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의 나아갈 방향과 우리안보에 대한 함의 - 주재우


중국의 나아갈 방향과 우리안보에 대한 함의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 브루킹스( Brookings)연구소 방문학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끌어가고 싶어 하는 중국의 안보전략 방향은 2017년 19차 전국공산당 대표대회(이하 ‘당대회’)에서 밝혔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후 오랜만에 국제정세를 평가했다. 당대회에서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외 정세에 대한 중국의 인식 전환을 알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제정치에서 중국이 점하는 위상과 포지션이 변화했음을 공표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중국의 군사 외교 안보 전략의 본질적인 변화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당대회에서 밝힌 중국의 대외인식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중국의 위상변화가 노골적으로 소개되었다. 시진핑은 당대회 보고 자리에서 오늘날의 ‘세계의 권력 구조에 균형이 이뤄졌다(国际力量 对比更趋平衡)’라며 중국의 상승한 위상과 위치 변화를 알렸다. 

  다시 말해, 중국과 미국 간의 권력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중국의 내부적 평가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그 이전의 두 차례의 당대회(2007년과 2012년)에서는 세계의 권력 구도를 다극(多極)체제로 정의하면서 그래도 미국의 우위를 인정했다. 다극체제가 미국 중심의, 미국에 유리한 구조로 존재했음을 자인했었다. 

  2017년 당대회에서는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공 산당은 오늘날의 세계 권력 구도가 세력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는 중국의 부상과 기존 강대국 (미국)의 쇠퇴로 귀결되는 양국간의 권력 균형의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의거해 당대회 보고서에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패권정치(霸權政治)’와 ‘강권정치(强權政 治)’를 세계 안보의 불안 요인으로 정의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미국이 더이상 이 같은 대외적 행위를 발휘할 여력이 없다는 중국공산당의 내부 평가가 도출해낸 결론이라는 의미다.

  중국의 안보관에서 패권정치와 강권정치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전략적 의미가 내포되었다고 하겠다. 중국이 중국의 부상으로 강화된 위상과 역량으로 이제는 미국의 패권 정치와 강권정치를 견제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자신의 불가변한 입장을 대외적으로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즉, 중국이 영원히 패권을 추구 하지 않겠다는 결의였다.

  그럼 오늘날 중국공산당이 인식하는 세계 평화 와 안보의 불안 요인은 무엇으로 정의되었는가. 

  중국공산당은 이를 전통 안보 위협 요소가 아닌 비전통 안보(non-traditional security) 위협 요소로 꼽았다. 처음으로 중국이 인식하는 인류의 안위와 안녕에 위협요인이 전통 안보 요소에서 비전통 안보 요소로 대체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이 전통 안보 요소의 위협 수준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이의 존재 사실도 당대회 보고서에서 인정했다. 그러나 비전통 안보 위협 요소를 앞으로 인류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새롭게 정의하면서 중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제협력을 적극 호소했다.

  비전통 안보 위협을 협력이라는 방식으로 해결 하기 위해 중국은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할 것을 천명했다. 첫째, 대국 간의 협력을 이른바 ‘신형대국 국제관계’의 프레임에서 구현해 나간다는 것이다. 중국이 제기한 ‘신형대국 국제관계’는 대국들과 협조와 협력을 추진하면서 총체적인 안정 국면을 구현하고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推进大国协调和 合作, 构建总体稳定、均衡发展)관계를 의미한다. 결국 대국들이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공동으로 조성해 나갈 것을 호소한 것이다.

