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회원소식



26.09.21 협회 이용준 회장 월간조선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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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이용준 회장(한미우호협회 회장, 前 외교부 북핵대사)이 월간조선(9.21일자)에 회견하였다.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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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朝 총력 인터뷰] 이용준 한미우호협회 회장



“받기만 하는 동맹관계는 이제 불가능…트럼프 떠나도 안 바뀐다!”

⊙ “미국 주도 印太 해상훈련에 빠지는 한국… 일본 절반이라도 가야”
⊙ “한미상호방위조약상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지원·파병 의무 없어”
⊙ “美 국방부의 오랜 소원은 지상군 빼고 공군만 남기는 것”
⊙ “동맹은 위기 때 함께 행동하겠다는 약속…이재명의 ‘전략적 자율성’은 동맹과 양립 불가”
⊙ “비핵화가 어렵다는 인식과 비핵화 포기는 차원이 다른 문제…제재가 유일한 협상 지렛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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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容濬


1956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 제13회 외무고시 합격, 외무부 북미1과 과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정책조정부장,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국 정책국장, 외교통상부 북핵담당대사 겸 북핵외교기획단 단장·차관보, 주말레이시아 대사, 주이탈리아 대사, 세종연구소 이사장, 現 한미우호협회 회장



한미(韓美)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30일(현지시각)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4만 명의 병력(실제로는 2008년 이후 줄곧 2만8500명 수준)을 한국에 두고 있는데, 그들은 이란과 관련해 도와달라는 요청에 ‘안 하겠다’고 했다”며 “나는 이 일을 기억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8월 16일에는 이재명(李在明) 대통령이 통화에서 같은 요청을 거부했다며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는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후반부 ‘반격 작전’이 생략된 채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북한 억제의 ‘주된 책임’은 한국


문제는 이 흐름이 트럼프 개인의 ‘거래주의적’ 기질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안보전략이 바뀌면서 동맹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이 내놓은 국가방위전략(NDS)은 북한 억제의 ‘주된 책임’을 한국에 넘기고, 미국은 ‘핵심적이되 제한된’ 지원에 머물겠다고 명시했다. 전략 설계자인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차관은 곧바로 서울을 찾아 한국을 ‘모범 동맹’이라 치켜세웠다. 재래식 방어는 한국이 맡고 미국은 대중(對中) 전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이 이면에 담겨 있다.


한발 더 나아간 목소리도 있다. 미국의 해외 개입 축소를 주장해 온 워싱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은 9월 10일 “미국의 모든 조약상 의무 가운데 비용과 위험을 따지면 가장 적은 이익을 주는 것이 한국과의 동맹”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넘어 한미상호방위조약 종료까지 주장했다. 동맹을 손익으로 계산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맞닿아 있다.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를 보는 미국의 시각도 우려를 낳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대화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배제됐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핵 용인’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대북 정책이 ‘북핵 폐기’에서 ‘북핵 동결’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 24일 한미 외교장관 통화 뒤 외교부 보도자료의 북핵 관련 내용은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문장이 전부였다. 관례처럼 들어가던 ‘비핵화’라는 표현은 없었다.


이처럼 ▲한미동맹의 균열 ▲미국의 ‘한국 배제’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의 북핵 용인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미(對美) 외교와 북핵 협상 최일선에 몸담았던 이용준 한미우호협회장에게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이유와 대응 방향을 물었다.


“우리는 트럼프 비판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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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이재명 정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미 관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 미국은 통상 문제로 한국을 압박하는 한편,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시설 관련 기밀 유출 의혹 이후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고, 우리 군(軍)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견제 연합해상훈련인 ‘퍼시픽 뱅가드 2026’에도 처음으로 불참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한미 관계의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의 한미 관계 균열은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이 서로 다른 대외 정책 원칙과 목표를 추구하는 데 따른 당연한 현상입니다. 이는 한국에 반미친북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현상입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輕視) 성향으로 인해 그 균열의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균열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향후 우리의 대미, 대중, 대북 정책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우방국은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적대 세력의 수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 것은 한반도의 안보상 손실보다 국방비 절감이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더 중시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대외 전략의 최우선 관심사인 대중국 전략과 깊이 연관된 행보라고 봅니다. 친중 행보를 보이는 한국에 실망한 마음과 대중국 전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미·북한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마음이 함께 반영된 결과라 할까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미북(美北)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한국의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의 이해관계가 우선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는 한국 정부도 자성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나 거래적 동맹 정책을 비판하는 소리가 많지만,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과연 미국보다 동맹의 가치를 더 존중하고 동맹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는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강한 불만을 갖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바보가 아니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자국 중심주의’라고 비판할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 지원에 의존하는 상태였지만, 이제는 재래식 군사력이 세계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경제 규모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미국이 한국도 이제 제 몫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예요. 냉전이 끝난 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대폭 줄이고 군사력을 대부분 미국에 의존해 왔고, 미국이 불평하면서도 결국 서방 전체의 방위를 떠맡아 왔는데, 이제는 재정 사정상 그걸 계속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철저한 상호주의를 적용해 미국이 안보 지원을 하는 만큼 동맹국들도 상응하는 기여를 하라는 것이지요.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될 겁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정리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까.


