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한국의 선택
이원엽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 중국 북경대학교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신냉전 2.0은 이미 시작되었다. 21세기 들어 한반도는 새로운 국제 환경의 압력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미·중 갈등이 통상 마찰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미동맹의 불안정으로 인한 안보 불안을 말하고 있는데 단연코 말하건대 주한미군의 철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제로섬(zero-sum)게임이 되는 것일까?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비롯된 한국의 딜레마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바람직한 것일까? 이 글은 중국의 외교 정책의 역정과 대한반도 정책의 시사점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1949년 10월 건국된 신중국의 외교 전략은 시대적 흐름과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외교 노선의 변화를 거쳐 왔다. 건국 초기 마오쩌둥은 미소 냉전 사이에서 평화공존(和平共处) 노선을 견지하였다. 마오쩌둥의 사망으로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리면서 시작된 덩샤오핑의 78년 개혁 개방 시대는 안으로 경제 개발과 밖으로 현상 유지를 위한 평화발전(和平发展)과 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리자는 도광양회(韬光养晦)의 대외정책을 표방하였다. 20세기 말 장쩌민 시대에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수용함과 동시에 양자 및 다자 관계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교류와 외교 왕래를 강조하는 신안보관(新安全觀)을 내세우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한다’라는 유소작위(有所作为)를 주장하며 힘 있는 외교 정책을 전개하였다. 후진타오 시대에 들어와서는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 삼아 힘의 외교를 본격화함과 동시에 평화적으로 대국화(覇權)하고자 하는 화평굴기(和平崛起)를 주장하였다.
현재 시진핑 체제의 외교 정책은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다시 말해 1987년 13차 당대표대회 이후 규정한 평화와 발전의 시대, 이후 중국 부상을 이끈 세계적 성장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발전을 추구한다는 정책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시진핑 시대의 시작을 알린 중국 공산당 18대 정치 보고에서는 ‘국가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이에 대한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라는 핵심 이익의 견지,‘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안보ㆍ발전 이익을 위해 공고한 국방과 강대한 군대 건설’그리고 해양, 우주, 인터넷 공간에 대한 안보 중시 등을 강조하였다. 이는 시진핑 지도부가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태도라는 것을 알리는 출발점이었다.
시진핑 지도부는 자국의 부상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복잡해지고, 이에 대한 외교적 압박 또한 커지는 현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해 왔다. 이를 위해 시진핑은‘전략적 사유(戰略思惟)’의 강화와 확고한‘전략적 의지(戰略定力)’를 펼칠 것을 강조하며 평화발전의 길을 추구한다는 뜻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중국이 인류 운명공동체의 주창자로서, 그리고 다자무역의 수호자이면서 세계 경제 관리의 참여자로서의 그 기능을 다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진핑은 주변국과의 안정적인 외교 관계 설정에 애쓰면서 친(親·우호)·성(誠·정성)·혜(惠·호혜)·용(容·포용)을주장하였다. 특히 시진핑은 2014년 동아시아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가 책임져야 한다는‘신아시아 안보관(新亞洲安全觀)’과‘아시아 의식(亞洲意識)’을 제기한 바 있다. 신아시아 안보관은‘공동, 종합, 협력, 지속가능’한 안전을 강조한 새로운 안보이론의 제기이며 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협력구조를 구축하여 아시아 안보 시스템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사실 시진핑의‘신아시아 안보관’은 이전 장쩌민(江澤民)의‘신안보관(新安全觀)’을 계승한 것으로 기본적인 내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 新안보관에 아시아가 추가되면서‘아시아의 일은 아시아 국가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안보 역시도 아시아인들이 지킨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 정책의 변화에 주목하여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시진핑 지도부가 한국을 바라보는 전략적 가치를 통한 시사점을 살펴보겠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유리한 국제 환경 조성을 위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둘째, 전통적 우방인 북한의 체제안정을 유지; 셋째,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이 그것이다.
또한 시진핑 지도부가 한국을 바라보는 전략적 가치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중국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주도국 지위를 차지하는 데 있어서 지정학적 역학 구도상 한국이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이 동북아지역 내에서 자국의 구조적인 경쟁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중국이 동북아시아 주도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요 지원 세력이 될 수 있는‘중견국(middle power)’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정치, 외교,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과 전면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하여 역내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향후 동아시아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을 중국의 우호 세력으로 편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일본에 대한‘압박’및‘고립화’를 시도하는 데 있어서 한국과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동아시아의 주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근대 이후 아시아 지역의 전통적 강자라고 생각되는 일본을 넘어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대일 압박의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면 이는 일본에 대한 견제 효과뿐 아니라 기존의 한일 안보협력에도 균열을 초래하는 방법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중국은 언젠가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을 자력으로 돌파하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전략적 협력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간주한다. 중국은 한국과 수교 이후 꾸준한 경제교류 및 협력의 단계를 넘어 정치, 군사, 안보 등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단계로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까닭은 중국은 한국과의 다방면에 걸친 전략적 협력이 향후 중국을 압박하는 봉쇄망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가치평가는 시진핑 지도부 등장 이후 특히 강화된 것으로서 과거 중국지도부가 한국을 미국과의 동맹 세력으로만 고착화하여 바라봄으로써 한중관계 발전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한해 왔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끝으로,‘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우는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자리매김을 원한다. 한국은 중국과 수교 이후 꾸준한 경제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한국은 중국의 대외무역에서 수입 대상국 1위, 수출대상국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지도부는 한국과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중국의 주도로 만들어질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인‘일대일로(一帶一路)’의 추진 과정에 있어서도 한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이상에서는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과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은 어떠해야 바람직한 것일까?
