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그 날-이서인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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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加溫) 이 서 인

 

꽁꽁 언 땅 비집고

연두빛 보리싹 돋아나

봄바람에 일렁일 때

나지막이 부르던 희망가

 

여기서 움찔

저기서 꿈틀

몸짓은 미약했으나

사무치는 의분(義憤)

참지 못했다

 

선비도 유생(儒生)도

아낙도 댕기머리 처자도

불자도 천주인도

이념의 굴레마저 떨쳐버렸던

그 날

 

삼천리 골골마다

메아리치던 만세 소리

백의(白衣) 핏빛으로 물들어도

깃발 마주 잡은 손

놓지 않았다

 

한숨이 함성으로 바뀐 순간

흰 비둘기 푸드득 창공을 날고

그 자리에 후드득 떨어진

주홍빛 댕기

뜨거운 팔월 햇살 아래

어여쁜 능소화로 피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