“트럼프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성향이나 편향으로 해석하는 건 너무 안일하고 편의주의적인 인식입니다. 지금 미국이 동맹 정책을 바꾸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패권국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퇴조하는 상황에서 부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이런 흐름이 상당 부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시적인 비정상 정책이 아니라 동맹 질서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미국은 지금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늘리라는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작전 참여 요구가 그런 경우인데, 무리한 요구 아닙니까.


“동맹국의 의무는 침략 행위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동맹국들은 조약상 규정 여하와 상관없이 범세계적 안보 현안에서 상호 협력할 정치적·도의적 의무가 있고, 이는 침략을 막기 위한 합동방어훈련과 외교적 공조 등 사전 예방 조치에도 폭넓게 적용됩니다.


만일 동맹의 의무가 침략이 실제 발생했을 때만 적용된다면, 미국이 왜 주한미군을 두고 트럼프의 표현처럼 ‘값비싼’ 연합훈련을 하며, 북핵 위협에 핵우산과 전략자산을 제공하고 정보자산을 공유하겠습니까. 한국도 미국에 이를 요구해서는 안 될 겁니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의 설문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대미 비호감도가 사상 처음 55%를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84%는 여전히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꼽았습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그건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향한 반감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서 비롯된 반감으로 봅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자국우선주의 정책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트럼프 시대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국우선주의적 실리외교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역사의 대세이며, 그 점에서 한국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입니다.


그런 범세계적 자국우선주의 외교에 미국마저 편승했으니, 이젠 그런 시대의 도래를 불가피한 현실로 인식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미국이 전 세계 동맹국들에 조건 없이 일방적 안보 지원을 퍼주던 좋은 시절은 지나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인식이 필요해요. 과거처럼 받기만 하는 동맹외교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한국은 대미 외교에서 많이 주고 많이 받는 확장적 동맹 정책과 적게 주고 적게 받는 축소적 동맹 정책 중 택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동맹국들은 가급적 적게 주고 최대한 많이 받기를 원하겠지만, 미국은 바보가 아닙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관한 ‘착각’


지금 국내 일각에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언급하며, ‘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조약에 들어 있는 문구라는 건 아주 최소한의 내용만 담은 겁니다. 일단 동맹 관계가 수립되면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와는 많은 것이 크게 달라집니다. 조약에 명시된 의무만 이행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아주 특별히 가까운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느냐’고 따지는 사람이 없듯이, 동맹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 해석상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전쟁을 지원할 의무가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 규정을 그렇게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한반도 전쟁 재발 시 미국이 한국에 파병하거나 군사 지원을 제공할 의무도 없습니다. 미국은 단지 자신의 헌법적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택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입니다. 동맹 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주의적인 관계입니다. 우리가 대만이나 남중국해, 이란 문제 등에 개입하기를 계속 거부한다면, 이는 나중에 한국이 정말 어려운 안보 상황에 처했을 때 미국이 개입을 회피하고 축소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많은 이가 착각하는 게 한반도 유사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주한미군 역시 그런 목적으로 주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전쟁이 났을 때 미국이 어느 정도 선에서 개입하느냐는 순전히 미국이 스스로 결정할 사항입니다. 북·중 동맹조약이나 북·러 동맹조약은 조건 없이 최대한의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한미 동맹조약에는 이러한 확정적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미 동맹조약상의 우리 의무를 최소한으로 해석하려 하지만 이는 훗날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한국이 미국의 군사 지원을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순간이 도래했을 때, 미국 정부는 어떤 사항들을 감안해 개입 범위를 결정할까요?


첫째, 한반도를 상실할 경우 어떤 손실을 입게 되는지, 둘째 과거 미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한국이 미국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감안해 검토할 겁니다. 미국이 동맹국의 입장에서 응당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움을 한국이 거절한다면, 미국도 언젠가 한국이 가장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똑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다.”