2010년대 중반 한중 외교 및 통상관계가 한미동맹, 북핵 위기, 중미 통상 마찰 등‘제3의 요인’이 개입되면서 한국의 대중 외교도 사안별로 선택적으로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물론, 한중관계는 과거 역사 속의 전통적인 우호적 관계(과거 역사 속의 사대관계)로 회귀하기는 어렵다. 그 까닭은 한반도 안보 구조와 미·중 통상 마찰의 환경에 따라 한중관계는 미·중 관계와 미·일·중 관계의 역학 속에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미·중 관계가 갈등과 견제의 방향으로 진행됨에 따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 내에서의 이분법이 더이상 성립되기 어렵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확실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있다.
중국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 위징전(魏徵傳)에는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과 재상 위징이 국정에 관해 논한 구절이 나온다. “夫以銅爲鏡, 可以正衣冠, 以古爲鏡, 可以知興替; 무릇 구리로 거울을 삼으면, 의관을 바로 할 수 있고, 옛일로 거울을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즉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 한반도 상황이 또다시 구한말과 같은 상황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바로미터는 국익이다. 한국의 국익은 국가의 안전보장,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과 법치주의 등 가치 수호, 경제적 번영이다. 한국은 더 이상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현재의 국익과 앞으로의 국익을 위해서 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제 한미동맹은 전략적 변환기에 있다. 미·중의 지정학 경쟁과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의 시작 그리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미·중의 갈등과 중국의 대만 흡수 문제와 한반도 통일 문제는 직간접으로 연관되어 있다. 아울러,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경제번영 네트워크(EPN)’ 참여 문제에도 한국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2021년 9월 1일 미 하원 군사위가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 일본 등을 참여시키는 국방수권법안을 처리하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는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파이브 아이즈에도 적극적 참여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 잣대는 국가 안보에 기반한 국익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한국의 선택
이원엽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 중국 북경대학교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신냉전 2.0은 이미 시작되었다. 21세기 들어 한반도는 새로운 국제 환경의 압력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미·중 갈등이 통상 마찰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미동맹의 불안정으로 인한 안보 불안을 말하고 있는데 단연코 말하건대 주한미군의 철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제로섬(zero-sum)게임이 되는 것일까?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비롯된 한국의 딜레마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바람직한 것일까? 이 글은 중국의 외교 정책의 역정과 대한반도 정책의 시사점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1949년 10월 건국된 신중국의 외교 전략은 시대적 흐름과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외교 노선의 변화를 거쳐 왔다. 건국 초기 마오쩌둥은 미소 냉전 사이에서 평화공존(和平共处) 노선을 견지하였다. 마오쩌둥의 사망으로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리면서 시작된 덩샤오핑의 78년 개혁 개방 시대는 안으로 경제 개발과 밖으로 현상 유지를 위한 평화발전(和平发展)과 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리자는 도광양회(韬光养晦)의 대외정책을 표방하였다. 20세기 말 장쩌민 시대에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수용함과 동시에 양자 및 다자 관계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교류와 외교 왕래를 강조하는 신안보관(新安全觀)을 내세우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한다’라는 유소작위(有所作为)를 주장하며 힘 있는 외교 정책을 전개하였다. 후진타오 시대에 들어와서는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 삼아 힘의 외교를 본격화함과 동시에 평화적으로 대국화(覇權)하고자 하는 화평굴기(和平崛起)를 주장하였다.
현재 시진핑 체제의 외교 정책은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다시 말해 1987년 13차 당대표대회 이후 규정한 평화와 발전의 시대, 이후 중국 부상을 이끈 세계적 성장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발전을 추구한다는 정책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시진핑 시대의 시작을 알린 중국 공산당 18대 정치 보고에서는 ‘국가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이에 대한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라는 핵심 이익의 견지,‘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안보ㆍ발전 이익을 위해 공고한 국방과 강대한 군대 건설’그리고 해양, 우주, 인터넷 공간에 대한 안보 중시 등을 강조하였다. 이는 시진핑 지도부가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태도라는 것을 알리는 출발점이었다.
