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회 이용준 회장(한미우호협회 회장, 前 외교부 북핵대사)이 조선일보(7.14자)에 기고하였다.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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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전작권 전환,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는 다르다
입력2026.07.14. 오후 11:56
한국군 전작권 논의는
주권 회복 문제가 아니라
전쟁 시 효율·역량이 핵심
美가 연합사 해체한다면
북한과 중국이 반길 것
서두를수록 국민 불안하다
안규백(왼쪽)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국 장관은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등을 논의했다. /뉴스1
한국군의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가 한미 안보협력의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작권 전환이 주권 회복의 상징이라는 주장과 안보 현실을 외면한 이상론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은 김영삼 정부 때 이미 한국으로 넘어왔고, 다만 전쟁 상황에서 한·미가 자국 참전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각각 행사할지 아니면 미국이 통합지휘권을 행사할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는 주권의 문제라기보다 전쟁 상황 도래 시 한·미 통합지휘체계의 운용 여부에 관한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전시 대비 연합방어체제가 미리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논의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다국적군에 대한 통합지휘체계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역사적 선례는 수없이 많고, 이는 전쟁 승리의 핵심 요건이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유럽과 북미 연합군은 프랑스 포슈 원수에게 연합군 전체의 통합지휘권을 일임해 승리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유럽 전선의 연합군은 아이젠하워 총사령관이, 태평양 전선의 연합군은 맥아더 총사령관이 통합 지휘권을 행사했다. 40국 이상이 참전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도 나토군 사령관과 미군 사령관이 각각 통합 지휘권을 행사했다. 그 같은 통합 지휘권 부여는 주권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전쟁 지휘 체계의 효율성에 관한 문제였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그 같은 필요성이 한반도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오늘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해공군도 한반도 바다를 위협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군뿐 아니라 미군의 정보·감시·정찰 자산, 전략 폭격기, 항모 전단, 미사일 방어망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해야 한다. 그 경우 양국 군이 별도의 지휘 체계 아래 각기 작전을 수행한다면, 군사적 비효율을 넘어 치명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전쟁의 역사는 말해준다.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대규모 군사 개입을 보장받기 위해, 현행 한미연합사 체제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우 향후 한반도 전쟁에서 참전 미군이 한국군 장성의 지휘를 받을 개연성이 크므로, 미국이 그런 지휘 체계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의회는 1993년 소말리아 전투에서 미군 전사자 발생을 계기로, 해외 주둔 미군이 타국 군대의 지휘를 받는 일이 없도록 규정한 바 있다. 만일 이런 문제점을 무시하고 전작권 전환이 강행된다면, 미국은 한미연합사 해체를 심각하게 검토할지도 모른다. 이는 한반도 장악을 꿈꾸는 북한과 중국의 오랜 소망이기도 하다.
전작권 문제에 관한 중요하고도 불편한 진실은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임기 내에 정치적 성과로 남기려 시도했으나, 안보의 시계는 정치의 시계와 달리 움직였다. 한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정권 임기에 맞추어 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의 성급한 추진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기존의 한미 연합방어체제를 와해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작권 전환을 강행하려면, 유사시 미국의 대규모 군사 개입 없이 독자 방어를 완수할 각오와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국민적 신뢰가 전제되어야 할 사안이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전쟁 발생 시 정부가 나라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다. 충분한 군사적 검증 없이 이념적 명분을 앞세운 전작권 전환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 정책이 전작권 전환,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는 다르다냉철한 전략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구호에 좌우된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그 불신은 국가의 안정과 대외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정부와 군이 상당한 수준의 자주국방 의지와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국민이 안심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선택지다. 특히 유사시 방어 전쟁을 자력으로 기획하고 지휘하는 능력은 피상적인 ‘세계 5위 군사력’보다 훨씬 중요한 요건이다. 능력보다 명분이 앞서고 군사적 고려보다 정치가 앞선다면 전작권 전환은 안보에 큰 균열을 낼 수 있다. 국가 안보는 명분과 자긍심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가 어긋날 때 초래될 부작용은 모두 국민의 불안과 불신으로 귀착될 것이다.