“중·러 앞에서 미국과 동맹 아닌 척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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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24년 3월, 대만해협 등 양안 문제에 개입하지 말고 중국과 대만에 각각 “셰셰”하면 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평소 미국의 안보에 얼마나 기여하느냐가 유사시 미국의 대응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봐야 합니까.


“호주가 재미있는 예입니다. 호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호주 인근 파푸아뉴기니를 점령하고 호주 북부 도시 다윈이 일본군의 폭격을 당하는 위기에 몰렸다가, 미군의 도움으로 일본군을 간신히 격퇴한 바 있습니다. 그 이래로 호주는 향후 유사시 미군의 지원을 받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에 영국과 더불어 가장 선도적으로 파병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국 전쟁과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물론이고, 2024년 미국과 동맹국들이 예멘의 후티 반군(叛軍)을 공습했을 때도 6개 연합국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호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강력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미래를 위한 투자지요.


그런데 우리는 응당 해야 하는 일도 회피적 태도로 일관하지요. 대표적 사례로서, 중국의 남중국해 불법 장악을 막기 위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2015년부터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작전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은 물론 영국,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까지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 만한 미국의 동맹국 중 불참하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동맹 관계라는 건 친구 관계와 마찬가지입니다. 집안 중대사가 있을 때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친구가 어려울 때는 모른 체한다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을 겁니다.”


‘항행의 자유 작전’ 같은 경우 시작한 시기가 2015년이라면, 박근혜(朴槿惠) 정부 시절인데요, 그때도 불참했습니까? 윤석열(尹錫悅) 정부도 그렇고요?


“한국은 어느 정부 때건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다국적 해상훈련에 동참한 적이 없습니다. 정권 성향에 따라 미중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하거나 중국 쪽으로 현저히 기울어졌을 뿐, 동맹국 미국에 확고히 함께 선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한국을 보는 시각이 고울 리가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화를 내는 것은 ‘왜 한국이 앞장서서 도와주지 않느냐’가 아니라, ‘왜 항상 한국만 중국 쪽으로 줄을 서느냐’는 항의지요.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으면서 왜 마음은 중국 쪽에 가 있느냐고 따지는 겁니다.”


우리가 대체 어떤 역할을 자임해야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겠습니까.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합동군사훈련에 호주·일본은 거의 참여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와 필리핀도 자주 참여하고. 우리가 정말로 동맹국이라면, 적어도 절반 정도라도 참여해야지요. 참여를 모두 거부하면서 중·러 앞에서 마치 미국의 동맹국이 아닌 듯이 보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재명의 ‘셰셰’는 한미동맹과 양립 불가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24년 3월, 대만해협 등 양안 문제에 개입하지 말고 중국과 대만에 각각 ‘셰셰(謝謝·감사하다는 뜻의 중국어)’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인식이라면 문제 아닙니까.


“20세기 냉전 시대에 한반도가 양 진영의 최대 대립 지역이었듯이, 미중이 맞서는 신냉전 체제에서는 대만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두 진영이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됐어요. 그러니 한미상호방위조약 적용 대상 지역인 대만 문제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투입되는 ‘전략적 유연성’에 우리가 합의한 게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안보와 상관없다는 식의 주장을 버젓이 할 수 있을까요.


“대만은 엄연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상정하는 태평양 지역 안에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투입된 미군이 공격을 받는다면, 그건 조약에 규정된 ‘태평양 지역에서 당사국이 무력 공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아무리 보수적으로 해석해도 이는 우리와 무관한 사안이 될 수 없습니다.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대만 문제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비(非)현실적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국 관영매체 CCTV와의 인터뷰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넘어선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했습니다. 미중 신냉전 구도하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대통령이 ‘전략적 자율성’을 언급하며 ‘그때그때 알아서 판단하겠다’라고 한 발언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동맹국으로서 할 얘기가 아니죠. 동맹을 맺는다는 건 안보상 위기 때 함께 행동하겠다고 약속하는 성스러운 맹약입니다. 쉽게 말해 ‘나는 너하고 같은 편에 서겠다’는 약속이지요. 그래 놓고 동맹국과 동맹국의 적국 사이에서 오락가락 모호하게 방황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지원 의무를 부정하는 것이 ‘전략적 자율성’의 의미라면 이는 동맹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세요. 만일 우리 동맹국인 미국이 한반도 무력분쟁 발생 시 남북한 사이에서 중립 정책을 취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우리 정부와 국민이 그걸 납득할까요? 인간 사회에서는 그런 걸 배신이라고 하죠.”


