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년논단]중국의 '미중 전략 경쟁' 대응 전망과 한국에 대한 함의-조현규


[신년논단]중국의 '미중 전략 경쟁' 대응 전망과 한국에 대한 함의



조현규 중국 푸단대학 객좌교수 / 전 주중대사관.주한대만대표부 무관


들어가는 말

 

  2021년 한 해 중국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을 받은 사안은 대내적으로는‘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제3차 역사 결의’, 대외적으로는‘미-중 전략경쟁’을 각각 꼽을 수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 볼 때, 2021년은‘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 중 첫 번째 100년인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으로서, 중국은 이를 기해‘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 실현’목표를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또한,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 2021.11.8.~11.)에서는 중국공산당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하여 시진핑(習近平)의 위상을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반열에 올리고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위한 신작로를 개척하였다.

  중국 외부적으로 볼 때, 2021년은 미-중 전략경쟁이 더욱 첨예화되었으며, 전략경쟁의 범위는 경제무역 이외에 정치ㆍ외교ㆍ안보는 물론 규범과 가치관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전면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전략경쟁은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심화되어 세계 안보와 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ㆍ태 지역의 정세는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당면과제의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미ㆍ중 간 첨예한 대립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주변화될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내부의 이슈들은 중국공산당에 의한‘중국특색 사회주의’체제 운영으로 상대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미ㆍ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지역안보는 물론 우리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미ㆍ중 전략경쟁의 새 국면,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 및 대응, 그리고 미ㆍ중 전략경쟁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바이든 이후 미ㆍ중 전략경쟁의 새 국면

 

  2021년 8월 3일 미국 의회연구소(CR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ㆍ중 전략경쟁이 변화되고 있다는 《Renewed Great Power Competition: Implications for Defense – Issues for Congress》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ㆍ중 전략경쟁을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과는 다른‘새로운 국면에서의 미ㆍ중 전략경쟁’이라고 정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첫째, 미국의 전략 변화이다. 1990년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 등 중동국가와 아프간 등 2개의 지역분쟁에 전략적 비중을 두었으나, 이제는 중국 및 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경쟁 국면에 비중을 두는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미ㆍ중 전략경쟁이 고강도 수준의 경쟁이었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미ㆍ중 전략경쟁은 비교적 저강도, 복합적, 장기적 경쟁 국면을 보이고 있다.

  셋째,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에 대하여 더욱 공세적이며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이 주도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타파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미국은 중국만이 아닌, 새로운 미ㆍ중 전략경쟁에 악영향을 주는 이란과 북한의 위협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미국 의회연구소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새로운 양상의 미ㆍ중 전략경쟁, 즉‘냉전 2.0’국면이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미 의회는 국방부가 이러한 양상에 대비한 각종 조치들을 적절히 추진하고 있으며, 의회는 적정한 예산을 배정해야 하여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미ㆍ중 전략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대응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를 변화시키고, 중국의 역할을 참여자에서 주도자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도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주동적인 자세로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 new-type of major country relations) 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자신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비판 및 견제하는 미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우선, 미국의 대중국 포용정책이 애초에 기대했던 중국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실패로 규정한 데 대해, 미국이 미ㆍ중 관계를 촉진했던 역사적 배경과 요인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비판한다. 즉, 중국은 미ㆍ중 양국이 서로의 다른 체제와 제도를 이미 인정한 상황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관계 개선을 추구한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둘째, 미국의 오해 및 오판과 왜곡적인 사고는 잘못된 시대관과 세계관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미 세계가 21세기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음에도 미국은 냉전시대의‘제로섬’(zero-sum)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셋째, 이른바 미ㆍ중의‘신냉전’은 인위적인 개념이기에 극복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중국은 미국과 입장 차이가 있는 민감한 문제를‘윈-윈’(win-win) 원칙에 입각해 대화와 협력을 통한 공동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중국이 제시하는 새로운 미ㆍ중 전략경쟁 관계의 구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충돌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둘째, 상이한 사회제도를 서로 인정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한다) 입장에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셋째, 각자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것이 정치적 기초이다. 넷째, 상호이익과 호혜적인 협력이 양국관계의 발전 원천이다. 다섯째, 양국민의 우의가 관계 발전의 뿌리다. 마지막으로 세계 평화와 발전을 수호하는 것이 양국의 책임이다.

  특히, 최근 중국은 코로나-19 지속과 미ㆍ중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중심의 체제 공고화와 2049년 중국특색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 등을 보여주고 있어 미국과의 지속적인 대결과 갈등을 원하지 않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굴복하거나 회피할 생각도 없어 과거와 달리 매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와 자세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장기적 미ㆍ중 전략경쟁은 불가피한 추세이다.

 

미ㆍ중 전략경쟁의 한국에 대한 함의

 

  미국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영역에서는 중국의 참여와 협력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정상적인 미ㆍ중 관계의 길을 걷자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양국의 협력에는‘중국이 약속을 준수하라’(미국의 요구),‘중국을 존중하고 압박하지 말라’(중국의 요구)는 상호 전제가 있는데, 이 전제조건을 양국이 만족시키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미ㆍ중 경쟁에 대비하여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편, 즉 동맹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 동참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국의 전략이 미국의 전략에 부합하거나 포함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보이고, 중국은 한국에게 해가 되는 자세를 취하는 국가라는 점을 부각하여 미국 입장의 편 가르기에서 한국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미ㆍ중 관계가 신냉전으로 비화하는 것은 아직 섣부른 판단이기는 하지만, 신냉전이 도래한다면,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는 불안정 요소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데올로기 경쟁이 강조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도 종전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냉전 이후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로서의 북한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며 핵 개발 이후에는 위험한 불량국가로 다루면서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 왔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편 가르기에 나선다면 북한에 체제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향후 대화와 협력을 통한 대북 유화책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우리의 대북정책과 북한문제에 대한 한ㆍ미 간의 합의는 더욱 현실성 있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미ㆍ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미ㆍ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 한ㆍ중 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Quad)에 한국의 참여를 예의 주시하고 있어서, 한국은 한ㆍ중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느 특정 국가가 포함될 수 없는 배타적 다자주의가 확대되지 않도록 포용적 다자주의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맺는말

 

  2022년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국의 최대 이슈는‘정상적인 상황이라면’시진핑이 권력을 이양해야 하는‘중국공산당 제20기 당대회’이다.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연임 조항을 삭제하고, 2021년 중국 공산당‘3차 역사결의’를 통해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 완비된 상황에서, 시진핑이 어떤 형식으로 권력을 연장해 나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시진핑이 중국 최고지도자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자립자강(自立自强)을 통해 시진핑 1인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되고, 중국 공산당 지배의 합법성과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유한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몽(中國夢) 드라이브는 필연적으로 미국 및 서방의 견제와 비판에 봉착할 것이며, 따라서 미ㆍ중 전략경쟁은 2022년에도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미ㆍ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한반도에 영향을 주며, 이는 곧 정치ㆍ군사 분야는 미국에, 경제ㆍ무역 분야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할수록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변할 것이고, 북ㆍ중 관계와 북ㆍ일 관계 및 중ㆍ일 관계의 변화 추세에 따라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북핵문제 해결도 갈수록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ㆍ중 전략경쟁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국제질서로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고, 미ㆍ중 간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에서는 군사와 외교를 포함한 국가 전체의 위협과 기회 요인이라는‘국가전략’의 시각에서 미ㆍ중 전략경쟁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고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미ㆍ중 전략경쟁과 갈등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역내 갈등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