그래픽=정인성
전작권 전환,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는 다르다
협회 이용준 회장(한미우호협회 회장, 前 외교부 북핵대사)이 조선일보(7.14자)에 기고하였다.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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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전작권 전환,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는 다르다
입력2026.07.14. 오후 11:56
주권 회복 문제가 아니라
전쟁 시 효율·역량이 핵심
美가 연합사 해체한다면
북한과 중국이 반길 것
서두를수록 국민 불안하다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국 장관은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등을 논의했다. /뉴스1
한국군의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가 한미 안보협력의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작권 전환이 주권 회복의 상징이라는 주장과 안보 현실을 외면한 이상론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은 김영삼 정부 때 이미 한국으로 넘어왔고, 다만 전쟁 상황에서 한·미가 자국 참전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각각 행사할지 아니면 미국이 통합지휘권을 행사할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는 주권의 문제라기보다 전쟁 상황 도래 시 한·미 통합지휘체계의 운용 여부에 관한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전시 대비 연합방어체제가 미리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논의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다국적군에 대한 통합지휘체계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역사적 선례는 수없이 많고, 이는 전쟁 승리의 핵심 요건이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유럽과 북미 연합군은 프랑스 포슈 원수에게 연합군 전체의 통합지휘권을 일임해 승리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유럽 전선의 연합군은 아이젠하워 총사령관이, 태평양 전선의 연합군은 맥아더 총사령관이 통합 지휘권을 행사했다. 40국 이상이 참전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도 나토군 사령관과 미군 사령관이 각각 통합 지휘권을 행사했다. 그 같은 통합 지휘권 부여는 주권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전쟁 지휘 체계의 효율성에 관한 문제였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그 같은 필요성이 한반도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오늘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해공군도 한반도 바다를 위협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군뿐 아니라 미군의 정보·감시·정찰 자산, 전략 폭격기, 항모 전단, 미사일 방어망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해야 한다. 그 경우 양국 군이 별도의 지휘 체계 아래 각기 작전을 수행한다면, 군사적 비효율을 넘어 치명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전쟁의 역사는 말해준다.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대규모 군사 개입을 보장받기 위해, 현행 한미연합사 체제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우 향후 한반도 전쟁에서 참전 미군이 한국군 장성의 지휘를 받을 개연성이 크므로, 미국이 그런 지휘 체계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의회는 1993년 소말리아 전투에서 미군 전사자 발생을 계기로, 해외 주둔 미군이 타국 군대의 지휘를 받는 일이 없도록 규정한 바 있다. 만일 이런 문제점을 무시하고 전작권 전환이 강행된다면, 미국은 한미연합사 해체를 심각하게 검토할지도 모른다. 이는 한반도 장악을 꿈꾸는 북한과 중국의 오랜 소망이기도 하다.
전작권 문제에 관한 중요하고도 불편한 진실은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임기 내에 정치적 성과로 남기려 시도했으나, 안보의 시계는 정치의 시계와 달리 움직였다. 한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정권 임기에 맞추어 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의 성급한 추진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기존의 한미 연합방어체제를 와해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작권 전환을 강행하려면, 유사시 미국의 대규모 군사 개입 없이 독자 방어를 완수할 각오와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국민적 신뢰가 전제되어야 할 사안이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전쟁 발생 시 정부가 나라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다. 충분한 군사적 검증 없이 이념적 명분을 앞세운 전작권 전환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 정책이 전작권 전환,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는 다르다냉철한 전략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구호에 좌우된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그 불신은 국가의 안정과 대외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정부와 군이 상당한 수준의 자주국방 의지와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국민이 안심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선택지다. 특히 유사시 방어 전쟁을 자력으로 기획하고 지휘하는 능력은 피상적인 ‘세계 5위 군사력’보다 훨씬 중요한 요건이다. 능력보다 명분이 앞서고 군사적 고려보다 정치가 앞선다면 전작권 전환은 안보에 큰 균열을 낼 수 있다. 국가 안보는 명분과 자긍심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가 어긋날 때 초래될 부작용은 모두 국민의 불안과 불신으로 귀착될 것이다.
그래픽=정인성
전작권 전환, 안보의 시계와 정치의 시계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