은 2,000여 대의 전투기, 폭격기, 수송기, 헬기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지상전 위주의 군사 교리를 가지고 있어 러시아 공군은 최전선 상공에서 지상군을 화력지원하는 교리에 종속되어 있었다. 이렇다 보니 공군을 날아다니는 포병(airborne artillery)으로 부르기도 했다. 특히 종심공격은 공군이 아니라 미사일 부대가 맡는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따른 공중자산의 피해 발생 우려와 피아식별 제한에 따른 오인 폭격 위험 등을 이유로 BTG에 대한 근접항공지원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러시아 기계화 부대의 공격템포도 둔화될 수밖에 없었다.

  군수지원 부족도 러시아군의 기동과 이동을 지체시켰다. 유류부족으로 이동을 포기한 러시아군의 탱크는 도로에 줄지어 정지했고, 3일치의 전투식량은 유통기한이 7년이 경과한 것도 있었다.

  러시아는 개전 직후 압도적인 화력 투사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의 지휘·통신·방공망은 여전히 건재했고 우크라이나의 제한된 도로와 시가전에서 현대화되지 못한 러시아의 기갑전력은 무기력한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러시아군이 과연 대규모 전역 수준의 작전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말 세계 제2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참고적으로 미국은 걸프전 때 미 본토로부터 해상과 공중을 통하여 767만 톤에 달하는 군수물자를 수송했다. 걸프전 기간 중 이라크와 쿠웨이트 점령지에 투하된 폭탄의 총량은 14만1,921톤이었으며 지상전이 벌어진 100시간 동안 다국적군 8개 사단이 사용한 연료의 양은 800만 갤런에 달했다. 우크라이나전은 군수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전쟁이었다.

 

〇 우크라이나전의 정치・외교적 교훈

  우크라이나전이 주는 교훈은 크게 정치・외교적 차원과 군사적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치・외교적 차원의 교훈은 크게 5가지다. 첫째, 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었지만 미국-러시아-영국에 의한 안전보장이라는 종이 1장의 양해각서에 만족하면서 나토 가입을 포기했다. 2004년 오렌지 혁명이 일어나 친서방 정권이 탄생했을 때도 우크라이나는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부패와 내부갈등으로 소일했다. 2014년 유로마이단으로 친러 대통령이 축출되었을 때도 기회를 상실했다. 오히려 러시아는 이때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돈바스 지역을 탈취했다. 우크라이나가 발틱 3국처럼 NATO 회원국이 되었다면 러시아의 침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북대서양 조약 제5조는 “한 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맹의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제2차 대전 후 80여년 간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와 1814년 나폴레옹 전쟁 후에 탄생한 빈체제(Vienna System) 이후 200년 넘게 중립을 유지해 왔던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비준을 얻게 되면 나토는 32개국의 회원국을 거느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토의 확대를 반대하기 위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오히려 나토의 회원국을 더 늘이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한미동맹은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어 준 버팀목이 되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한국의 지도자들과 한미동맹 덕분에 한국은 압축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했다. 이제는 한국의 종합 국력이 세계 6위권을 넘보게 되었다. 한미동맹은 전쟁 억제력과 유사시 동반 실행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안정자 역할도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전에서 동맹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교훈삼아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 주도의 통일을 중국과 러시아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는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사이에 우크라이나라는 완충지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한반도에 적용해 보면,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에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만일,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지면 중국은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고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국과 국경을 맞대게 된다.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도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나 러시아는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지 않거나 심지어 방해할 수도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현재와 같이 북한을 완충지대로 남겨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완충지대를 확보하고 남북한에 대해 각각 지렛대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국 외교와 통일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비핵화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보고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냉전 시절 구소련은 우크라이나에 176기의 ICBM과 1,240개의 핵탄두, 44대의 전략 폭격기와 700기 이상의 SLBM, 그리고 2,000기에 달하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소련이 해체되자 우크라이나는 단숨에 세계 3대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핵확산을 우려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개입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을 대가로 우크라이나를 비핵화시켰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절대로 비핵화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크림반도도 뺏기지 않았을 것이고 돈바스 지역도 내전화되지 않았을 것이며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북한의 비핵화는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도 철저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북한이 안보리 결의안에 위배되는 핵・미사일을 실험하거나 발사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냉전을 방불케 하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볼 때 더욱 그렇다. 또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철저하게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그리고 우크라이나 4개주 합병의 불법성에 대해 러시아와 함께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따라서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유엔 결의안 위반에 대해서도 눈감아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대북제제 해제를 주장하고 있어 북방 3각 관계가 공고화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북한이 지난 9월 초에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뒤 김정은은 9월 말부터 이를 실천하기라도 하듯 핵전술 운용부대들을 직접 훈련지도하면서 단거리 미사일과 미니 SLBM 등을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등장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러 협력관계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비핵화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공포의 균형’ 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전술핵무기 재배치나 나토식 전술핵 공유정책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장병에 대한 정신전력 교육과 국민에 대한 나라사랑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에 임하는 지도자와 국민의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형 전력도 중요하지만 무형전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사실 러시아 군인은 전쟁을 해야 하는 목적도 모른 채 전쟁에 동원되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달랐다. 젤렌스키 대통령, 현역과 예비역,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단결했다. 무형전력은 군대의 과업만은 아니다. 국민에게도 필요하다. 따라서 군에서는 정신전력을 더 강화하고 정부는 국민에게 ‘나라사랑’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선례가 되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긴급총회에서 매번 기권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태도를 대만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이 8월 초에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이 이에 강력하게 대응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와 함께 사이버전을 통해 대만 총통부와 국방망 등을 마비시켰다. 그리고 대만 포위훈련을 전개했다. 중국은 대만 주변에 6개의 훈련 지역을 선정하여 연합 해상 공중훈련, 장거리 사격 훈련, 재래식 미사일 공격 훈련 등을 진행했다. 심지어 중국 미사일이 대만 본토를 횡단하기도 했다. 시진핑 총서기도 제20차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대만 총통선거가 있는 2024년, 그리고 중국군 창군 100주년이자 시진핑 4연임을 논의할 수 있는 2027년을 대만 침공의 유력한 해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3일 만에 러시아의 승리로 종결되었다면 중국의 대만 침공은 훨씬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8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러시아가 밀리는 상황에 이르자 중국은 대만 침공에 대해 더 많은 숙고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외교・경제・군사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〇 우크라이나전의 군사적 교훈

