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00세 인생 생활의 힌트(27) - 이성원


100세 인생 생활의 힌트(27)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 협회 이사



나이들어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활기차게 살 수 있다

-히노하라 시케아키

 

25세까지 배우고, 50세까지 일하고, 75세까지 봉사하자. 20세기를 산 사람들의 이상이었습니다. 50대에 도서 기증 일을 시작해서 75세에 멱이 꽉 찼습니다.

21세기 들어 100세시대가 열리면서 25년간의 보너스 수명이 생겼습니다. 젊어서부터 어디 외국에 나가 살아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이 시간을 활용해 보아야겠구나.

일본에 가서 산골짝에 방 한 칸을 얻어 놓고, 매주 로타리클럽에도 나가고 한일문제 토론회가 있을 때는 기조 발제자로 불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시골이 마침 온천향이라 풍광도 아름답고 음식도 유별나서, 아내는 생전 처음 호강한다고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3월 코로나가 퍼지면서 7년째 드나들던 일본 왕래가 툭 끊기고 말았습니다.

 

50대 2세들에게

1929년 세계공황 무렵에 태어나서 “결핍의 시대”를 살아온 70세 이상 노인들의 생애 수기를

2011년 뉴욕타임즈가 공모했다.

공황 당시 뉴욕 증권가에선 매일같이 고층 빌딩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고등 교육을 받은 인텔리들도 모두 공장에 나가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시절이다.

7천여 통의 수기에서 2가지 예상 밖의 사연이 부각되었다. 하나는 투고자 거의가 다 자기 생

애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생동안 한가지 직업에 매달려 살아온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10년에 한번쯤은 직업을 바꿔 보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바꿔서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었지만, 실패한 사람도 바꾼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내가 찾은 3가지 일

새 일거리를 찾는다는 것이 103세 현역의사 히노하라 박사의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일년 쯤 헤멘 끝에 3가지 소일거리를 잡았다.

 

하나: 「90년의 자기사 自己史」

내년이면 九순이다. 생애 90년간의 일을 샅샅이 적어 50대 2세들에게 넘겨주자. 우리도 대공황 못지않은 6.25를 겪은 세대 아닌가. 오전 한시간의 일거리가 생겼다.

 

둘: 「오늘의 행복일기」

취침 전 오늘 일을 곰곰이 돌이켜 보면 그 가운데 행복했던 일이 한두 가지는 꼭 있게 마련이다. 밤에 즐거운 한시간 일거리다.

 

셋: 「50년의 감동기록부」

사무실에 수북이 쌓인 스크랩 뭉치를 치우려고 들여다 보다 깜짝 놀랐다.

이게 나의 지난 50년의 「감동기록부」로구나.

이젠 고인이 된 정겨운 사람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한없이 그리운 어머니, 보고 싶은 친구,

살가운 여동생, 세 살도 안돼 엄마 품을 떠난 가여운 첫 딸아이...

그리고 생애 전환기 때마다 갈 길을 비춰준 책들: 피난지 대학의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준 「가와이 학생들에게」, 적응 못한 직장에서 일에 대한 “사명감”으로 돌파구를 열어 준 「마쓰시다 경영철학총서」, 도서기증에 동기부여를 해준 「혼다 나의 처세비결」,

노후 4대 고민 “돈‧ 병‧ 일‧ 고독”에 대한 극복책을 일러 준 「월간 문예춘추」...

하마터면 버릴 뻔한 헌 종이 뭉치들이 요즘 내 생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몽테뉴 수상록」은 마지막까지 남아 나를 부축해 주고 있는 「인간학」의 경전이다.

 

이런 경험담들이 모여 신판 「100세시대 카네기 인생처세학」이 나오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