“핵무기까지 감안하면 역내에서 군사력 꼴찌”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의도가 뭘까요.


“다분히 정치적·이념적 당위론에 근거한 정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전시에 한미연합사 소속 미군과 본토에서 오는 증원군이 한국군 장성의 지휘를 받게 되는데, 미국이 이걸 받아들이겠습니까. 한국 정부가 정권 성향에 따라 미국과 미국의 적국 사이를 오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과연 자국 군인의 생명을 한국 정부와 한국군 사령관의 손에 맡길 수 있을까요?”


이 대통령은 자신만만합니다.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국가는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느냐’고 했고, 8월 18일 을지국무회의에서는 ‘세계 군사력 5위’ ‘국방비가 북한 국민총생산의 1.4배’를 언급하며 ‘우리 스스로를 지킬 역량이 차고 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근거 없는 자만과 방심은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 전쟁의 승패가 객관적 군사력의 크기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건 여러 차례 입증됐습니다.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이죠. 또 동북아는 세계 최강국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우리 군사력이 설사 세계 5위라 해도 여기서는 최약체 수준이에요. 핵무기까지 감안하면 역내에서 군사력이 꼴찌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이 정부의 호언장담처럼 전작권 전환이 실제로 이뤄지겠습니까.


“쉽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전작권이 전환된다면 미국은 차제에 한미 연합방위 체제를 포기하고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을 택할지도 모릅니다.”


“전작권 전환되면, 美 지상군 철수할 수 있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미국이 전작권을 놓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미군이 주둔하고 연합방위체제를 계속 지휘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 정도 ‘가치’를 감안하면, 미국은 앞으로도 남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전면 철수냐 현상 유지냐, 둘 중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주둔은 유지하면서 주한미군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길이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수십 년 전부터 한국에서 미군 지상군을 빼내고 공군 위주로 운영하기를 희망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지상군 전면 철수는 관철하지 못했지만, 현재 지상군 전투부대는 약 4500명의 동두천 스트라이커 여단이 전부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전쟁도 없는 한반도에 붙박이로 배치된 주한미군 지상군이 매우 비효율적 병력이라는 불평을 늘 해오고 있고, 이를 감축하거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 지역으로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이 그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한국에 미국 공군만 주둔할 경우 필요에 따라 손쉽게 감축되거나 일본 기지로 이동 배치될 수 있고, 그 기능의 상당 부분을 일본 기지나 항모로 대체할 수 있는 까닭에,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습니다.”


1993년 소말리아 전투 이후 미 의회는 해외 주둔 미군이 타국 군대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정치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가건, 전시에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우선 미국 의회가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 국방부로서도 자국 군인의 생명을 맡길 만큼 한국군 지휘부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모호한 대북한 시각과 이질적인 대중국 정책, 그리고 한국군의 지휘 능력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지요.”


한국군 사령관의 지휘 아래 미 전략폭격기와 항모전단이 통제받는 것도 미군 지휘 교리상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전략자산 전개의 불확실성을 메울 대안 없이 추진하면 연합방위 체제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적 개입을 사실상 보장해 온 한미연합사 체제가 와해된다면 유사시 미국의 개입 가능성과 개입 강도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좌파 진영이 ‘군사주권 회복’이라고 주장하는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 강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북한과 그 동맹국인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한미연합사의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바 있습니다.”


30년 실패한 다자회담의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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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9월 9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호르무즈 파병 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과 광복절 경축사에서 “1단계 중단 협상, 다음 핵 군축, 길게는 비핵화”란 ‘북한 비핵화’ 도식을 제시했습니다.


“단계적 비핵화라는 말은 그럴싸하지만, 1990년대부터 비현실성이 여러 차례 입증된 정책입니다. 단계적 비핵화의 첫 단계는 핵 동결이고 다음 단계는 동결 검증인데, 초기 단계부터 정상적 합의와 이행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동결을 하려면 국제사회가 감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북한이 모든 핵시설을 정확히 신고하고 동결의 이행을 검증받아야 합니다.