  여기서는 러시아군의 전략전술, 무기체계, 합동성, 군수지원, 정신전럭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하지 않는다. 앞에서 서술한 자체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사적 교훈은 국제문제연구소의 윤민우 박사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윤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전의 서막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전쟁공간, 전쟁행위자, 전쟁 수단 등에 있어서 다변화와 통합이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미래전은 전쟁공간에서의 다변화와 통합이 동시에 일어난다. 미래전은 기존의 지상, 해상, 공중, 사이버, 우주라는 5차원에 인지 영역(cognitive domain)이 추가되어 6차원의 전쟁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지 영역이란 적과 아측의 전투원과 민간인 그리고 국제사회 일반의 인식, 의견, 생각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의 뇌 작용에 해당하는 인지의 공간자체가 전쟁 공간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 보여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하이브리드전이 이에 속한다. 지상, 해상, 공중은 물론이고 사이버와 우주 공간에서에도 각 도메인마다 전략목표가 있듯이 인지 영역에서도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장악·통제하고 아측이 적에 비해 매력과 정당성, 설득력, 지지 등의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이런 인지전을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한반도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미래전은 전쟁행위자의 다변화와 통합이 동시에 일어난다. 국가라는 전쟁의 주체 외에도 테러리스트, 해커들, 댓글부대들, 용병들, 국제조직 범죄세력들, NGO, 하이테크 기업 등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들이 전쟁의 기능적 행위자로 등장했다. 어나니머스는 러시아라는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했고 구글, MS, 스타링크, 틱톡, 매타 등과 각종 신용카드 업체 등도 기능적 행위자로서 전쟁을 수행했다. 이렇듯 미래전은 국가와 기능적 행위자가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래 유사시를 대비하여 첨단 기술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미래전은 전쟁 수단의 다변화와 통합이 동시에 일어나게 될 것이다. 전쟁 수단의 다변화는 전술/작전적 차원과 전략적 차원 모두에서 함께 진행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상징이 전차였고 베트남전의 상징이 헬기였으며, 걸프전의 상징은 정밀한 유도무기체계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은 전차와 헬기가 치명적 손상을 입고 드론과 대전차 미사일이 전쟁의 상징처럼 부상했다. 또한 우주공간에서의 민간위성도 훌륭한 전쟁 수단이며 무인 전투 디바이스 운용에서 사용되는 레이더(Radar)와 라이다(LiDAR), 인공지능의 모방학습(Imitation learning)과 에이스타(A*) 알고리즘, 그리고 구글 GPS 네비게이션 시스템도 주요한 전투 수단이 될 것이다.

  미래전으로 표현되는 전쟁 양식의 변화는 단순한 무기경쟁이나 전략·전술발전의 수준을 뛰어넘는 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미래전의 서막을 보여준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가의 생존 전략이 보다 근본적 변화와 혁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한국은 전쟁공간, 전쟁행위자, 전쟁 수단 등의 다변화를 고려한 국방개혁과 국방혁신 4.0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