시진핑 지도부는 자국의 부상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복잡해지고, 이에 대한 외교적 압박 또한 커지는 현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해 왔다. 이를 위해 시진핑은‘전략적 사유(戰略思惟)’의 강화와 확고한‘전략적 의지(戰略定力)’를 펼칠 것을 강조하며 평화발전의 길을 추구한다는 뜻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중국이 인류 운명공동체의 주창자로서, 그리고 다자무역의 수호자이면서 세계 경제 관리의 참여자로서의 그 기능을 다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진핑은 주변국과의 안정적인 외교 관계 설정에 애쓰면서 친(親·우호)·성(誠·정성)·혜(惠·호혜)·용(容·포용)을주장하였다. 특히 시진핑은 2014년 동아시아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가 책임져야 한다는‘신아시아 안보관(新亞洲安全觀)’과‘아시아 의식(亞洲意識)’을 제기한 바 있다. 신아시아 안보관은‘공동, 종합, 협력, 지속가능’한 안전을 강조한 새로운 안보이론의 제기이며 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협력구조를 구축하여 아시아 안보 시스템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사실 시진핑의‘신아시아 안보관’은 이전 장쩌민(江澤民)의‘신안보관(新安全觀)’을 계승한 것으로 기본적인 내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 新안보관에 아시아가 추가되면서‘아시아의 일은 아시아 국가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안보 역시도 아시아인들이 지킨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 정책의 변화에 주목하여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시진핑 지도부가 한국을 바라보는 전략적 가치를 통한 시사점을 살펴보겠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유리한 국제 환경 조성을 위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둘째, 전통적 우방인 북한의 체제안정을 유지; 셋째,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이 그것이다.
또한 시진핑 지도부가 한국을 바라보는 전략적 가치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중국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주도국 지위를 차지하는 데 있어서 지정학적 역학 구도상 한국이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이 동북아지역 내에서 자국의 구조적인 경쟁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중국이 동북아시아 주도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요 지원 세력이 될 수 있는‘중견국(middle power)’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정치, 외교,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과 전면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하여 역내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향후 동아시아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을 중국의 우호 세력으로 편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일본에 대한‘압박’및‘고립화’를 시도하는 데 있어서 한국과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동아시아의 주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근대 이후 아시아 지역의 전통적 강자라고 생각되는 일본을 넘어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대일 압박의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면 이는 일본에 대한 견제 효과뿐 아니라 기존의 한일 안보협력에도 균열을 초래하는 방법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중국은 언젠가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을 자력으로 돌파하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전략적 협력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간주한다. 중국은 한국과 수교 이후 꾸준한 경제교류 및 협력의 단계를 넘어 정치, 군사, 안보 등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단계로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까닭은 중국은 한국과의 다방면에 걸친 전략적 협력이 향후 중국을 압박하는 봉쇄망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가치평가는 시진핑 지도부 등장 이후 특히 강화된 것으로서 과거 중국지도부가 한국을 미국과의 동맹 세력으로만 고착화하여 바라봄으로써 한중관계 발전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한해 왔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끝으로,‘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우는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자리매김을 원한다. 한국은 중국과 수교 이후 꾸준한 경제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한국은 중국의 대외무역에서 수입 대상국 1위, 수출대상국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지도부는 한국과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중국의 주도로 만들어질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인‘일대일로(一帶一路)’의 추진 과정에 있어서도 한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이상에서는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과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은 어떠해야 바람직한 것일까?
2010년대 중반 한중 외교 및 통상관계가 한미동맹, 북핵 위기, 중미 통상 마찰 등‘제3의 요인’이 개입되면서 한국의 대중 외교도 사안별로 선택적으로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물론, 한중관계는 과거 역사 속의 전통적인 우호적 관계(과거 역사 속의 사대관계)로 회귀하기는 어렵다. 그 까닭은 한반도 안보 구조와 미·중 통상 마찰의 환경에 따라 한중관계는 미·중 관계와 미·일·중 관계의 역학 속에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미·중 관계가 갈등과 견제의 방향으로 진행됨에 따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 내에서의 이분법이 더이상 성립되기 어렵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확실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있다.
중국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 위징전(魏徵傳)에는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과 재상 위징이 국정에 관해 논한 구절이 나온다. “夫以銅爲鏡, 可以正衣冠, 以古爲鏡, 可以知興替; 무릇 구리로 거울을 삼으면, 의관을 바로 할 수 있고, 옛일로 거울을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즉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 한반도 상황이 또다시 구한말과 같은 상황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바로미터는 국익이다. 한국의 국익은 국가의 안전보장,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과 법치주의 등 가치 수호, 경제적 번영이다. 한국은 더 이상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현재의 국익과 앞으로의 국익을 위해서 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제 한미동맹은 전략적 변환기에 있다. 미·중의 지정학 경쟁과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의 시작 그리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미·중의 갈등과 중국의 대만 흡수 문제와 한반도 통일 문제는 직간접으로 연관되어 있다. 아울러,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경제번영 네트워크(EPN)’ 참여 문제에도 한국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2021년 9월 1일 미 하원 군사위가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 일본 등을 참여시키는 국방수권법안을 처리하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는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파이브 아이즈에도 적극적 참여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 잣대는 국가 안보에 기반한 국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