핵물질 제조시설, 핵물질 보관소, 핵무기 제조시설, 핵실험장 등을 다 공개하고, 사찰관이 들어가 봉인하고 감시해야 동결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이겁니다. 핵시설 위치가 드러나면 이란처럼 미국의 공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은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2019년 2월) 당시 북한은 사실상 대외 전시용 핵시설에 불과한 낡은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는 대가로 제재 조치의 대부분을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지역의 숨겨진 비밀 핵시설들도 함께 해체할 것을 요구하자 협상은 즉각 결렬되었습니다. 상황은 지금도 아무 변화가 없는데, 과연 무슨 협상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동결과 검증을 생략하고 비핵화를 단지 먼 훗날의 막연한 과제로 미루어둔 채 영변 핵시설만 먼저 해체하고 그 대가로 제재 조치 일부를 해제하는 방식의 이른바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한다면, 이는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묵인하고 제재 조치만 해제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6·25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전 대화를 제안하며, “이를 통해 북핵 능력 고도화(高度化)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북핵 고도화라는 건 북한이 미국을 직접 핵 공격할 능력,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진전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핵위협과 한국에 대한 핵위협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북한의 대미 핵 공격 능력이 고도화된다고 해서 한국이 새롭게 더 큰 위협에 노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래 북핵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기 때문입니다. 핵무기는 갖고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큰 문제지, 핵무기의 숫자나 핵미사일 사거리는 부차적 요소입니다.”


“북핵 폐기 없는 ‘상호위협’ 제거는 일방적 무장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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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북한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소위‘평화체제’ 구상은 북핵 폐기 없이 북한에 시간만 벌어준 채 대미 협상 통로 역할을 했던 ‘실패’한 문재인의 방식과 유사하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로 인정하고 억제와 충돌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 부시 행정부 당시 ‘선(先) 비핵화’ 원칙을 고수했던 빅터 차 역시 최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압박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역시 모두 실패했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가진 북한을 그대로 둔 채, 비핵화는 미루고 억제는 강화하면서 충돌만 관리하는 ‘차가운 평화’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빅터 차의 주장대로 정말 CVID와 대북제재는 실패한 겁니까.


“빅터 차의 입장은 현시점에서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는 인식의 반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비핵화가 어렵다는 인식과 비핵화 포기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제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북한이 지금도 미북 협상에 응하는 이유는 단 하나, 제재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비핵화를 포기하고 제재를 해제하면 그나마 남은 북한의 협상 의지도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제재의 유지는 매우 긴요합니다.


둘째, 설사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유엔 제재가 유지되는 한 북한은 무역이 위축되고 국제사회의 경제 원조 수령도 불가능해 경제난이 심화하고, 이로 인해 재래식 군사력의 확충도 대규모 대남 군사도발도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유엔 제재 조치의 유지가 한반도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에 중대한 도움이 된다고 했다.


“과거 일부 한국 정부가 북한에 천문학적 경제 원조를 제공하려 했지만 유엔의 제재로 한 푼도 주지 못했다. 만일 제재가 없었다면 북한의 핵전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 논의를 제안했습니다. 전례를 고려하면, 이 역시 그 결과는 뻔한데요.


“김영삼 정부 말기부터 김대중 정부에 걸쳐 개최되었던 남북미중 간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4자회담’은 2년 동안 계속되었으나 의제조차 정하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당시 북한이 의제로 요구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둘째는 한국을 배제한 ‘미·북 평화협정 체결’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협상의 결론을 미리 의제로 정해놓고 다른 모든 사안 논의는 배제한 채 오직 그 두 가지만 논의하자는 것이 북한의 완강한 주장이었습니다. 황당한 일이지요.”


‘이재명 구상’의 위험


북한은 평화체제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루려는 진정성은 전혀 없었고, 단지 이를 이용해 김일성 이래의 수십 년 소원인 주한미군 철수와 미·북 평화협정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적화통일을 이루려는 생각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용준 회장의 판단이다.


결국 북한은 자신이 원하는 의제를 수락하지 않으면 실질 문제 협상을 시작도 할 수 없다고 우겼고, 회담은 아무 성과 없이 종료됐다.


이 대통령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당사자 간에 ‘상호위협 의사를 내려놓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위협 해소란 결국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의 핵우산 철거, 전략자산 전개 차단을 뜻합니다. ‘이재명 구상’은 우리 스스로 대북 억지력(抑止力)을 걷어내고 북한의 동맹 와해 전술에 말려드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지 않습니까.


“핵우산과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이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에 요청해 시행 중인 정당한 방어 수단입니다. 북한의 무력 위협이 없다면 우리의 대응 조치도 필요 없을 겁니다. 한미연합훈련 역시 북한의 침략 재발을 막기 위한 방어훈련일 뿐입니다.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건 핵무기로 일방적 대남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북한의 상투적 주장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비핵화 없는 ‘상호위협’ 제거는 한국의 일방적 무장해제를 의미할 뿐입니다. 지금은 섣부른 평화론이 아닌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月朝 총력 인터뷰] 이용준 한미우호협회 회장