  둘째, 앞으로 중국이 “대화는 하나 대립하지 않고, 파트너십은 맺으나 동맹을 맺지 않는 외교의 새로운 길(走对话而不对抗、结伴而不结盟的国与 国交往新路)”을 나아갈 것임을 알렸다. 과거에 중국은 ‘전쟁을 하지 않고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2017년 당대회에서 이를 ‘대화는 하나 대립하지 않고’로 변경하면서 전쟁의 위기의식에서 벗어났음은 물론 전쟁을 억지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함유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중국이 스스로를 대국으로 자인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다른 나라의 국익을 훼손하면서 자신의 것을 절대 취하지 않을 것(中国决不会 以牺牲别国利益为代价来发展自己)”이라는 입장을 안보 전략의 기초로 새롭게 채택한 것이다. 우리 에게 생소하지 않은 문구다. 중국이 사드 ‘3불’ 원칙 의 당위성을 소개할 때 이미 인용되었기 때문이다. 당보고서는 그러나 다른 의도에서 이의 의미를 설 명했다. 중국의 지속적인 국방개혁과 국방현대화의 노력이 증강하는 상황에서 중국 위협론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단한 의구심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당대회 보고서의 외교 분야에서 군사적 입장을 사상 처음으로 소개한 이유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당대회 보고서는 “중국의 국방 현대화 사업과 정책이 방어적인 것이고 어떠한 나라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中国奉行防御性的 国防政策, 中国发展不对任何国家构成威胁)”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也决不放弃自己的正当权益)”을 명확히 했다. 이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중국이 어 떠한 수준으로 부상하더라도 패권을 영원히 추구 하지 않고 팽창주의를 영원히 모색하지 않을 것(中国无论发展到什么程度, 永远不称霸, 永远不搞扩 张)”이라는 입장을 제시하면서 중국의 위협론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려 했다.  

  2017년에 밝혀진 중국의 외교안보 입장과 원칙은 그러나 오래 지탱되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중 관계는 전략적 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경쟁 관계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태는 급증하고 있다. 미국과 군사적으로 견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자신의 영향력을 실제로 확대하는 중이다.

  우선 중국은 한반도 분단 이후 남북한 모두에게 동시에 제재를 가하는 중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유엔 제재결의안에 동참할 뿐 아니라 이의 일환으로 독자적인 제재도 가하는 중이다. 우리에게는 사드 배치의 후과(後果)로 ‘한한령(限韩令)’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제재로 우리의 대중국 저자세외교, 굴욕외교는 더욱 심각해졌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우리가 선제적으로 중국을 의식하면서 중국 ‘포비아(phobia)’를 우리 스스로 키워나가고 있다. 그 결과는 우리 스스로가 중국에게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며 강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중국의 우리 주권에 대한 위협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해군과 공군이 우리의 영해와 영공을 무단 진입하는 횟수가 급속히 증가한 데서 나타나고 있다. 2016~2019년 동안 중국 군용기는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 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과 영공을 450여 차례 정도 무단 진입했다. 2020년 한해에만 중국 해군이 우리 해상 관할구역을 침범한 경우도 빈번해졌다. 예컨대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호(遼寧號)와 산동호(山 東號)는 훈련을 약 20회가량 진행했고, 함정, 항공기 등을 포함한 대잠수함훈련도 약 10회 실시했다. 중국 해군의 경비함 역시 동경 123~124도 사이에서 매일 출몰하고 있고 중국의 해상 초계기는 동해역 상공에서 거의 매일 수 차례 비행하고 있다. 급기야 2020년 12월에 중국 군함이 우리의 북방한계선 (NLL)을 침입, 백령도 40km 앞 공해 수역까지 나타났다.

  중국이 이렇게 유아독존적이고 안하무인식으로 우리의 영해와 영공을 무단 진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이 아니고 규범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한다. 우리의 영해 무단 진입이 가능한 것은 한중 간의 해상경계선이 획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의 해결이 시급하다.

  우리의 주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증가하는 군사적 행위를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제정치이론이 제시하듯 우리의 해답은 동맹에 있다. 즉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동맹의 외연 확대를 요구하는 ‘인도태평양’전략과 ‘쿼드(Quad)’에 참여를 통해 우리의 주권을 수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주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경제이익, 생존권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